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화 AOS
새로운 게임 시도는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다. 가상현실 게임 내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붉어져 나왔다.
하지만 도박적 사행성이 없다는 점과 기존에도 게임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관행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되었지만 금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위해 모여들었다.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돈을 퍼준다는 소문도 있고, 얼마 못가서 망할 거라는 소리도 있는데 말이지요.”
원기가 걱정스러운 듯 말하자, 게임 총 담당자인 장수한이 미소를 지었다. 최근 조제성은 우주 기지 개발을 위해서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화성과 지구 사이의 통신 시간 차이 때문에 화상 회의는 되도록 하지 않고 있었다.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만렙을 찍어서 상사가 되었을 경우에 장비 없이는 월 백만원을 버는게 고작입니다. 최저임금도 안되는 거지요.”
“유저 숫자를 생각하면 월 백만원씩 지급해야 하는 건데 괜찮은 건가요? 현재 게임을 하는 사람만 수백만에 달한다고 들었는데요.”
“일단 랭커들이 되어서 상급 던전에 갈 수 있게 된다면 억대 연봉도 쉽게 나올겁니다. 그리고 랭킹에 못들었다고 해도 일반 던전 중 최고 레벨 던전만 돌아도 월 400, 연봉 오천은 벌 수 있게 배치되어 있지요. 하지만, 알몸뚱이로는 월100만원짜리 던전을 돌기도 힘듭니다. 그리고 만렙이 쓸만한 수준의 장비를 갖추는데 필요한 비용은 최소 일억이 들어갑니다.”
“일억? 누가 그런 고가의 장비를 살까요?”
“안살거라고 생각하세요?”
장수한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원기도 곰곰히 생각해 보니, 게임은 렙업하는 재미도 있지만, 만렙 후에 장비 모으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았다.
“장비는 무기 천만원, 갑옷 천만원, 기타 장비들 약 오백만원씩 해서 삼천만원, 마법회로 삼천만원, 잡다한 소모품 비용 등이 포함될 겁니다. 탄약이나 수류탄, 포션 등등을 생각하면 만렙에 어울리는 장비를 갖추는데는 일억을 가볍게 넘기게 될 겁니다. 반면에 자신이 게임에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저 비용들은 그렇게까지 비싼 건 아닐 겁니다. 중간단계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월 백이 나오는 던전부터 월 사백이 나오는 던전까지 수십 종류의 던전과 몬스터가 있고 조금씩 조금씩 비싼 장비들을 사모아서 던전들을 상향한다고 생각하니 그럴 듯 했다.
사람들은 돈을 빼려고 들지 않을 터였다. 장비를 사 모으느라 오히려 쏟아 붓고 싶어할 터였다.
“오히려 돈을 더 집어넣고 싶어지겠네요.”
“그게 안되니까, 더 재밌을 겁니다.”
월 백만원씩 벌어서 일억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십년 가까이 들어갈 것이다. 조금씩 수입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짧아지겠지만, 돈이 나갈 구석이 의외로 많았다.
먹어야 하고 놀아야 하고 탄약도 사야했다.
현실의 돈을 투자해서 빨리 돈을 많이 벌고 싶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게임에서 돈을 빼내는건 되는데, 집어넣는 것은 안된다.
게이머 한명당 일억이 필요한데, 벌어들이는 돈은 월 백만원인 것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부동산과 기타 서비스 업종에서도 돈을 빨아들일 터였다.
“돈을 집어넣고 싶은데 집어넣을 수 없다면, 빼내는 일은 더더욱 있을 수 없겠군요.”
“그런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열심히 돈만 벌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요. 게임은 재미로 하는 거니까요.”
장수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게임 기획서를 스크린에 띄웠다. 산하에 있는 게임 개발사에서 작성한 기획서였다. 호철의 아이디어를 개발자들이 꼼꼼히 정리해서 만든 것이었다.
“AOS? 가상현실 게임에 AOS를 집어넣은 건가요? 이 게임에서 그런게 가능한 겁니까?”
“예. 만렙 캐릭터에 한해서 들어갈 수 있는 경기장입니다. 인원이 모이면 게임이 시작됩니다. 장비는 모두 통일됩니다. 그리고 게임 시작시에 마법회로들은 모두 레벨 1로 강제 조종됩니다. 게임 진행 중 얻은 경험치를 통해서 마법회로의 증폭률이 상승합니다. 증폭률 제로인 1.0부터 차례대로 0.1씩 상승해서 3.0까지 증폭되는 겁니다. 게임상 레벨은 20렙이 되겠지요. 그리고 각 경기 중에 벌어들인 돈으로 무기와 장비를 구입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AOS같은 느낌이 들긴 들겠군요. 그런데 3.0? 현재 마법회로는 최대 출력 2.0 정도가 아닌가요?”
인간의 두 배 힘이라고 하지만 인간 두명분의 힘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두 배만 해도 초인적인 전투력이 나오게 마련이었다. 에인페리아는 슈퍼맨 같은 괴물급은 아니지만, 누가봐도 슈퍼히어로다라고 생각할 만한 힘은 가지고 있었다.
“현 시점에서는 2.0이지만 이론적 한계치는 3.0입니다. 그리고 일부 국가에서는 2.0을 넘는 마법회로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물론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만 해도 2.25를 개발한 것으로 알고있고, 미국은 2.37을 극비 임무부대에 배치 중이라고 합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2.0도 제대로 개발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군요.”
대외적으로는 중국에서도 2.0의 양산에 돌입했으며 2.5의 개발에 들어가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럼 게임 내에서 3.0까지 판매할 예정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AOS컨텐츠에서만 판매할 예정입니다. 호철군이 붙인 프로젝트명은 소환사의 시계라고 하는데, 정식 출시가 되면 제대로 된 이름을 붙일 예정입니다. 현재로서는 버츄얼 컴뱃 아레나로 부르고 있습니다.”
“재밌겠네요. 5:5 게임이 되는 건가요?”
원기 역시 재밌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재는 5인 팟을 할 것인가, 6인 팟을 할 것인가 고민 중입니다. 둘 다 가능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RPG에서는 6인 팟이 기본이기도 하니까요. 던전 공략도 6인 파티까지 가능하게 할 예정입니다.”
원기는 머리 속으로 드림 팀을 꾸며 보았다. 탱커로 자신이, 근딜로 희연이, 원딜로 연하가 들어가고 카츠키가 레인저로 활약하는 것을 떠올렸다.
‘음, 누커나 힐러 같은 서포터도 필요한 거 아닌가.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재미로 게임하는 사람들도 생기겠군요.”
“물론, 버커마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보상은 주어질 겁니다. 승자에게 만원씩 말이지요. 시간당 두게임 한다고 생각하면 시급 만원 꼴로는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너무 후한 거 아닌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제성 형님께서 후하게 써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부수입이 더 중요하다고 말이지요.”
“부수입? 그게 뭐지요?”
“게임 상에서 기도를 하면, 그걸로 프라나가 모인다고 합니다. 프레이님이 신성을 회복하는데 성공했지요. 유저가 게임에서 소모하는 시간 동안 사용되는 정신력의 일부가 프라나화 되는 겁니다. 그래서 게임 상에서 신을 섬기고 기도하도록 해서 프라나를 뽑아 낼 예정입니다.”
“그게 생각대로 잘 될까요? 게임 속에서 특정 신을 믿으라고 한다면 거부감이 들텐데요?”
“그 문제라면 깨끗하게 해결된 상태입니다.”
장수한이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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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튜토리얼이 끝난건가. 현실과 차이가 없는 게임이라니 정말 대단한걸. 게다가 총으로 싸우는 RPG라니 괜찮은 것 같아.’
현실감이 넘치다보니, 칼로 근거리에서 싸우는 것은 많은 유저에게 무리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총이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게임 개발자로서 블러디 라인의 새로운 컨텐츠를 확인하러 온 윤동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튜토리얼은 끝났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종족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종족 선택?”
반투명한 요정이라고 할지 날개없는 천사같은 도우미의 말에 그는 반문했다. 리얼리티가 높은 게임이라서 그냥 인간으로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예. 네가지 종족 가운데에서 선택해 주시면 됩니다. 설명문을 잘 보시고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화면에 떠오른 네가지 종족을 확인했다.
‘하프 비스트 종족이라, 육체 강화와 상성이 좋으며 마법회로의 힘으로 변신이 가능하는 건가. 섬기는 신은 펜릴. 원거리 계통의 마법회로는 효과가 감소. 이건 별로군.’
‘다음은 뱀파이어. 섬기는 신은 헬. 낮에 성능이 감소하고 밤에 성능이 상승. 육체 회복이 장기라.’
‘인간도 있군. 하긴 인간이 없으면 이상한 거겠지. 섬기는 신은 굴베이그. 능력은 평범하지만 획득하는 돈에 보너스가 붙는 건가. 황금과 탐욕의 여신 굴베이그의 영향이라. 이거 끌리는데.’
‘마지막은 다크엘프?’
“이봐. 왜 종족 선택에 엘프가 없는 거지?”
“엘프는 상위 종족이라서 선택하실 수 없습니다. 게임 상에서 엘프를 보시면, 진짜 엘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엘프들의 성능은 종족 특성상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운동신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따를 수 없습니다.”
‘쳇. 엘프는 비싼 몸인건가.’
윤동훈은 내심 투덜댔다. 다크엘프가 섬기는 신은 프레이, 특성은 뛰어난 운동성이었다.
“인간으로 하겠어.”
어차피 게임을 오래할 생각은 없었다. 게임이 어떤 식인지 알아보고 회사에서 개발하는 게임에 반영할 만한 점이 없는지 찾아볼 생각이었다. 이왕이면 버는 돈이 늘어나는게 좋았다. 우리회사 게임에선 엘프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좋아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피식 웃었다.
“그러면, 이 성표를 받아주십시오.”
“성표? 이건 어디다가 쓰는거지?”
“프라나를 다시 채우기 위해서는 기도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성표를 들고 명상을 하시면 스태미너가 소모되면서 프라나가 회복됩니다. 스태미너는 음식을 드시면 서서히 차게 되어 있습니다. 프라나가 부족하면 마법회로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현재 프라나가 부족하니 이곳에서 명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냥 아무 생각 안하고 앉아만 계시면 됩니다.”
그는 도우미의 말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손 위에 성표라는 것을 들고 명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놀라운 기분을 느꼈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목욕탕에 들어가는 순간 느끼는 기분과도 비슷했다.
몸 속 깊은 곳의 한기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과 비슷하게 몸 안에서 청량한 기운이 퍼져 나가는 듯 했다. 머리속의 어지러움과 피로가 빠져나가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온 몸에 생기가 솟아나는 그런 기분이었다.
“프라나가 부족하면 지금처럼 심한 피로감이 오게 됩니다. 기도를 통해서 프라나를 채우지 않으시면 계속 싸우실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명상이 끝나면 음식을 드시고 튜토리얼 룸을 나가시면 됩니다.”
그 말에 윤동훈은 고개를 기분좋게 끄덕거렸다. 허기감이 서서히 몰려오는데, 이것도 왠지 기분 좋게 다가왔다. 그리고 강한 허기감에 눈을 뜬 그는 손목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프라나 게이지가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눈 앞의 테이블에는 빵과 물, 그리고 과일이 있었다.
빵은 고소했고 물은 시원했다. 그리고 딸기는 정말 새콤하고 달콤했다.
‘우와, 이거 정말 달콤하다. 내가 지금까지 먹은 딸기는 다 가짜였어. 이거야 말로 진짜 딸기야.’
공복감이 가시면서 닥쳐오는 만족감에 그는 전율했다. 게임 개발자인 그는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게임을 그는 그만 둘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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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하군요.”
“믿을 신을 고르라고 하면 거부감이 있지만, 자신이 고르는 종족이 믿는 신은 존중하게 되지요. 인간에겐 조삼모사가 아주 잘 통합니다. 원래 판매 전략은 다 그런 거지요. 게임도 그렇지만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장수한은 악덕상인 같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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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기지에서 차원문을 발견했습니다.”
오딘의 분신은 재벌들을 모아들여서 발할라라는 이름의 비밀단체를 만들었다. 신들이 사는 궁전에 선택받은 자들을 모아들인다는 의미였다.
신으로 만들어준다는 약속에 많은 이들이 참여한 상태였다.
아스가르드에서 보내는 물자 중에 특별한 마법신호를 발하는 마법이 걸려있었다. 이 마법은 지구에 오면 몇 초 안에 소멸되었다.
그리고 달 호텔 내부에 있는 센서가 그 신호를 캐치해 낸 것이었다. 아스가르드와 직통으로 연결된 차원문이 있다는 증거였다.
“역시 예상대로로군. 지구상에 차원문을 설치하지는 않을거라는 예측이 맞았어. 역시 용의주도한 놈들이야.”
오딘은 미소를 지었다. 달기지에 난입할 준비는 착착 진행중이었다. 달기지를 장악하고 차원문을 확보하게 된다면, 그 곳에서 지구 각지로 전력을 보내는 것은 별 어려움이 없었다.
차원문과 달리 공간문은 오딘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공간 게이트 기술은 오딘이 더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제 조금 남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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