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얘가 왜? (1)
아이작은 방긋 웃었다.
뭐? 성적이 좋아야 처형식 진행자가 될 수 있다고? 하물며 팀 평가라서 혼자 잘한다고 1등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그럼 할 수 없지!
경쟁자를 싹 다 없애버리면 설령 꼴등이더라도 1등이 되겠지!
‘푸헤헤헿!’
아이작이 어쩔 수 없다며 방긋 웃자, 모두가 안도했다. 솔직히 이 아이가 십사육마의 처형에 관심을 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십사육마의 처형식은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해골왕의 부하를 처형한다?
그건 사제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최고의 명예와 영광이었던 것이다.
‘이름값을 올리는 데 그만큼 좋은 게 어디에 있을까.’
하다못해 최상급 사제들도 하고 싶어 미치는 일인데, 그게 올해 신입 사제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올해 견습들… 벌써부터 경쟁이 장난이 아니라지.’
뭐, 아이작이야 해골왕의 저주를 이겨냈다는 상징성도 있겠다, 회의에서 처형식에 참여시키자는 말도 있었다.
에슈아 가문으로서는 당연 거절하려 했었지만 말이다.
어째서?
어째서긴! 아이작이 이 이상 해골왕과 가까워지면 빌어먹을 암흑사ㅈ… 아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갈 것 같아서지!
지금이야 용하게도 해골왕 마력을 제어하고 있는 듯하지만, 해골왕의 부하가 아이작을 발견한다?
아이작이 타락하든, 십사육마가 오히려 그 마력을 먹으려고 아이작을 죽이려 하든!
에슈아로서는 최악이었다!
그래서 청의 가주도 이를 어떻게 거절하나 했지만.
-사제품도 추천서로 올라온 아이입니다. 거기까지 참여시키면 특혜란 불만이 나올 겁니다.
-맞습니다. 하다못해 자격 조건은 달성해야죠.
-조건이라면 견습 졸업 평가인 5대 신앙 덕목, 《펜타곤》 말씀이십니까?
-예. 그걸 달성하면 참여시키도록 하죠.
에슈아 가문은 일제히 속으로 만세를 했다.
펜타곤은 사제들의 기본 자격 평가!
‘아이작이 그걸 통과할 리 없잖아!’
‘암 없지. 그 신앙심으로 어떻게?’
‘탈락이네, 탈락이야.’
사제품까지는 어떻게 도주를 해서 자신들도 어찌할 수 없었지만, 탈락만 해봐라.
‘당장 집으로 끌고 가야지!’
아무튼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아이작이 해골왕의 부하를 직접 만나게 될 일은 없겠지만, 그런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갸륵한가!
“그래, 잘 생각했다. 나 혼자 잘하면 되는 게 아니니 어쩔 수 없지.”
“네. 어쩔 수 없죠.”
그러니 내 팀 말고 다른 팀 전원 죽인다고.
“열심히 할 테니 걱정 마세요.”
최선을 다해 조져줄게.
그 웃음에 릴라이는 몹시 안도했다.
‘그래도 이 아이가 바른길로 가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죄를 범하고 암흑 사제로 가게 될 일은 없겠구나!
이제 남은 문제가 있다면…….
“참, 묻는 걸 잊었는데, 너 어떤 신한테 간택받았어?”
움찔.
슈리의 질문에 두 숙부가 화들짝 놀라 아이작을 보았다. 설마, 아이작은 본인이 뽑은 신에 대해 들었나?
동시에 아이작은 미간을 좁혔다.
“뭔지는 못 들었는데, 토가 쏠릴 정도로 기분 나쁜 문장이었어.”
시발, 역시 악신이구나!
물론 아이작으로서는 신들 문양은 다 기분 나쁘고, 특히 그중에서도 최고신이 나왔으니 역겨울 만했지만 사람들이 그걸 알 턱이 없다.
“나중에 전달받은 통지서엔 이름 없는 하급신이 걸렸다던데.”
아니, 얼마나 끔찍한 악신이 걸렸길래 애한테 이름 통지도 안 해줬대?!
“금의 추기경이 잠깐 보자고 하더라.”
“뭐? 그 지독한 인간이?!”
아니, 그 인간은 왜 애만 따로 불러내는데?!
‘설마 그 자리에서 처결하려고?’
“아, 아이작. 그게 사실이라면…….”
“안 가요. 제가 왜 교황가에 불려가야 해요?”
“아이작……!”
모두가 감격한 듯이 아이작을 보았지만, 정작 아이작은 도끼눈을 뜨고 있었다.
‘자식이 누굴 오라 가라야.’
오히려 지금 아이작에게 급한 건 견습 사제로서의 평가였다.
처형식 때야 다른 팀을 처리해서 올라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 교황청 중앙에 들어갈 수 있을 텐데.
그래야 성자도 되고, 신들도 엿 먹일 수 있을 텐데.
‘《펜타곤》이었나? 평가 내용이 꽤 까다롭다던데.’
신앙심이 있을 리 없으니 어떻게 통과할지도 관건이지만, 문제는 팀별 성적.
물론 게임에서 승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펙으로 조져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대 천재들이 모였다는 올해 기수들이 바보는 아니고. 그걸 커버할 만한 역대급 치트키가 어디에…….
그리고 그걸 압도하는 실력을 가진 놈을 영입하는 게 제일 좋은…….
그때였다.
“아이작 에슈아!”
“!”
누군가가 아이작의 앞에 나타났다.
“네게 볼일이 있다.”
그리고 나타난 인물에 두 숙부도, 심지어 슈리도 깜짝 놀랐다.
얘가 왜?
* * *
뭐야. 이 새끼 뭔데.
아이작은 눈앞의 인물 때문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다른 에슈아는 다른 의미로 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키나 베리트잖아!’
눈에 띄는 백발. 100미터 밖에서 말을 타고 슝 지나가도 ‘나 고결한 혈통이오.’라는 걸 전신으로 뿜어내는 놈이었다.
숙부들과 슈리는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형님! 저 애가 도대체 왜 아이작을 보러 옵니까?! 어떻게 된 거냐고요!”
“낸들 아냐?!”
“형님이 모르면 누가 알아요!”
“아오! 슈리, 넌 모르냐?”
“…전 더 모르죠.”
그들은 속닥이면서 키나 베리트를 보았다.
그러나 키나 베리트는 그들은 눈에도 안 들어오는 듯, 아이작을 거의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노려보기보단 투지에 가깝긴 한데…….
‘설마 직접 처리하러 온 거냐?!’
‘지 아버지한테 듣고?’
감히 8계위 성기사 앞에서 배짱도 좋다 싶지만, 키나 베리트는 이미 작은 교황이라 불릴 정도다.
8계위 성기사를 두고도 아이작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역시 아이작에게 손대기 전에 쫓아내야…….’
눈이 싸늘해진 릴라이가 검에 손을 가져가려는 그 순간,
“난 네가 떨거지인 줄 알았다.”
…예?
“하지만 10년간 수련을 위해 일부러 모습도 안 드러낸 거구나. 다른 애들과 실력이 섞이는 걸 막으려고.”
…예??
“서품식에서 봤지만 넌 역시 다른 놈들하고 비교도 안 된다. 너만 한 녀석은 견습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어. 아니, 오히려 아깝다. 그러니 나랑 같이 할아버님 밑에서 직접 수련을 하자!”
…예?!!
“곧장 프로의 세계로 가는 거야!”
저게 지금 뭐라는 거야!!
숙부들과 슈리는 비명을 지르기 직전이었다. 키나 베리트가 아이작을 찾아온 것도 정상이 아닌 상황인데.
지금 뭐라고?
견습 사제를 때려치우고, 교황에게 직접 과외를 받게 해주겠다고?!
“지금까지 내가 봐온 녀석들은 쓰레기들이었지만, 넌 달라. 나와 대적할 수 있는 건 너뿐이다.”
“……???”
고엘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단 얼굴로 릴라이를 붙잡았다.
“아이작 저게 저런 말을 들을 정도의 실력자였냐?”
“…어, 음 테스트를 해봤을 땐 실력이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천재인 릴라이가 나쁘지 않다고 한다는 건 5, 6계위 정도란 거군. 아니, 이 새끼가 팔불출인 걸 감안하면 미세하게 좀 더 낮을 수도.
그래서 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게 키나 베리트는 으레 다른 성직자 아이들을 무시했다.
물론 적의 나이저 세페트처럼 치기 어린 무시가 아니었다. 그냥 숨 쉬듯이, 당연하듯이 격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인간이 개미들과 자신을 동격으로 생각하지 않듯이.
하물며 성녀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하던 놈이?
‘혹시 교황가의 새로운 괴롭힘인가?’
아니, 그런 것치고는 키나 베리트의 눈빛이 꽤나 진심으로 보였다.
“에슈아. 같이 해골왕을 효수에 처하고, 나와 함께 신성제국을 이끌자.”
그리고 아이작의 혐오 서린 눈빛이 진심인 것도 알겠다.
‘이 새끼, 뭐라냐?’
[효수당하고 싶다는데요?]
그래. 내 귀에도 그렇게 들리는구나.
그러나 그런 아이작의 표정을 뭐라고 생각한 건지, 키나 베리트가 놀라 말했다.
“아, 걱정 마라. 할아버지의 허락은 바로 받아올 수 있으니까. 내 부탁이라면 바로 들어주셔. 원한다면 교황가의 물건도 빌려줄게. 원한다면 금의 비전도 보여줄 수 있어.”
저 새끼, 진짜 진심이네??
‘무슨 생각이야??’
경악한 가족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아니, 그보다 저 정도면 사제로서 욕심이… 아니 욕심 수준이 아니라 솔직히 너무 파격적인 수준이다.
사제라면 안 가는 게 바보라고 할 정도…….
“꺼져.”
어, 꺼지라네.
“관심 없어. 난 견습부터 시작할 거고.”
심지어 키나를 벌레 보듯 혐오하네.
그러자 당황한 키나 베리트가 오해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아, 사제 자격이라면 걱정 마. 수련만 하자는 게 아니라, 덜떨어진 견습 과정은 건너뛰고 바로 10년 차 이상의 자격을 주겠다는 거야. 오히려 이번 졸업생들을 가르칠 직위를 갖게 되는 거지. 주교품들까지 네 부하가 되는 거야. 너한테도 그편이 좋은…….”
“교황가 놈은 말도 못 알아 처먹어? 난 누구와 다르게 견습부터 갈 거라고.”
그래야 공양제에서 부하 놈을 구할 수 있으니까!
“그보다 왜 날 데려가려는 건데? 데려가려면 저기! 저거나 데려가!”
저, 저거??
삿대질을 당한 슈리는 형에게 말버릇이 그게 뭐냐는 듯 얼굴근육을 씰룩였다.
“차라리 저걸 데려가면 정보원으로라도 써먹을 수 있지!”
하지만 그 말에 키나는 모욕이라도 당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곧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해줘야 아느냐는 듯 말했다.
“저거랑 너는 격이 달라.”
“아니, 그건 맞는데.”
그 말에 슈리의 눈에는 핏줄이 섰다.
이 동생 새끼들이 하다 하다 쌍쌍으로 형을 무시하네??
하지만 아이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교황가 놈이 왜 이렇게까지 자신과 공부하려는 건데?
그러자 키나 베리트는 아이작에게 속삭였다.
“넌 눈으로 마족을 쫓아낼 정도의 재능을 가졌어.”
아. 이거구나. 이유가.
[이 새끼, 지금 주인님이 위압으로 마족을 쫓아낸 거 말하는 거죠?]
그래. 아마 그 광경을 본 듯하구나.
[마족의 기술인데, 성직자 놈이 왜 그걸 높게 평가한답니까?]
‘교황도 가능하거든. 결은 다르지만 결과물은 비슷한 게 있어.’
[푸핫! 그럼 이 자식, 지금 교황의 기술을 주인님이 쓸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겁니까?]
뭐, 아마도 그런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 걸로 보일 테니.’
그리고 예상이 맞는다면, 아마 그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 이러는 거겠지. 어쩌면 교황에게서 얻지 못한 유일한 비전이 바로 그거일 수도 있고.
하지만 알려주고 싶어도 못 알려준다.
아니, 안 알려준다.
차라리 이걸 이용하고 말지.
“왜 사람을 네 맘대로 지 집에 오라 가라야? 아쉬운 쪽이 와야지.”
“…뭐, 뭐?!”
“뭐, 네가 날 돕는다면 공부 정도는 생각해보지.”
아이작은 손을 저었다.
“하지만 과외는 꺼져. 교황한테 과외를 받으라고? 와! 시발, 토 나올 것 같아.”
키나 베리트는 제 귀를 의심하듯 보았다.
마치 한 번이라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는 얼굴.
“…설마 할아버님을 싫어해?”
“그거야 당연하지! 당장 모가지를 따… 읍!”
그때 검은 물체가 순식간에 아이작을 납치해갔다.
“뜨읍, 읍(이 시벌 놈이)!”
아이작의 입이 틀어막혔다. 그리고 아이작을 짐짝처럼 회수한 노인은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는 키나를 보았다.
“손자는 바쁘다.”
청의 가주였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애랑 어울리지 마라.”
“……!”
그 말에 키나 베리트는 울컥했다.
에슈아 이 자식들. 설마 지금 교황가라고 배척하는 건가?
“건방 떨지 마시오. 아무리 청의 가주라도 선을 넘으면……!”
“이놈 쓰레기가 너한테 옮는다.”
“……?”
…예?
키나 베리트가 벙찐 시선을 보낼 때, 에슈아 일가는 아이작을 들고 냅다 튀었다.
“뜨읍(에슈아 이 웬수 새끼들! 진짜 멸문시켜 버린다)!”
아이작의 욕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들은 뒤도 안 보고 황급히 튀었다.
아무리 그래도 교황의 모가지를 따겠다는 말은 진짜 반역죄다. 처형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후, 홀로 남은 키나 베리트는 모멸감마저 느낀 듯 혀를 찼다.
‘솔직히… 내 제안을 거절할 줄은 몰랐다.’
그도 그럴 게, 교황의 교습은 신성제국 모든 이들이 선망하는 것이었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라도 얻고 싶어 키나에게 줄을 서는 놈들인데!
그런데 거절해?!
‘아니. 실력이 뽀록날까 봐 그런 건가?’
역시 과대평가였나?
하긴. 그 정도의 인물이면 청의 가주가 진작 성자로 내세웠겠지.
키나는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역시 실력은 그냥저냥에, 눈빛으로 쫓아낸 건 자신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화가 난다.
‘그렇게 천박한 놈이 감히 교황가를 모욕하다니.’
이단 심문관에게 고하면 바로 끌려가겠지.
‘그래, 무시하자. 처음부터 신경 쓸 가치도 없던 애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역시 에슈아야! 난 그 아이가 활약할 줄 알았다니까!”
“그래?”
“그래, 젖먹이일 때도 아카데미 식당에 나타난 마수도 쫓아냈잖아! 노려보는 걸로 마수가 쫄아서 도망갔다니까!”
키나 베리트의 고개가 황급히 돌아갔다.
뭐? 지금 뭐라고?
쫄아?
그러자 지나가던 아카데미 학생들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에이, 마수가 사람의 눈빛만으로 쫄겠어?”
“하긴, 내가 잘못 본 거겠지!”
뭔가 깨달은 키나 베리트의 동공이 흔들렸다.
‘젠장, 역시 보통 애가 아니었어!’
* * *
“에슈아 이 때끼들! 힘만 되찾으면 내가 진짜 조져버린다!”
아이작은 씩씩거리면서 견습 사제들의 합숙소로 향했다.
납치당한 아이작이 참다못해 해골왕의 마력을 내보내려는 그때. 가주는 사금 조각을 쥐여주었다.
물론 그딴 걸로 만족하고 참아줄 리가 없지.
-뜨으읍(시발, 니들 머리 다 벗겨버릴 거야)!
그러자 가주가 말했다.
-이번에 들어온 물품 중에 304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있더구나.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다. 뭐, 견습 사제 기간 동안 마력을 통제하는 사람에게 줄 수도 있고.
응. 304캐럿짜리면 참아줘야지.
시벌 놈들. 이번엔 사금 정도로 머리를 벗기는 건 봐주마.
‘아무튼 조 배정이 된 거지?’
물론 조라고 해도 쪼잔하게 몇 명 단위가 아니다.
대충 한 조당 30명. 배정도 무작위는 아니고, 친한 가문이나 비슷한 신앙 사람끼리 묶어놓았다.
이 정도면 거의 파벌전에 가깝다.
실제로 성자 후보들은 이미 아카데미에 있었을 때부터 자기 파벌을 꾸렸다고 한다.
뭐, 차기 신성제국 우두머리가 될 자들에 귀족가 영식들이니 인맥은 당연한 거지.
하지만 뭐, 괜찮았다.
무엇보다 슈리와 같은 조였고, 슈리가 말하길 조 구성원이 전부 슈리의 친한 동기라 했다.
-네가 최연소로 들어오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성직자들이야. 어린애를 대놓고 갈구진 않을 테니 걱정 마. 내 동기들이니까 잘해줄 거야.
역시 잘 키운 망아지, 은혜를 복으로 갚는구나.
미리 학교에 보내둔 보람이 있었다.
뭐, 성직자 놈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소름 끼친다만. 그대로 일단 전원 6살 형들이고, 팀플이다 보니 협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이놈들과 잘해야 <펜타곤>도 합격하고, 부하도 구하러 갈 수 있으니까.
‘괜히 나쁜 이미지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아이작은 착한 아이답게 방긋 웃었다.
원래 귀여움을 차지하는 건 막내 몫이다. 조금만 싹싹하게 굴어주면 좋아 죽을…….
“야, 묶어.”
…롸?
합숙소에 들어온 아이작은 제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슈리의 친한 동기라는 조원들은 전원 아이작을 보며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니가 슈리를 그렇게 괴롭힌 문제아라며? 예의도 모르는 망아지라고.”
“우리한테도 그러면 안 되니까. 선배로서 예의가 뭔지 알려줄게.”
“아, 맞다. 여기서는 가문 떼고 노는 거 알지?”
“슈리한테는 비밀이다? 형들하고 재밌게 놀았다고 해.”
-내 친한 동기들이야. 걱정 마, 내 동생이니까 잘해주라고 미리 말했어.
…하. 김슈리 이 새끼.
말이 다르잖아, 새끼야.
아이작은 딸랑이를 스윽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