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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493화 (493/497)

493화 게임 컨텐츠

“여러분들은 지금 훈련병입니다. 튜토리얼을 마치게 되면, 이등병으로 승급하게 됩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계급을 올리게 되어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시면 누적 경험치를 통해서 상사까지 진급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비들은 계급에 맞춰서 판매됩니다. 상사가 되시면 판매되는 모든 장비들을 구하실 수 있습니다.”

“상사까지만 올라갈 수 있는건가요?”

이등병부터 차례로 계급이 올라가는 시스템이라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상사가 끝이라는 것은 좀 이상해 보였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임으로 이야기하면 상사가 만렙입니다만, 랭킹 시스템이 붙어 있습니다. 장교 계급은 상사를 찍은 분들에게 열립니다. 그리고 랭킹에 따라서 계급이 등락하게 됩니다. 성적이 좋은 분들은 계급이 계속 올라가게 되고, 그렇지 못한 분들은 계급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승진과 강등 시스템입니다. 참고로 원수는 랭킹 1위에게 주어집니다. 대장은 랭킹 2위와 3위에게 주어지고, 랭킹 10위 내에 들어가면 중장 계급이 됩니다. 50위 이내가 소장, 100위 이내가 준장인 겁니다. 그리고 300등까지가 대령, 500등까지가 중령, 1000등까지가 소령입니다. 마찬가지로 3000등까지가 대위, 5000등까지가 중위, 일만등 안쪽이 소위가 됩니다. 서버당 접속자 수를 십만명 정도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위관급은 상위 10%, 령관급은 상위 1%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서버들의 상위권자를 모아서 별들의 전쟁이라는 서버 합동 이벤트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시스템이군요.”

레벨과 랭킹을 별도로 두고 있는 온라인 게임들을 떠올리며 원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랭킹 시스템은 실력 위주로 등급이 나뉘기 때문에 자부심을 불러오고 경쟁의식을 불러오기 쉬웠다.

브실골 타령하는 게임 커뮤니티들은 꽤 많은 편이었다.

‘계급을 이용해서 일관성을 준 건가. 상위 10%만 장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좀 묘하군.’

“장비는 모두 같다고 했는데, 던전 이용도 모두 평등한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장비가 같고 스탯이 같다고 모두 실력이 같은 건 아니지요. 계급별로 진입할 수 있는 던전이 다른 거야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몹을 잡아서 나오는 보상도 다릅니다. 위관급 던전, 령관급 던전, 장관급 던전으로 나뉩니다. 같은 시간을 해서 최저 임금 이상의 돈을 벌고 싶다면, 장교급 던전은 가야 합니다. 장관급 던전이라면 하루에 최소 백만원은 벌 수 있다고 하더군요. 뭐 사냥 말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일들은 있습니다.”

‘우와, 이거 미치는 놈들은 엄청 미치겠군.’

원기도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쉽게 견적이 나왔다. 상위 10%만이 정말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최저임금 이하 용돈 수준이라고 해도,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은 메리트가 있으니 하는 사람들은 하겠지만 돈을 벌기 위한 랭킹 경쟁은 결코 만만치 않을 터였다.

그리고 랭킹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일들도 주어진다고 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부가 축적되기 마련이다. 생산직이나 서비스직 등을 통해서 돈을 벌 길을 마련해 준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게임 내부로 이민을 올 터였다.

“우선 연습용 던전으로 들어가 보십시오. 무기는 자유롭게 가져가시면 됩니다. 인벤토리나 아공간 같은 편리한건 이 세상에 없으니까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법 회로는 1.5까지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희연은 자연스럽게 카타나를 들었다. 카즈키는 희연의 모습을 살펴보더니, 한쪽으로 가서 사복검을 들었다. 체인 블레이드, 꽤 마이너한 병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무기 칸에 존재하고 있었다.

‘총기가 종류별로 있는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걸까.’

원기는 대물 저격총인 바렛을 골랐다. 저격수인 연하는 의외로 양궁을 골랐다. 게임이고 튜토리얼이니 그냥 취향에 맞춰 고른 것으로 보였다.

인벤토리가 없다보니 무장을 갖추는 것에는 제약이 있었다. 힘이 세다고 해도 들 수 있는 부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비가 되셨으면, 던전으로 입장하시면 됩니다.”

안내인의 지시에 따라서 원기, 희연, 카즈키, 연하는 차례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니 은근히 긴장되었지만, 함께 하는 멤버들이 워낙 뛰어나서 안심이 되는 면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원기만의 기분은 아니었다. 탱커로서의 원기가 같는 신뢰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카즈키나 연하는 그 신뢰감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쪽이었다면, 희연은 미묘했다. 지켜야 하는 존재, 지키고 싶은 존재에게 도리어 보호받는 상황이 가져오는 아이러니였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원기를 해칠 수 있는 것은 희연 뿐이라는 것도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였다.

“어라? 이게 어떻게 된거지?”

원기는 자신이 마주친 풍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이들도 조금씩 당혹감을 느끼는 듯했다.

[치익, 여기는 사령부 들리는가? 오버.]

가슴에 매달린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기는 무전기를 뽑아서 그에 응답했다.

[들립니다. 오버.]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우주선이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주선에서 흘러나온 오염물질이 주변 동물들을 끌어들여 변이시키고 있다. 변이된 생물들을 처리하고 내부의 오염물질을 회수해 주기 바란다. 자네들이 갖춘 마법회로에는 오염을 방지하고 치유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힐링 서킷이 포함되어 있다. 오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참고로, 근처 주민과 선발 수색대가 실종되었다.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그리고 우주선 내부에 들어가면 무전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무운을 빈다. 오버.]

원기가 응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통신은 멋대로 꺼졌다. 현대 무기만 나오는데 눈앞에 외계인 우주선이 펼쳐져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설정을 재밌게 꾸몄네.”

원기는 피식 웃었다. SF 설정과 현실 밀리터리 설정을 잘 버무려놓은 것을 보니 호철의 취향이라고 봐야했다.

그리고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니, 안에는 자동문으로 되어있는 공간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우주선의 대부분은 땅 속에 박혀있기 때문에 지하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무기 선택을 잘못한 것 같은데.”

원기는 거추장스러운 대물 저격총을 등에 짊어졌다. 그리고 정글도 두자루를 뽑아 들었다. 저격총이 쓸모있는 상황은 아닐 듯 싶었다. 정글도 두 자루를 보험삼아 챙겨온 덕분에 다시 돌아갈 필요까지는 없었다.

“밸런스를 맞춘 거라고 봐야겠지.”

카즈키도 게임에 익숙한 듯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연하는 한손에 활을, 그리고 오른 손에는 다섯자루의 화살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1초에 두발 이상을 연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좁은 장소에서도 활을 잘 다룰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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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재미있었는데요?”

“좀 시시한걸.”

밝은 표정의 연하와 시니컬한 카즈키가 대화를 나눴다.

“튜토리얼에 너무 많은걸 기대하면 안되지.”

원기는 그렇게 말하며 보스의 잔해를 살펴봤다. 거대한 키메라인데 살점과 피는 회색으로 변색되어 있어서 징그러움이 덜했다. 말라붙은 좀비처럼 만들어 놓은 덕분에 징그럽기는 해도 그다지 생생하지는 않았다.

‘언제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만들어 놓은 거지?’

원기는 호철과 수한의 능력에 감탄했다. 살점과 피가 리얼했다면, 이 가상세계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을 터였다.

원기가 오염물질의 근원으로 보이는 금이간 코어를 상자에 담는 순간, 갑자기 문이 닫혔다.

“뭐지?”

[특별 이벤트, 배틀 로얄입니다. 튜토리얼 마지막입니다.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누가 살아남을지는 실력으로 결정하세요.]

“어라?”

원기는 당황하면서 주위를 살폈다. 원기가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는 바로 희연이었다. 하지만 희연은 원기에게 등을 보이고 카즈키를 경계했다.

“나 기권.”

연하가 빠르고 담백하게 두 손을 들었다. 카즈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칼을 핥았다. 조금 전까지 괴물들을 썰던 칼이었지만 틈틈히 닦으면서 관리는 해줘서 날은 여전히 반짝거렸다.

“재미있는 이벤트네. 마침 몸이 덜 풀려서 아쉽던 참인데.”

카즈키는 희연과의 결투라는 것에 재미를 느낀 듯 했다. 원기는 자연스럽게 방관자가 되었다. 희연과 카즈키는 좋은 대결 상대이기는 했다.

“마법회로를 바탕으로 싸우게 되는 건가. 그것도 재밌겠네.”

연하는 원기 옆으로 와서 육포를 내밀었다.

“팝콘이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지요.”

마법 회로가 빛을 발했다. 카즈키와 희연, 모두 속도를 향상시키는 마법 회로를 사용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카즈키의 일검에 희연은 물론이고 원기와 연하까지 순식간에 썰려서 바닥에 떨어졌다.

“어? 어떻게 된거야?”

채찍처럼 길게 늘려서 사복검을 휘두른 카즈키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 역시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희연이 썰린 것도 그렇지만, 원기가 썰린 것을 본 순간에 그녀는 가슴이 덜컥 주저앉는 기분을 느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프레이야 여신에 대한 충성심이랄까 의존도가 그녀 마음 속에도 상당히 깊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세 사람이 부활하면서 튜토리얼이 끝났다. 카즈키는 동요가 가라앉지 않는 것을 느끼면서 한숨을 쉬었다. 꿈에서라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어떻게 된거지?”

카즈키의 비정상적인 힘,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게임의 스캐너가 에인페리아의 상식을 벗어난 스펙을 게임 속에 그대로 재현한 것이었다.

인간의 세배를 넘는 초인의 스펙에 마법 회로의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스펙을 가진 희연과 에인페리아의 스펙을 가진 카즈키가 승부가 될 리가 없었다.

‘프라나가 없는 게임 캐릭터는 쓸 수 없지만, 에인페리아는 마법회로를 쓸 수 있는건가.’

신검 같은 아티팩트를 쓸 수 있는데, 마법회로를 쓸 수 없다는 것도 사실 말이 안되는 일이기는 했다. 게임 캐릭터와 에인페리아 사이의 성능차이가 마법 회로로 인해서 확 벌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원기의 표정이 굳어졌다.

‘토르가 마법회로만 있으면 싸워볼 수 있다고 생각한게 그때문이었나.’

실제로 같은 시기에 마법회로로 무장한 거인 에인페리아들이 유비에게 매료된 중국군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여포와 관우가 이끄는 리베로들을 제외하면 그들의 활약을 저지할 만한 전력이 없어 보였다.

티르는 황급히 토르와 은밀한 만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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