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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와 인간
베타 플레이를 시작한 블러디 라인의 AOS 게임은 게임 내부 컨텐츠로서 보다는 방송 컨텐츠로서 인기를 끌었다.
30분에서 1시간에 걸쳐서 뛰어난 10명의 플레이어가 실력을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던전 공략은 평범한 RPG 게임이라서 공략 정보 외에는 가치가 없다고 하면, AOS 버전인 버츄어 컴뱃 아레나, 속칭 버카마는 인기 컨텐츠로서 많은 이들이 즐겨보는 스포츠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 기회에 돈을 좀 벌어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돈을 벌어들입니까?”
“그래. 유료화야. 요금은 월 30만원 정도면 괜찮겠군.”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당황했다. 월 30만원이라면 유저들이 죄다 떨어져 나갈 듯 싶었다.
“너무 비싼 것 아닙니까? 유저수가 급감할 것 같은데요.”
“요금 책정 방식이 문제가 되겠지. 게임 내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결재할 수 있다고 하면 별 문제 없네. 물론 현금으로 납입하는 것도 가능하게 해주지. 1년 사용 요금을 선납하면 5%할인 해준다고 하고 말이야.”
장수한은 조제성의 말 뜻을 알아들었다. 게임 내에서 번 돈으로 요금을 결재한다고 하면 30만원이라도 비싸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만약 게임 머니가 부족하다면, 요금은 부족분을 받지 않는다고 알리면 될거야.”
게임 내에서 번 돈으로 요금을 납부할 수 있다. 만약 번 돈이 모자란다면, 돈이 생길 때까지 요금 청구를 미루고 게임을 접게 된다면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무료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나?”
“그렇군요. 무료는 무료입니다.”
현재 블러디 라인 내부의 돈은 인출이 가능하지만, 인출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직 만렙이 아니기 때문에 한달에 버는 돈은 고작 오십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버카마는 별개의 컨텐츠로 베타 테스트 형식으로 만렙 아닌 사람들도 입장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만렙이 되지 않아 유저들의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돈이 귀한 편이었다. 현질하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좋은 장비만 있으면, 돈을 퍼 담을 수 있는데 그게 안되니 애가 타는 것이다.
그래서 게임 머니를 인출하기는 커녕 현금을 주고 다른 유저의 돈을 사들이는 거래가 성행하고 있었다.
블라2 내부의 돈 만원이 인출하면 만원이지만, 다른 유저에게 이체하면 현금으로 최소 삼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게임머니로 게임 이용료를 지불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무료 게임이지만, 사람들에게 현질할 유일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네가 말한 캡슐이라는 것을 파는 것도 좋을 것 같군.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데, 게임 머니로는 뭘 못사겠나.”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가상 현실 게임용 캡슐 ‘매트리스’를 출시했다.
기능은 식도에 삽관이 되어서 이유식과 수분을 끼니 때마다 삽입하는 것과 저주파를 이용해서 근육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수관과 연결되어서 소변과 대변을 처리해 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다.
가격은 일억이지만, 게임내 머니로 할부 할 수 있게 되어있고 계약 해지시에는 잔액을 모두 청산해 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돈 한 푼 안쓰고 할 수 있는 게임을 표방했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들로서는 현금을 지불하는게 훨씬 더 유리한 게임이 되어있었다.
특히 매트리스는 생산량이 수요를 못맞춰서 줄서서 구입해야 하는 인기 상품이 되었다. 현실에서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매력이 된 것이었다.
블라2에서 온갖 맛있는 것을 원없이 먹고 현실에서 배를 채워야 한다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았다.
반면 매트리스를 사용하면, 블라2에서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었다. 굳이 현실에서 먹을 필요도 없었다.
혈당 등을 체크해서 건강관리하면서 체중 조절까지 해주는 고마운 기계가 공짜인 것이었다.
물론 조건은 달려있지만, 조건을 채우지 못한다고 해도 반품하면 끝이라서, 누가 봐도 좋은 조건이었다.매트리스는 생산되는데로 족족 팔려나갔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음, 매트리스에 대한 환불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장수한이 서류를 보면서 조제성에게 보고했다.
“예상한 대로로군. 현금 수입이 많아졌겠어.”
매트리스가 게임 머니로 분납이 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분납으로 구입한 상태였다. 1억짜리 물건을 게임머니로 산다는 사실에 자세한 내막도 모르는 사람들이 덮어놓고 구입한 거였다.
그리고 블라2에 접속하면서 뒤늦게 게임 머니의 가치를 알게된 거였다. 게임 머니가 너무 귀한데, 이 귀한 돈을 계정요금과 매트리스 분납금으로 쓰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매트리스는 게임 머니 분납과, 현금 일시납부 두가지만 가능하도록 만들어 놨다.
일시에 현금을 대량 확보하려는 조제성의 의도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대납 서비스가 생겨났다.
매트리스 요금을 일시불로 대납해 주는 대신에, 게임머니로 오천만원을 대납해 주는 사람에게 이체해 주는 방식이었다.
3대 1로도 구하기 힘든 게임 머니를 일시불은 아니지만 2대 1의 비율로 확보하는 것이었다.
블라2의 계정에서 게임 머니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고, 분납의 형식으로 거래하는 것도 시스템적으로 구축해뒀기 때문에 서로 마음 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매트리스 한대를 생산할 때마다 현금 1억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로 인해서 자금적 여유는 커졌다.
“돈은 많을수록 좋은 거지. 선택지가 늘어나니까.”
프레이야 진영은 막대한 세력과 돈을 확보했지만, 데이모스 개발에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들어가는 돈만큼 세력이 강해지고 있었다.
군수 산업을 위한 기반도 충실히 닦았고, 그 결과 세계 최상급의 리베로를 자체 개발하는 것이 가능했다. 일부 재래식 무기 체계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앞서고 있지만, 그 차이는 미미했고, 데이모니움을 사용한 리베로들은 기존의 병기들을 압도하는 전투력을 가지게 되었다.
리베로는 공격헬기와 동급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방패는 120미리 전차포의 날탄을 막아낼 수 있었다. 전차를 제외한 모든 기동병기를 파괴할 수 있는 라이플과 대공 미사일과 대전차 미사일을 사용 가능하며, 데이모니움 장갑은 대전차용 무기가 아니고서는 뚫을 수 없었다. RPG-7 같은 병기로는 일부 관절부를 제외하고는 데미지를 입힐 수 없는 것이다.
전력의 충당으로 오딘과의 전면전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던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할 수 있었다. 중장비를 엮어 만든 거북 전차같은 것은 이젠 장난감도 될 수 없었다.
지구에서는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 몇배는 비싼 최고가의 전략 물자로 취급되는 데이모니움으로 만든 거대 이동 금고인 현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수백톤의 데이모니움으로 만들어진 현무는 공격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철저한 요인 보호, 아니 여신 수호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었고, 굳이 현무가 전투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기도 했다.
다수의 전력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뤄진 변화라고도 할 수 있었다.
데이모스가 예정보다 일찍 아스트로이드 벨트로 출발하게 된 것도 재정적 여유가 생긴만큼 소행성을 더 개조해서 이민선단을 늘릴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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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그거 어디서 난건가?”
헬의 성표를 들고 기도하는 동료를 본 이능자가 물었다. 전투가 끝나고 담배를 피면서 프라나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던 참인데, 동료의 이상행동이 눈에 띈 탓이었다.
“블라2 온라인 숍에서 팔더군. 왠지 프라나 회복이 잘되는 것 같아서 그냥 써 보는 중이야.”
“너 뱀파이어 종족이었냐? 난 그냥 인간 선택했는데 말이지. 그건 그렇고 효과가 있겠냐?”
“명상하는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지만. 게임처럼 효과가 있는건 아닌데,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은 들어. 이제 집중할테니까 나 좀 냅둬라.”
‘흐음, 나도 굴베이그님의 성표나 하나 구해볼까.’
그는 담배를 비벼 끈 다음, 게임에서 하던데로 명상에 잠겼다. 뭔가 허전한 느낌에 담배갑을 성표 대신에 들고 굴베이그님을 부르면서 명상에 잠겼다. 자연스럽게 게임 속 감각을 떠올렸고 명상에서 느꼈던 상쾌한 기분이 차오르는 느낌이 조금은 들었다.
‘정신 집중의 효과겠지만, 확실히 프라나가 차는 느낌이네.’
그는 부대에 돌아가는데로 성표를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AOS인 버카마의 인기도 좋았지만, 각성자를 쓰는 모든 특수부대들이 훈련 프로그램으로 활용했다.
버카마의 레벨업 시스템은 자신보다 약한자를 상대하거나, 자신보다 강한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익히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프라나가 떨어지면 일반인의 신체 능력으로 돌아오는 각성자들이기에 더 효과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프라나의 배분을 통해서 전투력과 전투 지속시간을 양립시키는 역량을 키우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의 국가는 물론이고 해적, 반정부 조직, 범죄 조직들도 마법 회로로 무장한 각성자 부대를 키우기 때문에 각성자간의 전투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였다. 이미 마약 조직과 공권력간의 전투는 여러차례 벌어지고 있었다.
버카마를 통해서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고, 버카마 상위 랭커를 특수부대로 스카웃하는게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고 있었다.
버카마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집단은 엘프 군단이었다.
버카마 최상위 랭커들에 한해서 엘프들과 매칭을 시켜주는 서비스가 있었고, 이 경기들은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서 모두에게 중계되었다. 엘프들의 미모와 사기적인 능력까지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이 새로운 스포츠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날, 이변이 일어났다. 치트 프로그램인 헬퍼를 딴 별명인 ‘엘퍼’로 불리우는 사기캐 집단인 엘프들이 최상위 랭커들에게 패한 것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초식’이라고 부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스킬’이라고 불리우는 마법회로의 사용법이 낳은 변화였다.
프라나를 절약하다가 일거에 폭발시키듯 사용하면서, 미리 연습해서 정해진 동작을 마법회로가 서포트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거였다. 대쉬 후 3연격, 슬라이딩 5연참, 팔방풍우, 독사출동 등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스킬들이 만들어졌다.
스킬의 사용은 게임 세계에서 나와서 현실 세계에 도입이 되기 시작했고, 나이트 엔젤이 인간 각성자들에게 패배하는 사태를 야기했다.
1대 1의 전투에서 나이트 엔젤, 아니 엘프가 인간 범죄자에게 패해서 목숨을 잃었고, 범죄자는 범죄를 저지르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고 이 모습이 CCTV를 통해서 방영되면서, 세상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기회로 움직이기 시작한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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