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4화 의견대립
[데이모스가 최저 기동 요건을 달성했습니다. 이제 인간 십사만사천명을 태우고 태양계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온 엔진과 웨이브 엔진도 1%이상 완성되었습니다. 내달 1일 데이모스가 우주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바니걸 통신을 듣던 이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갈렸다. 인간 외의 이종족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않고 프레이야 여신의 휘하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그들은 인간 십사만사천명과는 별도로 전원 수용이 확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우선 십사만사천명이라는 숫자가 너무 부족했다. 바니걸 통신을 듣고 있는 이들은 이미 오십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최대한 억누른 것이었지만,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공을 세운 이들이 가족을 추가하는 것을 요청하는 케이스도 있었고, 중요한 능력을 가진 협조자인 경우도 있었다.
‘헉, 올 것이 온건가.’
많은 이들이 당혹감을 느꼈다. 데이모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은 지구를 떠날 것이라는 사실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조만간 신문에 데이모스가 소행성 충돌로 화성의 위성궤도를 벗어나 소행성대로 향해 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혹시 뉴스를 보시고 걱정하실까 싶어서 말씀드립니다. 소행성대, 아스테로이드 벨트 안쪽 궤도를 돌면서 다른 소행성들을 개척하고 선단을 꾸며서 외우주를 향해 떠나게 될 예정입니다. 최대한 노력해서 백만명이 함께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바니걸 통신을 듣고있던 사람들에게 프레이야의 말은 올게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막연히 떠날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제 현실화가 된 것이었다.
실감이 들자, 사람들의 마음에 분란이 생겼다.
바니걸 통신의 수혜자들은 마음에 빈 곳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바니걸 통신으로 인해서 그 빈 곳이 채워진 사람들이기도 했다.
마음이 안정되고 여유를 갖게 되자, 사람들이 선량해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자신감과 행복감,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까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로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으며 모든 관계가 원만해지는 결과까지 얻었다.
프레이야 여신으로 인해서 행복해졌고, 이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 대한 애착도 생긴 것이었다.
‘여신님께 지구가 버림받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나만 행복한 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아.’
사람들이 우주 이민 계획, 혹은 우주 탈출 계획에 대해서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불만은 프레이야 여신에게 향할 수는 없었다.
우주 탈출 계획을 주도하고 있는 조제성과 프레이야 여신에게 총애받는 엘프들에 대한 불만으로 흐르게 되었다.
“흠, 재밌는 상황이로군. 그러고보니 자네도 반대파 중의 하나였지?”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지구의 주요 간부들과 화상으로 연결된 상태였다.
프레이야를 제외한 대다수의 주요인물들이 모여서 하는 대규모 회의였다.
“제 밑에 있는 애들이, 다음 주 방송하는 애니를 두고 어떻게 우주로 떠날 수 있느냐고 하기는 하더군요.”
조제성의 관심사는 프레이야와 혜서의 안전 뿐이었다. 그래서 우주 탈출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엘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레이야 여신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대부분의 이종족들도 지구의 문화에 물들어가고는 있지만, 그렇게까지 강한 집착을 가진 이들도 없었다.
“그건 대다수의 의견은 아닐 듯하군.”
“엘프들은 여신님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주로 나가는 것에 위험부담은 없을까요? 돌이킬 수가 없을거라는게 불안합니다.”
리디아의 의견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야 여신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에 대해서 반대할 이들은 없었다. 지구가 버림받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뿐이었다.
“현재까지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거쳐보았지만, 지구에 남아있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다는 결론에 도착했습니다. 지구 역시 언제 끝장을 맞이할지 모르는 위험부담으로 가득하기 때문이지요.”
제성은 리디아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오딘이나 티르, 로키 등의 위협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더 큰 위험요소들이 있었다.
바로 인간들이 가진 핵탄두들의 존재였다. 셀 수도 없이 많은 핵무기들이 신뢰할 수 없는 이들에게 맡겨져 있었다.
독재국가들도 그렇지만, 민주주의 국가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었다. 히틀러도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가난하고 어리석고 증오에 찬 이들일 수록 보다 어리석어지게 마련이었다.
“만전의 준비를 갖추었다고 하진 못하겠지만, 필요 최소한의 조건으로 프레이야님의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모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를 향해서 이동을 개시하기로 되어 있었다. 소행성대의 왜행성급 소행성 세레스를 중간 거점으로 추가 개조를 거치고, 적당한 크기의 소행성들을 개조해서 선단을 구성할 예정이었다.
지구와의 연결은 중간 거점이 될 우주정거장을 추가 배치해서 유지할 수 있었다.
“떠날 준비를 하는 것에 대해선 찬성이지만, 꼭 지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장수한이 의견을 냈다. 분위기를 보니 조제성 앞에서 의견을 낼 수 있는 인물들은 따로 없었다. 희연은 보나마나 찬성입장이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헬 여신인 희연의 반대편에 서는 것은 조제성의 의견에 거스르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딱히 반대 의견을 낸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을 거스를 수 없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문제는 우리가 맺은 조약이요. 조약이 있는 이상, 우리는 지구를 떠나야하겠지.”
“그 조약이 절대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조약을 맺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애초에 지구를 떠나겠다는 조약 자체가 우주로 영원히 나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달기지 자체도 그걸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요.”
“과연 그걸 납득해 줄까요?”
장수한의 말에 리디아가 반론했다. 지구를 떠나기로 조약을 맺었는데, 달 기지에 남는다는 것을 과연 지구측에서 납득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그리고 달 기지도 제법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전력을 데이모스 개발에 기울인 덕분에 달 기지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다. 오히려 아마존 지하에 있는 기지 - 오덕들이 자브로라고 부르는 - 쪽이 더 쓸모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상태였다.
핵전쟁, 혹은 운석 낙하 등이 있을 때, 데이모스로 피난하기 위한 임시 피난처이자 통로로서의 역할을 하는 거점으로서 완성되어 있었다.
달 기지에는 별다른 메리트가 남아있지 않았다.
“조약 자체가 무너지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전뇌 공간에서 영상회의에 참석하는 프레이가 의견을 냈다. 프레이는 게임 세계에서 파묻혀있기는 했지만, 신성을 획득한데다가 가상 공간을 신성력과 결합시켜서 실체화하는 원리를 탐구하고, 그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현실과 가상 공간의 결합과 치환, 사실 그 목적은 장닭미션을 현실에서 실현한다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조약의 대상이 사라지거나, 파기하게 된다는 이야기로군요. 그 경우라면 검토해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 지구를 떠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프레이야님에게 더 많은 짐을 짊어지게 만드는 것은 반대입니다.”
조제성의 말에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신자의 수는 다다익선이 아니었다. 프레이야는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을 아꼈다.
물론 그들 모두를 늘 주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죽임을 당하거나 곤란한 처지에 빠지면 의연하고자 노력하지만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양날의 칼이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었다.
게임에서조차 전쟁을 피하려고 드는 그런 소심한 이였고, 그것을 관철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대 프레이야의 선택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유비라는 자의 능력이 그렇게 위협적입니까?”
“그렇습니다. 프레이야 여신님의 능력보다 더 강력하지요. 그쪽은 그저 말 몇마디만 하면 추종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대의를 위해선 어떤 희생도 감수한다는 사고방식이니까요.”
조제성의 말에 모두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바니걸 통신이 갖는 힘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강력한 힘이었다.
지구를 떠나느냐 마느냐로 의견대립이 있긴 했지만, 프레이야 여신에 대한 충성심만큼은 모두가 하나였다.
“승상님께서 뭔가 수를 쓰시겠지요.”
장수한이 말하자, 조제성은 부정하지 못하고 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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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입니다. 이 게이트를 통해서 미드가르드, 옛 중원 땅으로 가실 수 있습니다. 유비님.”
“안전한 건가?”
“예.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왔습니다. 저희가 평상시에 써온 길이기도 하고, 발키리들이 무사히 오간 것도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군. 이제 다시 중원에 한황실을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인가.”
유비는 수하의 말에 따라 게이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수하들의 충성심은 절대적이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불로불사의 독재자가 될 수 있었지만, 유비에 대한 절대적인 호의가 밝은 미래임을 의심치 않게 만들었다.
중국 정부는 중국측 선봉대가 완전히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
중국측 선봉대는 승전보와 전리품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티르의 마을을 제압하고 티르의 신봉자들을 포로로 중국에 보냈다.
티르 입장에선 현대인 신자와 별 가치없는 평민을 교환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나아가 지구로 진출할 때 그들이 도움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현재의 지구에 종교가 넘쳐난다고 하지만, 황금만능주의와 유물론의 영향이 커서 별 위협이 되지 않았다.
욕망의 시대, 그리고 극우의 시대야말로 군신 티르가 손을 뻗기 쉬운 대상이었다.
유비의 충복이 된 병사들을 공을 세웠다고 돌려보내고, 점령지를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새로운 병사들을 요청했다.
일본의 패배 소식과 중국의 승전 소식은 중국 고위층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유비에게 넘어간 중국군 병사들은 전투 대신에 공장들을 건설했다. 주로 병기들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면서 생산 인력으로 동원되기 시작했다.
티르는 빠르게 군의 현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유비가 아직까지도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우는 중국을 장악하면 그 여파는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했다.
“이곳이 옛 고향인가?”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은 유비가 만감이 교차하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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