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변신 (1)
“꺼져라, 거절한다.”
에슈아 공작령.
가주는 통신구를 향해 대뜸 욕부터 박아 넣었다. 그러자 다짜고짜 욕부터 들은 적발의 상대는 통신구 너머로 웃었다.
[왜 준다 해도 거절합니까? 막내 손자분이 사제품을 받으면 좋은 일 아닙니까?]
젠장, 왜긴 왜겠냐.
애새끼 꼴이 그 지랄이니까 거절하지!
‘아이작이 사제품을 받으면 교황청과 가까워진다.’
그럼 아이작의 신앙심을 알게 될 게 아닌가!
평소라면 이 말 많은 통신구를 부쉈을 가주였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교황청.
손자가 훗날 이단 심문으로 끌려갈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차마 부수진 못하고 이 말만 했다.
“손자는 성인이 될 때까지 집에서 교육을 시키기로 했다고 전했을 텐데.”
[아이를 가둬놓고 키우면 인성에 문제 생깁니다.]
이미 생겼다.
[뭐, 좋습니다. 아이는 그렇다 치고 각하께서는 오셔야죠. 가장 중요한 7대 의식 중 하나인 서품식에 추기경이 자리를 비우는 게 말이 됩니까?]
“가정 사정으로 대리인을 보낸다 했을 텐데.”
[교황 성하께서 화내실 텐데요.]
가주는 눈썹을 치켜떴다.
지금 교황이 대수야?
여긴 지금 애 찾느라 바쁘다고!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숨었는지, 공작령을 다 뒤져도 안 나온다고!
“아무튼 일 없으니…….”
[참. 그러고 보니 여기 아카데미에서 백금발의 어린애를 봤다는 소문이 있던데.]
뚝.
통신구의 연결이 가차 없이 끊겼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릴라이가 땀을 삐질 흘렸다.
“적(赤)의 추기경이셨죠? 아이작이 아카데미에 있다는 게 사실일까요?”
“헛소리하는 거다. 걔가 거기에 왜 있어.”
아니, 애초에 있어도 곤란했다.
‘거긴 이단 심문관이 있다.’
아이작이 대답한 인성 테스트지엔 교황에 대한 답변도 있었다.
[Q. 신입 사제로서 교황 성하에게 올리고 싶은 말은?]
[A. 대가리 따기 쉽게 목 닦고 무릎 꿇고 있어.]
주여.
이게 성직자의 답안지입니까, 이단 새끼의 답안지입니까?
사실 갓난아기 때 애가 바뀐 거 아냐?
신성모독에 역모죄까지, 가지가지 한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디 그뿐인가!
‘그 아카데미에는 황녀님이 계신다.’
그리고 아이작이 황족을 만나서 얌전히 넘어갈 것이란 생각은… 솔직히 들지 않는다.
이단 심문관, 황녀.
어느 쪽이랑 마주치든 감옥에 끌려갈 확률이 컸다. 차이가 있다면 신성모독으로 끌려가냐, 황실 모독으로 끌려가냐 정도의 차이겠네.
아이작을 수색하던 청의 기사들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가주님. 역시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아이가 들어갈 만한 곳은 개구멍도 놓치지 않고 뒤졌습니다만…….”
가주는 한숨을 쉬었다.
“할 수 없지. 너희는 남아서 아이작을 계속 찾아라. 슬슬 출발할 시간이다.”
대리인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서품식에 빠질 순 없었다.
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서 기사들이 청색 말을 끌고 왔다. 먼 곳에 갈 채비가 되어 있었다.
“서품식까지 얼마나 남았지?”
그러자 가주의 짐까지 들고 있는 릴라이가 몸을 풀며 회중시계를 확인했다.
“정확히 23시간 48분입니다.”
기사들이 따르겠다는 듯 나섰다.
“가주님, 타시죠. 이동 신수 중에서는 제일 빠른 종들이니…….”
“안 돼. 그놈들은 너무 느려. 시간에 못 맞춘다.”
“예, 예? 하, 하지만!”
“너희는 천천히 따라와라. 난 먼저 간다.”
“먼저 가신다니… 으악!”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굉음과 함께 땅이 뒤흔들렸다.
텅!
가주와 릴라이가 땅을 딛고 뛰쳐나간 것이다.
굉음과 함께 사라진 그들은 바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가주가 앞장서고, 릴라이가 그 뒤를 따랐다.
순식간에 평원을 양단하며 사라진 부자의 궤적에 기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 고속 활보…….”
그들은 이미 보이지 않을 곳까지 나아가고 있었다.
“무, 무슨 속도가…….”
“그보다 정말 23시간 만에 수도에 가신다고?”
심지어 뛰어서?
“제일 빠른 신수로도 일주일은 걸리는 거리를?! 맨몸으로?”
하지만 청의 가주와 릴라이라면 정말 가능할 것 같아서 기사들은 침묵했다.
물론 신수들은 반드시 휴식 시간을 필요로 하고, 지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제약이 없다면 인간이 더 빠를… 리가 없잖아!?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가모님은 저분들보다 더 강하지?”
“어… 분야가 다르긴 하시지만. 육체적인 것만 보면 백배 정도?”
“…….”
그럼 그 가모님도 결국 잡지 못한 해골왕은 도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뭐, 그 해골이 어디에 숨어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런 놈이 지금도 신성제국을 없애려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 * *
그리고 그 나라를 멸망시킬 해골은 지금 신성제국 안에 있다.
그것도 아카데미 한복판에.
“뭐, 뭐야.”
식당이 술렁거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젖먹이 하나 때문이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아카데미의 입학 나이는 최소 10살. 아카데미와 어울리지 않는 영유아의 모습은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저, 저 애 누구지?”
“슈리가 데려온 거면 에슈아 사람 아냐?”
“뭐?! 공작가 사람이 쓰레기통을 뒤져?”
“게다가 교황 성하의 초상화에 계란을 던지는데…….”
“아아아악!”
“아, 슈리가 잡았다.”
계란들을 가까스로 잡아낸 슈리는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이 목소리, 이 광경, 이 상황.
‘…데자뷔인가?’
분명 1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망할!
물론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이곳은 귀족 자제들이 모인 사회란 것이고, 자신은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는 학년 대표이며, 이 식당은 교황 직속의 교수들이 있는 곳이란 거지!
‘만약 여기서 사고라도 치면……!’
교황청 파벌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아니, 하다못해 신앙심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단 심문관의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생전 처음으로 감옥에 끌려갈 수도 있겠단 생각에 슈리는 아찔해졌다.
‘아니,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닌가.’
“니가 쓔리 개롭힌 애냐?”
“뭐, 뭐?”
그래.
문제는 저거지, 젠장.
슈리는 이마를 짚으며 아이작과 마주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작이 시비를 걸고 있는 건 적발의 아이였다. 적의 공작가인 나이저 세페트의 어린 동생이었다.
“슈리 에슈아는 내가 안 괴롭혔어! 괴롭힌 건 나이저지!”
심지어 괴롭힌 사실까지 잘 인지하고 있군.
뭐 저딴 애한테도 에슈아가 만만하게 보인다는 의미겠지만, 어쩔 수 없다.
‘5대 가문 중에서 금 다음으로 권세가이니까.’
적(赤).
통칭 형벌과 고문의 신앙.
금이랑 백처럼 전통적인 터줏대감까진 아니지만, 최근에 거칠게 힘을 확장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신흥 세력들을 삼켜가며 세력을 키우고 있고 말이다.
모든 신앙이 그렇긴 하지만, 에슈아를 5대 신앙에서 빼버리자고 하고 있는 것도 적의 신앙이었다.
‘무엇보다 이단 심문관들의 70%를 배출하는 곳이라고.’
즉 아이작으로서는 제일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놈들! 때문에 슈리는 한숨을 쉬면서 아이작을 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작은 신기하다는 듯 적발의 아이를 보았다.
‘슈리한테 시비 걸던 놈이랑 기운이 같군. 왜지?’
섀도우 리치를 통해 감지했던 놈 말이다.
단순히 혈육이란 이유는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의문을 해결하듯 적발의 아이가 불쾌하다는 듯 아이작을 보았다.
“아이작 에슈아가 해골왕한테 저주받아서 내버린 자식이라는 말이 맞긴 하구나?”
뭐, 인마?
아이작이 노려보자 아이가 동정하듯 웃었다.
“그게 아니라면 직계 아이가 아직도 주신과의 계약을 안 했을 리 없잖아.”
“!”
그 말에 아이작은 바로 뭔가를 눈치챘다.
‘왜 같은 기운이 느껴지나 했더니.’
[아, 성직자 놈들은 각자의 신과 계약을 하죠?]
그래.
자신을 부려먹던 그 망할 놈들의 신들과 말이다!
그리고 5대 신앙은 숱한 신앙 중에서도 가장 강한 신앙이었다. 당연히 신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5대 주신을 섬기고 있겠지.
아무튼 5대 가문의 직계들 정도면 어린 시절부터 신과 계약… 아니, 계약보단 세례겠지만.
아무튼 축복을 받는다는 의미이리라.
실제로 슈리에게 시비를 걸던 나이저 세페트와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녀석도 같은 기운.
‘낯익은 기운이긴 하군.’
대충 머리에 그려지는 신이 있었다.
뭐, 인간이니까 신의 기운을 품어도 기운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10년 전엔 아직 계약을 안 했을 때라 축복의 기운이 없었던 것이 틀림없다.
아무튼 이게 무슨 의미냐면, 에슈아에서도 당연히 섬기는 주신이 있을 거란 의미다.
하지만 직계 중에서 아무도 그 주신의 힘을 못 느꼈는데?
왜지?
‘뭐, 나야 발 뻗고 잘 수 있어서 좋지만.’
“거기 슈리 에슈아는 교황가의 자식이니까, 나중에 교황가에서 계약하려고 하는 걸 거고.”
아닌데. 시발.
슈리의 표정을 읽은 적발의 아이의 동료가 놀랐다.
“아. 그럼 역시 사실이에요? 에슈아가 저주받았…….”
“악!!”
비명은 적의 공작가의 아이가 질렀다.
아이작이 딸랑이로 적의 공작가 아이의 이마를 공격한 것이다.
“때끼가. 자꾸 말이 마나.”
아이로서는 억울할 만했다.
“아니, 말한 건 내가 아니라 얜데 왜 날 때려?!”
“니 때끼한테 나오는 기운이 불쾌하니까.”
신의 축복이 얼마나 과한지는 모르겠는데, 마치 향수를 겹겹이 뿌린 것처럼 진짜 과하다.
하지만 그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진짜 에슈아 사람 맞아?”
“에, 에슈아 사람이 사람을 패?”
슈리는 얼굴을 짚었다.
…역시 인성 테스트 어디 안 간다!
할아버지가 왜 영지 안에 가두려고 했는지 알겠어!
이 새끼, 그냥 가만히 있지를 못해!
사제품을 받으면 앞으로 얼마나 더 골치가 아파질지!
같은 마음인지 적의 아이가 외쳤다.
“에슈아가 이번에 사람을 구해서 사제품 추천서를 받았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야! 성녀 가문이라는 이유로 사제품을 추천받은 거겠지! 이런 포악한 꼬마가 무슨 자격이 있겠어!”
“세페트 님, 이단 심문관을 불러올까요?”
그 말에 슈리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잠깐! 이단 심문관은 안 돼!
그때였다.
“컹!”
“!?”
식당의 벽이 일그러지면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학생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수!”
왜 신성제국의 수도, 그것도 대귀족 자제들까지 다니는 보안 최고의 학교에서 어떻게 마족이 나타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위험해!”
그림자는 가차 없이 적의 공작가 아이를 노렸다.
아이작은 이걸 노렸다는 듯 푸헷 웃었다.
‘기다렸다.’
자신이 왜 식당가를 뾸뾸 돌아다녔다고 생각하는가!
그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적의 공작가의 아이의 기운을 쫓은 것도 있지만, 이 학교에서 마족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기운으로 봐선 성직자들한테 붙잡혀 있던 거 같긴 한데.’
아이작은 마왕이었다.
마족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종류인지, 하물며 그 마족을 유인하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다.
그리고 학생들이 지켜보는 학교 한복판에서 마족의 습격?
거기서 인명 구조?
그런데 심지어 그 구조자가 어린데 눈에 굉장히 띄는 5대 공작가야?
이보다 더한 봉… 아니 VIP가 어디에 있나!
그는 처음부터 이를 위해 적의 공작가 아이를 찾은 것이었다.
물론 슈리와 마주친 그놈 말고. 그놈한테는 너무 쉬운 마수였으니까.
‘미안하지만 네 가문 좀 이용한다, 꼬마야!’
그 순간 아이작이 성력을 터트렸다.
쾅!
“크륵!”
그래, 그렇지! 이거면 한 방…….
“크르륵!!”
…생각보다 지구력이 좋은 놈이구나.
곧 마수가 번쩍이는 성력에 반발심을 품은 듯 저항했다.
“컹!”
[마왕님에 대한 충심 때문에 물러설 수 없다는데요?]
지금은 됐으니까 넣어둬라.
뭐, 까짓것, 성력을 더 소모해서 상처를 내어 제압하면 되긴 하지만 에잉, 귀찮다.
아이작은 저항하려는 마수를 은근슬쩍 노려봐 주었다.
쩌엉!
‘!’
서열의 위협을 느낀 듯, 마수는 겁에 질려 도망갔다.
“깽!”
“마수가……!”
그때였다.
“괜찮으십니까!”
학생들이 교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데리고 왔다.
적색을 옷에 품고 있는 걸 봐서는 적의 신앙의 사람인 듯했지만, 어째 슈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이, 이단 심문관!”
아, 심상치 않을 만하네.
학생들이 교직원에게 사과하는 모습이 보였다.
“죄송합니다. 이번에 시험 과제로 잡아뒀던 마수의 감옥이 어째서인지 갑자기 열려서!”
“하, 하하. 그럼 저희는 이만…….”
슈리는 아이작을 안고 스윽 나가려 했지만, 이단 심문관이 붙잡았다.
“거기, 너희! 조사를 좀 해야겠는데!”
“저, 저희요? 왜요?”
“붙잡은 마수가 이곳까지 나타나 특정한 학생을 노릴 리가 없다. 그것도 주신께 축복받은 직계를 노리다니…….”
슈리는 움찔하며 아이작을 보았다.
설마 이 자식, 섀도우 리치를 다루는 것처럼 마수까지 어떻게 부른 건 아니겠지?
‘젠장, 끌려가면 골치 아파지겠는데.’
안 그래도 적의 신앙 사람은 건수만 있으면 청의 사람을 취조하려고 했으니까.
그리고 적의 고문과 취조는 단련된 제국의 스파이들조차 입을 열 정도로 악명이 높다.
‘이놈은 말단인 듯하지만, 만약 상급 이단심문관이 붙기라도 하면…….’
분명히 섀도우 리치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단 심문관을 막은 건 적의 공작가의 아이였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테호르. 저 애는 날 구해줬어.”
“!”
“뭐, 아까 때린 건 이걸로 퉁쳐주지.”
곧 그들이 사라지자, 슈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저 성질 더러운 가문 사람이 왜 그냥 돌아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그러니 얼빠진 표정으로 아이작을 볼 수밖에 없다.
“허, 누가 성녀 핏줄 아니랄까 봐, 이거는 벌써부터 사람을 얼굴로 꼬시는 건가?”
얜 또 뭔 소리여.
“재수 없지만 뭐, 됐다. 얼굴도 에슈아의 무기니 팍팍 꼬셔와라. 오히려 적에 빚을 지게 했으니 이득인데?”
뭔 소리냐니까?
마침내 그 광경을 본 학생들이 아이작을 보며 크게 술렁거렸다.
“사람을 구해서 추천서를 받았다더니.”
“실력이 사실이었나 봐……!”
그리고 그 광경을 묘하게 지켜보는 구경꾼이 있었다. 아이작을 알아보며 놀란 그녀는 바로…….
‘혹시 저분이 오라버니께서 말씀하셨던…….’
황녀였다.
* * *
날이 밝고, 어둑한 어스름이 깔렸다.
그리고 사제품을 받는 황실의 연회장엔 수많은 사제들과 졸업생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사제품을 받길 기다리는 졸업생들은 한목소리로 술렁거리고 있었다.
“진짜 최연소 사제가 나온 거야?”
“10살?”
“와, 심지어 어제는 적의 공작가의 넷째를 구했다며?”
그리고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아이작을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나이저 세페트와 졸업생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말이다.
원래는 추천서 제도가 말이 되냐는 둥, 자격 증명도 제대로 안 된 애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둥, 끌어내릴 생각이었지만 하필 식당에서 그런 일이 생겼으니 뭐라 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수석이 있음에도 가장 주목을 받는 게 그 아이였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잘됐다 생각했다.
왜?
‘그딴 젖먹이 모습으로 아장아장 사제품을 받으러 나오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될까.’
‘저주받았다고 욕할걸.’
그리고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슈리다.
덕분에 그는 연회장의 화장실 앞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
“아니이, 사람들 벌써 다 들어갔다고, 이놈아! 젖비린내 나는 삼등신 꼬맹이가 꼴에 뭔 사제복을 입는다고 설치고 있어! 손발이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들어갈 거냐! 그만 좀 나오……!”
벌컥!
문이 열리자 슈리는 이마를 짚었다.
“넌 대체 무슨 생각이냐. 다들 네 모습을 보고 비웃으려고 벼르고 있는데, 이 이상 에슈아가 조롱을 받으면…….”
그러나 아이작이 나온 순간, 슈리의 눈이 떠헉 동그랗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