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화 중길
“상대의 이름은 제갈량이로군요. 생각과는 달리 미인이네요.”
경마에 미친 일본인 우마로가 각성한 능력은 게이머의 ‘눈’이었다. 상대의 스테이터스가 게임처럼 보이는 능력이었다.
의외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서는 볼 수 없는 능력이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게임 화면‘만’ 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게임식의 화면 표시가 편하고 좋다는 것은 알지만, 그게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은 할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마토베 우마로는 경마를 좋아해서, 경마장에서 죽치고 살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경마가 안열리는 시간에는 틈틈이 온갖 종류의 경마 게임을 즐겼다.
경마 게임을 즐기다보니, 실제 경마를 보면서 늘 생각하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왜 현실에선 게임처럼 스테이터스를 볼 수 없는 걸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나름대로 경마를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 노력했다. 말의 모습을 보면서 나름대로 스테이터스 화면을 머리속으로 그려갔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말들과 기수들의 모습이 게임화면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경마장에서 그는 잠시 재미를 보았지만, 그가 몰랐던 사실은 신성력을 감지하는 장치가 경마장 등에 보급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능력을 사용한 사기도박죄로 체포되었고, 일본군 특수 정보부에 배속되었다.
이능력자들을 범죄를 저지르도록 방치 혹은 유도하고, 그것을 빌미로 그들의 자유를 빼앗고 국가의 자산으로 사용하는 전략은 이미 많은 나라들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상대방을 보는 것만으로 대략적인 스테이터스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은 극히 귀한 것이었다. 이능력자가 넘쳐나는 전장에선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상대의 이름과 역량을 알아내는 능력은 특별한 것이었다. 육안으로 봐야 한다는 한계점은 있지만, 카메라와 모니터와 같은 방식이 아닌 잠망경이나 유리를 통해서 보는 상황에서는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었다.
그는 요새 전차 야스쿠니 내에서 전장의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신성력을 제외한 스탯은 평범합니다. 다만 신성력은 미카도의 열배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이들은 관우와 조운이고 스탯은 모두 최대치입니다. 그리고 신성력은 제갈량과 비슷합니다.”
그가 보는 정보는 말을 기준으로 잡혀 있어서 육체적 능력의 최대치는 경주마의 두배 가량 되는 편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라는 거로군. 당연한 거겠지. 전차의 상황은 어떤가?”
“아직 괜찮습니다. 다른 전차들도 아직 무사한 듯 합니다.”
“좋아. 퇴각하면서 전 화력을 퍼붓는다. 정보 수집을 계속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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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이 다시 거세어 졌군요. 혹한의 추위로는 저들을 무력화시킬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전차라는 것들은 골치가 아프군요.”
제갈량이 학우선을 부채처럼 흔들며 말했다. 공격헬기와 드론들은 강풍에 휘말려서 전멸한 상태였다.
그리고 리베로들은 강풍 피해도 많이 받았지만, 물과 얼음의 공격에도 영향을 크게 받았다. 관절부가 굳어서 잘 움직이지 못했고, 조종석에도 추위의 영향을 받았다.
반면 전차들은 폭풍의 피해는 거의 받지 않았으며, 눈과 얼음에도 그리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들은 시계가 맑아지자, 일제히 포연을 뿜으며 공격을 개시했다. 일부 살아남은 리베로들도 리베로용 기관포와 미사일 런쳐로 공격을 개시했다.
“역시, 폭발형 탄환이나 작은 탄환들은 필드 바리어를 관통하지 못하는군요.”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필드 바리어는 간단하게 뚫리는 특성을 지녔다. 다만 통과시키면서 대부분의 운동에너지를 빼앗았다.
물보다 조금 단단한 느낌의 막이지만, 고속으로 날아오는 미사일들은 부딪치면 충격으로 폭발해버렸다. 그리고 총알들은 힘을 잃고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관통하는 것은 오직 전차들의 철갑탄 뿐이었다.
“저 무기는 확실히 필드 바리어로는 막지 못하겠군요. 하지만 조운님의 방벽은 못뚫는 것 같습니다.”
조운이 세운 투명한 방벽에 철갑탄들이 부딛쳐 부서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한번 저 탄환의 위력을 보고 싶군요.”
제갈량의 말에 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관우의 눈짓에 한 명의 기병이 경례를 붙이고 앞으로 말을 몰아 나갔다. 조운의 방벽을 피해서 앞으로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빗발같이 날아오던 철갑탄 중 하나가 그의 몸에 적중하자 그는 총알처럼 튕겨서 조운의 방벽에 부딛치고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곧 일어났다. 그리고 말에 올라탄 다음 제 자리로 귀환했다.
“과연 강력한 탄환입니다만, 관우님의 기운을 뚫치는 못하는군요. 하지만 그냥 맞으면 에인페리아도 즉사를 면치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갈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길이라는 점괘가 미심쩍기는 하지만, 충분한 정보를 모았다. 관우의 능력은 수하들 모두에게 엑스칼리버를 능가하는 강력한 강기를 두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공격력이 적들의 전차에 통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정보는 모였습니다. 이제 저 자들을 유린하도록 하지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갑자기 제갈량의 몸이 휙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가 있던 자리에는 발목만이 연기를 뿜으며 남아 있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탄환이 제갈량을 박살내버린 것이었다.
“조운!”
관우의 일갈과 함께 조운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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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야.”
연하는 저격에 성공한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리베로용 대물 저격 라이플의 총열을 분리시켰다.
전차포의 철갑탄 이외에는 거의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보호망을 뚫을 수 있었던 것은 전차포와 거의 동급, 아니 그 이상의 공격렬을 가진 리베로용 대전차 저격 라이플 덕분이었다.
문제는 이 대전차 저격 라이플의 경우, 총신이라고 부르지만 전차용 강선포와 동급의 물건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리베로 한두대로서는 전투는 커녕 운반조차 힘들다는 점이었다.
88미리 71구경장의 총열은 약 4톤, 총신까지 합하면 6톤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리베로의 화력으로서는 지나치게 과한 화력이지만, 전차 혹은 동급의 병기를 파괴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된 물건이었다.
총열을 받치는 유압식 삼각대를 이용해서 배치된 자리에서 사격만 가능했다.
연하의 리베로는 재빨리 총열을 분리하고 이동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총열을 분리하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이미 조운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당했다.’
텔레포트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보통은 송신용 전이진과 수신용 전이진 사이를 이동하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공간이동 능력자들은 송신용 전이진이나, 수신용 전이진 없이 이동할 수 있는데, 이를 공간도약이라고 불렀다.
공간도약은 거리상의 제한이나 환경적 제약이 있긴 했지만, 고속 기동전투를 벌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블링크, 혹은 점프라고 불리우는 능력이었다.
조운은 그것을 통해서 순식간에 저격 지점으로 날아온 것이었다.
‘승상님이 조심하라고 말한 능력자였어.’
게임 캐릭터들은 죽음을 통한 탈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단히 안전한 존재였지만, 위험은 존재했다.
바로 시간 동결형 능력자였다.
카즈키의 푸른 불꽃처럼 상대의 시간을 동결시켜 버리면, 게임 캐릭터라고 해도 딱히 달아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조운은 바로 그런 시공간 조작 능력자였다.
일정 범위의 공기를 시간 동결시켜서 무적의 벽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형상까지 자유자재로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병사들의 움직임을 보는 순간 연하는 틈을 발견할 수 있었다.
틈을 발견하기 전에는 자신의 탄환이 떨어질 위치를 그려낼 수 없었지만, 그 틈을 발견하는 순간 그녀의 머리 속에 탄도의 도착점이 그려졌고, 제갈량을 한발에 잡아낼 수 있었다.
연하는 급히 이탈하고자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당한 건가? 그건 아닐텐데.’
시간 능력자에게 동결당하면, 생각도 불가능했다. 연하는 몸이 미세하게나마 움직인다는 것은 깨달았다.
하지만 도망칠 수는 없었다.
‘희연 언니의 능력에도 버텼는데, 이건 종류가 다른 걸까?’
연하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조운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거대한 타겟인 리베로를 보고도 무시하고는 아직 연기를 발하고 있는 총열을 보기 시작했다.
“이미 도망친 것 같습니다. 거대한 포신‘만’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조운은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연하는 그 순간, 자신의 능력인 ‘무념무상’을 떠올렸다. 살기를 발하지 않아서 적들이 공격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드는 능력이었다.
‘능력이 진화한건가?’
무념무상에 빠지면, 새들과 작은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주변에 몰려든다는 일화를 떠올렸다. 조운 역시 연하의 리베로를 지형의 일부로 여기는 듯 했다.
연하는 자신의 움직임이 제한된 것이, 조운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운의 머리통을 향해서 총구를 겨누었다.
총열이 분리되었다고 하지만, 단포신으로 근거리에서 싸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분리형 총기였다.
코앞이라면 충분히 맞출 수 있었다.
조운의 머리를 향해 거대한 총구가 향해졌지만, 연하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아니 총구를 당기지 않았다.
빗나갈 거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운은 그런 연하의 갈등을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두리번 거리다가 연하를 향해서 뒤통수를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연하의 손가락이 조종간의 트리거를 당겼다. 그리고 그 조작에 따라서 리베로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쾅하는 폭음과 함께 대물 저격총이 불을 뿜었다.
그리고 탄환은 정확히 날아가서 조운의 상반신을 날려버렸다.
조운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순간 도약을 했지만 그의 하반신만이 관우의 옆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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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런 일이.”
관우는 조운과 제갈량을 신뢰하고 있었다. 제갈량의 불길한 예감이 맞아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전원 돌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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