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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91화 (91/272)

제91화. 지금 뭐라고 했나? (4)

교황청.

그곳엔 아이작의 소식을 고대하는 인물이 있었다.

“그래? 청의 팀이 크라샨디아로 들어갔다고?”

바로 베리트 추기경이었다.

기다렸다는 듯한 주인의 말에 시종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마법사들의 방해로 그 이상 들어가진 못해 끝까지 살피진 못했지만, 분명 임무지에 들어갔습니다.”

청의 가주, 그리고 황태자 만큼이나 소식을 기다린 베리트 추기경이다. 그는 같잖다는 듯 실소를 머금었다.

“역마들 때문에 거기까지 가지도 못 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가긴 갔군?”

원래대로라면 역마들에게 탈탈 털려… 아니 탈탈 털린 건 되레 역마들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청의 팀은 목적지에도 못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통수를 안 당하고 어떻게 끌고 가긴 하다니.

“아무리 어려도 청의 새끼라는 건가.”

아무래도 다른 사제들처럼 삥이나 뜯겨서 엉엉 울며 돌아오진 않을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이상한 것?”

“아이작 에슈아가 혼자 임무지로 들어간 것 같더군요.”

“혼자?”

“예.”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베리트 추기경이 웃음을 터트렸다.

“청의 새끼도 결국 역마들을 길들이진 못했나 보군.”

호위기사가 주인을 지키지도 않다니!

하지만 설마하니 10살짜리 꼬마 애를 혼자 보낼 줄은 몰랐는데. 그 정도로 미움을 산 것일까.

“뭐, 우리도 길들이길 포기한 놈들이다.”

청의 팀이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서 아이작이 혼자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일 수도 있었지만, 글쎄.

아무리 역마들이라도 교황청 소속의 실력있는 성기사 나부랭이들이었다. 그 인원이 전부 휘말렸을 린 없고, 아이작을 버렸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어차피 임무를 성공할 확률도 없지만, 멀쩡히는 더욱 못 돌아오겠지.”

“예. 애초에 헬라에 못 돌아오게 막아놨으니까요.”

그들은 아이작의 생각처럼 돌아오는 길에 함정을 깔아놓았다.

“우리 금은 ‘배척함으로서 사람을 지키는 신앙’.”

마족과 잘못된 교리, 더러운 것을 배척하고, 순수함으로 아군을 지키는 신앙이었다.

마족과 공존?

어디 더러운 청 따위를 교황의 나라에 풀어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그러게 얌전히 양자로나 들어올 것이지.

뭐, 설마 에슈아에서 먼저 제안해올 줄은 몰랐지만. 잘 된 일이지.

-히레이, 내 임무지에 귀여운 조카들이 올 것 같아서. 같이 놀아줄까?

에슈아의 넷째.

장남이 사라진 지금, 가장 유력한 청의 후계자였다. 실력도 완벽하며 질병, 시한부, 불임 같은 하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리를 물려주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불만이 많지.

그 와중에 자신을 건너뛰고, 자식 조카들이 후계가 될 거라는 이야기가 사교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판이니, 얼마나 열 받을까.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마법사들과 연이 있었다.

“마법사들을 이용해서 없애면 금도 손을 더럽히지 않을 수 있어서 일석이조지.”

“하지만 황실이 도움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아이작 에슈아한테 큰 관심을 보이는 듯한데…….”

그 말에 베리트 추기경은 코웃음을 쳤다.

뭐? 도움?

“지금 황실은 그럴 여력이 못 된다. 골치 아픈 난제를 안았거든.”

크라샨디아.

왜 굳이 아이작에게 그 지역에 가라고 시켰겠는가. 최근 그 지역은 신성제국과 마도제국의 분쟁 지역이었던 것이다.

‘황실이 꽤 골머리를 썩고 있지.’

뭐, 쉽게 말하면 고래들의 치졸한 땅따먹기 문제였다.

크라샨디아는 최근 마도제국에 먹힌 지역인데, 신성제국으로서는 제법 쏠쏠하던 수출입의 최단 경로였다.

문제는 이 마도제국 놈들이 도둑놈 심보를 발휘했다는 거지.

그 지역을 먹은 후, 노골적으로 말도 안 되는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었다.

포기하자니 아깝고, 싸우자니 이건 붙자는 거라 계륵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황실 병력을 보낸다?

“전쟁이지. 물론 한판 붙어도 상관은 없다만, 그 주변에 왕국이 붙어 있어서 골치 아파진다.”

아니, 오히려 마도제국에서 책잡힐 문제라도 터지면, 황실은 곤란해질 것이고 청과 황실은 거리가 멀어질걸?

그 모든 상황을 알기에 추기경은 일부러 그 땅에 청의 팀을 보낸 것이었다.

“임무도 실패해, 집에도 못 돌아와, 청이 비웃음당할 것이 눈에 선하군.”

마도제국에 아이작의 편이 되줄 사람이 있을리 없으니까 말이다.

* * *

“뭐어?!”

“마도제국 황자라고?!”

청의 팀은 멘붕에 빠진 듯 넋이 나가 있었다.

아이작 덕분에 해독… 아니 이게 해독인지, 힘을 쪽쪽 뺏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맙다며 아이작을 들쳐엎고 뽀뽀라도 해주려 했건만.

하물며 다시는 아이작의 말에 토를 달지 않겠다고 하려 했는데… 시벌…. 이 새끼는 왜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치는 거냐.

‘뭐? 황자아?’

‘이 새끼가 그딴 초특급 물주를 보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아!!’

한마디로 사고 치기 일보 직전이란 의미다.

“아하하, 이래서 신분을 숨기는 건데. 괜히 성직자들을 놀라게 했군. 미안하네!”

…신분으로 놀라긴 개뿔이.

적어도 청의 팀에게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딴 것보다 중요한 건…….

‘젠장, 황자로도 모자라서 들고 있는 물건이 제국의 비보라고?!’

그들은 꼬마 황자가 걸고 있는 황금 목걸이를 보며, 초조하게 아이작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작의 눈이 은근슬쩍 목걸이를 휙휙 따라다녔다. 심지어 뒷짐을 진 채 슬쩍 기웃거리며 흐흐 웃는 게, 심상치 않다.

‘저 새끼, 감정 중이야!’

‘심지어 벌써 계산 끝났어!!’

반년 가까이 한 숙소에서 지내보면 모르고 싶어도 안다. 저게 얼마나 돈에 미친 새끼인지.

전생에 얼마나 돈에 복장 터져 죽은 노친네였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돈에 미쳤다.

‘…저 새끼…. 특히 황금에 환장하지 않았냐?’

‘독 먹여서 빼앗는 거 아냐?’

‘에이, 설마. 생각이 있으면 그러겠어.’

‘저 새끼한테 생각이란 게 있었냐.’

‘…….’

…시발.

왜 성직자인 자신들이 강도 짓을 걱정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작은 히죽 웃었다.

“아무튼 이걸로 교황청은 X 된 거야. 우린 성기사 말고도 공을 세운 거라고.”

“고, 공이라고?”

“그래! 마도제국 황자를 유괴하면 얼마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거야?”

…신이랑 계약하기도 전에 이 새끼 때문에 복장 터져 죽겠네.

“아이자악…….”

슈리의 빡친 시선에 청의 팀에게 속삭이던 아이작이 칫, 혀를 찼다.

아무래도 또 사탕을 금지당하고 싶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어도 공은 맞아. 알아? 정치의 기본은 빚 지우기라고! 황자를 구한 것만으로 이미 마도제국에 빚을 지운거야!”

“!!”

도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양아치 군주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제야 청의 팀은 아이작의 뜻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래! 임무 완수로도 이미 놀라게 할 테지만, 국가적인 공까지 세웠다! 이거면 돌아가서 교황청의 콧대를 완전히 누를 수 있다!

“그럼 당장 마도제국 황자를 구했다고 알려야……!”

“쉿.”

아이작이 검지를 입가에 가져가며 씨익 웃었다.

그가 자신들을 막자 청의 팀은 영문을 모를 표정이 되었다.

쉿??

“말하지 말라고?”

“그래.”

“…???”

청의 팀들은 미친 놈 보듯 아이작을 보았다.

아니, 방금 전까지 공적을 세웠으니 그걸 이용해야 한다면서 뭐라고 하더니, 왜 또 말하지 말라는 건데?

그러나 아이작의 눈이 신이 난 듯 번들거렸다.

“금의 신앙이 우리 임무를 망치려고 함정을 파놨을 거라 했지?”

“어… 그래.”

“마도제국 황자를 데리고 있는데, 함정에 스스로 가주면 어떻게 되겠어?”

이… 사악한 새끼.

청의 팀은 단번에 모든 속셈을 깨달았다.

‘교황청을 물 먹일 생각이구나!’

자신들만 함정에 빠지면 몰라도, 무려 마도제국의 황자가 함정에 휘말린다? 당연히 배후가 누구인지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함정을 판 장본인인 금의 신앙으로서는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그러나 그들은 아무리 그래도 성직자들이었다.

“함정이라니, 진짜 있는 거 맞아? 아무리 그래도 우릴 죽이려고 하진 않을 것 같은데.”

한번 독에 당하고 나니 이제 아이작을 신뢰했지만, 정도라는 게 있는 것이다.

“네 말이라니 믿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성직자가 아군을…….”

“그놈들이 우릴 아군으로 생각한다면 말이지.”

“!”

교황가는 5대 신앙 중 가장 배타적이고, 귀족주의인 놈들이다. 금의 신앙 외엔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쯤 되니 슈리는 헛웃음을 흘리며 아이작을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당숙이 자신이 범인이라는 게 확실한 상황에서 움직일 리 없는데.”

“공범자가 꼈다면 충분히 가능해.”

“뭐? 공범자?”

동시에 눈치 빠른 슈리의 눈이 커졌다.

“설마 마법사들……!”

설마 마법사들의 손을 빌려서 자신들을 처리할 생각인가!

아이작은 정답이라는 듯 웃었다.

“그래. 뭐 괘씸하니까 계략 좀 깨주자고. 근데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으니까 직접 싸우는 건 안 되고.”

“…그럼 어떻게?”

그 말에 아이작이 양손을 번쩍 들었다.

“뻥이요!!!!”

…뻥이요?

“뭔 개소리…….”

쾅!!!

“?!”

아이작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멀지 않은 곳에서 폭발 소리가 터졌다.

동시에 지면이 뒤흔들리고, 얼어붙은 청의 팀은 물음표를 얼굴에 띄웠다.

아니, 이 무슨……?!

당황한 그들이 창문 밖을 확인한 순간, 그들은 모든 상황을 깨달았다.

아니, 등신이 아닌 이상 모를 수가 없지.

마법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장소에서 폭발 연기가 올라오고 있는데… 뭐라고?!

“폭발?! 마법사들 캠프에 폭발?”

끼긱, 돌아가는 그들의 고개가 마도제국 황자의 귀를 막고 있는 아이작을 향했다.

아이작은 눈을 반달로 접은 채 웃고 있었다.

“하하하하, 선수필승! 망할 마법사 새끼들! 감히 내 마력핵을 노릴 생각을 해?? 뒈져라!”

“?!”

시발, 이 미친 새끼가!!

하지만 그 무렵, 습격을 받은 마법사들 캠프는 이를 갈고 있었다.

“습격입니다!”

“모아둔 마력핵이 파괴당했습니다!”

“마법진을 구성하는 도구가 파괴당했어요!”

누구의 습격이냐는 목소리는 쉽게 나오지 못했다. 애초부터 그들은 당장 아이작 무리를 습격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설마 청의 견습들인가?!’

‘우리가 습격하려는 걸 먼저 눈치채고?’

그들은 급하게 움직였다.

만약 자신들의 속셈을 이미 눈치챘다면,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답이다.

‘은멸!’

상대가 정규 병사들이었다면 발각된 시점에서 작전을 물렀을지도 모르나, 적들은 고작해야 견습사제들!

차라리 선수를 쳐서 전부 말살하는 게 낫다!

마침내 아이작과 만났던 남자 마법사가 외쳤다.

“공격해라!”

마법사들이 황급히 움직였다.

그리고 청의 견습들을 발견한 그 순간, 마법사들은 바로 공격 마법을 쓰려했다.

그러나 그 순간.

“네 이놈들, 감히 누구를 습격하느냐!”

“……?!”

마법사들은 움찔했다.

어린아이의 목소리?

마법사들은 개의치 않고 공격하려 했지만,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급히 만류했다.

“멈춰라!”

“!”

그들은 아이작의 무리에 있는 어린 아이를 보고 당황한 눈치였다.

목소리를 듣고 설마 했지만, 이 눈이 틀리지 않다면…….

“마, 막내 황자님?!”

“황자님이요? 그런 분이 여기 왜……!”

“왜 사제들과 계시는 겁니까!”

그런데… 상황이 좀 이상하다.

아니, 진짜로 많이 이상하다.

“이 꼬마의 목숨이 아깝거든, 그 자리에서 멈춰라!”

아이작이 황자의 목에 검을 겨누고 웃고 있었… 뭐라고?!

“내 말 안 들려?! 이 꼬마를 살리고 싶거든, 가진 것 다 내놓으라고!! 때끼들아!”

슈리는 입술을 꽉 깨물며 하늘을 보았다.

주여, 제발 부탁이니 저 새끼부터 잡아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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