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횡재로구나 (1)
신성제국 중동부, 수도 인근의 감옥.
베리트 추기경은 감옥 안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안에는 황실에게 심문과 고문을 당한 주교가 울먹이고 있었다.
에슈아의 젖먹이를 처리하고 오라고 했더니, 그것 하나 처리 못 해서 교황가에 먹칠을 하는 모자란 놈이었다.
“끝까지 도움이 안 되는 놈이구나. 황제에게 꼬투리를 잡힌 걸로도 모자라 에슈아를 돕는 일을 해? 자네는 사실 금이 아니라 청의 추종자였던 건가?”
“어, 억울합니다! 저, 저는… 컥!”
“입 놀리지 마라.”
추기경의 발밑에서 금색 빛과 함께 빛의 기사가 치솟았다.
감정 하나 드러내지 않는 오만하고 고요한 살의가 주교를 향했다.
“그 젖먹이가 에슈아의 비전을 익혀서 성자가 된다고 설치기라도 한다면 과연 볼만하겠구나.”
“아, 아닙니다! 절대 그 아이는 성자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꼬마는……!”
“마족이라고?”
베리트 추기경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 그딴 소리를 믿으란 건가.”
기가 차다는 미소엔 벌레를 보는 듯한 경멸마저 어려 있었다.
당황한 주교는 필사적으로 추기경의 다리를 붙잡았다.
“믿으셔야 합니다! 여기서 구해 주시기만 하면 제가……!”
“미안하지만, 그 젖먹이의 신분 확인은 이미 끝났네.”
“그럼!”
“신성력을 쓸 수 있는 마족은 이 세상에 절대 존재할 수 없지. 자네의 말은 곧 신과 교황 성하를 모독하는 행위라는 걸 정녕 모르는 건가?”
“그, 그게… 컥!!”
주교는 목이 잘리며 쓰러졌다.
베리트 추기경은 주교의 목을 친 빛의 영령을 돌려보내며 뒤돌아섰다.
“치워라.”
고개를 끄덕인 종자가 침을 삼키며 죽은 주교를 노려보았다.
에슈아는 유일하게 성녀라는 초인을 길러낼 수 있는 최강 문벌 중 하나.
신성제국을 지탱하는 5대 문벌의 인도자이자, 교황가와 쌍벽을 이루는 공작가이기도 했다.
하필 성녀의 아이가 원수인 에슈아에 간다는 것 자체가 큰일인 문제였다.
‘그 젖먹이가 우리 도련님의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
성자는 반드시 교황가인 베리트에서 나와야만 했다. 그 외에는 반드시 없애야 하건만.
종자의 그 불안한 속내를 읽은 듯, 추기경이 돌아서며 말했다.
“괜찮다. 어차피 황제가 그 젖먹이를 데려가려 할 것이다. 에슈아로만 안 가면 돼. 그 젖먹이가 황실로 가게 되면 그나마 교황청이 조우할 기회가 있으니, 그때 처리하면 된다.”
“예. 황실 근처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 두겠습니다.”
“그 젖먹이가 이 이상 활약하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
“예.”
이 이상 그 젖먹이가 마족을 처리하게 되면 성자로 거론되어 버린다. 그걸 잘 알기에 교황가의 종자는 속이 뒤틀렸다.
아이작이라고 했던가.
독도 실패해, 주교까지 골로 보내. 젖먹이한테는 아직 불가능할 성법까지.
도대체 뭐 하는 꼬마지?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충신은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가 황실에 도착한 순간, 그 목숨 줄도 끝이리라.
* * *
그 무렵.
정작 해골왕은 황실이 아닌, 에슈아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핏줄이기 때문이라는 낡고 퀴퀴해빠진 이유는 절대 아니었다.
때는 며칠 전.
사내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걸 줄 수 있다며, 명예와 불굴의 정신 따위를 운운하던 에슈아를 버리고 황제에게 갔던 해골왕이었다.
‘뭐? 그런 금력이 쓸모가 없어?’
이 미친 새끼들, 비단과 성과 금괴와 땅을 줄 수 있으면 최고 아냐?
그냥 그거면 된 거 아니야?
해골왕은 황제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황제는 몹시 좋아했고, 에슈아 가문의 사람들은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숙부도 그 당당하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짐짓 당황해서는 아이와 황제를 번갈아 보았다.
황제의 분위기를 단번에 읽은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폐, 폐하. 당연히 그러실 거라 믿습니다만, 아이는 …혈족에게 주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떨어지지 않으려는 해골왕을 기쁘게 안은 황제는 능글맞게 입꼬리를 올렸다.
“허어. 나도 꼭 가족에게 돌려보내 주고 싶다만, 아이의 뜻은 존중해야 하지 않겠나. 아직 어리지만 한 명의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싶소.”
“아니… 그.”
“설마 에슈아의 의장회 일원이며, 이 아이의 숙부인 그대가 조카아이의 뜻을 묵살할 셈이오? 그대가 그런 사람일 줄은 몰랐는데.”
이 망할 황제 놈이?
황제 앞에서 얌전을 떨고 있지만 숙부의 다물린 입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숙부가 반대하지 않자, 되레 에슈아의 기사단장이 당황한 듯 숙부에게 언질했다.
“정말 조카분을 황실로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아이를 위한다면 차라리 나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드는구나.”
“예?”
“형님과 형수님을 데려간 범인을 찾지 못했다. 아기까지 노릴 수도 있어.”
“하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황실보다 아이에게 줄 게 달리는 건 맞긴 하지.”
“도련님…….”
“애초에 마족의 시체와 마력핵밖에 없는 집안이다. 아이를 기르기 좋은 환경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것 중 제일 귀한 것이라고 해봐야 해골왕의 육신 정도밖에…….”
그때였다.
데구르르.
“응?”
시종에게 옮겨지던 해골왕이 데구르르 굴러서 시종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아, 아기님?!”
그리고 바퀴벌레처럼 뾸뾸뾸 어디론가 기어간 해골왕은 숙부의 다리를 덥석 잡았다.
그 광경에 에슈아의 기사들이 감격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대로 막내 도련님이 황실로 떠나버릴 줄 알았는데.
“도련님!”
“저희에게 와주시는 겁니까!”
그러나 그들을 붙잡은 해골왕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해골왕의 육신이라니!’
그걸 제일 먼저 이야기했어야지, 새끼들아!
속삭이는 소리였지만, 마력핵을 만든 해골왕에게는 충분히 들릴 만한 소리였다.
그리고 해골왕의 육신?
시발!
내 몸!
철없는 어린 드래곤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서 마력을 뽑아먹으며 열심히 키운 내 몸!
‘원래 몸만 손에 넣으면 10계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상위 마족일수록 마력핵뿐 아니라, 육신에도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마력의 내력이 깊을수록 몸 곳곳에 마력이 흡수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하다못해 근육, 뼛조각 하나에도 상당한 마력이 깃들어 있는데 마왕의 육신이라고?
콩물이나 근방에 굴러다니는 마력핵 따위와 비교가 될 것 같냐!
비록 스켈레톤이라는 태생적 한계는 존재했었지만, 수백 년 동안 모든 마족을 굴복시키고 신과 대등할 정도로 열심히 갈고닦아 놓은 몸이었다.
한마디로 최고급 영단!
원래 힘을 찾는 것도 훨씬 단축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에슈아가 가지고 있다고?
어쩌다가 성녀 가문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의문이다만, 자신이 봉인된 15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어도 이상하진 않다.
그래서 해골왕은 황실이 아니라, 에슈아에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에슈아에 가야 할 이유가 새로 생기긴 했었다.
웅웅!
황제에게 반응했던 이놈의 ⸢생존⸥ 기원이 또다시 반응을 했던 것이다.
위기를 모면하게 해주고, 득을 취하게 해주는 가치 판단기.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숙부 놈에게 반응을 보였다.
둥둥둥!
하물며 그 반응이 황제 때보다도 더 강하다.
물론 에슈아가 명예와 불굴의 정신 따위를 논하길래 무시하려고 했는데, ⸢생존⸥ 기원이 마치 여기를 보라는 듯 숙부의 머리통에서 빛까지 냈다.
오직 자신에게만 보이는 빛이었다.
그리고 황제만으로도 상당한 반응이라고 생각했건만. 굉장한 미남인 숙부는 얼굴이 그냥 안 보일 정도였다.
번쩍!
아니 그렇게 신호를 줘도 안 간다니까?
번쩍! 번쩍!
군대 안 들어간다니까? 싫다니까?!
번쩌억! 번쩌억! 번쩌억! 번쩍번쩍번쩍번쩍! 번쩍번쩍번쩍번쩍!
시발! 그만해!
이 정도면 길(吉)의 수준이 아니라 인생의 대복(福)의 수준이건만!
여기서는 일단 에슈아를 택하라는 의미인가? 황제는 보조로 가고?
스켈레톤 시절부터 한 번도 틀린 정보를 준 적이 없는 기원이기에, 해골왕은 끙 미간을 좁혔다.
물론 결과적으론 자신의 육신이 있다는 말에 눈이 돌아가긴 했지만, 성녀 가문이면 퇴마 가문.
‘그러면 필연적으로 마력핵도 많겠군.’
마족의 시체가 많다는 걸 보면 뒤처리도 함께 하는 일이 많다는 의미겠지.
마력핵 따위, 성직자들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해골왕에게는 영약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기원이 이 정도로 강한 반응을 보인다는 건 단순히 육신이나 마력핵 때문만은 아닐 터.
그래서 마력핵의 성장도 겸하고, 흥이 돋아 에슈아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해골왕이 에슈아를 택하자 황제는 예상했다는 듯 시종에게 금괴 상자를 가져오게 했다.
“원래는 그 아이를 데려가는 동안 그대들에게 주려고 했던 거네. 책임비지. 이제 쓸모가 없게 되었지만, 이번에 그 아이 덕분에 짐도, 황태자도 목숨을 건졌으니 그 답례라고 생각하고 받게.”
숙부는 바로 거두어 달라고 했다.
“아이도 ‘지키는 사명을 가진 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에슈아 사람에게 그런 물질적 대가는 필요 없…….”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해골왕이 데구르르 굴러 황제에게 향했다.
그리고 언제 에슈아에 간다고 했냐는 듯, 황제에게 도로 안기려 하자 숙부가 질겁해서 말했다.
“…주, 주시는 것은 아이의 앞에 모두 저축하겠습니다. 황공합니다, 폐하.”
자식이. 진작 그래야지.
해골왕은 그제야 만족이라는 듯 다시 에슈아의 기사단장에게 기어가서 폭 안겼다.
숙부는 그런 해골왕을 기이한 요물을 보듯 바라보았다.
역시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해골왕은 에슈아로 이동하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마차를 타고 집으로 이동 중인 건 좋은데,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해골왕은 자신의 눈치를 보는 에슈아의 기사들을 보았다.
“도련님, 더 필요한 게 없으십니까?”
“말만 하십시오. 저희가 뭐든 살펴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또 해골왕이 황제에게 갈까 봐 겁이 난 듯했다.
그도 그럴 게 해골왕의 손에 쥐어진 사자 금패 때문이었다. 해골왕이 떠나기 전 황제가 쥐여준 것이었다.
-그 아이에겐 이걸 주지.
그게 황궁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출입패라는 걸 모를 리 없는 숙부도 미간을 좁혔다. 그러더니 본인의 청백색 옷 장식을 뜯어서 반대 손에 꼭 쥐여주지 않았던가.
비싸 보이는 광물까지 함께 얻은 해골왕은 히죽 웃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줄타기한 게 이득.’
황실과 연결 고리도 생겼으니, 그쪽은 언제든지 작업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쪽이 아니었다.
“교황 세력이 이 아이를 노릴 수 있다는 게 걱정되는구나.”
숙부의 말에 기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굳이 그 사람들이 다른 곳도 아니고, 에슈아의 사내아이를 노릴 이유가 있습니까?”
“성자 후보로 거론되었기 때문이지. 성자는 교황보다 우위에 설 수도 있는 자리니 말이다.”
그 말에 기사들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교황 성하와 폐하께서는 신성 진영 최고 수장이십니다. 아무리 성자라도 그분보다 우위라는 것은 조금 어폐가…….”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신들께서 예언을 내리셨다고 하는구나. 성자를 신의 아들로 삼겠다고.”
“……!”
기사들은 흠칫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신의 아들이라면 설마…….”
“그래. 차기 교황 자리다.”
기사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교황’은 10계위 성법을 쓰는 최고 성직자. 동시에 대륙에 퍼져 있는 모든 성직자 성기사들의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마족의 세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교황의 입김은 다른 나라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교황의 소집 명령 한마디에 파견 나가 있던 모든 성직자들이 임무를 중간에 내팽개치고 신성제국으로 복귀하는 사건도 있었다.
덕분에 그 일로 한 작은 나라가 마족들의 침공을 막지 못해 세가 크게 꺾여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한 나라의 왕이 교황의 심기를 거스른 결과로 생긴 유명한 일화였다.
그리고 그 본보기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대륙의 모든 권력자들이 교황의 존재를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수백 년, 수천 년간 흔들린 적 없는 부동의 권세 자리가 바뀐다?
교황이나, 아닌 자들이나 대륙의 모든 이들이 미쳐 날뛸 만했다.
“그래서 베리트에서 그렇게 성자를 내려 했군요? 최고 수장의 자리가 다른 가문에 넘어갈지도 모르니까?”
“성녀만 해도 처음 나타났을 땐 교황청에서 기를 쓰고 세를 죽이려 했다고 하더구나.”
“그랬군요…. 그나마 성녀님이 여성에, 해골왕 토벌이라는 구체적 목적이 있었으니 교황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이로군요.”
“아니. 해골왕 잡는 걸 실패하고 알아서 꼬라박았으니까 개무시한 거지.”
“쿠러러럭! 쿨럭!”
“아이작 도련님! 왜 그러십니까!”
“감기에 걸리셨나!”
잘 듣던 해골왕은 피를 토하듯 기침을 했다.
시발, 그만 찔러!
마음 아프게!
그쯤 되자 에슈아의 기사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릴라이 도련님은 아이작 님이 성자라는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그 질문에 숙부가 풉 비웃었다.
“신들께서는 결코 자기 아이들을 편애하지 않으신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형평성 없게 성녀 가문에 성자까지 주셨겠느냐.”
“아, 그도 그렇군요.”
해골왕의 눈이 치켜 올라갔다.
그 신들, 형평성 더럽게 없는 놈들이다.
이미지 포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새끼들 치사하고 더럽고 좀스러운 놈들이다, 이놈들아.
“그럼 누가 성녀님과 소공작님을 해한 걸까요?”
“해골왕이겠지. 신에게 진 앙심을 품고 있을 테니.”
해골왕은 억울한 듯 숙부를 노려보았다.
애새끼 몸에 떨어진 것도 억울한데, 이젠 하다 하다 숙부란 놈이 나를 부모를 해한 패륜아로 만들어 버리네.
“아니, 범인은 해골왕이어야만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해. 그 외의 범인은 용납할 수 없어.”
야!!
해골왕은 눈이 지킬과 하이드처럼 바뀌어 버리는 숙부를 보고는 황당해했다.
누가 에슈아의 핏줄 아니랄까 봐.
해골왕 더럽게 미워하네!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범인으로 만드네!
하지만 저렇게 나온다 해도 자신은 범인이 아니니 전혀 상관없긴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마차가 멈추고, 바깥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침내 에슈아 공작령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리고 영지 초입 마을의 성문 경비들이 출입자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금 도련님 얼굴과 문장도 못 알아보는 것이냐!”
“!”
호통 소리에 해골왕이 흠칫하고, 숙부가 눈을 찌푸리며 창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그게, 이자들이 에슈아의 문장을 보고도 성문을 열 수 없다고 하여… 큭!”
경비들이 마차 문을 열자 숙부가 칼에 손을 얹었다.
해골왕은 낯익은 마기에 바로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잠깐. 저놈들은…….’
아니나 다를까, 경비들이 마차 안의 해골왕을 보며 히죽 웃었다.
“당연히 못 들어가지.”
“성녀의 피를 이은 그 아이도 없애야 하니까!”
“마족!”
성기사들이 눈을 부릅뜨고, 숙부가 살벌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성력을 일으켰다.
“보아라. 내가 그러지 않았느냐, 범인은 마족일 거라고.”
“역시 마족이 노려올 정도면 아이작 님에게 특별한 힘이 있으신 게……!”
해골왕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 뭐 그래.
처음 보는 놈들이지만 마족이 나타나면 좋은 거지. 마력핵이 알아서 나타난 거니까.
아무튼 네 말대로 범인이 마족인 건 맞는 거 같은데. 어쨌든 나랑은 이제 관계없으니까 사이좋게…….
“들어라, 하등한 인간!”
“위대하신 우리들의 왕, <해골왕>께서 성녀와 성자까지 처리하라고 명을 내리셨다!”
“…….”
해골왕이 방긋 웃었다.
일단 저 눈치 없는 새끼들부터 조지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