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90화 (490/497)

490화 토르의 운명

“마력 회로입니까?”

[그렇소. 그리고 데이모니움이라는 것도 필요하오.]

토르의 태도는 놀랄만큼 겸허했다. 리디아를 내세우고 지켜보는 원기로서도 의아할 정도였다. 프레이야가 죽었다고 알고있는 상황에서 보여주는 태도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만도 했다.

이미 아스가르드와 지구의 기술이 만나서 일으킨 시너지는 엄청나기 때문이었다.

지구의 기술 중 가장 놀랍고 경이로운 기술이라면, 바로 컴퓨터 기술이었다.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면서, 칩셋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소형화 기술까지 고도로 필요해진 것이었다.

대규모 반도체 업체들의 나노 공정 경쟁은 일반인들이 알고있는 것보다 훨씬 더 치열했다.

이 고도의 컴퓨팅 기술력은 마력회로에 작용했다. 마법진을 극소화시키고 고도화시킨 것이었다.

마력회로 설계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팅 기술도 반영되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최적의 마력 흐름을 찾아내서 효율성을 높인 것이었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이며 정신적인 면모가 강한 고위 이능은 흉내낼 수 없지만, 단순하고 실용적인 이능은 마법회로를 통해서 아주 효율적으로 구현해내게 된 것이다.

신체 강화의 이능을 가진 이능자와 마법 회로에 의한 이능을 비교하면, 마법 회로가 구현하는 위력과 효율성이 더 뛰어난 것이었다.

물론 신체를 변형시킨다던가 하는 특수 이능은 흉내낼 수 없지만, 단순히 육체를 강화시키는 면에서 마법 회로는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이오 부스트라는 이름으로 붙여진 마법 회로는 올림픽 메달만한 사이즈로 구현되었다.

마법회로의 부가적인 점이라면, 이능이 발현되는 동안 이능을 일으키는 정신 에너지, 프라나가 방출되는데 데이모니움이 연결되어 있으면, 데이모니움을 타고 흘러 나간다는 점이었다.

이게 부가 효과를 일으켰는데, 데이모니움 자체에 신성력을 통해서 강성이 강화되도록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데이모니움의 강화효과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프라나를 통해서 신성 데이모니움화가 이뤄지면서, 가뜩이나 뛰어난 금속인 데이모니움이 진짜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사실 데이모니움 자체도, 3D 프린팅 기술과 고도의 야금학, 화학, 그리고 우주공학과 아스가르드의 기술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총아였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데이모니움은 현재 프레이야측만 생산할 수 있는 상태이고, 마력 회로는 미국, 한국, 대만 등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반도체 생산 기본 시설들을 이용해서 제작하고 있고, 회로의 설계는 현 시점에서는 미국만이 가능했다.

프레이야측에서는 데이모니움을 통해서 충분한 양의 마력회로를 구입한 상태이고,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도 하고는 있지만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재력을 필요로 하는 상태라서 뒤로 미루고 있는 상태였다.

생산 설비를 갖추는데 엄청난 난이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데이모니움도 마력회로도 오딘이라 할지라도 쉽게 생산해 낼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현 시점에선 불가능했고 생산 가능한 시점이 온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티르의 공세와 오딘의 압력에 둘어싸인 토르에게는 프레이야 말고는 답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무엇으로 가격을 치를 예정이십니까?”

[나 토르의 시드 코어요. 그게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야겠군.]

토르의 시드 코어라는 말에 리디아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정말이십니까?”

[난 이제 죽을 자리를 찾고 있소. 전사로서.]

티르의 공세가 엄청나다는 증거였다. 티르와 오딘은 토르를 굴복시킬 생각이지만, 토르는 굴복보다는 전사다운 최후를 택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다.

토르는 오딘의 하위신으로 알려져있지만, 본래는 농경민족의 최고신이었다. 전쟁신인 티르와는 전쟁을 통한 약탈과 평화속의 생산이라는 이념으로 대립하고 있었다.

또한 농민들의 신으로서의 토르와 무사와 귀족들의 신 오딘의 대립 또한 존재했다.

아스 신족이지만, 토르는 반 신족에 가장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오딘의 동생, 나아가서는 아들까지 몰락했지만 그는 다시 굽히고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거래를 받아들인다면, 시드 코어와 로스크바를 그대들에게 넘기리다. 비록 일부라도 내 백성이 존속하는 것을 원하오.]

토르의 강인한 결의가 느껴졌다. 시드 코어를 넘겼다고 해서 토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토르가 소멸하면, 시드 코어는 토르의 이름을 이어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토르가 소멸하지 않는다해도, 시드 코어를 이용해서 중급신을 하나 탄생시키는 것은 가능했다.

세계수와 신의 씨앗을 지닌 인간이 연결되어 태어나는 하급신과는 급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받아들이는게 좋겠지요?]

리디아가 메시지를 통해서 물어왔다. 원기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토르가 죽음을 각오했다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봐야 했다.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줄어드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아니, 정말 그럴까?’

오딘의 휘하신인 토르는 오딘의 전력 중 하나라고 여겨왔다. 분명 오딘의 입김이 강했고, 오딘과 협력할 수 있으며 적대했던 일도 있었다.

토르는 우직했다. 그는 신언을 통해서 거래를 걸어왔다.

신언은 거짓을 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제약이기도 했다. 자신이 한 말에 묶이게 되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물자를 제공하고, 그가 원없이 싸우다가 전장에서 스러지게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아니야, 숫자를 줄인다고 능사는 아니지.’

핸드폰에 묻어있는 세균이 변기보다 훨씬 많다고 하는 소리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들은 일부러 몸에 세균을 기르도록 되어있다. 피부, 입속, 장내에 많은 균들을 기르는 것이다.

상처가 나면 혀로 핥는 것은, 자신이 기르고 있는 균들을 상처에 깔아놓는 것이다. 그 이유는 위험한 균이 쉽게 증식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국회의원이 보기 싫다고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발상이다. 숫자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그들의 권력은 커진다. 권력이 크면 보다 많은 재물을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원의 수가 충분히 많을 때,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쉬워진다고도 할 수 있다.

‘적도 아군도 영원하진 않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모두가 있을 뿐이다.’

내심을 말하자면 토르가 마음에 든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의 코어시드와 종족을 보존시키고 최후의 결단을 내리려는 자세는 반 신족과도 닮아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만으로 결정하진 않았다. 원기에게 있어서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들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면, 지구에서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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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팀. 작전에 들어갑니다.”

미군은 발빠르게 데이모니움을 확보했다. 마력회로를 확보하고 싶은 프레이야 진영화 데이모니움을 확보하고 싶은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데이모니움이 남아 돌아서 우주전함부터 개밥그릇까지 데이모니움으로 찍어대는 프레이야 진영만큼은 아니지만, 군대에서 쓸 분량을 어느정도 확보한 상태였다.

그리고 마력회로와 데이모니움을 장비시킨 이능력자 부대가 빠르게 전장에 투입되었다.

테러리스트화된 게릴라들이 즐비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이능력자 부대는 진가를 발휘했다.

“적들이 공격합니다.”

근접 전투원인 비에이가 외쳤다. 그의 유니폼은 데이모니움을 실처럼 가늘게 뽑아서 만든 망사형 방탄 방검복이었다.

가볍고 유연한 물건이었다. 총탄에 관통은 안당하지만 그 충격이 몸에 모두 전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단점은 신체강화용 마법회로 ‘바이오 부스트’가 해결해 주었다. 육체가 단단해지고 근육이 강력해지면서 총탄의 충격을 모두 무시해버리는 것이었다.

총알은 물론 야전삽이나 검 등의 무기도 튕겨낼 수 있는 육체가 되었다. 총알의 충격이 따끔거리는 수준도 안되게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민간에 피해를 주지 않고 게릴라들만을 사냥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는 미군의 군사활동에 많은 힘을 실어주었다.

비에이가 가진 무기는 전기충격기인 테이저건과 고무탄을 장전한 샷건이었다. 사살보다는 포획이 더 효과적인 전투 방법이기도 했다.

“RPG!"

“포스 실드!”

폐가의 창문에서 몸을 드러낸 게릴라가 RPG-7을 쏘는 순간, 뒤에 있던 간접 전투원인 페이스맨이 손을 뻗으며 외쳤다.

그리고 날아오던 로켓탄은 무형의 벽과 만나서 폭발했다.

마법회로는 이능력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는데, 하나는 ESP이고 하나는 싸이코 키네시스였다.

초감각을 쓰는 초능력자를 에스퍼, 염동력을 쓰는 초능력자를 싸이키커라고 불렀다. 싸이키커는 육체 강화와 원격 조종으로 나뉘었다. 포스 실드는 염력을 이용한 보호막으로 마법회로로 구현되어 뛰어난 효율과 편리한 사용이 가능했다.

보호할 대상과 거리를 둠으로서 폭발형 무기는 물론이고 철갑탄 같은 관통형 무기에도 어느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매복이다! 제압은 포기한다. 소탕전에 돌입하겠다!”

알파팀의 리더가 외쳤다. 그의 헬멧에 장착된 센서가 주변 인간들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었다. 인간이 지닌 프라나를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마법회로와 고글이 장착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서, 열상장비보다 뛰어나게 인간을 탐지할 수 있으며, 각성자의 존재와 그 능력도 파악 가능했다.

“머독! 적을 섬멸하라. 적의 위치를 마크하겠다.”

리더는 그렇게 말하며, 적이라고 보이는 이들을 마크했다. 그 정보는 데이터링크를 통해서 부대원 전원에게 전달되었다.

머독은 지정된 타겟을 보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의 마력회로를 통해서 텔레파시가 방출되었고, 여덟기의 드론이 그 텔레파시를 받고 날아올랐다.

“가라, 드론 판넬!”

머독이 장난스럽게 외치자, 하늘에 뜬 여덟기의 드론이 일제히 게릴라들을 향해 날아갔다. 드론에는 유탄발사기와 소총이 장착되어 있었고, 하늘에서 민활하게 날아다니며 게릴라들을 사냥했다.

“이건 너무 쉽군.”

리더는 시가를 빼물고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마법회로와 데이모니움으로 무장한 알파 팀의 전투 결과는 미군 만이 아닌 세계 각국의 관심사가 되었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었다.

텔레파시로 유도하는 미사일, 포스필드 - 보호막을 사용하는 전투기 등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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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회로라는거 참 대단한 물건이로군.”

지구에 존재하는 오딘의 분신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독자적인 마법회로를 설계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재벌들을 포섭했고, 마법회로를 실제 생산하는 공장이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컴퓨터로 설계된 마법회로보다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단순하지 않은 이능을 가진 마법회로였다.

그가 만든 것은 흡혈의 능력을 지닌 마법회로였다.

무기에 장착하여 목숨을 빼앗으면 그가 가진 프라나를 혈정의 형태로 빨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성자를 죽일 경우에는 그 이능또한 혈석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다만, 이것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일정 크기 이상이 필요했다.

따라서 최소한 단검의 크기는 필요했고, 이때문에 창이나 검같은 냉병기로 활용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은 있었다.

“이건 정말 굉장한 물건입니다.”

오딘의 상징 중 하나가 까마귀였고, 한일 재벌들은 비밀결사 야타가라스-삼족오를 결성해서 오딘과 손을 잡았다. 물론 오딘이 손을 잡은 것은 한일만이 아니고, 유럽과 미국의 재벌가에도 손을 뻗고 있었다.

한일 재벌과 서구 재벌의 차이점 때문에 오딘이 한일 재벌들을 이용하고 있었다.

한일 재벌이 잘나가는 대박집이라면, 서구 재벌은 건물주라고 할 수 있었다. 대박 가게가 건물주보다 돈을 잘 버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마냥 지속되는 것은 아니었다. 화무십일홍, 일본의 전자산업이 몰락하는 것처럼 흥한 자는 쇠하기 마련이었다.

역사가 오래된 서구 재벌들은 엄격한 교육을 통해서 가문의 부를 지키고, 자신들의 모습을 흑막속으로 감출 줄 알았다.

반면 한일 재벌들은 대기업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잘못타면 쉽게 몰락할 수도 있었다.

‘협력자로서는 이 녀석들이 더 쓸만하지.’

“이 무장들을 이용하면, 쉽게 이 땅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혈정을 이용해서 젊음을 되찾는 방법은 이미 기득권 층에서 모르는 자가 없었다. 문제는 혈정을 뽑아내는게 순탄치 않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오딘의 마법회로 - 흡혈만 있으면 손쉽게 혈정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들은 불법이민자들을 우선 타겟으로 삼았다. 국가의 감시망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뒷처리가 쉬웠기 때문이었다.

“우선은 전력을 확충하는게 중요하지. 이 마법회로로 무장하면, 나이트 엔젤도 적은 아닐 것이다.”

마법회로로 무장한 이능자들은 강력하지만, 문제점이 있었다. 그들이 가진 프라나가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능을 활용한 전투는 보통 일이십 분이 한계였다.

그리고 다시 프라나가 충전되는데는 일주일 전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혈정을 이용하면, 대량의 프라나를 비축한 것과 같았다.

전투중에 죽인 이들로 다시 프라나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달 점령 작전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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