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74화 (474/497)

474화 신성데이모니움

“프레이야와 헬이 손을 잡았다는 말이지?”

“예. 하지만 헬이 프레이야에게 항복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헬이 프레이야에게 굴복했다. 펜릴은 어떻게 되었지?”

“펜릴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딘은 신나치병사의 말에 생각에 잠겼다. 프레이야와 헬이 온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딘의 상정범위 안이기도 했다.

“그렇군. 프레이야와 헬이 교체되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나?”

“아, 그 이야기라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헬 여신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었군요. 예전에는 묵직한 두려움이 느껴졌다면, 지금은 그저 두려울 뿐이라는 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잠시 네 기억을 뒤져 봐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병사가 떠올린 기억을 살펴본 에인페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작된 듯한 증거는 없다는 뜻이었다. 오딘은 여전히 신중했다.

“그렇군. 생각대로야. 후계자를 만든거로군.”

프레이야가 맞은 절대 소멸과 헬이 자신을 찌른 절대 소멸은 같은 종류의 힘이었다. 존재 그 자체를 말살하는 능력이었다.

오딘 조차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약점도 있었다.

존재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인만큼, 세계수와는 분리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세계수가 무사하다면, 누군가가 계승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프레이야 세력과 헬의 세력이 온전한 것은 그 때문일터였다.

세계수가 본체에 가깝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세계수와 신의 관계는 일종의 뿌리와 가지의 관계에 가까왔다. 옻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별개의 존재이면서, 하나의 존재처럼 움직여 지는 것이 세계수와 신의 관계였다. 다수의 세계수를 지배하면, 신성력이 강해진다. 하지만 지배하는 세계수의 숫자에는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종속신을 두는 것이기도 했다.

“역시 지구로 가는 것은 위험하겠군.”

오딘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프레이가 실종되었고, 펜릴과 헬이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었다. 프레이야에게 종속당한 것을 본다면, 알 수 없는 수단이 있을 수 있었다.

“인간들을 싸우게 하심은 어떻습니까?”

“그것 말고는 답이 없겠지. 어떤가 지크프리드 네가 나서 주겠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지크프리드는 게르만족에게 있어서 전설의 영웅이었다. 아니 신화속 영웅이라고 해야 할 터였다. 그런 만큼 독일인들을 통솔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 컴퓨터라고 하는 건 확실히 놀라운 물건이군.”

오딘은 처음으로 조작하는 병사용 태블릿을 조작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작동되도록 많은 정보들을 저장한 타입의 전투용 태블릿이었다.

프레이야 진영을 엿보면서 어떤 것인지 구경은 해봤지만, 실제로 조작하는 것은 처음이라서인지 신기한 듯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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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 녀석, 호기심이 많은 것 같군요.”

제성은 해킹된 태블릿의 카메라를 통해서, 오딘의 행동을 엿보고 있었다.

발키리 칩을 이용한 해킹은 제성의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엘프들과 발키리들을 이용한 정보국은 제성이 가장 공들여 만든 것이기도 했다.

발키리 칩은 백도어용의 장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칩은 평소에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검사도구를 써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발키리가 깃들어서, 칩을 작동시키면 작동되는 방식이었다.

지구에서는 칩에 포함된 백도어는 아예 사용을 하지 않고 있었다. 발키리를 통해서 정보를 빼내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발키리는 염사 능력이 있어서, 자신이 본 이미지를 정확히 여신이나 동료 발키리에게 송신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것을 통해서 대용량 데이터를 사진 형상으로 만들고, 그 이미지를 전달받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순식간에 훔쳐내는 것이었다.

발키리 열 마리가 이런 식으로 하루에 시스템 일천개를 돌아다니면서 데이터를 빼왔다.

데이터를 검토하고, 정보가 더 필요한 경우에는 엘프들을 직접 파견해서 염탐하게 하는 것으로 보완하다보니, 정보력에서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게 된 것이었다.

“들키지 않을까요?”

원기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제성은 자신감이 넘쳤다.

“아무리 오딘이라고 해도, 컴퓨터는 경이적인 물건이지요. 발키리를 통해서 염탐하면 들키겠지만, 백도어를 통해서 자료를 빼내는 것은 눈치챌 수가 없습니다.”

제성은 모든 병사들의 단말에 해킹용 장비를 심어 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도 특히 독일 병사들에게는 신경을 많이 써 놓았다. 오딘에게 나치 병사들이 있다는 것을 눈치 못챌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엘프들의 도청능력을 이용해서 병사들의 성향을 파악했고, 신나치 계열의 병사들에게는 잠든 틈을 이용해서 도청 장비까지 체내에 이식해 두었다.

“이것으로 오딘의 움직임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만큼, 시간은 벌게 되었다고 봐야겠군요.”

최선은 오딘이 지구쪽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그게 불가능할 것을 알고 쓴 책략이었다.

제성은 내줄 수 밖에 없는 것을 무리하게 지키려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줄 수 밖에 없다면, 지키려고 들기보다는 미리 독을 섞어두는게 좋다고 본 것이었다. 신나치 계열 병사들은 오딘에게 회유되어 불타는 충성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구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오딘에게 그들은 요긴한 인재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제성은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역정보를 미리 흘려두었고, 동시에 감시 체계를 심어놓아서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간첩이 되어 있었다.

제성의 예상대로 오딘은 원기와 희연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제성의 감시가 다양한 방향으로 오딘에게 향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모르고 있었다.

제성은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었다.

“전쟁은 막을 수 없겠군요.”

“피할 수 없는 일이니, 피해를 줄이는데 전념하는게 좋습니다. 각오를 굳히셔야 할겁니다.”

“그렇겠군요. 그리고 신성 데이모니움의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그거 잘되었군요.”

원기의 말에 제성은 사무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원기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없겠군요. 예상 외의 위력을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구상에서는 중력 때문에 금속의 입자들을 완벽하게 제어하는게 어려웠다. 하지만 데이모스의 상공에 만든 제철소, 아니 제철 우주선에서는 가능했다.

그리고 그 데이모니움 광석에 나노 공정으로 마법진을 새겨놓는 연구를 했고, 그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신성력의 주입으로 강도가 약 열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역장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높은 수준의 형상기억이 가능합니다.”

제성은 그 말에 순간 당혹감을 느꼈다. 마법진을 새겨서 희연의 무기사랑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을 기대했는데, 나온 것은 말도 안되는 물건이었다.

“이게 그 검입니다. 신성력을 투입하면, 이렇게 역장이 만들어집니다.”

일본도와 같은 예리한 칼이 아니라, 검면이 넓은 서양식 칼이었다. 그런 검의 주위로 은은한 빛이 만들어졌다. 검기나 검강과는 달랐다.

“검기처럼 베는 용도로 쓸 수는 없지만, 몸을 지키는데는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검날은 높은 경도에도 불구하고 강한 탄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날이 나가도 이렇게 가루를 뿌리면 복구가 됩니다.”

데이모니움의 분말을 뿌리자, 이 분말들이 날이 부서져 나간 부분으로 모여서 다시 원상복구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건 형상 기억 수준이 아니로군요.”

높은 경도에도 불구하고 쉽게 부러지지 않는 탄성을 지녔다. 마치 철근과 콘크리트가 모여서 상승효과를 내는 것과도 비슷한 효과가 극대화 된 듯 했다.

게다가 역장을 이용한 일차 방어막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했다. 적의 공격을 약화시키고, 폭발형 공격이나 성형작약탄 같은 공격의 위력을 반감 혹은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성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형상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복잡한 기계부분은 불가능하지만, 단순한 형상은 시간과 분말만 주어지면 높은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이었다.

“물론 분말을 통한 임시 수리는 영구적인 건 아닙니다. 신성력이 끊기면 분말은 다시 분리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신성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열처리를 가하면 완전 수복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신성력의 보급인데...”

“필연적으로 유인병기가 되겠군요. 그것도 게임 캐릭터는 안될테고 성직자나 성기사가 필요해지는군요.”

제성은 원기의 근심을 눈치챘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있었다.

“우리가 꼭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좋은게 있는데, 좋은 건 나눠야겠지요.”

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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