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30화 (30/272)

제30화. 쟤 도대체 뭐야? (3)

아이작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후보들이 2관 문 근처에 숨어 있었다는 것을.

그래도 성자 후보라고. 자신의 술수에도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쫓아온 거겠지.

그리고 그 아이들은 하나같이 가문과 교황청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는 귀족들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사람 부리는 법을 배우는 놈들일 텐데, 얼마나 영악하겠는가.

아, 쥐어뜯고 싶은 성직자 새싹들.

아무튼 그래서 아이작은 문지기를 없앨 때 일부러 반지를 사용하는 척 들어 올렸다.

그러면 그중에서 머리 좀 굴릴 줄 아는 놈이라면 이렇게 생각하겠지?

아! 저 젖먹이가 함정과 시련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전부 저 반지 덕이구나!

라고.

하물며 아이템은 아이작만 반입해온 것이었다. 당연히 주목을 사겠지.

그 주목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1관에서도 열심히 눈에 띄는 짓만 했다.

2관은 젖먹이 몸으로는 좀 힘든 함정이 가득하단 걸 알았으니까…는 개뿔! 이 간사한 병아리들이, 노려도 해골왕의 육신을 노려?!

‘한꺼번에 갈아 마셔주마!’

뭐, 적색 일색인 아이들 덕분에 2관의 지뢰식 함정은 다 없앴다.

그리고 따라온 인원 중에서 절반이 남을 것이란 점도 예상했지.

하지만 그 아이들의 눈빛까지는 예상 못 했는데.

초롱초롱.

“…….”

2관에 들어온 아이작은 땀을 삐질 흘렸다.

뒤통수가 따끔했다.

슈리에게 안겨 있는 아이작은 자신을 졸졸 따라오는 아이들을 보았다.

‘뭔데, 저 눈빛.’

졸졸 따라오는 건 둘째 치고, 왜 저렇게 부담스럽게 바라보는 건데?

그러나 정작 아이작을 보는 아이들은 눈을 반짝였다.

“역시 저 아이한테는 신기가 있는 게 틀림없어!”

신기라니, 이 새끼들 사이비였냐?

“역시 성녀 가문이라서 그런가?”

아니. 걔네들, 마왕을 고기로 만드는 법밖에 모르는 변태들이거든?

하지만 그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반지를 가져갔는데도 나이저네 다 당했잖아. 그렇게 자기한테 방법이 있다고, 따라오라고 으스대더니.”

“내가 봐도 반지 이야기는 좀 너무 간다 싶었어. 그냥 축복이 걸려 있는 골동품 같은데.”

“애초에 난 에슈아가 그런 불공정한 짓을 할 리가 없다 생각했어.”

“맞아. 에슈아가 얼마나 정직하고 올곧은데.”

“그런데, 그러면 저 애가 2관의 문지기를 물리친 거란 거잖아? 저런 애가 구마성법이 가능해?”

“가능하지! 그 에슈아잖아!”

“하긴. 저 아이도 분명 에슈아가랑 성녀님처럼 올곧고, 신을 섬기는 고결한 종일 테니까……!”

아이들의 동경 섞인 시선에 정작 슈리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뭐. 굳이 정정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듣고는 있다만.

뭐?

올곧아? 신의 종?

얘가?

‘그런 애가 신들 인형만 보면 모가지를 따냐?’

슈리의 시선이 변태처럼 웃는 아이작을 향했다.

아이작은 시종들이 주신들의 인형을 가져오면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지, 경기를 일으키며 목을 그렇게 뽑아댔다.

-따야야야아앍(이 새끼들 이렇게 안 잘생겼거든)!!!

자신이 전부 숨겼으니 망정이지.

아무튼 그건 안 중요했다.

여섯 살 정도의 아이가 아이작에게 다가왔다.

“역시 성자님이 있다면, 당신 같은 분일 것 같아요.”

“!”

의복이 낯설기도 하고, 성자 후보치고는 경쟁자한테 너무 과하게 눈을 반짝였다.

“따야(뭐냐, 이 새끼)?”

아이작의 썩은 눈빛에 슈리는 알 것 같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너 누구냐는데.”

“율리우스의 왕자요.”

그 말에 다른 후보들이 술렁거렸다.

“율리우스면 헬라 동쪽에 있는 왕국이잖아!”

“거기 왕자가 신의 축복을 받았다더니…….”

아이작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 이 새끼였냐? 이웃 나라에서 왔다는 멍청이가?

“솔직히 성력은 자신 있지만, 제가 성자가 될 가능성은 없는 것 같고요. 성자님과 해골왕의 육신을 찾으러 왔습니다.”

어쭈, 너도 내 몸을 탐내고 있냐?

어린 왕자는 아이작의 머리 색을 보며 거의 확신하듯, 동경하듯 눈을 반짝였다.

“백금발은 헬라 시조님들의 상징이죠? 초대 황제 폐하와 초대 교황 성하요! 수천 년 동안 교황가에서도 나오지 못한 색이라던데! 위대하신 시조들의 색을 가진 분이 나왔으면 성자는 이미 정해진 게 아닌가요?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직접적인 증거인데!”

그 말에 아이들은 어째서인지 식겁했다. 새하얗게 질린 그들은 혹시 이곳에 키나 베리트가 있는지 확인하는 눈치였다.

마치 금기라도 들은 듯한 얼굴이다.

그때였다.

쿵!

3관으로 향하는 문에 거의 도착하자, 빛의 기둥과 함께 문지기 같은 인형들이 나왔다.

[잘 왔다. 3관은 되새김의 관.]

아이들은 환호를 질렀다.

괜히 키나 베리트가 나타나서 불똥이 튀면 자신들만 손해였다.

“좋아! 다음 관으로 갈 수 있다!”

“나이저가 아니라 저 애를 따라가길 잘했어!”

“해골왕의 육신은 우리 거다!”

아이작은 얼굴에 핏대를 세웠다.

그러니까 해골왕의 육신은 좀 내버려 두라고.

그러나 천사의 모습을 한 도자기 인형들은 창으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쿵!

[3관으로 가려면 우리를 박살 내기만 하면 된다.]

[도전을 위한 너희의 용기와 각오를 보겠다!]

“오냐! 어렵지 않지!”

분명 3관은 담력을 보는 시련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자신 있다는 듯 공격 성법을 쓸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때였다.

“따야(멈춰)!”

“!!”

아이작의 외침에 아이들이 움찔했다.

1관에서부터 모든 함정을 피해갔던 아이였다. 아이작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또 뭔가 알아낸 건가?”

“조, 조심해. 함정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 반응에 천사상을 보는 슈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함정이지.’

슈리는 아버지를 통해 보물고의 구조에 대해 몰래 전해 들었다.

저 천사 인형도 3관의 문지기로 보이지만, 글쎄.

‘구라다.’

1관이 선택의 관, 2관이 평정의 관이라면, 3관은 ‘되새김의 관’.

저놈들이 말한 ‘되새김’이라는 단어를 그냥 넘기면 안 됐다.

굳이 2관을 벗어나기 전에 되새기라는 말을 강조한 것이 힌트였다.

1관, 2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시 떠올리라고.

‘한마디로 겉모습 보고 판단하지 말란 의미다.’

성인이라면 겉모습에, 들리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뭐든 의심해야 한다는 덕목.

한마디로 저놈들은 본인들을 박살 내라 했지만, 조금이라도 건들면 안 된다.

그냥 지나가면 그만이었다.

2관의 문지기 때와 똑같은 원리였다.

‘아니 어쩌면, 그래서 2관의 문지기가 마족인지도 모르지.’

마족은 거짓말을 하니까.

즉, 보물고의 모든 것이 다음 관으로 이어지는 힌트인 셈.

아니나 다를까, 아이작이 쪽쪽이를 빨며 열심히 손짓했다.

“따야, 아야야. 아야야야야야.”

손짓을 보니 한쪽으로 모이라는 의미로 보였다.

아이들은 모두 감동했다.

“설마, 길을 알려주는 거야?”

“이쪽으로 가라고?”

슈리도 상당히 놀랐다.

아이작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백한 정답.

‘저게 어쩐 일로 맞는 방법을 알려주지?’

그래도 역시 성녀님의 아이라는 건가?

슈리도 가문 내에서는 싸우는 입장이지만, 성녀의 인품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었다.

성녀들은 모두 어질고, 자기희생적인 이들이다.

그리고 바른길로 인도하는 인물…….

“따야!”

쾅!!

바른길로 인도…….

[너희는 답을 틀렸다.]

“아아앍!!”

시발, 이 미친놈아!!

아이작은 성법으로 사정없이 천사들의 대가리를 날렸다.

[광성(光星) (3계위)]

도자기로 만들어진 듯한 인형은 아이작의 성법에 가루가 되어 떨어졌다.

그 순간, 박살 난 인형의 모습이 변했다.

[후후. 성자들이 함부로 남의 말을 믿으면 안 되지.]

바뀐 모습은 칼과 창을 든 악마의 모습.

슈리는 굳었다.

아무래도 2관 문지기의 마지막 함정인 게 틀림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족 인형들이 칼을 든 채 후보들을 쫓아왔다.

아이들은 혼비백산했다.

“으악! 뭐야, 이거!”

아이작은 슈리의 품에서 까르르륵 웃었다.

‘뭐긴 뭐겠냐. 살인멸구 꼭두각시지.’

2관의 골렘을 보면서 말 안 했던가?

이거 내 부하의 능력이라고?

그런 만큼 아이작은 천사들을 본 순간 단번에 알아봤다.

아, 저놈도 부하의 꼭두각시구나.

그리고 부하의 꼭두각시인 만큼 능력도 상세히 안다.

저건 ‘거짓말쟁이 인형’이라 해서, 그 말에 넘어가면 살인멸구 인형으로 변해서 쫓아다니는 사기꾼 인형이다.

“뜌야(참고로 사람 많은 쪽부터 노리지).”

“아아아악!”

“으앙! 살려줘!”

아이작은 비명을 지르며 성법을 쓰는 성자 후보들을 보며 푸헤헤 웃어댔다.

“뜌야야야(그러니까 방심하면 안 되지! 병아리들아)!”

성자 후보들은 방어 성법을 쓰면서 아이작을 찾았다.

그들은 이게 이런 시련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아이작만 쫓아가면 된다.

‘탈출 방법은……!’

하지만.

“뭐야, 걔들 어디 갔어!”

아이작과 슈리가 사라져 있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는지 찾아ㅂ… 악!”

그들의 근처에 있는 아이작은 히죽히죽 웃었다.

니들 옆에 있다, 이놈들아.

아이작은 몸에 걸린 축복을 사용한 것이었다.

-아이작, 이 숙부가 네게 가장 도움이 될 축복을 걸어놓아 주마.

릴라이는 반지만으로는 걱정되었는지, 몸에도 성법을 몰래 걸어주었다.

물론 다른 아이들처럼 강화나, 이동속도 증가나, 분별의 눈 등 보물찾기에 특화된 능력을 걸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가장 잘 지켜줄 수 있는 축복.

[투명화 (6계위)]

그렇게 성검을 가져오라고 난리를 치더니.

참 성녀 가문답게 욕심 없는 축복이다.

아니, 어떤 의미에선 영리한 축복인가?

그리고 아이작만 투명 상태에 걸려 있는 건 아니었다.

“…….”

투명은 아이작이 닿은 이들에게까지 효과가 있었다.

아이작이 안겨 있는 똥 씹은 표정의 슈리와…….

“세, 세상에……!”

왕자였다.

아이작은 왕자의 옷깃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은 무사한 상황에 왕자는 놀라고 있었다.

“저한테도 투명 성법을 걸어주신 건가요? 구해주신 거군요!”

틀림없었다.

슈리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웃고 있는 아이작을 보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따야(이거 빌려줄게).”

아이작은 나이저한테서 다시 회수한 반지를 왕자에게 내밀었다.

왕자는 그 반지를 보며 더욱 크게 감동했다.

아이가 장식용으로 이걸 들고 들어왔을 리도 없고.

분명 특별한 축복이 걸려 있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마족과의 전투는 익숙하지 않은 저를 위해……!”

슈리는 조금 놀란 듯이 아이작을 보았다.

이 젖먹이는 똑똑하다.

설마 본능적으로 왕가와의 친분을 생각하는 건가?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이 왕자는 에슈아 공작령과 멀지 않은 나라의 왕자였다.

점수를 따두면 어떤 의미에서든 좋은 일이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왕께도 잘 전달드리겠… 허억!”

반지를 받은 왕자가 픽 하고 기절하며 쓰러졌다.

성력을 순식간에 빼앗겨서 쓰러진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반지의 성력 흡수 능력이라는 걸 슈리가 모를 리 없다.

그러고 보니 이 2관 안에 20명 정도의 성자 후보들이 있었지.

딱 마침 반지가 발동할 최소 인원수구나.

심지어 모두가 성법을 쓰기 위해 성력을 끌어모으고 있는 만큼, 흡수하기엔 최적의 상황…….

동시에 아이작이 쓰러진 왕자를 보며 푸헤헤헤 웃었다.

“뜌야뜌야야야(니가 이 중에서 제일 성력이 많았거든)!!”

[캬캬캬캬, 주인님. 왕자 주제에 성력이 엄청 많군요!]

위스퍼도 주인을 따라 웃었다.

모든 걸 지켜본 슈리는 품 안의 아이를 보며 창백하게 질렸다.

숙부님.

도대체 뭘 주워온 게요.

이거 진짜 에슈아 핏줄이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