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7화 급변하는 세상
‘이걸로 된건가.’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달호텔 개관식에 참여한 재벌 3세 이일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오딘이 맡긴 미션은 단 하나. 달 호텔측 게이트에 작은 아티팩트를 부착하는 것이었다.
‘대단하군.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
분면 자신이 작은 컴팩트 사이즈의 아티팩트를 게이트 기둥에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아티팩트는 보이지 않았다.
녹아서 스며든 것도 아니고, 그저 투명해진 것으로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만져지지도 않는다는 것은 놀라웠다.
들킬 염려는 하지 않았다. 게이트의 기둥에 관심을 보인 것은 자신 뿐만이 아니었다. 백 명의 손님 중에는 자신 외에도 다수 오딘의 협력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누군가가 교묘하게 선동을 했다. 게이트가 참으로 놀랍다면서, 새겨진 마법진이 아름답다며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그 말에 이끌린 것처럼 협력자들이 게이트를 살펴보고 만져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 틈에 아티팩트를 교묘하게 부착한 터였다.
‘이제 이 달기지에 언제든 오딘님의 군대가 올 수 있게 되었군.’
오딘은 한국과 일본의 재벌가들을 장악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을 그냥 손에 넣어버렸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오딘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오딘님이 보여준 비전은 정말 엄청났지.’
이미 재벌가들끼리 작위를 나눠먹고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딘이 새롭게 세상을 여는 날은 머지 않았다. 개벽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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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가 너무 급격한 것 같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지요. 인간사회의 탄력성은 얕볼게 못됩니다.”
조제성이 뉴스들을 확인하면서 혀를 찼고 장수한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가 본 뉴스 가운데에는 경찰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저 뉴스를 보고도 하는 이야기야?”
“저건 저로서도 좀 못마땅하군요.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라니, 세상이 어찌 돌아가려는지.”
“잘 돌아간다며.”
조제성은 커피를 한 모금 넘기며 말했다. 장수한은 쓴 웃음을 지으며 콜라를 마셨다. 장수한은 고급스러운 먹거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지구를 떠난 후를 생각해서 콜라 제작법을 연구시키는 중이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이능력자들이 대거 늘어났으니까요.”
공권력을 민영화하는 이야기에는 급격히 늘어난 이능력자들의 문제가 있었다.
현재 지구에서 활약중인 나이트 엔젤은 백명이었다.
그리고 각지에 존재하는 세계수는 10그루에 달했다. 강대국들을 달래고 아군으로 삼기 위해서 뿌린 세계수 탓이었다.
신으로 각성시킨 숫자가 다섯이고, 프레이야의 세계수가 다섯 그루였다. 그리고 이 숫자는 늘어날 수 밖에 없기도 했다.
나이트 엔젤들은 각 세계수에만 배치해도 열명이 고작이었다.
대부분 대도시였고, 열명의 나이트 엔젤로는 치안을 완전히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저 큰 사고에만 도움이 되는 정도였다.
한국 서울에도 나이트 엔젤이 열명 배치되어 있지만, 서울을 커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문제는 이능력자들이 대도시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상당수의 이능력자들이 자유롭게 활약할 수 있도록 나이트 엔젤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이능력자들 역시 자신들을 제압할 수 있는 나이트 엔젤이 있는 곳보다는 없는 곳을 편하게 생각했다.
범죄 이능력자, 슈퍼 빌런들이 생기니, 슈퍼 히어로가 필요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이를 위해 한국에는 국정원 소속 특수 기동대, 특기대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능력자들이 특기대에 모여드는 것은 아니었다. 특기대 자체가 슈퍼 빌런들과 싸워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징집병에서 착출하기도 쉽지 않았다. 많은 인센티브를 주어도 특기대를 지원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능력자들은 군대가 아닌 재벌 회사의 보안부서에 취직하는 쪽을 택했다. 재벌의 사병부대들이 국가의 공권력보다 더 강력한 힘을 쥐게 된 것이었다.
“재벌은 대기업이 아닙니다. 벤쳐 기업이 성공해도 우리나라에선 대기업으로 자라나질 못해요. 와플이니 기글이니가 만약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시작했다면, 그들은 중소기업 수준에서 이미 짓밟혀서 사라졌을 겁니다.”
장수한이 이를 갈았다. 조제성은 그냥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도 험한 꼴을 수도 없이 겪었기 때문이었다.
“재벌은 자본주의의 꽃이 아니라 암세포입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말기 암환자라고요.”
“자네 말대로 아닌가. 인간 사회의 맷집은 생각보다 좋아. 생명력이 뛰어나다고 해야 할까. 오래 버티고 있지 않은가. 희망은 없지만 생각보다 더 오래 갈거야. 우린 떠나갈 사람들인데 너무 혈압올리지 말라고. 그러다가 빨갱이 소리 듣겠다.”
제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수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조제성의 농담을 웃어 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자회의 기술들이 이미 세상에 암중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인간을 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퍼져나가면, 세상이 어찌 변할지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대체제가 없는 탐나는 에너지원이 바로 인간이었다. 아스가르드의 지옥보다 더 끔찍한 인세의 지옥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매우 컸다.
“유니콘 웍스의 인재들을 좀 훔쳐왔으면 좋겠군.”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만.”
신성력과 과학력을 결합시켜서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은 누구나 할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프레이야 진영은 앞서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프레이와 오카 외에도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영입해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프레이를 중심으로 신성력쪽의 기술력이 높은게 프레이야 진영이라면, 지구측 기술력은 미국이 가장 앞서갔다.
미국은 유니콘 웍스라는 연구소를 설립했다. 스컹크 웍스에서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생물로 가장 유명한 유니콘을 따서 유니콘 웍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이들은 현자회의 기술들을 비롯해서 아스가르드에서 가져온 물품과 기술 등을 연구해서 그 결과물들을 낳았다.
현자회가 숨어서 연구하던 연구 성과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열매를 맺고, 그것이 무기 쪽에서 실용화되고 있었다.
프레이야 측에서 마법진에 전기 회로의 개념을 도입해서 얻은 새로운 마법진 기술도 유니콘 웍스에서 마찬가지로 개발한 상태였다.
그들은 데이모니움 자체가 마법회로와 연결되기 쉽다는 사실을 통해서 프레이야 진영측이 마법회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마법회로를 부착해서 데이모니움에 마법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발견한 상태였다.
우주 공간에 공장이 있어서, 분자 단위로 프린팅을 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신성 데이모니움 수준은 아니지만, 데이모니움을 마법회로를 통해서 강화하거나 다양한 효과를 내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었다.
“마법 회로 기술은 우리보다 앞서있군.”
“아무래도 인재풀은 그쪽이 훨씬 더 넓으니까요. 유명한 천재나 기술자들은 끌어들이기도 어렵고.”
유니콘 웍스의 높은 기술력은 프레이야 진영에 꼭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기술은 발키리들과 칩을 통해서 열심히 훔쳐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니콘 웍스에서 요구하는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우주에 있는 프레이야측 공장이라서, 돈벌이와 기술력, 생산력을 증진하는 효과를 얻고 있었다.
유니콘 웍스에서 개발한 마법 회로는 각성자들에 한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아티팩트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었다.
팔찌 형태로 전신을 방어할 수 있는 보호막 아티팩트를 비롯해서 육체를 강화하는 바디슈트, 감각을 확대하는 헬멧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어떤 이능력을 각성했느냐가 아니라, 이능력을 각성했느냐 아니냐만이 중요한 문제로 만들어버렸다.
각성이능은 덤이고, 각성만으로 초인이 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버렸다.
“참, 세상이라는게 놀라운거지.”
“지금 막 보고가 올라왔는데, 티르 진영에서 아스가르드에 위성을 발사했다고 합니다. 군용 정찰 위성인데 성공적으로 날고 있다고 하는군요.”
“중국 기술력도 장난 아니군.”
위성을 아스가르드에 띄운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만한 것이었다. 아스가르드에 진출한 각 국가들도 당연히 생각한 것이었다. 티르에게 장악당한 중국군 본대에 위성 발사를 위한 장비와 기술자와 연구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예. 그리고 티르측에서 야마토를 발견했습니다. 해명을 요청하는군요.”
장수한이 미간을 찌푸리며 보고했다. 조제성은 풋하며 커피를 살짝 뿜고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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