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6화 어부지리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카 주임은 유전자 분석 결과를 가지고 장수한을 찾았다.
“예상과는 다르다고? 무슨 이야기인가.”
“늑대인간이나 흡혈귀, 엘프등 충인족과 언데드를 제외한 다양한 종족들의 유전자를 검사해 봤습니다만, 모두 인간과 100% 일치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장수한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장수한은 엘프인 엘레니아와 결혼한 사이였지만, 아이를 갖지 못했다. 그리고 그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간단히 말하면, 그들은 인간과 같은 종족입니다. 그저 신들의 힘으로 교배되어 태어난 품종일 뿐이지요. 치와와와 세인트 버나드가 같은 종족으로 보입니까? 그런 겁니다.”
오카가 단언하듯 말했다. 인간은 고작 수십년에 개들을 가지고 온갖 품종을 만들어냈다. 티컵에 들어가는 개도 있고, 그레이트 데인처럼 거대한 개도 있었다.
그걸 생각한다면, 엘프와 인간의 차이 정도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냥개와 애완견의 전투 능력이 차이가 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인간을 목적을 가지고 교배해내서 만들어 낸 것인가.’
“그럼 왜 인간과 엘프 사이에선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거지?”
“그건 제가 조사한 결과로는 태어나지 않도록 해놓은 겁니다. 신성력을 이용한 변조가 난자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신성력을 이용한 변조?”
“예. 모계 유전입니다. 미토콘드리아처럼, 신성 인자가 유전자와는 별도로 존재하는데, 이것이 미세하게 영향을 줍니다. 현재 이능력자들의 세포에서도 이것을 확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DNA는 정자와 난자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는 정자의 것은 꼬리와 함께 버려지고, 난자의 것만 사용되기 때문에 모계 유전이 되었다.
“이능력자들의 뿌리를 찾을 수 있겠군.”
미토콘드리아와 모계 유전을 통해서, 인류의 모체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것으로 아프리카가 인류의 고향임을 밝힐 수 있었다고 한다.
Y염색체를 통해서 부계 유전을 역추적한 것과도 비슷했다.
“예. 그 결과가 이겁니다. 이능력의 발생 빈도를 인종별, 지역별로 추적한 겁니다.”
“묘하군. 순수 흑인 혈통의 발생률이 제로야. 반면에 순수한 아시아인들의 발생률은 꽤 높은걸?”
장수한은 묘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북유럽계 혈통에서 이능력자들이 발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의 피가 섞인 흑인들에게서도 이능력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아시아인들에게서 다수 발생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오딘의 함정인가?’
장수한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제성에게 보고해 둘 필요성을 느꼈다. 아시아인들에게서 다수 발생했다는 것은 인위적인 면이 있었다.
“세부적인 사항에 들어가면, 미토콘드리아 추적결과 정확히 백여덟 명의 여성이 이능자들의 모체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중국과 몽골계 여성으로 파악됩니다. 일본인 이능자들의 경우에는 모두 후기 도래인에서 발견됩니다. 북유럽에 비해서 인위적인 냄새가 납니다.”
“백여덟명인가. 수호지도 아니고 좀 무리가 있어보이는군. 한번 조승상님께 말씀은 드려보지. 그건 그렇고 엘프와 인간이 동일한 호모 사피엔스라면, 어째서 하프엘프가 태어나지 않는거지?”
“혼종 테스트는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인간과 엘프의 혼혈 자체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원인은 엘프의 자궁 때문이었습니다.”
“자궁?”
“예. 신들의 품종개량 자체를 방해하는 잡종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 자궁에 잡종의 착상을 방해하는 처리가 되어있었습니다. 자궁을 사용하지 않는 엘프 공장에서 현재 인간과 엘프의 잡종이 자라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현 상태대로라면 무사히 살아날 것으로 보입니다. 테스트가 완료된 관계로, 폐기 여부를 결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장수한이 불쾌한 표정으로 오카 주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카 주임은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과학자들 중 일부는 싸이코패스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더니만, 정말 매드 사이언티스트로군.’
싸이코패스들은 실제로는 지능이 높은 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도덕심이 희박하고 브레이크가 없는 것이 유명하지만, 반사회적 행동으로 나오는 것은 극히 일부였다.
그들은 천재성을 살려 과학자로 활약하는 경우가 범죄자보다는 오히려 많다고 할 수 있었다.
“현 여신님은 품종 개량보다는 생명의 존엄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시지. 그러니 폐기같은 말은 삼가해줬으면 좋겠군.”
장수한은 엘레니아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엘레니아에게 모성애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자신과의 아이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는 않을 터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아이의 양육은 유전자상 부모인 장수한님께서 결정해주시면 될 것 같군요.”
장수한은 일시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엘프들은 프레이야 여신님의 인간체인 박원기님의 유전자를 희망했지만, 조승상님이 반대하셨습니다. 그래서 엘레니아님과 장수한님의 유전자를 사용했습니다.”
오카의 말에 장수한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금붕어처럼 입만 뻐금거렸다. 그 충격에 아시아인 가운데 이능력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보고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은 깨끗이 날아가버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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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충인족도 언데드도 참 재밌는 생명체야. 헬 여신은 대단하군. 정말로.”
연구소에서 오카는 사심없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연구를 돕는 사람들의 표정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앞에는 숨을 헐떡거리며 피를 흘리는 산체로 해체당한 생물이 있기 때문이었다.
눈 앞의 생물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여성형의 생명체였다. 인간과 다른 점은 아름다운 날개와 거대한 꼬리의 존재였다.
“두개의 동물, 혹은 세개의 동물의 유전자가 따로 검출될 줄은 몰랐어.”
보통의 유전자 채취 방식으로는 인간의 유전자만이 검출되었다. 하지만 체세포쪽에서 검색하자 결과가 달라졌다.
이들은 키메라, 혹은 공생체라고 할 수 있었다.
“인간도 엄밀히 말하면 공생체라고 할 수 있지만.”
인간 아기도 모체의 자궁 속에서 다양한 균들을 받아들이게 되어 있었다. 장내 세균 등도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었다.
태내에서 어느정도 공생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었다.
곤충형들은 뇌는 인간이지만, 대부분의 신체 조직은 곤충으로 이뤄져 있었다. 옻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이듯이 여왕들의 몸 속에서 키메라로 완성되는 것이었다.
여왕이 없는 개체들의 경우, 그런 부분에서 부족함이 존재했다.
언데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왕이 없는 바퀴벌레 종족은 인간의 부분이 적었다.
여왕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종족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여왕을 신성시하는 종족원들에게, 즐겁게 해체해서 관찰하는 오카는 어이가 없어서 화내기도 난처한 존재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여왕들의 치료 등에 기여한다는 설명에 마지못해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멋지군.”
오카는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재조립하듯이 척척 다시 끼워넣기 시작했다. 그녀의 기술은 뛰어났고, 여왕의 생명력은 강했다. 치유마법까지 병행되니 표도 안날 정도였다.
“내가 없었으면 너희 여왕은 일년도 못갔을거야.”
암세포는 치료 마법으로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이었다. 신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었다.
물론 의술을 발전시키면, 치유마법과 병행해서 치료할 수 있었겠지만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하나 하나의 인간은 그리 가치있는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세대가 교체되면서 더 강력한 개체가 나오길 기다렸다.
오카는 몸속의 노폐물과 양성, 악성 종양들을 오물통에 버렸다. 그녀는 얻은 정보를 토대로 그녀가 만들 수 있는 것들을 꿈꾸기 시작했다.
“기르는 생체 리베로도 좋을 것 같군. 인간의 뇌를 가진 생체 리베로라. 그것도 매력적이야.”
그녀의 눈길이 칠뇽이에게 향하자, 칠뇽이는 어쩔줄을 몰랐다.
‘왜 하필이면 오늘이냐뇽.’
당번제로 오카를 상대하던 터라, 오늘 오카를 맡게된 칠뇽이는 귀여운지 징그러운지 애매하게 되어버린 뇽어미가 붙은 오덕어를 자연스럽게 구현하며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너희들은 내가 더 강력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거야. 날 믿고 맡기렴.”
오카의 사랑스럽다는 표정에 칠뇽이는 절망했다. 인간을 비롯해 다양한 유전자를 섞어 만든 시사라보다, 유전자 자체가 다른 여러 종의 동물들을 붙여 만든 헬의 충인족이 더 뛰어나다는 생각에 오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충인족 해부를 통해 넓어진 시야를 살려서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단일 유전자 개체라니. 내가 만든 것 치고는 부끄럽군.’
오카 주임의 눈빛이 의욕으로 불타오르는 것을 보면서 칠뇽이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칠뇽이는 괜찮다뇽. 제발 살려달라뇽. 관심없다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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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얼 요구할거라 생각하나? 어디까지 알아보고 왔지? 조제성 승상? 드론 뒷편에 자네가 있을거라 난 알고 있다네.”
오딘이 웃으면서 한국어로 말했다. 오딘의 여유있는 미소에 조제성은 쓴 웃음을 지었다. 오딘 역시 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재밌는 재료로군. 꽤 강력해. 하지만 자네가 원하는게 시간이라는 걸 아는데, 내가 시간을 줄거라고 생각했나?”
“물론입니다. 주실 겁니다.”
조제성이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오딘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난 자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런가요. 전 친근감이 느껴집니다만.”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오딘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자네는 아무리 생각해도 적이 될 수 밖에 없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전 친구보다 적을 더 좋아합니다. 부담없이 잡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적을 살찌우기를 좋아합니다.”
조제성의 말에 오딘은 피식 웃었다. 조제성의 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야.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필요로 하듯 적은 필요하지. 나는 적을 사랑한다네. 숨통을 끊는 순간을 가장 사랑하지.”
“저도 그렇습니다. 오딘님의 숨통을 끊는 순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자네도 꽤 나쁜 놈이로군.”
“아니지요. 전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선함은 악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정의로움은 악을 필요로 하지요.”
“악이 아니라 적이겠지. 속물같으니.”
오딘과 조제성은 의기투합한 사람들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대화들은 평범한 환담같았지만 서로를 탐색하는 눈이요, 상대의 약점을 도려내는 칼날과도 같았다.
오딘과 조제성은 닮은 꼴이었다.
조제성의 강점도 적지 않았지만, 오딘의 강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정말 지치는군.’
조제성은 땀을 흠뻑 흘렸다. 하지만 재밌다는 감정도 부정하지 않았다. 의기투합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로를 잘 알 수 있기에 서로를 분명한 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아군이 아니라 적으로 존재할 때 의미있는 존재였다.
“좋아. 내가 졌네. 자네 뜻대로 될거야.”
오딘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기분 좋다는 듯 말했다. 조제성도 분명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오딘에게 빼앗긴 것은 적지 않았다.
지구로 갈 수 있는 통로의 제공이 그 하나였다.
지구, 곧 미드가르드와 아스가르드를 연결하는 현재의 통로는 블러디 라인을 경유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지구쪽 통로에는 플레이어의 왕래가 금지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구의 물자와 인간들은 통과가 가능하지만, 게임 유저들은 지구로 올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발키리들은 블러디 라인에 들어서는 순간, 자동적으로 유저로 등록되어 버리게 되어 있었다. 현재 블러디 라인에서 고립된 발키리들의 수가 세 자리에 달하고 있었다.
블러디 라인에서 지구로 갈 수 있는 게이트는 길드 방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확실한 보안 대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조제성의 양보가 크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이미 전쟁 포로들이 발생했다. 전쟁 포로 뿐만 아니라 오딘을 추종하는 적극접 협조자들도 다수 나왔다. 오딘은 이미 지구의 기술력을 알게 된 상태였다.
중요한 것은 다음 조건이었다.
“자네와 마찬가지로 나도 어설픈 아군보다 적을 더 좋아하지. 조건은 이거다. 1년 내에 티르를 쓰러뜨려라. 그동안은 내가 손을 대지 않고 참아줄 수도 있다.”
“1년 입니까. 그리고 참아주실 수도 있다는 거로군요.”
“그렇지. 녀석이 내게 구원을 요청할 수도 있지 않겠나.”
오딘은 확답을 내지 않았다. 티르가 구원을 요청한다면 참전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었다. 싸우지 않으면 쳐들어 오겠다. 싸움 도중에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은 오딘도 마찬가지였다.
로키와 지구의 연합군을 격돌시키고, 티르와 프레이야를 격돌시킬 생각이었다.
그 과정에서 정보를 얻고, 오딘 스스로는 지구의 기술을 받아들여 접목시킬 생각이었다.
“언제든 찾아오는 것을 환영해주지. 승상.”
오딘은 미소지으며 드론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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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잊혀진 별의 신화 - 4
“상황은 어찌되었나?”
“지극히 순조롭습니다. 기습은 성공했습니다. 적들은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청127번기 반파. 301번기 침묵. 304번기 완파. 501번기 반파 퇴각.”
쉴새없이 전황 보고가 올라왔다. 대형 센서판은 레이더와 마찬가지로 빛을 깜박거렸다. 플라나 센서와 에너지 센서를 결합시킨 것이었다.
“새로운 적 반응입니다. B3급 기체 다섯 기가 전장에 합류합니다.”
“B3급이라고? 적도 궁했나 보군.”
플라나는 S, A, B, C, D의 등급으로 갈랐다. D는 일반인을 의미했다. 신전에 서약하면서 성기사, 혹은 신관의 능력을 받아서 플라나를 사용하게 되는데, 일반인들의 경우 보통 B급으로 각성했다. 반면 C급의 경우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이들로, 이들이 신관이나 성기사가 될 경우 A급, 혹은 S급으로 성장했다.
북제국의 실버 나이트들은 각 제후들의 친위 기사단으로 전시에 최대 99명의 리베로를 편성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301번기는 로나 공작가의 기사 단장으로 S5급의 리베로를 사용하는 유명한 검사였다.
남제국의 경우에는 국가 기사단만 존재했으며, 동서남북 사방 기사단과 근위 기사단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각 999기까지 편제가 가능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물론 현 시점에서 남제국의 사방 기사단은 총 800기였다.
“적들을 육안으로 확인했다는 보고입니다. 적은 423, 426, 429, 445, 447번이라고 합니다.”
“사백번 대의 등장인가.”
400번 대는 남쪽의 변경백인 브랜드가의 기사단을 의미했다. 브랜드가의 리베로들에게 북방 방면의 흑기사단이 매번 쓴 맛을 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을 상대하는 동방기사단의 기체들은 최소 A급에 5급 기체들이었다. 상식적으로 전투가 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린아이와 어른의 차이나 다름없다. 가볍게 눌러버려라. 그건 그렇고 적룡제는 대체 뭘 하고 있지?”
“센서 범위 밖입니다. 위험한 적과 대치중이라고 합니다.”
황제는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적룡제의 강함은 격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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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가 누군지는 말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자네 파트너가 영혼이라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면 말이지.]
[그렇겠지요. 당신은 제가 왜 이렇게 되어있는지 아십니까?]
손호는 레이니의 떨림이 느껴졌다. 복잡한 감정이 숨어있었다. 레이니는 상대를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이라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었다.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여기고 있어.’
[이야기가 길어질 듯 하군. 천천히 이야기하는게 좋겠지. 내 임무는 보다시피 적의 배제다. 레이니, 너는 적이 아니지만 네 파트너는 적이로군. 죽여줬으면 좋겠군. 아니 내가 죽여주는게 좋을까.]
여성형 리베로가 검을 들어올렸다. 레이니의 두려움이 강하게 느껴졌다. 필패가 분명하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멈추세요. 전 당신을 거스를 생각은 없습니다만, 당신을 무작정 따라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주인은 프레이야 여신님입니다.]
“레이니. 난 싸워 보겠어.”
[넌 입 다물고 있어.]
레이니가 강하게 말했다. 그것은 무시라기보다는 걱정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하지만 손호 역시 싸워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전 중이었다. 지금도 아군이 전투중이었다.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죽더라도, 싸우다 죽어야 했다.
[전 바니걸 통신을 듣지 못했습니다. 정신이 들어보니 저는 정령이 되어있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그렇군. 간단히 말하지. 바니걸 통신은 없다. 그리고 바니걸은 봉인되셨다.]
[그, 그런.]
레이니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말한 상대를 생각해보면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여신의 휴면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랬다면 지금 눈앞의 그녀가 눈을 뜨고 있을 리가 없었다.
자신만 버려진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꼈다.
“바니걸? 그게 누구지?”
손호가 물었지만, 레이니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충격이 컸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거지요?]
[알고 싶다면, 나를 따라라. 그리고 그 자를 빨리 처리하는게 좋겠지.]
레이니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레이니의 뜻에 따라서 손호의 리베로 적룡제가 손을 치켜들었다. 손호는 그 손짓이 뜻하는 것을 깨달았다. 레이니가 자신을 버린 것이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강한 충격이 일어났다.
잠시 기다린 그가 눈을 떠보자, 리베로의 손은 조종석이 아닌 시사라 하트를 쥐고 있었다. 동력이 끊어진 그의 리베로는 더이상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걸로 그는 더이상 장애가 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인정해 주지. 좋아. 내게 와라.]
[미안. 이제 네 적이 될지 모르겠다. 그땐 날 봐주면 안된다.]
레이니의 당부에 손호는 분루를 삼켰다. 뭔가 외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이니가 떠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손호는 이를 악물어야 했다. 그녀는 그의 연인이 될 수 없었다.
그녀를 그런 식으로 사랑한 적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사부이자, 어머니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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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셨을 겁니다. 이제 질문에 답해 주시지요. 대체 누가 바니걸 여신님을 봉인한 겁니까.]
레이니는 강한 분노를 품고 말했다. 그녀의 분노와 적의는 여신의 적에게 향한 것이기도 했다.
[조승상. 조제성 그자가 여신님을 봉인했다. 그자를 찾지 못하는 한, 그분은 영원히 볼 수 없게 될거야.]
[그럴리가!]
레이니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하지만, 동시에 드는 생각은 과연 누가 여신을 봉인하는게 가능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그 대상은 조제성 그를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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