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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슬레이어
“레이드를 개시한다. 목표는 사성 빌딩 옥상에 존재하는 엘프몹니다. 작전 개시 시간에 정확히 맞추는 것을 잊지 말도록.”
서울 시내의 엘프들을 백 명을 모조리 일거에 소탕하는 작전이었다. 이를 위해 오백 명의 각성자들이 동원되었다.
“스킬의 셋팅을 다시 확인하도록. 에어본은 헌팅의 중심이다.”
염동 능력자가 에어본으로 엘프를 공중에 띄우는 순간, 엘프의 장점은 거의 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민첩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이들에게 모두 통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에어본 콤보는 버카마 프로게이머들이 자주 애용하는 것으로 엘프사냥이라는 이명이 붙을 정도였다.
최근 프로와 비프로를 구별하는 스카우터 취급을 당하기는 하지만, 엘프의 운동능력 자체는 인간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것이라서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인 것은 변함 없었다.
나이트 엔젤의 파워드 슈츠는 통짜 갑옷이라서 띄워올리기 쉽지 않지만 에어본 스킬을 전원이 장착하고 있으면 별 문제는 없었다.
“움직인다! 공격!”
염동능력자가 앞으로 나서서 손을 뻗자, 염동력이 엘프를 휘감았다. 그리고 그 발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프로게이머 볼프의 특기 스킬인 ‘밥상 뒤집기’였다. 단순히 에어본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뒤집으면서 떠오르게 만드는 스킬이었다.
대단히 뛰어난 스킬이라 많은 서포터들이 애용하는 스킬이기도 했다.
당황한 엘프가 허우적대다가 팔에 장착된 란쳐를 이용해서 자신을 공격하는 자들을 쐈다.
비 살상용의 고무탄이지만,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해서 실드를 쳤다. 염동력을 이용한 실드는 모든 공격에 가볍게 관통당하는 성격을 가졌지만, 관통을 통해서 파괴력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왠만한 무기는 실드를 관통하면 그 위력이 분산되거나 무력화되게 마련이었다.
“과연 엘프로군. 대단해.”
강력한 저격총으로 관통탄을 날린 저격수가 혀를 찼다. 스킬을 이용해서 염력을 실은 탄환인데 비껴맞아서 흘려낸 것이었다.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면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엘프였다. 밥상뒤집기의 스킬 효과가 떨어지면서 마치 고양이처럼 자세를 잡으려는 엘프였지만, 스킬 연계는 이어져 들어왔다.
“스파이럴 웨이브!”
소용돌이 모양으로 염력이 날아와서 회전하는 엘프의 움직임을 더 거세게 만들어버렸다. 팽이처럼 돌면서 엘프의 움직임이 봉쇄되었다. 허공에서 뜬 상태에서 그녀는 무력하게 돌아야했고, 그 순간 카타나를 든 근접 어태커가 사정없이 삼연참을 행했다.
엘프의 다리 하나가 떨어져나갔고, 사방으로 피가 뿌려졌다.
“결판이다! 관통창!”
리더가 자신의 창을 뻗으며 외치는 순간에 마치 안테나처럼 창이 폭발적으로 길어졌다. 화약을 이용해서 폭발하듯 뻗어나가는 창이었지만, 손으로 창대를 쥐고있기 때문에 창을 보호하는 기운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20미터 가까이 뻗어나간 창은 그대로 엘프를 꿰뚫어버렸다.
“토벌 완료했습니다! 성공입니다!”
“사령부에 보고해라! 다른 팀들은 어찌되었는지도 알아보고!”
“모든 팀 성공적으로 엘프들을 사냥했다고 합니다. 인적 손실은 약 십여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사망자는 제로입니다.”
“고무탄 덕분이로군.”
대장은 쓴 웃음을 지었다. 엘프들의 손발을 묶고 완벽하게 몰살을 시켜버린 것이었다. 테러리스트를 민간인으로 둔갑시켜서 엘프의 무장을 완벽하게 해제시킨 것은 고약할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이 뒷수습을 어떻게 할 생각인거지?”
“우리가 생각할 문제는 아니지요. 우리야 돈을 받고 사냥을 했을 뿐이니까요.”
“게임이라면, 뭔가 드랍이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저 고무 총이라도 가져가던가.”
“엘프들은 좋은 편 아니었어?”
“우리가 돈을 벌게 해줬으니, 좋은 편이 맞지. 마지막까지 좋은 일을 하고 가네.”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장비를 챙겼다. 나이트 엔젤의 파워드 슈츠는 작게 폭발하며 시신과 함께 불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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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특보를 전해드립니다. 정체불명의 조직들에 의해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던 나이트 엔젤이라는 자경단이 궤멸당했다는 소식입니다. 무력하게 그들이 제압당하는 동영상이 다수 유포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범행 성명이 발표되었습니다. 범행 성명을 발표한 조직은 ‘기독교 천원파 영생교단’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뉴스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이트 엔젤의 활동이 비합법적인 자경활동이며 몰래 인간을 감시하고 있다는 견해를 가진 이들도 많았지만, 범죄를 퇴치하며 재해에서 인간을 구조하며 능력자들의 횡포를 막아준다는 점에서 호의적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나이트 엔젤 몰살이라는 황당한 짓거리를 저지른 조직에 대해서 분노와 의문을 표시했다.
[천원파는 엘프들이 신의 자식인 인간의 대적자이며, 악마의 주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교단의 지도자인 유씨는 청와대 비서관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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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군요. 완벽한 꼬리 자르기입니다.”
“저런 집단들 한 두개 키워두다가 이럴 때 써먹는 거겠지.”
조제성은 정부의 신속한 일처리를 보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이비 교단과의 유착을 통해서 정치적 금전적인 이득을 보다가, 이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도 써먹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감정을 갖기는 어려웠다.
“이젠 게임 캐릭터들의 가치가 급감해버린 느낌입니다.”
“죽지 않는 병사로서의 가치는 여전하지. 리베로의 파일럿으로서는 여전히 나쁘지 않으니까.”
“여신님은 어떻습니까?”
“별로 좋지는 않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곧 모두들 귀환할 시간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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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젠장.”
지하에서 부활한 엘프 림은 이를 악물고 벽을 두들겼다. 여신님께서 맡겨주신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패한 탓이었다.
인간을 보호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달갑지 않지만, 여신에게 받은 임무는 그 자체로 신성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패해버린 이상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
“소방복 장착.”
인벤토리에 보관해 둔 소방복 코스튬이 그녀의 전신을 감쌌다. 그녀가 엘프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게 하려는 것이었다.
나이트 엔젤이 폭발하면서 폭음과 연기가 발생했기 때문에 소방차가 출동하면서 사람들이 대피하고 소방사들이 건물에 진입했다. 그런 틈에 림은 소방사 복을 입고 빌딩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빠져나온 그녀는 주변에 있던 응급구조차 하나에 다가갔다.
“어서오세요.”
회수팀이 그녀를 맞이해서, 그녀를 태운 차량이 현장에서 빠져나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기습이었지만, 유사시를 대비한 시스템은 완벽하게 작동해서 부활한 사실을 완벽하게 감추고 엘프들을 회수했다.
침울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욱 충격적인 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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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여러분.”
림을 비롯한 나이트 엔젤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모인 장소에서 프레이야 여신이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이 죽임을 당한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제가 이번 작전을 허가했습니다.”
엘프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배신감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다.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여신이 고개를 숙인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들었다고 해야할지, 자신들이 막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자신들이 초래한 결과인 듯도 싶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참고로 이번 작전을 세운 것은 나다.”
조제성이 냉소적인 모습으로 말했다. 미안함 같은 것은 눈꼽만큼도 느끼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이트 엔젤은 이번 사태를 통해서 해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은 이번 작전의 공로로 여신님을 곁에서 호위하는 친위대가 될 것이다.”
조제성의 말에 엘프들의 표정에 기쁨의 기색이 스쳐갔다. 하지만 일부는 안색을 굳혔다.
“죄송합니다만, 분에 넘치는 처분입니다.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
림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실전훈련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패배한 저희에게 친위대의 영광은 과분합니다. 여신님께 목숨으로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정령으로나마 여신님께 힘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림의 말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다른 엘프들도 안색을 굳혔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봐라. 네가 사과하니까 더 불편해 하지않냐. 그냥 실전 훈련이었을 뿐이야.]
조제성의 메시지가 원기에게 도달했다. 평소에 잘 쓰지 않던 말투로 보낸 메시지는 한편으로보면 조제성의 배려이기도 했다.
“실전 훈련에서 무력하게 패해놓고 여신님의 가슴에 못까지 박을 생각인거냐? 걱정하지 마라. 내가 필요하면 너희를 갈아넣을테니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제가 잘못생각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조제성의 말에 엘프들은 고개를 숙였다. 여신은 자신들을 소중히 여겨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고맙지만 불안했다.
조제성은 그들을 망설임없이 죽음으로 던져넣을테지만 그래서 신뢰할 수 있었다.
자신들을 위해서 여신이 희생하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되었다. 여신을 위해서 자신들이 소모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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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이번 나이트 엔젤 사태를 맞이하여 능력자를 통한 치안 유지 부대를 설립했습니다. 삼천명의 능력자로 이뤄진 부대는 국정원의 직속으로 활동하면서 국가의 안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알려진 천원파 유씨를 검거하기 위해서 검경 특별수사본부가 마련되었습니다.]
[숨어지내던 유씨가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자살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나이트 엔젤들을 학살한 강력한 무력집단의 행방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천원파 신도들의 집단 자살과도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나이트 엔젤은 자신들의 능력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이능자들이 차례차례 등장하는 가운데 초기 혼란을 억제해 준 공로가 있다고 봅니다만, 인간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그들을 추월한 지금에 와서는 필요 없다고 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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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모국의 세속주의 지도자 아람은 CIA 요원의 방문을 받았다.
“내게 원하는 것이 뭐요?”
“급진 이슬람으로부터 나라를 구하는 것입니다.”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방법이 없소. 미군이 도와줄 것도 아니지않소.”
“미군으로 도와드릴 수는 없지요. 하지만 돈으로 도와드릴 수는 있습니다. 받으십시오. 여기 일억 불이 든 계좌로 연결된 노트북이 있습니다.”
“일억 불? 적지 않은 돈이지만, 충분한 돈도 아니군.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거요? 내가 맘대로 쓰기를 원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일억 불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제가 회사를 몇군데 소개시켜 드리지요. 초능력자들이 고용된 회사입니다. 이곳에 클릭하시면, 이 회사를 고용하실 수 있습니다.”
능력자들을 다수 흡수한 곳이 바로 PMC 민간 군사 기업이었다.
“초능력자들이라. 정말 그렇게 대단하오?”
“여기 회사 소속의 멤버들이 나이트 엔젤 몰살작전에서 활약한 엘프 슬레이어들입니다. 정규군과 야전에서 정면으로 붙는다던가 하는 바보짓만 하지 않으면 그들은 무적입니다.”
“좋소. 그럼 믿고 맡기리다.”
아람은 CIA 요원의 지시대로 마우스를 클릭했다. 돈은 자동으로 이체되어 PMC에 흘러들어갔다. CIA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PMC였으므로 돈이 움직였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며칠 뒤, 대통령 궁은 능력자부대에 의해 제압되었고 신임 대통령으로 아람이 등극하면서 세속주의 정권이 들어서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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