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3화 유비의 이능
“티르의 전력이라, 아무래도 인간 아티팩트겠지.”
프레이가 말했다. 오늘도 여전히 닭에게 처참하게 당한 듯 싶었다. 펜릴과 함께 파티 플레이로 도전 중이었지만, 닭의 인공지능이 프레이의 실력 상승보다 더 큰 듯 했지만, 프레이와 펜릴은 오기로 악착같이 도전 중이었다.
“인간 아티팩트? 그건 어떤 거지요?”
원기의 질문에 프레이는 잠시 말을 정리했다. 프레이역시 프레이야에 대해서는 은연중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에인페리아와 비슷한 겁니다. 에인페리아가 그때 그때에 맞춰서 적당한 수준의 육체를 만들어 써먹는거라면, 티르의 경우에는 아티팩트급의 육체를 미리 만들어두는 겁니다. 수십구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인종, 성별, 체격 등등을 나눠서 가지고 있다고 압니다. 그걸 이용하면, 강력한 영웅의 혼이 에인페리아와는 비교도 안되는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에인페리아 수집에 가장 열성적인 티르가 벌인 일이지요.”
오딘이 용사의 혼을 모으는 것을 시작하긴 했지만, 인간의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모아들인 에인페리아들은 광전사가 되어서 미친듯이 싸우는 것만 행했다.
전열에 세워서 소모시키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티르는 달랐다. 군신답게 뛰어난 지장이나 덕장들이 가지는 가치를 알고 있었다. 오딘의 기준이라면 여포나 장비 같은 인물들 외에는 그리 가치를 두지 않았지만, 티르의 기준에서는 제갈량같은 인물도 강력한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인간을 초월해 신급 능력을 발휘하도록 만든 것이 소위 인간 아티팩트였다.
신성을 발휘하기 위한 아바타와는 달리, 에인페리아를 위한 전투용의 신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수십기 밖에 못만든 겁니다. 둘을 잃었다는 것은 꽤 치명적인 손실이 될겁니다.”
“남성은 전위, 여성은 후위형일 가능성이 있어보이는군.”
조제성은 제갈량의 능력을 떠올렸다. 광역에 천재지변에 가까운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능력은 결코 얕잡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여성이 왠지 더 두렵게 느껴지는군.”
“그런가요? 우리 측은 여성들이 더 무섭긴 하지요.”
“그런 의미가 아닐세.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따로 있지. 최강의 이능이 자넨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거야, 희연양의 절대소멸 아닙니까. 헬 여신과의 상성이 낳은 무시무시한 이능이라고, 전대 헬 여신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데 말이지요.”
“난 희연양의 이능이 무섭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네.”
-------------------------------
“무슨 일이지?”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중국군 대위는 갑자기 나타난 미모의 여성을 보았다. 자신의 부대원은 아니었지만, 미모의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그는 시간을 내기로 했다.
중대장이라는 자신의 직위는 사실 그리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다. 굳이 스파이나 미인계 같은 것을 경계할 정도는 아니었다. 미모의 여성은 제대로 된 군복을 갖추고 있었고, 하사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중대장을 위한 막사에 그녀가 들어오자 중대장은 차를 끓여 대접했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지? 자네 부대는 어느 부대인가?”
대위의 말투에는 경계보다는 호기심과 호의, 그리고 탐욕이 숨어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어 몇마디를 했고, 중대장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충성의 맹세를 했다.
“대대장님, 중요한 정보가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마오 대위입니다.”
“무슨 일인가.”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리 들도록 하게.”
여성 하사관으로 꾸민 유비는 그렇게 대대장을 복속시켰고, 사단장까지 복속시키는데 성공했다. 걸린 시간은 고작 한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사단장이 모든 장병들을 집합시켰다.
“모든 장병들에게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다. 모두 연병장으로 집합시키도록.”
그리고 사단장의 지시로 전 장병을 대상으로 한 훈시가 있었고, 훈시에 나선 것은 미모의 여성 하사관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가 유비의 충성스런 군대로 돌변해버렸다.
---------------------------
중국군의 모반 소식은 곧 제성에게 도달했다. 중국군들을 감시하고 있던 엘프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은 소식을 전달하는데 실패했다.
조운이 순간이동으로 나타나서, 나이트 엘프들을 모조리 봉인해버린 탓이었다. 게임 캐릭터라고 해도, 시간을 얼리고 공간을 이동시켜버린 포획에서는 무사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급하게 구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게임 캐릭터들이 다수 봉인당한 것은 전력적으로 큰 손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중국군 내부에 숨어있던 프레이야 여신의 추종자가 소식을 전해온 것이었다.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났군요. 유비의 능력은 자신의 이상을 통해서 추종자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한족을 위한 한황실의 부흥이라는 명분으로 거의 모든 아시아인을 자기 추종자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발동 조건은 직접 대면한 상태에서 자신의 포부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여군들 가운데에 상당수가 포섭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호감도가 필요한 듯 싶습니다.”
조제성의 말에 원기도 당황스러웠다.
“분명히 중국군 모두가 한족은 아니었을텐데요?”
“중국인의 피가 조금이라도 섞여 있으면 발동되는 듯 합니다. 조선족 병사들도 모조리 감화되었다는 것을 보면, 동아시아인들의 대부분은 유비에게 포섭될 수 있습니다.”
“15억의 추종자가 가능하다는 건가요?”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결정적으로 사회를 이끄는 한줌의 인간들만 장악해도 그 여파는 어마어마할 겁니다. 군대의 경우에는 쉽게 장악이 가능하고 그 효과도 충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족을 위한 새로운 국가 건설이라는 대의명분에 모두가 취해버린 상태였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대가 현대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시점만 해도, 중국의 첨단 정예부대 2만명과 제갈량과 관우의 기병부대, 그리고 조운의 특수부대를 생각하면 문제는 적지 않았다.
게다가 여포가 이끌 것으로 보이는 비룡부대가 있다고 프레이가 알려주었다.
“최악의 능력을 가진 적이지만, 미리 알게된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이 정보를 이용하면 오딘과 티르를 이간질 하는 것도 가능하지요.”
제성은 전향적으로 생각하려고 들었지만, 배가교환을 넘어서서 바니걸 통신급의 이능을 가진 적의 등장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희소식이 있습니다.”
-----------------------------------
[여러분들께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바니걸 청취자들은 여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좋은 소식이라는 말에 어떤 이야기인지 기대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곧 이어진 여신의 말은 대부분의 청취자들을 기쁘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너무나 떨어진 이야기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