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얘가 왜? (2)
아이작의 황금 딸랑이가 번들거렸다. 그의 눈알도 번들거렸다.
하하. 잘 키운 망아지 새끼가 은혜를 원수로 갚네. 미리 학교에 보내둔 보람이 있었네. 어?
아이작의 눈이 사나워졌다.
그의 눈앞에 있는 건 스무 명 정도의 남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아이작을 보면서 히죽거리고 있었다.
미소 짓는 아이작으로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뭐냐, 이게 그 똥군기 잡기 뭐시기냐?
똑같은 무소속 사제복을 입고 있어 구분은 어렵지만, 최소한 저 중에 거지 신분은 없겠지.
그러니까 한마디로 귀족들…….
“야, 거꾸로 매달아.”
“가벼워서 매달기도 쉽겠다.”
…도련 새끼님들치곤 품위란 게 아예 존재 하지 않는다만? 그보다 이 새끼들, 성직자들 맞아? 눈빛들이 어디 일진 양아치들이야?
이 새끼들 서품식에서 내 활약 못 들었어? 어?
그래도 뭐, 거기까진 좋다.
활약이야 뭐, 그래. 대피하느라 아직 모를 수도 있지.
문제는 사건의 원인인데.
그리고 이쯤 되면 생각해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가능성.
<김슈리, 이 새끼가 배신했다.>
음. 뭐, 그래.
김슈리, 내가 많이 괴롭히긴 했지.
딸랑이를 가장 많이 맞은 사람을 꼽으라면 더도 말고 슈리였다. 성법과 지식을 넣어주기 위해서라지만 형으로서 불만을 품었을 만도 했다.
‘그래서 동기들에게 대신 손봐주라고 했나?’
응 그래. 가능성은 있지.
나라도 그러겠어.
실제로 슈리는 모두와 함께 먹을 간식을 가지고 오겠다며 먼저 합숙소에 가 있으라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두 번째 가능성.
<슈리는 모르는 일이다.>
사실 가능성은 이쪽이 더 컸다.
왜냐고?
-슈리한테는 비밀이다?
이 새끼들이 슈리한테 비밀로 하라고 했으니까. 사전에 합의된 내용이면 굳이 그런 말 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이 경우라면 문제는 상당히 크다.
동생을 잘 부탁한다는 슈리의 말을 쌩깐 거니까! 한마디로 동기들한테 개무시당하고 있단 의미니까!
하지만 뭐, 친한 동기라 했고. 아무리 그래도 슈리가 그 정도로 호구 취급은…….
“야. 그런데 이거 슈리한테 들키면 어떡해?”
“교수님들한테 말하면?”
“괜찮아. 우리 슈리는 에슈아라 못 꼰질러요.”
…그 정도로 호구 취급을 받고 있네.
“이거 혼내준 대가로 또 에슈아 힘 좀 빌려달라고 하면 돼. 에슈아 기사들이 얼마나 귀한 줄 알아? 돈 줘도 못 구해, 그런 걸 어디서 개인이 부려먹냐.”
심지어 이 새끼, 학교 가서 친구 사귀고 오랬더니, 빨대 꽂히고 있었네.
그러나 그들은 아이작은 듣지 못할 수준으로 계속 속닥거렸다.
“쟤가 꼰지르진 않겠지?”
“그래 봐야 쟤도 똑같은 에슈아야. 약자를 위한 신앙이라고. 타인이 잘못되는 거 절대 못 견뎌요. 푸핫.”
에슈아 이미지 도대체 뭔데? 뭔데 내가 이런 코흘리개 성직자 병아리들한테 이딴 취급을 받아야 하는데?
“쟤 다른 성법은 못 쓴대?”
“슈리가 그랬어. 정화 빼고 다 젬병이라고.”
“아. 좆밥?”
좆… 뭐, 인마??
상상도 못한 단어에 아이작의 얼굴근육이 씰룩거렸다.
‘하다 하다 이젠 이딴 꼬맹이들한테… 뭐?’
마왕일 땐 추기경들도 자신 앞에서 고개를 못 들었다! 니들 선배들은 내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오줌부터 지렸다고!
너희 같은 햇병아리들, 아오, 햇병아리도 아니지. 어디 유정란 같은 놈들이 해골왕한테 X밥……!
‘마왕 체면 진짜 말이 아니네.’
하지만 그들은 키득키득 웃으며 다가왔다.
“괜찮아, 괜찮아. 다 근력 훈련이야. 사제들도 힘을 키워야 하니까.”
“우리도 이번에 좋은 성적을 받아서 중앙으로 가고 싶거든.”
곧 그들이 밧줄을 가지고 오자 아이작은 해탈한 듯 입꼬리가 씰룩였다.
“아. 그래. 근력 훈련.”
“그래. 친목회도 겸하는 거라 생각… 엉?”
그들은 아이작이 꺼낸 물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제용 도구라도 가져온 건가 싶었지만, 저건 어딜 어떻게 봐도 아기 장난감…….
풉, 웃음이 삐져나올 수밖에 없다.
“뭐야, 몸집은 커도 역시 내용물은 꼬맹이… 푸헉!!”
가까이 온 놈이 물건에 맞고 나가떨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주변에 있던 견습 사제들은 제 귀를 의심했다.
‘뭐지?’
방금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아니, 지금 분명 딸랑이에 얼굴을 맞고…….
…뭐?!
딸랑이?!
그들은 아이작이 든 물건에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아이작이 든 건 애들용 딸랑이였지만, 그 끝에 맺힌 건 피…….
…뭐? 피?!!
견습 사제들의 동공이 떨렸다.
하지만 흉기를 휘휘 흔드는 아이작의 눈은 희번덕거리며 번쩍였다.
“하여간 이게 문제지. 아무리 선량한 의도를 가져도, 꼭 이딴 미꾸라지 같은 때끼들이 꼭 망쳐.”
“뭐, 뭐?”
“니 새끼들 때문에 나 같이 정직한 놈이 고생한다고, 시벌 놈들아!”
사정없이 딸랑이로 후려치는 아이작이 분노를 토했다.
“아아악!”
“악!”
딸랑이에 강화 마법을 걸어서 쥐어 패니 효과는 훌륭했다. 물론 그새 몸집이 자랐다고, 딸랑이를 쥐기 힘들어 때리는 맛이 영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위스퍼를 이용해 딸랑이를 날리는 방법도 있긴 하나, 너무 보는 눈이 많다. 물건을 부유시키는 건 마법의 주 특징이라 괜히 소문나도 곤란하다.
그럼 딸랑이 든 미친놈이라고 소문나는 건 괜찮은 건가 싶긴 하지만, 아무튼 곤란하다.
“아. 몸이 끄니까 이 짓도 좀 불편하네. 할 수 없지.”
견습 사제들은 아이작이 손을 내리자 그제야 안도했다. 이 새끼가 미쳐 돌아서 칼부림이라도 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이성을 되찾은 듯…….
“모습을 바꾼다.”
시벌! 이성 안 찾았어! 쟤 진짜 맛탱이가 갔어!
아이작이 딸랑이를 매만지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0년간 들고 다닌 딸랑이가 아이작의 손에 반응하면서 빛을 내고-
번쩍!
“뭐, 뭐야, 저거……!”
딸랑이의 손잡이가 길어지면서 기괴한 모습으로 변했다.
철썩!
“채찍?!”
견습 사제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광경에 아이작은 푸헷 웃었다.
왜!
마법 아이템은 신기해서 입을 못 다물겠냐!
사실 그것 때문에 경악한 건 아니지만, 아이작은 큭큭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살다 보면 마법을 쓸 일이 생길 텐데, 대놓고 몸속 마력핵에서 꺼내 쓰면 위험했다.
그래서 아이작은 물건에 마력을 저장해놓은 것이다. 이거면 그냥 마법 아이템 정도로 생각할 테니까. 마치 고급 마차에 설치하는 난방용 도구와 같다.
비록 위력은 몸에서 끌어 쓸 때보다 떨어져도, 이깟 놈들 따위.
“뭐, 뭐야, 너 뭘 하려고.”
견습 사제들이 당황한 듯 물러섰지만, 아이작은 목을 우득거렸다.
“뭐, 그래. 니들이 이러는 것도 다 이해한다. 나도 성법 공부하면서 개빡쳤거든.”
…예?
“사제로서 지켜야 할 것이 많지. 스트레스 쌓이지. 암. 짤 알지.”
아니, 뭔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은데.
“그치? 시발 놈의 신들이 뭘 그렇게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개찌랄이야??”
개, 개 뭐?
“과자도 먹지 말래! 술도 마시지 말래! 도박도 안 되고, 고기도 안 되고! 사람을 패지도 말라고 하잖아! 원수를 죽이지도 말래!”
아니!
“시발!! 말이 된다 생각해?!! 그냥 다 죽여!!!!”
이 새끼 눈빛이 미쳤다……!
견습 사제들은 도리어 겁에 질렸다. 뭔가 건드려도 잘못 건든 거 같다.
“아, 아니. 저기 우리가 잘못했다.”
“이…런 장난 안 좋아하는구나. 미안하니 진정하고…….”
“장난? 난 언제나 진심이야!”
아이작은 딸랑이를 높이 쳐들었다.
* * *
슈리는 말문을 잃었다.
어, 그러니까 조원끼리 먹을 빵을 가지고 합숙소에 온 건 좋은데…….
“…뭐냐? 이 모습은?”
고문방으로 잘못 찾아온 건가?
합숙소 안에는 귀족 도련님들이 낑낑대며 엎드려뻗쳐 중이었다. 그리고 그 낑낑대는 놈들 위에 앉아 있는 꼬맹이가…….
“낌슈리 왔냐.”
빵 봉투를 들고 있는 슈리는 기가 막혀 아이작을 볼 수밖에 없었다.
“…너, 무슨 짓 하고 있는 거냐?”
“친목 다짐.”
“…보통 친목 다짐이라 하면 얼굴을 보고 하는 거다만.”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작이 목소리를 높였다.
“야, 얼굴 봐야 한딴다! 하늘 보고 엎드려뻗쳐!”
“뭐?!!”
그게 가능한 동작인가 싶었지만, 아이작이 딸랑이를 매만지자 모두가 방향을 하늘 쪽으로 바꿨다.
동시에 아이작은 슈리가 들고 온 봉투에서 주스 병을 꺼냈다.
“우리 형이 맛있는 주스도 가져왔네.”
그는 주스 병을 뿅 열어 하늘을 보고 있는 이들의 입에 콸콸 부어주었다.
슈리는 기가 찼다.
“…너 도대체 뭐 하는 거냐?”
“뭐 하긴! 보면 모르냐, 따과회(다과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히도 빡이 친 모양이다. 결국 슈리의 동기들은 살려달라는 얼굴로 슈리를 바라보았다.
“학년장! 도와줘!”
“쟤, 네 동생이잖아!!”
슈리는 뭔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니들 숫자가 몇인데. 상처도 없고. 자진해서 놀아주고 있는 거 아냐?”
아이작에게 교정을 당했다기엔 다들 너무 멀쩡한 모습이 아닌가.
그러나 그 말을 듣는 견습 사제들은 환장할 판이었다.
자진? 자아진???
‘우리가 안 덤빈 줄 아냐!’
그래도 상대는 어린애 한 명이니, 숫자로 찍어 누르려고 했었다.
하지만 반사 성법으로 하나같이 날아가고.
이거 안 되겠다 싶어 다친 걸 빌미로 슈리한테 피해 보상을 청구해야겠다 했지만, 이게 웬걸.
-하. 내가 성법은 싫은데, 이거 하나는 좋다.
-뭐, 뭐?
-삐(피) 안 볼 수 있는 거!
빠각!
저 미친놈은 강화 성법과 치유 성법을 동시에 쓰면서 딸랑이를 휘둘렀던 것이다.
한마디로 맞는 것과 동시에 치료가 되는 개념이었다.
‘성법을 동시에 쓸 수 있다고는 말 안 했잖아!’
결국 동기들이 애원하듯 슈리를 보자, 슈리는 한숨을 쉬었다.
안 봐도 대충 뭔 일이 있었는지 알겠다.
안 그래도 아이작에 대해 말했을 때, 자신들이 교정을 해주겠다고 말하던 녀석들이 아닌가.
‘그러니까 교정당하는 건 니들일 거라고 했는데.’
진짜 그리되어 버렸구나.
슈리는 혀를 차며 아이작을 보았다.
“너 잊은 거냐? 얘들 우리 조원이야. 좋은 점수를 따야 하는데, 사이를 나쁘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응? 뭐야, 이거.”
슈리는 아이작이 내미는 종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팀으로 배정된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였다.
“뭐냐, 이거?”
“네가 절교해야 할 친구 목록.”
“…뭐?”
“뭐, 전부는 아니고. 하나씩 대면 조사해보니까 몇 명 있던데. 너한테 빨대 꽂으려는 놈들.”
“???”
명단을 보는 슈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빨간 펜으로 체크된 학생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슈리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아…….”
그래서 아이작이 빡쳐 있었던 건가?
가문에 빨대 꽂으려는 놈들이 있어서?
그 눈빛에 체크당한 학생들은 기가 막힌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야, 넌 걔 말을 믿냐?!”
슈리가 아이작에게 재확인했다.
“이거, 동그라미 친 기준이 뭔데?”
“돈은 안 되는데 유지비는 존나 많이 처나가는 새끼들!!”
“아…….”
한마디로 은혜 안 갚는 새끼들이란 의미다.
“7년 동안 뭘 그렇게 에슈아에 빌려간 게 많아. 그런데 막상 에슈아에 뭔가 돌려준 건 한 톨도 없고? 아무리 보답을 바라는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좀 심하지.”
아이작의 눈빛에 체크당한 학생들은 땀을 삐질 흘렸다.
젠장, 에슈아가 5대 가문 중에선 가장 보답을 바라지 않는 가문이라 붙어 있던 건 사실이긴 하다만…….
“아, 아니. 워낙 에슈아는 대귀족이고, 우리가 줄 수 있을 만한 건 다 가지고 있을 테니. 우리 도움은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왜? 너희 집 제약 사업 한다며. 특히 얼마 전엔 미약 만들었다며. 네 형이 그거 써서 다섯 다리 걸쳤는데, 서지도 못한다고 싸다구 맞고 파티장에서 쫓겨났다며.”
학생은 창백히 질렸고, 슈리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미친놈아. 넌 도대체 뭘 조사한 거냐.
“그거라도 슈리 주지 그랬냐?”
그걸 왜 나한테 주는데, 새끼야.
“쟤, 인기 없을 것 같잖아.”
너보단 많거든?
그래도 에슈아라서 생긴 걸로 꿀리진 않거든?!
“아무튼 귀족 도련님들이잖아. 친구? 아마추어처럼 왜 그래. 동등하진 못해도 한쪽으로 너무 기울진 말아야지.”
견습 사제들은 몸을 덜덜덜 떨었다.
이 새끼, 진짜 눈깔 돌았어.
“하, 하지만 우리는 줄 수 있는 게 없는…….”
아이작은 히죽 웃으면서 사제들의 머리통을 콱 부여잡았다.
“왜 없어어? 여기 훌륭한 신체가 있잖아. 니들은 몸에 장기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지? 심지어 그게 돈까지 돼? 와, 시발. 최고네?”
“??!!”
뜯어낼 장기도 없던 전직 해골은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웃었다.
사실 본론은 이것인지도 몰랐다.
“알았어? 내가 바라는 건 다른 게 아니야. 중앙에 배정되고 싶다고? 그럼 가문의 이득을 생각한답시고 괜히 되도 않는 머리 굴릴 생각 말고. 순수하게 조 활동에 충실, 협력, 충성 하라고, 형아들아. 알았어?”
“……!”
겁에 질린 견습 사제들은 고개만 연신 끄덕거렸다.
그제야 아이작은 만족하며 일어났다. 하, 시벌 놈들. 하다 하다 유정란들이 에슈아를 호구 취급해서 급 빡쳤네.
에슈아를 지갑 취급해도 되는 건 이 몸뿐이거늘.
냅뒀다간 팀 활동에 100프로 지장이 올 것 같아서 경고를 한 것뿐이었다.
“좋아. 이걸로 따과회 종료.”
…진짜 다과회였냐?
“뭐, 빨대 꽂으려는 놈들 정신교육은 이 정도면 되겠지.”
…이 새끼, 곧 있을 《펜타곤》의 첫 번째 평가 덕목이 ‘화합’이라는 건 알고는 있나??
탄식하던 슈리는 명단을 계속 훑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명이 없는데. 어디 갔지?’
그리고 그 문제의 한 명은 헉헉거리면서 합숙소에서 뛰쳐나가고 있었다.
‘젠장, 이런 말은 없었잖아!’
그는 사실 적의 공작가의 나이저 세페트가 심어놓은 첩자였다.
-아이작 에슈아의 정보를 가져와. 걔가 뭘 꾸미는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졌는지, 수상한 점은 없는지. 사소한 것 전부.
-하, 하지만…….
-싫어? 괜찮아. 에슈아도 성자 후보들이니까 좋은 성적을 내야 하거든. 팀원의 도움이 없으면 절대 위로 못 올라가니까 어떻게든 너희에게 잘 보이고 친해지려 할 거야. 앞으로 우리가 지원을 해줄 테니, 걱정 말라고.
젠장. 뭘 잘 보이려고 한다는 거야?
‘아무튼 못 하겠다고 해야지.’
그는 적의 공작가에게 보내려던 쪽지를 북북 찢었다.
* * *
그리고 그 무렵.
교황청의 집무실에 있는 베리트 추기경은 책상을 톡톡 쳤다. 그 손짓에 화가 묻어나 있다.
그가 시종을 불러 물었다.
“아이작 에슈아에게 오라고 지시를 한 것 같은데, 왜 여태 안 오지? 서신이 안 갔나?”
“아, 아뇨. 전달했습니다.”
“못 본 걸 수도 있지 않나.”
“아… 아닙니다. 서신은 다섯 번이나 보냈고, 시종이 직접 부르러 간 것만 세 번입니다.”
베리트 추기경은 침묵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무시했다고……?”
“예.”
“추기경이 부르는데? 일개 견습 사제가?”
“…예.”
이 미친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