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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478화 (478/497)

478화 지기지피

개량종 엘프, 천족의 탄생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엘프들의 불만은 없었다.

아스가르드에서 종족 개조는 신족들에게 있어서 생존전략이며 유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엘프들에게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천족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천족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이 탄생했다.

바로 인체 개조였다.

장수한과 오덕들은 기술자들과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구현해 나갔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3차원 마법진이었다.

판타지 매니아인 찬균은 프라나를 마나로 부르기를 선호했는데, 마법진은 프라나의 흐름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전기가 흐르면서 여러가지 효과를 끌어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철저히 학문적인 형태로 연구해왔고,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상이었다.

가장 큰 성과는 다층형 마법진이었다.

3D프린터를 이용해서 금속을 뽑아내면서, 마법진을 새겨 넣는 과정에서 층마다 다른 마법진을 넣은 것이었다.

마법진간의 간섭과 에너지 분산에 의해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일종의 3차원 마법진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에너지 효율은 100%를 넘어가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군요.”

“당연한 것 아닌가, 프라나도 일종의 에너지인만큼 물리법칙에서 벗어난 존재는 아니지.”

의지가 그대로 프라나에 반영되는 신들의 신성능력은 100%에 한없이 가까웠다. 그리고 에인페리아를 비롯한 이능력자들의 효율은 삼할가량, 반신급 이능자들이 50%에서 80%를 오갔다.

그리고 2차원 마법진이 1할 정도라면, 3차원 마법진은 현 시점에서 5할에 가까운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걸 몸에 새겨 넣는 것은 어떨까요?”

찬균의 한마디에 장수한의 눈이 크게 뜨였다. 타투 형식으로 마법진을 몸에 새겨넣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효율이 그리 좋지 못했다. 파손되기도 쉬운 편이었다.

“그래. 우리에겐 3D 프린터가 있었지.”

프레이야 진영에서는 신성력과 현대문명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장기 공장이 있었다. 장기를 세포 하나에서 배양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뼈 세포와 근육 세포, 신경세포, 지방세포 등을 각각 배양해서 프린터로 장기의 형태를 구현하고, 치료마법으로 완성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사각형 간이라든가, 8기통 자동차 엔진형의 심장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식용 고기를 만드는데도 사용될 수 있었다.

찬균은 만화고기라는 것을 만드는데도 사용해서 만찬장에서 내놓은 적도 있었다.

타투는 피부 표면에만 만들지만, 뼈부터 근육 내부에 마법진을 구축해 넣는 것이 가능했다. 깊은 상처를 입지 않는 이상, 마법진의 손상도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3차원 마법진의 효율은 일반적 이능력자 이상이었다.

“잘만하면, 능력자를 원하는데로 양산할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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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안건인가. 자네들도 참 대단하군.”

조제성은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상식적인 어른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없는 것들을 마구 양산해 내고 있었다.

찬균과 호철은 황당한 아이디어를 마구 내놓으면서 그저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면, 장수한은 그 가운데에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추려내고 구현하는 재능이 있었다.

“방어의 왼팔과 공격의 오른팔이라니. 재밌군.”

“왼팔에는 바리어의 능력과 오른팔에는 공격을 방출하는 능력을 넣었습니다. 복잡한 능력은 구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팔을 뻗는 것만으로 능력이 발동하게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왼팔로 오른팔의 손목을 잡는 것으로 에너지를 공격에 집중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물론 그 역도 가능합니다.”

장수한의 말에 조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프라나 에너지는 인간에게 충전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성기사들이나 신관들은 자기 고유 이능을 가지고 있지 못해도, 부여받은 프라나를 이용해서 신체를 강화하고 사람을 치유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사용하는 것이 아티팩트들이었다.

반지나 방어구 등을 통해서 구현하는 것이다. 반면에 몸속에 이식한다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아티팩트가 고안되었습니다.”

장수한이 화면에 띄운 것은 기역자 모양의 파이프 같은 것이었다. 용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총과 검을 함께 하는 것이겠군.”

“예. 에너지 방출을 제어해주고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프라나 에너지 방출의 경우 적을 양손으로 힘껏 밀어내는 정도입니다만, 한 점으로 모으면 곡괭이로 내리치는 정도의 관통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호철이 녀석의 아이디어일 것 같군.”

“잘 아시는군요.”

조제성은 굳이 반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꽤 쓸만한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팔과 다리를 마법진을 포함해 만든다는 것은 이식을 필요로 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멀쩡한 팔다리를 자르고, 새로운 팔다리를 이식한다니 거부감이 들겠는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일단 엘프들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리디아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디아 전하가?”

조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리디아는 조제성이 물러난 뒤의 제국을 이어받을 통치자였다. 전투원이 되어서는 안되었다.

“어쩔 수 없나.”

조제성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프레이야 여신 자체가 남을 지배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명령을 내리는 쪽보다는 명령을 받는 쪽을 선호했다.

안전한 곳에서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위험에 맞서 피를 흘리는 쪽을 원하는 여신의 성향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리디아가 막후에서 많은 활약을 하기는 했지만 그녀가 그런 역할보다는 여신 곁에서 보좌하는 일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제성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강력한 이능 ‘배가교환’을 가진 그녀는 이능 엑스칼리버를 터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투 요원이 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엘프들의 진로 조사를 해봤습니다만 결과가 좀 의외였습니다. 1위가 청소부였습니다.”

“청소부? 엘프들이 결벽증이 있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엘프들은 아스가르드의 인간들보다는 깔끔한 편이었지만, 현대인들에 비하면 위생관념이 희박했다.

신성력에 의한 치유력 같은게 있다보니, 썩은 음식도 잘 먹고 벌레들도 좋은 식량이었다. 생존의 엑스퍼트라고 할 수 있어서, 현대의 생존전문가도 저리가라 할 수준이었다.

“특히 지망하는 것은 화장실 청소 담당이라고 하는군요. 아마 그 바퀴사건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 그 바퀴 사건이군.”

헬 여신이 되면서 냉정함과 완벽함을 한층 더 갈고 닦은 희연은 늘 냉정침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녀가 아주 드물게 인간적인 모습과 소리를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다.

오덕들이 프레이야 궁전의 화장실 청소를 바퀴족에게 맡긴 것이었다. 짐에서 땀을 흘리고 여자 화장실을 찾은 그녀는 화장실 청소를 위해서 화장실에서 복작대는 거대 바퀴벌레들과 만난 것이었다.

화장실 청소에 과도하게 많은 인원을 투입한 탓에 화장실 안이 꽉 찰 정도였다. 희연은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소리를 듣고 황급히 뛰어온 프레이야 여신은 보기 드물게 화를 냈다.

희연을 위해서는 아니었고, 바퀴벌레라는 이유로 놀림감이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따돌림, 소외 등에 민감한 원기는 바퀴벌레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서 인사를 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굳은 일을 기꺼이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바니걸 통신을 통해서 전해진 것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꽤 좋은 일이었지.”

“하지만 자라나는 엘프 아이들이 꿈을 작게 갖는 것은 좋지 않아보입니다.”

장수한의 말에 조제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꿈을 크게 가지라는 소리는 헛소리야. 꿈을 크게 갖는게 대체 뭐가 좋은가.”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꿈은 크게 가져야...”

“자네들이 평소에 자유로운 발상을 갖고 있기에 좀 다를 줄 알았네만. 유사이래로, 아니 유사 이전부터 인간이 갖는 가장 자연스러운 꿈은 부모를 닮는 것이지. 농부의 아들이 부모를 존경해서 농부가 되고, 광부의 자식이 부모를 따라서 광부가 되는게 정상이야. 모두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세상이 비정상이지.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서, 부모처럼 되고 싶어하는 세상이 올바른 세상이야.”

“하지만 광부의 자식이 광부가 된다는 것은...”

“그게 잘못된 차별 의식인거지. 광부라는 직업도 사회에 있어서 꼭 필요한 직업일세. 그런데 광부들이 일한 만큼 댓가를 받지 못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 그들은 불행한걸세. 그러니 자기 자식은 대통령이나 판검사가 되기를 원하는걸세. 광부들의 건강과 휴식을 챙겨주고 정당한 댓가를 받는다면, 광부들은 자기 자식이 자신을 따라서 광부가 되기를 원하게 되겠지. 꿈을 크게 가지라는 말 뒤에는 직업의 차별이 깔려있는거야. 모두가 대통령이 되려는 사회는 병든 사회인거지.”

“듣고보니 그런 면도 있군요. 북유럽에서는 굴뚝 청소부가 존경받는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서, 사람들은 현 사회체제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일종의 세뇌라고 할 수 있지. 자네라면 그것에서 좀 더 자유롭기를 기대하고 있네.”

장수한은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조제성의 뜻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조제성은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승상님이야말로 꿈이 크시군요.’

장수한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꿈도 잘 꾸는 사람이 꾸는게 좋았다. 1등이 되는 꿈이나 세계정복같은 꿈은 그냥 크기만 클 뿐 질적인 가치는 없는 것이다.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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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지뢰를 매설하는 건가.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군. 조승상.”

오딘은 핵지뢰를 매설하는 현장을 위성으로 감시하면서 피식 웃었다.

“어떻게 대처하는게 좋을까요.”

“모르는 척 속아 넘어가주는게 좋을거야. 우리가 알아채고 어떤 반응을 보인다면, 놈은 그걸 통해서도 정보를 얻게 될테니까. 그리고 조승상의 카드가 이것 뿐일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

오딘은 미소를 지었다. 오딘은 조제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조제성이 눈치채기 전, 오랫동안 관찰해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녀석의 장점도 약점도 잘 알고 있지. 녀석은 나와 닮았거든.”

오딘은 그렇게 말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육체를 갖지 못한 자들은 통과시키지 않는 블러디 라인이라는 필터를 오딘은 일찌감치 통과한 상태였다.

방법은 간단했다. 육체를 갖으면 될 뿐이었다.

오딘은 에인페리아를 만들어서 자신의 인격 일부를 심었다.

원격 통신은 되지 않지만, 지구에 보내고 돌아오면 인격을 흡수, 재통합 함으로써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약점이라니, 그건 뭡니까.”

마찬가지로 인간의 모습을 한 지크프리드가 물었다. 그는 분신 따위가 아닌 본체로 존재하고 있었다.

“녀석은 약점을 만들지 않아. 그게 바로 약점이지. 녀석과 티르의 싸움은 볼만할 거야. 그리고 난 그 틈에 이쪽을 공략해 두면 된다. 이 얼마나 좋은가. 탐욕의 시대가.”

오딘이 눈독을 들인 것은, 바로 축출당한 독재자들의 자손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광을 되돌리고 싶어했다.

독재자들은 자신의 나라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으며, 자손들이 그것을 이어받는 것도 당연하게 여겼다.

언젠가 아버지의 재산인 조국을 이어받으리라 생각했던 후손들이 그것을 그리워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오딘은 이미 많은 나라에 협조자를 만들어 둔 상태였다.

“역시 프레이야는 살아있다고 봐야할 것 같군.”

오딘은 자료를 검토해보고 그와같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절대 소멸의 화살을 맞았습니다.”

“분신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분신이 파괴된다고 본체가 사라지지는 않지. 지금의 나처럼 말이야.”

오딘은 조금은 탐탁치않은 표정을 지었다. 본체와 정신이 연결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화감 때문이었다.

“헬 여신이 살아있다면, 좀 상황을 봐야 할 것 같군.”

오딘이 본 것은 희연이 등장한 화장품의 포스터였다. 동양, 특히 한국의 화장품이 유럽에서도 팔리면서 나온 현상이었다.

그리고 희연, 프레이야, 연하는 전세계적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대중적이지 않은 특별한 브랜드, 브리싱가멘의 모델이기도 했다.

조제성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들이 오딘의 시야에 들어가고 있었다.

오딘은 그 카드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오딘의 평가에 있어서 조제성은 양파같은 인물이었다.

까도 까도 끝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오딘과 같은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는 이겨두고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도박을 싫어하고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큰 위험에 따르는 큰 이득이라는 것도 세상에는 존재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싸워서 승리하는 자와, 이겨놓고 싸우는 자 간에는 장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티르는 싸워서 이기는 자였다. 오딘도 쉽게 볼 수 없는 저력이 있었다.

토르는 강하지만, 오딘은 그를 지모로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티르에게는 그의 지모가 잘 먹혀들지 않는다.

제성이 티르에게 타격을 입어도, 티르가 제성에게 타격을 입어도 오딘에게는 유리한 결과라고 볼 수 있었다.

아스가르드에 제성의 눈을 두게 하고, 이 미드가르드에 진정한 기반을 만드는 것이 오딘의 목적이었다. 탐욕스러운 인간들이야말로 오딘의 지지 기반이었다.

“한번 헬 여신을 건드려 봐야겠군.”

오딘은 희연의 포스터를 보면서,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각, 제성과 수한은 연합군에서 얻은 원정대를 이끌고 티르와의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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