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91화 (491/497)

491화 확장 컨텐츠

‘내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군.’

원기는 리디아를 통해서 토르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다른 조건을 내세웠다.

바로 미국과 토르를 연결해 주는 것이었다.

미국 주도로 한국과 일본이 토르와 손을 잡고 아스가르드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정말 이걸로 충분한가?”

토르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리디아의 배가교환 이능은 토르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리디아의 외교 능력은 꽤 세련되게 다듬어져 있었다.

프레이야 진영이 토르에게 제시한 조건은 향후 10년간 지구에 진출하지 말 것과 프레이야 진영을 적대하지 말 것이었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만 조건을 20년으로 올리면 어떨까요.]

조건을 제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조제성에게 연락을 하자, 조제성은 잘한 선택이라며, 조건의 수정만 제시했다.

“5년이면 충분하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원기가 되물었다. 생존에 급급하던 프레이야 진영 초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사실 오딘과 로키가 연합한다 하더라도 싸워볼만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지구의 강대국들과도 싸울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었다. 많은 종족들이 프레이야 진영에 합류했다.

이들은 잘만 활용하면 일당 백, 일당 천을 해낼 수 있는 재주꾼들이기도 했다. 바퀴벌레형 인족만 해도 인간들이 대응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일례로 완벽한 바퀴벌레의 외견을 한 인간 크기의 괴물인데, 인간과 맞먹는 지능과 완벽한 언어를 구사하고, 전쟁이나 전투에 익숙하며 전투 기술까지 익혔으며 총기류를 잘 다룬다.

게다가 신체 능력은 인간의 3배에 가까우며, 마법회로까지 사용한다.

찬균은 성기사라는 명칭 대신에 용사라는 호칭을 썼는데, 이게 장수한의 맘에 들어서 장수한이 용사라고 부르자 이종족들이 모두 용사라고 부르게 되었다.

신성력을 사용하는 전사인 용사 바퀴벌레와 힐러 바퀴벌레들도 있었다.

등딱지에 데이모니움 코팅을 하고 소총과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드론을 여러 대 원격조종하면서 바닥을 빠른 속도로 기어다니는 바퀴벌레 용사는 어느 전장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다고 바퀴벌레 종족이 가장 뛰어난 전투요원도 아니었다. 엘프들만 해도 바퀴벌레들보다는 뛰어난 전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야 진영은 진지하게 세계 정복을 노려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함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미가 없었다.

세계를 정복한다고 전쟁을 일으켜봐야, 얻을건 폐허와 난민들 뿐이었다. 한국이 중국을 무혈로 정복한다고 하면, 다음 대 대통령 선거에서 중국인 대통령이 나오게 될 뿐인 것이다.

인간을 노예로 쓰는 야만 사회가 아니고선 정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물론 프레이야 진영에도 공격적인 이들이나 야심가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프레이야 였다.

프레이야는 보다 많은 백성을 얻는다고 행복해지진 않는다. 어깨에 얹힌 짐이 더 늘어날 뿐이다. 그리고 프레이야의 관심이 더 잘게 분산될 뿐이었다.

프레이야 진영은 프레이야를 어머니로 하는 자녀들의 집단이라고도 말할 수 있었다. 형제자매가 늘어나는 것을 기뻐하기보다는 부모의 관심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프레이야 진영에서 가장 미움받는 종족은 엘프들이었다.

엘프들은 육식동물보다는 초식동물과 같았지만, 본래 위험한 동물은 육식동물보다는 초식동물들이었다. 방어본능을 중심으로한 공격성이 있을 뿐 아니라, 프레이야가 가장 중요시하는 종족이기도 했다.

프레이야 자신이 엘프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공언하는 만큼, 다른 모든 종족들의 질투를 사고 있었다.

또한 엘프들도 다른 종족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우리 엄마가 왜 니네 엄마냐라고 따지는 어린아이들과 비슷한 심리였다. 특히 인간족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경제난의 선진국들이 난민들을 비롯한 불법이민자들을 보는 눈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대놓고 반대는 못하지만, 꺼져줬으면 좋겠다는 내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심리들이 팽배해있으니 영토확장은 몰라도 인구 증가는 달갑지 않았다. 마침 우주라는 광대한 개척지를 얻었으니 영토도 아쉬울 이유가 없었다.

전쟁에 승리한다고 해도 딱히 얻을게 없는데, 패할 위험성도 있고피해가 따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프레이야 진영이 택할 길은 하나 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프레이야 진영의 인간들은 지구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이 아쉬운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기는 하지만, 우주로 터전을 옮기는 것을 반대하는 것도, 평화를 원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오딘과 싸워볼 만한 힘은 생겼지만, 오딘은 물론이고 로키가 가진 비장의 수단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굳이 싸울 필요도 못느끼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5년이면, 자급자족이 가능하게 되고 태양계를 떠나 우주로 아예 나갈 준비가 되는 것이었다.

[프레이야님이 생각하신 10년이 타당합니다만, 그걸 들으면 다른 이들도 ‘5년’이면 우주로 나갈 준비가 된다고 여길겁니다. 그래서 20년인 것이지요.]

조제성의 응답에 원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토르 진영은 사실 궁지에 몰린만큼 20년 지구로 진출하지 말라는 조건 정도는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보였다.

“그렇게 진행해보지요.”

조제성의 의견을 받아들여, 세부 사항을 수정한 후 토르에게 협력 조건을 제시했다. 미국과의 연계에 대한 협조, 그리고 물자와 기술 지원을 댓가로 지구에 오지 않는다는 조건을 건 것이다.

[좋습니다. 받아들이도록 하지요. 프레이야님이 허락하실때까지 내 존재를 걸고 지구를 침략하지 않을 것이며, 프레이야측에 대해 적대하지 않을 것임을 맹세하겠소.]

토르는 기분좋게 받아들였다. 존망을 건 싸움을 벌일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티르와 토르, 그리고 오딘과 로키는 북구의 신들답게 모두 싸움의 신이었다.

하지만 그 성격은 각각 달랐는데, 토르는 전사들의 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사처럼 우직하고 정정당당한 싸움을 상징하는 신이었다. 전사들의 힘과 기량을 겨루는 그런 싸움의 신이었다.

반면 티르는 전쟁의 신으로, 개인의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전략의 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군대는 양과 조합, 식량과 무기로 결정되는 전쟁의 신이었다.

오딘은 정정당당과는 담을 쌓은 모략의 신이었다. 그에게 전쟁은 상대를 속이고 유린하는 그런 유희였다.

토르는 상대에게 핸디캡을 주고서라도 승부를 겨루는 페어플레이를 선호한다면, 티르는 군대를 키우고 상대를 자신의 힘으로 압도하는 것을 즐겼다.

오딘은 상대를 속이고 상대가 제 힘을 못발휘하게 만들고 약점을 노리는 그런 모략의 신이었다.

그리고 로키는 오딘과 비슷하지만 좀 더 질이 않좋았다.

그는 전쟁보다는 파괴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딘의 관심이 쉽게 이기는 것에 있다면, 로키의 관심은 상대를 파멸시키는데에 있었다. 아군이나 자신이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에게 더 큰 손해를 안겨주고자 하는 그런 측면이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의 화신이요, 공포와 죽음의 화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라그나로크를 일으킨 원흉이기도 했다.

토르는 존망의 위기에 처하자, 더이상 타협하지 않고 전사로서 싸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그대들에게 부탁이 있소. 로스코바와 시드코어를 맡아주시오. 내게 맡겨진 이들의 존속이라는 사명을 외면할 수 없구료.]

-------------------------------

‘예상대로로군.’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리디아를 통한다고 하지만, 그 뒤에 있는 협상자의 존재를 토르라면 알 수 있을 것이었다.

리디아는 조제성의 대리인이 아니라, 프레이야의 대리인으로서 거래에 임했다. 그것이 토르에게 먹혀들어갔다. 배가교환이 아닌 프레이야의 순수한 호의가 토르를 움직인 것이었다.

토르가 죽을 생각을 버리고도 시드코어를 맡긴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쪽 일이 프레이야님의 취향에 더 맞을 것같으니, 이쪽 일도 부탁해야겠군.’

조제성은 벌여놓은 일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규모가 빠르게 커지다가 보니,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대단히 많았다.

프레이야 진영의 체제는 입헌군주제에 가까웠다. 아니 신과 교황의 관계로 보는게 좋을지도 몰랐다.

모든 것은 프레이야의 뜻대로, 하지만 세부적인 일은 모두 조제성이 결정해야 했다.

-----------------------------

“이제야 완성이 되었습니다. 블러디 라인 2 - 던전의 시대입니다.”

프레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본격적인 판타지 게임으로서의 블러디 라인 2를 선보였다. 완벽한 가상현실, 아니 가상세계에 게임적 컨텐츠를 집어 넣은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가상세계를 체험하는 게임에 지나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RPG게임의 컨텐츠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현실의 마력회로와 총기류를 가지고 던전을 누비면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섬기는 신에게 기도하는 것으로 마나가 회복되는 시스템을 생각 중입니다.”

프레이는 기존 게임들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라, 게임 소설, 현대 판타지 소설들을 벤치마킹했다. 의지를 가진 자유로운 NPC들과 변하는 세계 상황을 반영한 말도 안되는 게임을 생각하고 있었다.

프레이는 아예, 완전한 캐쉬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실의 돈과 게임 속의 돈이 완전히 1:1로 교환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게임 속에서 돈을 벌어서 현실에서 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NPC들은 실제 인간들을 고용할 생각입니다. 급여를 주고 말이지요. 편의점 알바하듯이 상점에서 알바를 하고 돈을 타가는 겁니다.”

“그럼 돈을 버는게 아니라, 돈이 나가는거 아닌가요?”

“처음에는 그렇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곧 깨달을 겁니다. 가상세계에서 먹고 쓰는 즐거움을 말이지요. 블러디 라인의 부동산들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나올테지요.”

장수한의 말에 원기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전율이었다. 강물을 팔아먹은 김선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가상 세계를 팔아먹는 것이었다.

처음엔 좀 어이없다싶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충격이 몰려왔다. 현실과 구별할 수 없는 가상 세계는 세상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무기나 골드가 아니라, 세상 그 자체를 팔아먹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블러디 라인은 신체 장애자들의 비율이 높은 게임이었다. 화상으로 약해진 각막을 가졌던 원기도 잘 보이는 게임속 세상이 현실보다 좋았다.

블러디 라인 2는 현실세계와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신체 장애자들에게는 현실과 달리 아무 부자유도 없는 육체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다.

입소문으로 노인층들의 가입이 증가추세였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더 많이 유입될 것이었다. 그들은 처음에 돈을 벌어가겠지만, 블러디 라인 속에서 먹고 쓰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될 터였다.

현실에서 5000원을 주고 짜장면을 사먹으나, 블러디 라인속에서 5000원을 주고 짜장면을 사먹으나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더 건강하고 완벽한 육신으로 먹는게 더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현실의 육체는 영양을 따로 공급받아야하겠지만, 어느쪽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구체적인 것은 직접 게임 속에서 체험해 보시지요.”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