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까꿍 (4)
“아, 미친! 이건 진짜 아니야!”
아이작이 선전포고를 한 지 어언 보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지만, 청의 비명 소리도 빠르게 갱신되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청의 생활관에선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악, 이 새끼 화장실에 무슨 짓을 해둔 거야! 아악!”
“화장실에 폭탄을 설치해두는 미친놈이 어디에 있… 악!”
“젠장, 화장실이면 차라리 낫지! 내 베개에는 독가스가 설치돼 있었다! 자다가 하늘로 갈 뻔했다고!”
“넌 자다가 갈 뻔했지, 난 물 마시다가 갈 뻔했다고, X새끼야!”
“아이작 이 미친새끼읽!”
슈리는 생활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절규에 천장만 쳐다보았다.
음…. 그러니까, 이것이 정녕 성직자의 생활관에서 들려오는 말소리가 맞는가? 어디 부랑배 용병들이 모인 소굴이 아니고?
난생처음 들려오는 욕설에 잠시 아찔해진 슈리는 창문 밖을 확인했다.
아, 여러 사제님들이 기겁하며 지나가는 걸 보니까…….
응, 그래.
여기 교황청 맞네. 맞아.
그러나 정작 이 아비규환을 만든 장본인은 태연한 얼굴로 빵을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햄스터 같다.
“마츔후련스깨쥴이 마메 안드나(맞춤 훈련 스케줄이 마음에 안 드나?)”
…이게 맞춤 훈련 스케줄?
화장실에 폭탄을 설치하고, 베개에 독가스를, 물에 청산가리를 집어 넣는 게 훈련?
“깍자의 긴장이 풀리는 때가 다르니까. 휴식할 때도 집중력 훈련을 하는 거야. 예상치 못하게 쓰러트리는 건 폭탄, 독이 제일이거등.”
시벌 놈아, 세상은 그걸 암살이라고 부른단다.
그리고 제정신이라면 ‘체술 보법 10만 번’, ‘치유성법 10만 번.’ 이딴 식으로 스케줄을 짜진 않는단다?
하물며 재우지도 않고, 정화마법으로 피로 회복시키면서 굴리진 않는다고! 보통은 다 죽으니까!
하지만 아이작은 아직 불만이라는 듯 다크서클이 핀 팀원들을 보았다.
보름이란 시간 동안 체력부터 성법까지 단련시켜놓긴 했지만, 문제는 해이한 정신머리였다.
아이작이 보름간 한 짓을 생각하면 정신이 남아나지 않는 게 정상인 듯하지만-
‘한참 어린 나도 하고 있는 걸 왜 못 하는데?’
마왕은 꼰대였다.
‘기껏 내 성력 써가며 회복까지 시켜주고 있는데 말이야. 뒤질려고.’
그것도 지독한 꼰대였다.
하지만 아이작의 눈은 더욱 도끼가 되었다.
‘결국 이놈들은 청의 사람이 될 녀석들이지.’
괜히 가문의 관계를 고려해서 팀을 배분해 놓은 것이 아니다.
뭐, 대부분이 어중이떠중이라 진지하게 청의 주교가 될 만한 놈들은 없었다.
청과 관계만 맺어놓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가문에 도움이 될 수준 정도만 되려고 할 거다. 이 대륙에선 중급 성직자만 되어도 어디에 가든 좋은 조건에, 좋은 대우를 받기 때문이었다.
특히 청은 워낙 신실의 이미지라, 청의 5계위 성직자만 되어도 웬만한 사업은 프리패스라고 하니, 말 다 했지.
‘인내, 성실, 정직’이라는 청의 교리를 배운 사람이라면, 사업 파트너로서도 믿음직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 대륙에서 ‘신앙’은 상대를 파악하는 도구이며, 보증수표까지도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이곳에 있는 이놈들은 대충 4, 5계위 정도를 목표로 달리고 있겠지만… 이것들이 처돌았나?
‘그딴 걸로 어디에 써먹어?’
청에 들어온 이상, 이미 이놈들은 아이작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이었다.
내가 내 밑에 있을 놈들이 어중이떠중이인 걸 용납 할 것 같냐?!
‘청을 토실토실하게 살찌워야 내가 빨대를 여러 개 꼽는다고!’
그 눈빛을 읽은 건지, 슈리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물론 청의 사제들의 수준이 올라가는 건, 신앙의 수호자인 자신들로서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이놈의 트레이닝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도 알았다.
왜?! 10년간 직접 몸소 체험했으니까!
‘뭐, 이상한 점은 많지.’
해골왕에 대해선 어찌 그리 잘 알기에, 해골왕 퇴마법을 들은 주교가 감격하며 눈물을 흘릴 정도인지, 고대 고위 성법에 대해선 어떻게 추기경보다 잘 아는 건지.
그리고 그렇게 잘 아는 걸, 본인은 어째서 쓰지 못하는가에 대해선 지금도 의문이다 못해 괴이할 정도긴 한데.
아무튼 양피지 종이에 한 명, 한 명 맞춤 계획표를 짜는 폼이 심상치 않다.
왜 각자의 스케줄 표에 ‘벼랑에 떨어져 죽기’, ‘마족한테 죽기’, ‘맞아서 죽기’, ‘아무튼 죽기’라는 단어가 들어가는지… 전혀 모르겠다.
아이작의 완벽주의도 묘하게 걸린다.
아니, 장난 아니고 아이작 이 새끼, 정말로 강박 수준으로 완벽주의자였다. 괜히 슈리가 울면서 아카데미로 도망간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슈리의 동공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저… 혹시나 해서요. 견습들의 목표로 삼으신 게 어느 정도인지……?”
“10계위!!!!”
전원 교황으로 만들 셈이냐, 이 미친 새끼야?!!
하지만 아이작은 진지했다.
‘교황가의 입양을 거절했는데, 교황가한테 지면 체면이 살겠냐, 이놈아?’
애초에 교황가에 말한 게 있으니 <청>으로서 대빵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작도 알고는 있었다. 세상에는 현실적인 목표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을.
“뭐, 못해도 견습 끝난 시점에서 전원 6계위로 만드는 게 목표야.”
슈리는 제 귀를 의심했다.
뭐?!
견습 끝날때까지 6계위??
“말해두지만, 1등 못하면 다같이 뛰지는 거야.”
6계위면 상급 성직자인데, 저놈은 정녕 미친 건가?
말해두지만 지금 자신들은 견습이었다! 5대 공작가들은 몰라도 일반인은 4계위만 되어도 수재라는 칭찬받는 일반적인 견습들!
“애초에 누가 이런 미친 스케줄을 할 수 있다고 그래?!”
“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이작이 스켈레톤일 땐 이보다 더한 짓을 해서 10계위에 도달했으니까. 괜히 마왕급을 열네 명이나 키운 해골왕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이작 본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한 스케줄을 짜고 있으니 슈리도 할 말은 없었다.
‘날 가르칠 때도 저놈은 열 배로 성법을 공부하던 놈이었지…….’
하다못해 상대의 작품을 까려면 상대가 쓴 모든 작품을 읽어봐야 한다는 변태 새끼였다. 그 집요함이 해골왕을 만들었고, 신들도 질리게 만든 것이지만.
그렇다고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스케줄에 순순히 따라줄 만큼, 청의 팀들도 병신은 아니었다.
애초에 다른 선배들도 아니고, 같은 동기.
아니, 동기도 아니지.
월반해서 추천서로 사제가 된 꼬맹이가 시키는 짓을 그대로 할 것 같은가?
물론 딸랑이의 고통을 기억하기에 반사적으로 따르긴 했다.
그리고 인정하긴 싫어도 아이작의 스케줄에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급상승한 것도 맞다. 이대로라면 남은 펜타곤에서도 꽤 기대해볼 만하지만…….
시발. 힘든 것도 정도껏 힘들어야지.
사람이란 게 간사해서 결과물이 아무리 좋은 걸 알아도 그 과정이 힘들면 때려치우는 법이다.
머리로는 누가 모르나?
공부 잘하고 싶으면 공부를 하면 되고, 운동을 잘하고 싶으면 운동을 하면 되지.
“야, 때려쳐! 우리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안 해도 돼! 적당히 타이틀만 받아 가면 된다고. 해골왕의 처형식에 참여만 해도 돼!”
“맞아! 앞 열 구경꾼으로 참여해도 어쨌든 타이틀은 생겨! 그 정도면 킹 2개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하나는 이미 땄고, 하나는 청에서 주겠지, 뭐!”
그 말에 슈리는 미간을 좁혔다.
틀린 말은 아니나, 청이 당연하게 킹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묘하게 기분이 더럽네?
그러나 그들은 현실적인 것일 뿐, 나쁜 건 아니다. 뭐, 그걸 아니꼽게 듣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만.
“허, 킹 2개? 장난해? 킹 5개는 따야 사람이지.”
다섯… 다섯?!
“이 미친, 애초에 나이저랑 호크네가 있는데 가능할 것 같아? 너도 욕심을 버려!”
“나는 하기도 전에 비관하며 무시하는 때끼들! 그리고 늘 최선의 결과를 내지 않는 마인드의 때끼들하고는 상종 안 한다!”
뭐, 아이작으로서도 이놈들이 적당하게 점수를 받으면 곤란했다. 팀 평가야 자신이 끌어올리면 그만이지만, 처형식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원수는 상위 20명! 그중 처형자는 오직 1명!
‘아무튼 아군이 깔려야 움직이기 쉬워진다고!!’
아무리 그래도 이단심문관 소속인 적의 신앙 애들이 우글우글한 곳에서 부하를 구출하는 게 쉬울 것 같냐!
그러나 한계에 다다른 청의 팀들은 배 째라는 듯이 드러누웠다.
“훈련? 훈련 좋지. 하지만 이런 훈련은 나중에 해도 돼.”
“그래. 다음 순번인 금의 시험에서도 힘든 일은 성기사들이 전부 할 텐데. 우리 같은 엘리트들이 왜 땀을 빼야 해?”
“뭐, 그나마 몸을 쓰는 건 체술을 쓰는 적의 펜타곤인데, 걔는 제일 마지막이잖아.”
“꼬맹이, 너 혼자 열심히 해봐라. 우리가 탈락할 일은 결코 없거든.”
아이작을 조롱하는 말에 슈리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래, 탈락할 일 없지.
그도 그럴게 펜타곤의 순서는 백, 금, 청, 흑, 적.
적의 펜타곤이 제일 마지막인 만큼 테스트도 꽤 까다롭게 본다.
낙제 점수가 뜨면 무조건 펜타곤 탈락.
하지만 앞선 시험의 성적이 좋으면, 낙제가 떠도 아카데미로 돌아갈 일은 없다.
‘최소 킹 2개가 있으면, 낙제가 떠도 상쇄가 가능하거든.’
그런데 대부분은 5대 신앙의 파벌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시험 전까지 최소 킹 2개는 깔고 간다.
그래서 적의 펜타곤을 무서워할 필요도 없었다는 의미. 한마디로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전략은 훌륭했다. 힘은 적게 쓰고 이득만 챙기겠다는 거니까.
그래, 틀린 말은 아닌데… 으음.
그러나 아이작이 귀엽다는 듯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말했지? 다음 순번은 적의 펜타곤이 될 거라고. 내 말 안 들으면 곤란한 건 형들일 텐데?”
팀원들은 비웃음을 터트렸다.
“야! 허풍 떨지 마. 펜타곤의 순서는 신성제국의 유구한 역사고 전통이야. 바뀔 것 같아? 이건 추기경 할아비가 와도 못 바꿔!”
“바뀌면 니가 추기경 할아버지고, 우리 형님이지.”
그래, 바뀔 리가 없지.
그랬는데.
“얘들아! 큰일이야!”
“아, 아이작의 말이 맞았어! 시험 순서가 변경되었대! 다음 테스트, 적의 신앙이래!”
“뭐?!”
이게 무슨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지는 소리야?!
“지, 지금 적의 추기경 각하께서 금의 추기경한테 가서 바꿔버렸대!”
그들은 소름이 돋는다는 듯 아이작을 보았다.
아이작은 히죽 웃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아, 적의 추기경이 좋으신 분이라 살았네.”
쉽게 가려던 청의 팀들은 멘붕에 빠졌다.
아니, 얘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설마 적의 추기경께서 아이작의 부탁 때문에 정말 시험 순서를 바꿔주셨다고?’
신성제국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단번에??
심지어 적이면 청하고 사이도 안 좋은데?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자, 이제 호칭을 바꿔야지? 내 말이 맞으면 어떻게 부르기로 했지? 할아버지? 어르신? 형님?”
“……”
“자, 어서 불러봐.”
우이씨!
절망하는 청의 팀을 본 아이작은 대답 대신 히죽 웃었다.
* * *
“뭐?! 적의 펜타곤이 앞 순서로 바뀌었다고?”
적의 팀에서는 뜻밖의 소식에 술렁거리고 있었다.
“지, 진짜 세페트 추기경께서 금의 추기경이랑 한판 한 거야?”
“고작 아이작 에슈아의 부탁 하나로?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사실 이 상황에서 가장 열 받는 건 소식을 전하는 나이저였다.
-아버지, 무슨 소리십니까! 펜타곤 순서를 변경해요? 왜요!
-아이작 에슈아가 부탁을 해왔거든.
-농담이시죠?
그는 아버지에게 항의했지만, 적의 추기경은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이었다.
-재미있는 걸 보여주겠다고 하더구나.
나이저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재미? 재미이?
고작 그딴 이유로 라이벌의 부탁을 들어줘?
아버지가 괜히 고문과 심문의 신앙을 책임지는 우두머리가 아니었다.
마왕 토벌에 누구보다 진심이었고, 잔인하고, 차갑고, 자식조차도 냉혈하게 내친 인간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저러지는 않는다.
그러니 초조할 수밖에.
‘아이작 에슈아한테 과하게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더니.’
심지어 시험 과제까지 바꿔주셨댄다!
아이작의 뜻대로 되는 게 열 받긴 했지만, 뭐,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원래는 일대일 대련이었는데, 팀 대련으로 바뀌었어.”
그리고 대전 상대?
‘역시 아버지.’
[적의 팀(30인) vs 청의 팀(30인)]
[적팀 대장: 나이저 세페트]
[청팀 대장: 슈리 에슈아]
설마하니 이런 기회를 주실 줄이야!
‘상대는 청의 팀인데다가, 대장이 슈리 에슈아라고? 누워서 떡 먹기지.’
고문과 심문이 일인 적의 팀은 체술과 대인전에서 최강의 신앙이었다.
그리고 청?
놈들의 실력은 자신이 더 잘 알았다.
전반적으로 다 약해빠진 놈들이었다. 하물며 아카데미 시절부터 자신들의 밥이었지. 괴롭혀도 반항 한 번 못 하던 머저리들.
“무슨 생각으로 적의 신앙을 앞당겨 달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걔들은 킹 1개야. 킹 2개가 아니면 낙제 점수에 탈락 확정인데. 아주 지 무덤을 팠지.”
나이저는 빡쳤지만 오히려 웃었다.
분명 아버지가 그랬던가?
적의 펜타곤에서 아이작을 공격해도 된다고. 힘만 드러내게 하라고.
‘그래, 오히려 잘됐어. 금의 펜타곤까지 갈 것 없지. 그 전에 내가 이번 펜타곤에서 죽여주지.’
펜타곤에서는 사람이 불구가 되어도 사고 처리가 될 뿐이니까.
대인전인 지금이 복수의 기회였다.
‘아이작 에슈아가 좀 대단한 것 같아도, 혼자서 건장한 적의 팀을 다 쓰러트릴 거야?’
말해두지만, 적의 팀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정예들이었다.
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청의 생활관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고 하고. 나름 열심히 훈련을 한 모양이지만… 그래 봤자다.
그 팀에서 잘난 게 아이작이랑 슈리 정도인데. 아무리 잘나도 고작 둘로 적의 신앙 30인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주 가지고 놀아주지.’
그래,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 적의 테스트 시작이다. 준비됐냐, 개놈들아.”
“크르르르.”
“……???”
적의 펜타곤이 진행되는 황실의 연무장.
적의 팀은 이상한 분위기의 청의 팀에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뭐, 뭐야. 쟤들 왜 저래?”
구경 온 다른 팀들도 술렁거렸다.
하지만 나이저는 다른 이유로 당황하고 있었다.
변해버린 청의 팀도 팀이지만…….
‘이, 무슨.’
시험장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었다.
사제들은 물론 적의 추기경, 하물며 금의 추기경도 당황한 기색이다.
웃고 있는 적의 추기경은 난처한 얼굴로 땀을 삐질 흘렸다.
“음…. 설마 재미있는 거라는 게, 이거였나?”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 자리에 모인 황실이며, 모든 사제들이 술렁거렸다.
“세상에, 저분이 왜 저기에 있어요?”
한 사제의 외침에 결국 나이저도 못 참은 듯 청팀을 가리켰다.
“그래, 시발! 키나 베리트가 왜 청의 팀에 들어가 있냐고!!”
손가락질을 당한 키나 베리트는 불쾌한 듯, 눈을 치켜떴다.
두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아이작 에슈아의 옆에는 청의 끈을 단 키나 베리트가 있었다.
그것도 아이작 옆에 딱 붙어 있다.
당황하는 심판한테 아이작이 방긋 웃어보였다.
“우리 팀 중 하나가 배탈이 나서요. 급하게 인원수 맞춰왔어요. 대타는 견습급만 된다고 해서 견습급에서 데려왔는데, 문제없죠?”
시발!!! 키나 베리트가 무슨 견습급이야!!!
게다가 금의 신앙은 적의 신앙이랑 상성도 썩 안 좋거늘!
‘그보다 왜 키나 베리트가 청의 팀에 들어가 있는데?’
아이작이랑 무슨 사이인데?
적의 펜타곤을 이용해서 아이작을 죽일 생각이었던 금의 추기경의 눈썹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키나 베리트는 적의 팀을 한심하게 보며 아이작에게 확인했다.
“저 조무래기들 처리해주면, 정말 같이 공부하면서 그 기술을 알려줄 거지?”
“응. 같이 공부해줄게.”
“좋아. 두말하기 없기다.”
키나 베리트는 손을 우드득 풀었다.
그걸 본 나이저는 땀을 흘렸고, 아이작은 씨익 웃을 뿐이었다.
아, 멍청이 성직자들.
‘성력 올리기 참 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