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86화 (486/497)

486화 태생 지배자

“인간들이 재밌는 걸 만들어냈군. 퀘스트와 보상이란 말이지.”

지구를 둘러보던 오딘은 인간들이 노는 게임에 눈을 두었다. 지배의 화신인 오딘은 게임의 놀이로서의 기능에 관심을 둔 것이 아니었다.

게임의 지배능력에 눈을 두었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게임을 가지고 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게임을 디자인한 사람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게임 디자이너가 준 선택지에 지배당해서, 자신이 원치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민간인을 학살해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면,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취향과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위해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조작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딘이 재미있게 여긴 것은 ‘퀘스트’였다. 보상을 적당히 걸어놓기만 하면, 퀘스트라는 것에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 제작자들이 유저들을 길들여 놓은 것이었다.

아주 자유로워보이는 게임 세상에서도 유저들은 퀘스트 몇개로 게임 디자이너들의 손바닥 안에서 놓아났다.

대중을 컨트롤 하는 것이 매우 쉬워보였다.

‘내게 충성하는 전사를 길러내는 것이 생각보다 쉬워보이는군.’

오딘은 스스로 자유롭다고 믿는 인간들의 얄팍함을 비웃었다. 그들은 많은 것에 얽매여 지배당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속이는데 능숙한 종족이었다.

지배자를 갈구하는 피지배 성향의 종족이 바로 인간이었다.

시스템이 되었든 규칙이 되었든 우월한 개체가 되었든 대부분의 인간들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지배하는 존재를 필요로 했다.

‘게임 시스템, 그리고 선택받은 용자인가.’

오딘은 각 나라의 권력자들을 현혹함과 동시에 용사후보생을 갈아넣을 거대한 용광로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로키의 사령이 좋을 것 같군.’

인간들의 영화와 게임에 단골로 등장하는 좀비는 오딘이 생각하기에도 참으로 괜찮은 존재였다.

좀비의 장점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장점은 약하다는 것이다. 인간형 몬스터인데 지능도 떨어지고 속력도 떨어지고 근력도 떨어진다.

게다가 추하기까지 했다.

인간을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추하고 느려서, 죄책감없이 총알로 쏴죽일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오딘은 로키가 만들어낸 사령이 좀비와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정령술사가 정령을 쓰듯, 사령술사가 사령을 쓰는 것이다.

자연에 인간의 의지가 반영되서 만들어진 천연 정령과 엘프의 집착이 자연의 힘을 끌어들여 만들어진 프레이야의 인공 정령으로 나뉘어졌다.

인공정령의 장점은 인간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살아생전의 지식과 경험, 정신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크나큰 장점이었다.

딱히 정령술사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정령술사가 정령을 통해서 자신의 의지력을 자연력으로 바꿔서 행사한다면, 인공 정령은 자연력 자체를 쓰는게 아니었다. 자신의 사고, 경험, 기억등을 자연력을 통해서 유지하는 것이었다.

딱히 정령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물론 천연 정령처럼 정령술사의 정신력을 끌어들여서 자연력으로 행사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런 힘은 별로 필요치 않았다.

발키리 칩에 깃들어서 기계, 특히 리베로를 조종하는 것이 가장 유용한 사용법이었다.

엘프의 정령화를 본따서, 인간의 정령화를 연구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지구의 현자회가 만들어낸 것이 유령화였다.

반면 로키가 만들어낸 것은 사령화였다.

유령은 생전의 이성과 지식, 경험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정령과 유사한 존재였다.

강인한 의지, 그리고 자발적 협력이 있어야 유령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었다. 그리고 유령칩과 정신력을 빌려줄 숙주가 있어야 유지가 된다는 것 엘프 정령과의 유사점이 있었다.

사령은 달랐다. 죽는 순간의 분노, 억울함, 살아있는 이들에 대한 질투, 죽음에 대한 공포 등을 매개체로 만들어진 악의의 덩어리였다.

이들이 가진 에너지는 대단히 강력했다. 이를 이용해 인간을 공격할 수도 있고, 인간형의 매개체를 이용해서 물리적으로 인간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시체가 가장 일반적인 인간형의 매개체이지만, 해골이나 인형 등도 매개체로 사용할 수 있었다.

‘우선은 시체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해둬야겠지. 머리가 부서지면 조종 불능이 되고 말이지.’

오딘은 미소를 지으며 계획을 짰다. 정부의 협력을 받아, 고아들의 교육시설을 섬으로 이전 시킨다.

그리고 섬에 좀비가 습격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과반수의 학생들이 죽겠지만, 판단력과 전투 능력이 뛰어난 일부가 두각을 드러내게 될 것이었다.

‘학교 지하에 무기고가 있는 것도 좋겠군. 음모를 연상시키는 서류 등도 준비해 두면 좋겠지. 좀비의 무기화라든가 말이지.’

오딘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인간들이 발버둥치면서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것을 보는 것은 오딘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인간 용사에게 신검을 주고, 그가 가장 빛날 무렵에 노인으로 변장해서 신검을 박살냄으로써 그가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본 일도 있었다.

엑스칼리버의 원형 그람이라는 칼에 얽힌 전설이 바로 그것이었다.

‘국가에 배신당하고 버림받았다는 분노, 생존을 위한 퀘스트에서 시작하지만 점진적으로 공격적으로 변하는 퀘스트, 신검을 노린 동료들간의 살육전까지, 잘만 되면 꽤 재미있게 진행되겠군.’

오딘은 발키리를 창조했다. 게이트를 발키리가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확인했기 때문에, 간이로 창조해낸 것이었다.

다른 인간을 도구로 여기는 인간들은 예나 지금이나 넘쳐났다. 특히 권력자들일수록 그 성향은 더 심했다.

‘인간들의 도덕이니 윤리라는 것들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오딘은 그렇게 비웃었다. 그런 오딘의 눈에 TV 뉴스가 들어왔다. 달에 위치한 호텔에 대한 뉴스였다.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 프레이야와 헬 두 여신의 모습을 보면서 오딘은 눈살을 찌푸렸다.

“손을 써 둘 필요가 있겠군.”

프레이야와 헬의 소멸은 분명 자신이 확인한 바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본체 역시 두 여신의 소멸을 전제로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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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위치했던 대부분의 공장 시설은 데이모스와 무중력 공간으로 모두 이동된 상태였다. 주요 시설을 이전시킨 조제성은 달 기지를 관광지로 만들었다.

돈이라는 것은 차고 넘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많으면 많은 만큼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었다.

‘휴우. 이 곳의 공기는 정말 답답하군.’

프레이야 여신으로 호텔 개관식에 참석한 원기는 불편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달에 존재하는 프레이야의 호텔, 세스룸니르는 멋진 성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프레이야 여신이 맞이하는 호텔 최초의 손님들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갑부들이었다.

전체 백 장의 달 여행 티켓을 경매로 팔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괜찮으신가요?”

곁에 있던 헬 여신이 살짝 다가와서 이야기를 건네자, 사람들이 카메라를 꺼내서 촬영하기도 했다. 프레이야 여신과 헬 여신이 한 자리에 있는 모습은 극히 보기 힘든 것이기도 했다.

프레이야 여신과 헬 여신이 협조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알려져있지만, 불편한 관계일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헬 여신에게 복속된 지상의 종족들, 흡혈귀들과 늑대인간들은 엘프들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헬 여신의 진짜 백성이 아닌 협조자로 여겨지기 때문에 정보가 차단된 탓이었다.

지구에 숨어살던 흡혈귀들과 늑대인간들은 대부분 현자회와 협조하면서 온갖 악행을 저질러 온 무리여서, 프레이야의 세력에 귀의시키는 안은 나오지도 않았다.

일부 쓸만한 인재가 있다면, 그들 개인에 대해서 고려해 보자는 정도의 의견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헬 여신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그들 역시 헬 여신이 자신들을 도구로 쓰다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들이 믿는 헬 여신은 그런 존재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어. 내가 너무 걱정이 많은걸까?”

“해봤자 소용없는 걱정은 할수록 손해예요. 머리쓰는 일은 머리쓰는 사람에게 맡겨 둬요.”

희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기는 희연의 말에 피식 웃었다. 희연과 연하는 의외의 구석에서 닮은 면이 있었다.

좋은 머리를 안쓰나, 나쁜 머리를 못쓰나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래. 내가 걱정해봐야 의미 없지.”

원기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억눌렀다. 달 기지는 극히 안전한 장소였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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