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화 의외의 영웅
“다른 이들은 어디갔지?”
“여기 다른 이들은 없습니다. 유비님.”
자신을 인도하던 중국인 장교가 착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중국인 장교의 마음 속에는 유비에 대한 호감이 분명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지? 설마 배신한거냐?”
“그는 그저 여신님께 충성했을 뿐입니다.”
조제성이 나타나서 말했다. 유비는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보다, 묻고 싶은 것이 있군요. 당신은 유비님이 맞으십니까?”
조제성의 물음에 유비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를 찔린 듯한 모습이었다. 조제성은 그의 표정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예상대로 상대가 던진 미끼를 물었던 것이었다.
‘할 수 없지. 유비를 그대로 중국에 들여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제가 잘못 알았던 겁니까?”
중국인 장교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임무는 유비를 추적해서 중국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고, 넘어올 때에는 유비를 게임 세계로 납치하는 것이 임무였다.
“아마도 그런 계통의 능력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내 이름은 유선이다.”
“아두?라고 불리우던 그 유선입니까?”
조제성의 말에 유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우리의 포로입니다. 당분간 억류될테니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포로 교환이 있을 예정이니 접촉을 삼가하도록 해주십시오.”
조제성은 유선을 제법 아름다운 저택에 유폐했다. 게임 세계인만큼 범위만 지정해 놓으면 탈옥은 불가능했다. 게임 세계의 룰에 개입하는 있을지도 모르는 이능 외에는 모든 이능이 게임 세계의 룰에 지배당했다.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희연의 검도 게임 세계에서는 정해진 데미지 이상을 입히지 못했고, 절대명중 시키는 이능을 가진 연하의 사격도 회피 판정을 넘어서지 못했다.
가상 현실과 설정과 룰이 지배하는 게임이라는 세계를 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은 완벽한 프레이와 프레이야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프레이야의 세계수가 이 세상의 근본이요, 프레이가 얻은 신성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신의 섭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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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이라니, 생각밖의 미끼였군.”
조제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어투나 행동이 닮는 법이었다.
유선이 유비와 같은 육체를 사용하는데, 겉으로 보고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었다.
특수한 재능, 콜드 리딩이라는 수법에 익숙한 사기꾼이나 점술사, 도박꾼 같은 이들이라 할지라도 구별하기 쉽지 않을 터였다.
“글쎄요. 제가 생각하기엔 유선이라면 충분히 영웅으로 봐줄 수 있을 듯 합니다.”
장수한이 이의를 제기했다.
“유선이? 무능한 군주 아니었나? 촉한을 멸망시킨?”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 사후 촉의 멸망을 너무 짧게 다뤄서 생긴 오류입니다. 유선이 다스린 시기가 자그마치 41년입니다.”
“그렇게 긴가?”
“그렇지요. 자그마치 40년을 넘게 황제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제갈량은 11년간 유선을 보위했지요. 제갈량이 죽은 뒤에도 제갈량이 천거한 인재들을 중용해서 29년을 더 황제로 살았습니다. 유비가 중원에서 데려온 인재들이 죄다 죽고 난 다음에야 나라가 심각하게 기울었다고 할 수 있지요. 당시 중국의 외각 지역은 야만족들이 사는 비문명권이었습니다. 촉과 오가 영토가 비슷하게 보이는건 지도상의 오류이고, 위가 문명 지역을 싹쓸이 한 상태였지요. 위가 미국이라면, 촉과 오는 멕시코와 브라질 아니, 대부분의 지역이 아프리카 오지랑 아마존 정글 정도 되는 셈입니다. 그 와중에 만 40년 넘게 황제 자리를 지켜온 것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요. 특히 유능한 재상에게 질투하지 않고 모든 것을 믿고 맡겼을 뿐만 아니라, 그가 천거한 후계자들까지 전적으로 신뢰한 것은 군주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황호라는 간신을 전적으로 신뢰했던 마지막 10년은 암울하긴 합니다만, 신하를 신뢰하고 맡기는 태도는 군주로서 인정받을만 합니다.”
“그런가. 신뢰라.”
조제성은 이능에 대해서 생각했다. 극단적인 성향은 이능으로 발현하기 쉬웠다. 유비는 삼국을 모두 돌아다니면서 유능한 인재만 골라 뽑아오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변변한 세력도 없던 시기에 이뤄낸 업적이었다. 유선은 간신까지도 전적으로 신뢰해서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었다면, 그쪽 계통의 이능이 있을 수도 있었다.
‘골치아픈 이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잡아두고 있을 수만은 없어.’
조제성은 유선에 대해서 고민했다. 유비의 정신계 이능만해도 골치가 아픈데, 유선이 가지고 있을 이능도 부담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유선을 미끼로 썼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유선의 평가가 상대에게 낮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유선의 가치가 실제로도 낮을까?’
조제성의 고민이 살짝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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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교환을 하고싶다는 건가?”
티르는 자신의 앞에 놓인 드론을 보았다. 조제성이 외교 교섭을 할 때 사용하는 전용 통신 수단이기도 했다.
[단순 포로 교환이라기보다는 협력을 하고 싶어졌군요.]
“협력?”
[유비가 이쪽 세상으로 넘어올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계실 겁니다. 중국측이 현 상황을 알게되면 더 이상 병력을 보내지는 않을겁니다. 적어도 대비는 할테지요. 현 상황에서 입을 다물고 있겠습니다.]
조제성은 은근슬쩍 유비가 넘어올 수 없음을 단언했다. 티르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원을 넘는 기술은 프레이야가 천년 이상 들여서 개량해 온 기술이기도 했다.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혼돈의 대륙쪽 게이트를 연구해 봐야겠군.’
혼돈의 대륙쪽 게이트역시 프레이야가 수작을 부려놨다는 사실은 이미 어느정도 파악한 상태였다. 하지만 혼돈의 대륙에 열린 게이트는 오딘의 수법이었다.
그 쪽을 노려보는게 제대로 된 답이 될 터였다.
아니면 새로운 게이트를 열어야 하는데, 막대한 규모의 신성력이 필요했다. 프레이야측의 게이트를 이용하거나 그 기술을 빼앗아 와야 했지만, 이놈들의 꼬리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오딘은 너희와 나를 싸우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고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 의도 자체는 이뤄진 것 아닙니까?]
유비의 이능을 통한 미드가르드인들을 세뇌 확보하는 것이 티르의 의도였다. 오딘 역시 어느정도는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었다. 중국인이 십억을 훨씬 넘긴다는 사실까지는 오딘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인들이 알고있던 세계 정보에는 중국인들이 수천만 정도로 알고 있었다. 동북 아시아의 번영은 엄청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오딘이 티르를 진심으로 견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왔다.
“역시 교활한 놈이군. 조승상이라고 했나.”
중국군을 통해서 미드가르드의 정보를 어느정도 확인한 상태였다. 제갈량이 조제성의 정보를 듣고는 조조같은 놈이라는 찬사를 보내주었다.
티르는 유선과 유선의 육체의 댓가로 억류된 엘프들을 교환하는데 동의했다. 수천만이 아닌 수십억의 추종자를 얻을 가능성이 생긴만큼 오딘과의 관계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수십억의 추종자들을 얻게 된다면, 티르는 유비를 통해서 미드가르드뿐만 아니라 아스가르드까지도 지배할 수 있게 될 터였다.
최고신의 자리를 되찾을 뿐 아니라, 유일신까지도 노려볼 만 했다.
프레이야가 추종자들을 데리고 사라져 준다면, 굳이 필사적으로 싸울 필요까지는 없었다.
중국 측에 과학자들과 생산기지를 건설할 기술자들을 요청한 상태였다. 프레이야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티르는 천군만마를 얻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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