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9화 포문이 열리다
아스가르드 정벌은 단일 국가의 정벌로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판단을 각국 수뇌부들은 내렸다.
일단 아스가르드의 존재 자체가 아직 일반인들에게 비밀로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대규모의 인적 자원을 동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몇몇 국가들끼리 합종연횡하여 연합군을 구성했다.
중국이 주도한 중화 연맹, 일본이 주도하는 극동 연합, 그리고 북미에서 주도하는 아메리카 연합, 유럽 연합등이 주된 세력이지만, 다른 군소 세력들도 존재했다.
국가의 이해관계보다는 신이 된 자들의 성향이 크게 좌우한다고 할 수 있었다.
신이 되는 자들은 제한없는 수명과 강력한 권능을 갖게 된다. 그런만큼 경쟁률이 치열했다.
기득권자들이 얻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맹목적인 추종자들을 거느린 독재자의 후예들이 그 후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일제시대 전범의 후예들은 자연스럽게 일본의 극동 연합을 지지했다.
“극동 연합이 의외로 적극적이군요.”
“인간은 말이야, 개처럼 무리를 짓는 동물의 본능을 가지고 있지. 강자에게 붙어살고자 하는 본능이 있는거야. 그 본능을 이성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저 꼴이 되는거지. 약자를 물어뜯고 강자에게 맹종하며 착취당하는 개의 길을 걷게 되는거지. 그게 행복이고 정상이라고 믿는거야.”
조제성은 냉혹한 눈으로 극동의 전투원들을 바라보았다. 극우파의 행동대원들이 중심으로 이뤄진 군대였다.
저런 녀석들이 줄어드는 만큼 세상은 좋아질 거라는 생각이 조제성의 머리를 스쳤지만, 상관 없었다.
그는 지구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이런 부분에서는 형님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게 참 비극적이군.’
장수한은 조제성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야말로 인류를 마음 속으로 거부하는 자, 그로 인한 이능 ‘이종족 사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에 대한 실망이 인간이 아닌 종족에 대한 열망을 만들어 준 것이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얌전히 떠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거지.’
조제성은 엘프들을 토대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고 있었다. 동물적 본능은 극히 희박하고, 이성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종족인 엘프는 조제성이 생각하는 이상 사회를 이룰 구성원으로서 더할나위 없었다.
“인류는 말이야, 메뚜기랑 똑같아. 일정 숫자가 될 때까지는 얌전하지만 포화상태에 이르면 난폭해지지. 전쟁이라도 일어나서 숫자가 줄어들면 얌전해 지고, 평화나 평등을 이야기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지. 스스로를 자멸로 이끄는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는거야.”
애초에 조제성은 인류애 따위는 가져본 적이 없었다. 어떤 외국인이 한국인을 표현하기를 ‘사교적인 소시오패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도덕적이지도 않고 지극히 이기적이며 공격적이지만, 사람들을 사귀기 좋아하고 어울리기 좋아하는 사교적인 면이 있어서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조제성 역시 소시오패스적인 면모가 있었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만 이기적이고 공격적이었다.
‘소시오패스보다는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르겠군.’
다만, 조제성의 지능은 지극히 높았다. 그는 자신이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앞날을 오래 내다볼 줄 알았다.
근시안적인 이기주의와 먼 앞날을 내다보는 이기주의는 전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먼 앞날을 내다보는 이기주의는 이타주의와도 닮아 있었다.
“전력은 충분해 보입니다. 티르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는군요.”
극동 연합과 중화 연맹은 동시에 티르의 영역에 대한 침공을 개시하기로 되어 있었다.
중화 연맹은 남방에서, 극동 연맹은 서쪽에서 동시에 상륙하여 티르의 영토를 해방시키게 되는 것이다.
백성들과 영토는 해방시킨자의 소유로 인정하기로 되어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영토는 유라시아 대륙과 맞먹었다. 티르의 영토만 해도 중국과 비슷한 영토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살 수 있는 성역의 범위는 좁고, 풀도 없는 황무지지만 충분한 식량이 공급되면 인구를 늘리고 성역을 확장함으로서 충분히 개척가능한 토지들이었다.
상륙 작전은 성역이 존재하는 항구를 피해서 황무지에 상륙하는 것으로 깨끗하게 완료되었다.
“우리 측 병력의 배치는 어찌되었지?”
“연하양을 중심으로 한 엘프 리베로 부대가 그들의 지원을 위해 나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력은 미사일 드론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가장 핫한 병기 중 하나가 미사일 드론이었다. 쿼드 콥터, 혹은 옥타 콥터 형태의 발사장치에 미사일을 결합시킨 것이었다. 상공을 쿼드콥터형 발사장치로 날아다니다가, 표적을 발견하면 발사장치와 분리된 미사일 본체로 타격하는 개념이었다.
위력도 좋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싼 편이라서 대량생산된 무기 중 하나였다.
“그래. 가장 무난한 병기지. 이걸로 끝나면 좋겠지만,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그러고 보니 상대가 신이로군요. 신과 싸우다니 뭔가 중이병스러운 전개입니다. 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군대는 약 오천, 기마병들입니다. 복색이 지금까지 본 것과 다르다고 합니다. 엘프들이 처음 보는 장비라고 합니다.”
토르 역시 현대 군대를 적으로 둔 상태에선 숨겨둔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었던 듯했다.
“화면으로 돌리겠습니다.”
거대 모니터에 정찰병인 엘프의 시야가 비춰졌다. 게임 캐릭터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었다.
“저건...아무리 봐도...”
“역시 그랬나.”
화면에 비친 군대의 모습은 고대 중국 병사들을 판타지 풍으로 어레인지 한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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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군. 2차세계대전 당시의 폴란드 기병도 저정도는 아니었겠어.”
“방심하면 안됩니다. 적들은 초능력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초능력이라. 대단하기는 하지. 하지만 어차피 한계는 명확하다. 하지만 우리의 이 신형 전차 야스쿠니를 당해낼 수는 없지.”
야스쿠니는 일본의 신형 전차였다. 미카도의 세례를 받은 신관 세명을 탑승시키고 신성합금으로 전체를 두른 대형 전차였다.
미사일 드론들을 조종하는 역할도 맡고 있었다.
일본 병사들은 이 미사일 드론들을 자기들끼리 ‘판넬’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건X리움’장갑에 ‘판넬’로 무장한 무적의 병기라며 서로 농담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겐의 경우에는 조제성이 일본측에 제공한 신성합금과 마법진으로 만들어져서, 핵병기의 공격에도 직격만 아니라면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상태였다.
지구상의 병기로는 파괴가 불가능에 가까운, 무식한 병기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신성합금이라고 해서 손상을 입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1센티미터 두께로도 1미터 두께의 장갑판에 맞먹는 방호력을 갖고 있었다. 그것을 몇십센티미터나 두른 무식한 물건이었다.
전차로서는 특이하게 신사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것이기도 했다. 조제성에게 비싸게 사들인 신성 금속때문에 양산은 할 수 없었다.
전함처럼 각각 이름이 붙여져서 이즈모, 야스쿠니, 아사쿠사의 세대가 건조되었다. 그 중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야스쿠니신사의 이름을 딴 야스쿠니였다.
지상 전함이라고 말해도 좋을지 몰랐다. 신관과 무녀들을 다수 태울 수 있도록 거대하게 만들어진 몸체에는 2연장 150미리 활강포가 장착되어 있었고 원격조종되는 작은 터렛들도 다수 장착되어 있었다.
무적의 방어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야스쿠니의 주위를 90식 전차 3개 중대가 호위하듯이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일본의 대형 리베로들과 소형 리베로들이 따르고 있었다.
“우리가 질 수 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군.”
지휘관의 말에 전차 승무원들이 미소를 지었다. 야스쿠니의 내부에 탑승한 이들은 모두 신관, 곧 이능력자들이었다. 그리고 전투 헬기 사이코 닌자에도 다수의 예지 능력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그들의 예지에도 적들이 딱히 위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고 있었다. 승리는 맡아놓은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좋아. 일단 미사일 드론의 실전 테스트에 들어간다. 저런 놈들 상대로 아깝기는 하지만 써 봐야겠지. 1번부터 20번까지 지정 타겟을 향해 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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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우리가 떠나온 미드가르드의 무기란 말인가.”
“굉장하군요. 저로서는 도저히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로 세상이 바뀐 듯 합니다.”
“하늘을 떠다니는 병기라니, 성가신 물건이로군요. 군사께서는 대책이 있으신거요?”
아름답고 긴 수염을 지닌 거구의 무장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운장을 연상시키는 수염이었지만, 그의 인종은 백인이었다.
백인이지만 흑안 흑발이라는 점이 묘한 인상을 주었다.
“안그래도 제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늘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지요.”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미모의 여성이 학우선으로 어깨를 털며 말했다. 하지만 자신없는 듯한 말과는 달리 자신감에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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