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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말살 작전
“엘프들이 지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버카마의 랭킹에서 엘프들의 순위가 급격하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랭킹 백위권 이내에는 엘프들이 하나도 남지 못했다. 특이한 점은 과반수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경쟁에 미친 전투민족 한국인이라는 소리가 다시한번 증명된 꼴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재능은 확률입니다. 기본 스펙은 높지만, 전투 센스는 인간과 그리 다를게 없으니까요. 희연양의 능력을 생각해 보십시오.”
조제성의 말에 원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희연의 육체를 컨트롤하는 능력은 엘프들을 따를 수 없었다. 엘프와 인간 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는 벽이 하나가 있었다.
하지만 균형감각과 청각, 후각 등을 포함한 육체능력 일부를 제외하면 인간과 엘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평균 근력은 인간이 위였고, 순발력은 대등했으며, 전투 센스도 큰 차이가 없었다.
엘프들은 인류에 비하면 극히 소수였고, 전투 경험은 많지만 전투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류는 달랐다. 수많은 인간들이 있고, 전투에 대한 간접 경험은 많으며, 대단히 호전적이었다.
엘프들과의 전투 경험을 통해서 엘프들의 강점을 알게 되었고 그 한계치도 명확해지자, 인간은 전략과 전술, 속임수 등을 통해서 엘프들을 잡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카마에도 프로팀들이 생겨나고 프로리그들이 생겨났으며, 엘프들의 팀은 전투력 판독기로 전락해 버렸다.
한국의 팀들 가운데, 엘프들의 팀보다 승률이 떨어지는 팀은 존재하지 않았다.
“퀘이커 선수, 무시무시한 누킹입니다! 쓰리플 킬을 따냈습니다!”
최강의 누커라고 불리우는 퀘이커 선수는 압도적인 역량을 발휘해서 인기를 끌어 모았다.
“엘프들을 상대할 때 유독 돋보이는 실력을 보여주시는군요. 오늘도 20킬 0데스 0어시를 기록하셨는데, 비결이 따로 있습니까?”
“엘프들의 경우에는 확실히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라고 할까요. 상대하기가 오히려 쉬운 것 같습니다. 뛰어난 역량인데 다들 비슷비슷해요. 그래서 예측하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퀘이커의 특기는 염동력으로 폭발시키는 지뢰와 강력한 예측 저격이었다. 중거리와 근거리에서도 견착도 하지 않고 대물 저격총을 정확히 사용하는 것은 신기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측 공격이라, 과연 대단하시네요. 투우사의 전투에 가깝다는 분석글도 보이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투우사같지는 않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싸우는건 가급적 피하고 싶군요. 하지만 엘프들의 경우에 소처럼 우직하게 달려드는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필사적으로 싸운다고 할까요. 그 부분을 노리면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나올 타이밍에 맞춰서 쏘면 족족 나와서 맞아 주더군요.”
퀘이커의 인터뷰를 보던 장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들이 가진 약점이기도 했다. 인간처럼 전투를 즐기지 않는 엘프들은 절대적인 사명감으로 움직였다.
용감한 병사로서는 나쁘지 않지만,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에인페리아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었다.
‘엘프에 대한 세상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어. 이거 좋은 흐름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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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알파 제로. 조만간 나이트 엔젤 말살 작전에 들어간다. 작전 브리핑 내용을 마음에 새기고 움직여주기 바란다. 방심은 하지 말고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 훈련으로 질리게 했던 버카마 게임을 떠올리면 된다.”
“상대는 버카마 캐릭터와는 꽤 다르지요.”
“차이점을 부대원에게 알려줘라. 알파 원.”
“일단 나이트 엔젤은 엘프 캐릭으로 만렙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약 3.0 급의 신체 능력을 지녔습니다. 반면 우리는 13레벨 급의 장비를 지녔지요. 그리고 13레벨 급의 신체 능력은 30분 유지할 수 있는 우리와 달리, 나이트 엔젤은 만렙의 체력이 주욱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들은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킬을 사용 못하는 겁니까?”
알파 투가 물었다.
“알려진 바로는 그래. 지금까지 스킬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테러리스트와의 조우에서도 그랬다고 하더군. 마법 회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힘을 끌어 쓴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스킬을 못쓰는데, 쓸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겠지. 나이트 엔젤이 스킬을 쓰는 것을 처음 목격하는게 우리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스킬 없는 만렙 캐릭터를 13레벨 캐릭터로 상대하는 겁니까. 그래도 무시무시하군요.”
“뭐, 평타가 스킬급으로 들어오긴 하겠지. 하지만 녀석은 고무탄환 밖에는 쓰지 못한다. 그리고 이쪽은 오인갱이야. 승산은 압도적이다. 피해가 없도록 승리하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
“스킬못쓰는 고렙의 적을 다섯 명이서 때린다고 하면 갱보다는 백작 사냥이로군요.”
버카마에는 백작이라고 불리우는 거인 몬스터가 버프를 주는 존재로 맵에 자리잡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오브젝트로 꼽혔다.
“그래. 몹에게 처형 당하는 멍청한 놈만 나오지 않으면 된다. 스킬을 몰아서 단숨에 해치운다.”
스킬을 사용하는 전투 시간은 약 일분, 하지만 그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이들은 없었다. 거대 보스를 처치하는 것도 아니고, 엘프 하나를 해치우는 것이었다.
이미 무장도 해제된 상태였다. 나이트 엔젤과 테러리스트들과의 교전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탓이었다.
나이트 엔젤이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사살한 테러리스트가 선량한 민간인으로 둔갑했고, 나이트 엔젤이라는 자경대가 존재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이들을 선동한 여론전이 잘 먹혀들어간 덕분이었다.
마법회로와 버카마 덕분에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된 능력자들에게 나이트 엔젤은 눈에 거슬리는 존재가 된 탓도 있었다.
특히 성역을 가지게 된 인간신들이 능력자들을 감시하는 엘프의 존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게 되었다.
그로 인해서 준비된 것이 바로 이 나이트 엔젤 말살 작전이었다.
수백 개의 능력자 팀이 나이트 엔젤들을 일거에 소탕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었다.
엘프들이 날고 긴다지만, 위성의 눈을 피할 수는 없어서 그들의 위치는 정확하게 노출된 상태였다.
“작전 개시!”
회사의 지시에 따라서 빠르게 능력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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