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88화 (488/497)

488화 야마토의 최후

“야마토? 그게 아직 있었나요?”

원기의 반문에 조제성과 장수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잊혀질만한 물건이 아니었지만, 사실 잊혀질만한 물건이기도 했다.

현재 프레이야 진영에서 건조하고 있는 우주전함은 여덟척이었다. 팔뇽이들 각자에게 주어졌다고 할지, 팔뇽이들을 하나씩 갈아넣었다고 할지 애매한 물건들이었다.

데이모스를 거대 이민선으로 개조하면서 나오는 대량의 광물들 가운데 압도적인 양을 자랑하는 것이 철이었고, 이 철은 데이모니움으로 다시 태어났다.

문제는 이 데이모니움을 따로 쓸 데가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오딘을 비롯해 아스가르드의 신들에게도 상납하고 있었고, 지구에도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양은 생산량에 비하면 극히 적은 양에 불과했고, 그 결과 엄청난 고가에 판매되고 있었다. 프레이야 진영은 데이모니움 장사로 이미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대량으로 생산해서 풀었다면, 돈은 조금 더 벌 수 있지만 데이모니움 가격 자체가 폭락하는데다가 프레이야 진영을 위협하는 칼날이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율을 효과적으로 해냈다고 할 수 있었다.

소수를 무장할 수 있을 만큼 풀면서, 최대한의 자금을 뽑아내는 것이다.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먹히면서, 데이모니움은 엄청난 전략적 가치와 희소성 때문에 같은 무게의 금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다.

그리고 신성데이모니움은 프레이야측에는 썩어돌아갈만큼 남아돌았다. 데이모스와 달, 소행성 등을 개척하면서 파낼 수 밖에 없는 광석들은 쏟아져나왔고, 남는 데이모니움을 주체 못해서 곤란한 상황이었다.

철의 생산 자체가 데이모니움 생산으로 이어지다보니, 프레이야 진영에서는 밥그릇부터 화장실 문짝까지 모두 데이모니움으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데이모니움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있지만, 소행성 벨트로 이동할 예정인 데이모스와 지구를 연결할 텔레포트 중계지의 역할을 위해서 우주 전함을 여덟 척 건조하게 되었다.

현재 우주전함 일뇽이가 이미 진수식을 마치고 우주 공간에 나선 상태였다. 우주전함 일뇽이의 선두부에는 프레이야측 최강병기인 네오 무스펠가가 장식되어 있었고, 유사시에는 분리되어 일뇽이를 동력원으로 전투를 벌인다라는 컨셉이 되어 있었지만, 실제 제작자들이나 전투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상전들인 장수한의 오덕군단의 로망 혹은 취미로 취급하고 있었다.

우주전함 일뇽이가 완성이된다면, 네오 무스펠가따위는 마스코트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상식인들의 입장이었다. 실제로 전함의 동력 중추가 될 일뇽이가 전함에서 빠져나간다는 컨셉 자체가 말도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기술자들은 전함이 파손되었을 때를 대비한 수리 작업용 기계로서 쓸모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네오 무스펠가와 무스펠가를 작업용으로 개조한 상태였다.

원기가 야마토에 대해서 잊어버린 것은 그때문이었다.

프레이야 진영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야마토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아스가르드에서 비장의 수단으로 숨어있던 사이에 효용가치가 급격히 떨어져버렸다.

원자력 엔진은 시사라 엔진으로 인해서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으며, 거대한 함체를 데이모니움으로 개장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다양한 최신 병기를 개발한 현 시점에서 전함의 대형 화포도 매력을 잃어버렸다.

대단해 보이지만, 허당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야마토에는 원자력엔진 말고도 핵포탄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아주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아이오와급 전함들에 16인치포를 이용해서 핵을 쏜다는 발상을 했다. 그래서 MK.23이라는 핵포탄을 50기 생산해서 아이오와급 전함들에 탑재하고 바다를 누볐다.

약 40키로의 사거리를 이용해서 폭격기를 쓰지않고 핵 공격을 한다는 발상이었다.

야마토라는 거함을 손에 넣은 장수한과 호철의 의견에 조제성은 미국측 자료를 토대로 핵포탄을 재현해서 야마토의 18.1인치 포에 적용시킨 탄두를 10기 탑재시킨 상태였다.

“엄청나군요. 히로시마급의 원자탄이 10기나 되다니.”

“정확히는 리틀보이급이라고 해야겠지요. 20kt 급의 핵탄두로 리틀보이보다 강하고 팻맨보다 조금 약합니다.”

장수한이 가볍게 정정했다. 원기는 핵탄두를 탑재한 전함이라는 소리에 야마토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래서 건의드리는 겁니다. 저는 이 전함을 핵포탄채로 티르에게 양도하고자 합니다.”

조제성의 의견에 장수한과 원기의 표정에 당혹감이 어렸다. 원자탄을 펑펑 쏴댈 수 있는 전함을 원자탄채로 양도하자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자탄이라는게 엄청나보이지만, 막상 쓸모가 별로 없습니다. 우선 아스가르드의 신족들에게는 방어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려울 뿐이지요.”

조제성의 말에 원기와 장수한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헬 여신, 희연은 핵 공격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오딘과 토르만 하더라도 궁그닐과 묘르닐이 있었다.

“물론 효용성은 있습니다. 원자탄은 광역 무기이고, 그 전체 범위를 막아내는 것은 무리지요. 도시에 사용한다면 세계수와 신전은 막을 수 있지만 도시의 파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아예 쓸모가 없다면, 티르에게 넘기는 의미가 없기도 하고 말이지요.”

원기는 조용히 경청했다. 조제성은 사안이 중대했기 때문에 원기, 아니 프레이야 여신의 재가를 얻고자 하는 것이었다. 원기로서는 조제성의 의견에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장수한이 나섰다. 반대할 생각이라기보다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위해서였다.

“그게 우리에게 사용될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그 부분입니다. 야마토와 핵포탄은 한 세트입니다. 티르에게 핵무기가 없는게 아니지요. 중국군은 여차할 때 사용하려고 아스가르드에 진출할 때, 전술 핵무기를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이미 핵무기가 있는 것이지요. 위력은 전술급이긴 합니다만, 미사일입니다. 전함 포보다는 사용하기 쉽습니다. 야마토의 핵포탄은 야마토에서 운용되도록 만들어졌고, 핵포탄을 반출해서 개조할 만큼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아스가르드에서 손을 떼고 있습니다. 우주보다 그리 매력적인 땅도 아니지요.”

조제성의 말대로 아스가르드는 그리 매력적인 땅이 아니었다. 오랜세월 테라포밍이 되었다고 하지만, 세계수의 성역 없이는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

세계수의 성역이라면 달에서도 장기간 아무문제 없이 거주할 수 있게 해주는 만큼 좋은 땅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혼돈의 대륙같은 경우에는 신성력이 변질된 탓에 돌연변이들이 넘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은 우수한 인간들이 가축이 되어버리고 먹거리가 되어버리는 요상한 세상이기도 했다.

혼돈의 대륙에 진출한 지구인들 가운데에서도 돌연변이들이 발생했지만, 이는 이능력 각성과 전투력 상승을 불러왔기 때문에 이를 목적으로 혼돈의 대륙을 개척하려는 국가들이 많았다.

“야마토에서만 쓸 수 있는 핵탄두라서 오히려 안전한 점이 있습니다. 야마토는 지구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너무 크기 때문이지요.”

차원문은 대규모의 자원이 이동하는 문이었지만, 제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프레이야측에서도 야마토를 분해해서 보내야했고 재조립하는데 많은 시간을 써야했다.

초기에 프레이야 진영의 열악함을 보완해줄 소중한 전력이고 많은 투자를 해야했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차원문은 현재 프레이야측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혼돈의 대륙에 있는 차원문의 경우도 제어권은 프레이야측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아스가르드에서 지구로 오는 것은 무엇 하나도 프레이야측의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우리를 공격할 수 없는 적을 강하게 만들어주면 어떻게 될까요.”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핵이라는 무기는 너무 강력해서 필연적으로 조약을 불러올 수 밖에 없는 공멸의 병기였다.

아이오와급 전함들이 핵포탄을 싣고 오랜시간 바다를 누볐으면서도 쓰지 못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구측을 핵포탄으로 공격했다가는 티르도 핵보복을 당할 수 있다. 지구측은 원정군이기 때문에 핵사용의 부담도 적었다.

지구측을 상대로 핵을 사용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핵을 갖기 전의 상대에게 핵공격을 하는 것은 가능했다. 일방적으로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핵을 갖추면? 그 때 서로 조약을 맺으면 되는 거였다.

오딘의 나치 과학자들이 핵기술을 가지고 있었을 리는 없었다.

“적을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결단은 쉽지 않은 것이긴 하지요.”

장수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제성은 야마토를 양도하면서 티르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냈고 야마토를 운용하기 위해서 아스가르드에 남아있던 수천명의 엘프들이 데이모스로 이주했다. 그리고 그들 대다수가 야마토를 운용했던 경험을 살려서 우주전함의 승무원이 되었다.

그리고 티르는 토르를 침공했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