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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99화 (99/272)

제99화. 누워서 떡 먹기지 (3)

스켈레톤.

그러니까 말하자면 긴데…….

한마디로 표현하면 눈물 나는 놈들이다.

눈물 뺄 정도로 강하냐고?

아니. 존X 약하다.

물론 죽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는 놈들이 떼거리로 몰려오면 무섭겠지.

하지만 세상에 바보만 있는 줄 아는가? 힘이 곧 서열이었으면, 인간은 진작에 멸종했지.

그런데 뭐? 뼈다귀?

뼈다귀 놈이라 말 못 하니 불만은 없겠고, 지능도 떨어지니 튀지도 않네. 그런데 평생 죽지도 않고, 잠도 안 자고, 밥도 필요 없어서 무한 동력인데, 약해서 만만하기까지 해?

캬! 써먹기 겁나 좋네! 인력시장에서 최고로 후려쳐먹기 좋네! 괜히 마족 세계에서 불가촉천민 신분이 아니지!

그래서 마족은 스켈레톤을 소환수로서, 일꾼으로 써먹는다.

성직자들은… 그래, 솔직히 이 새끼들이 제일 나빠!!!!

이 거지 같은 성직자들은 스켈레톤들을 지들 수련용 인형으로 사용한다!

내가 성직자들 시험부터 귀족들 과외 수련, 꼬맹이들 축제까지, 소환 안 되어 본 곳이 없어, 찌발!!

소환해서 뭘 하는 줄 알아?!!

죽인다!

갑자기 불려간 것도 서러운데, 이 어린 병아리 놈들이 개 만만하다며 다구리를 쳐 죽인다고!

질 나쁜 성기사들은 분해해서 공 장난감처럼 놀기도 하고, 어?

그렇게 죽는 것도 서러운데 죽으면 어찌 되는 줄 알아?!

레벨 1로 부활한다!

뭐, 죽기보다는 몸체가 완전히 망가져서 몸을 재구성하는 것에 가깝지만, 아무튼! 레벨 1이 된다고!!!!

레벨을 몇까지 올렸든, 아무튼 죽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라고!

내가 진짜 씨, 힘들게 레벨을 올려서 진화를 코앞에 두고 있으면 또 소환당하고! 소환당하면 <턴 언데드> 성법으로 뒤져서 ‘지옥’에 떨어지고!

-…네놈, 또 왔냐? 43,721,376번째로구나.

-신기록이야…….

-딸각다라달달각.(찌발!!! 내가 진짜 성직자 새끼들 모가지를 다 따버린다!!!)

진화하고 나서는 죽는 대신 도리어 때려눕히고 나오니까 지옥에 가는 횟수가 줄었지만, 그럼 뭘 해?

이 새끼들은 소환을 해놓고 뒤처리도 안 해!!!

-끄악! 미친 해골이다! 도망쳐!

신성제국에서 마족의 땅까지 얼마나 먼 줄 아는가?

지금이야 사제니까 신수를 타며 하하히히 웃으며 가지. 인간 걸음으로도 몇 달이나 되는 거리를 내가 매번 낑낑 걸어갔다고.

그렇게 집에 겨우 도착했다 싶으면 또 소환당하고!

‘이 씨…ㅂ…!’

아무튼… 불쌍한 놈들이란 의미다.

하물며 스켈레톤들은 지능도 떨어지는 놈들이라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도 모르고 죽는다. 죽을 때마다 매번 리셋 되니, 힘을 성장시키지도 못한다.

한마디로 영원한… 소환수 신세란 의미지.

그런데 그런 불쌍한 놈들을…….

성직자 이 개 같은 시키들이…….

“달각달각달각.(와아, 여기 어디야? 어디야?)”

“딸각드가달그각.(몰라! 몰라! 하지만 우리 왕께서 계셔!)”

“딸가악.(와아아! 왕이시다!)”

감히 내 눈앞에 스켈레톤을 불러어얽?!!

하지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작! <턴 언데드> 성법이야! 그거면 한 방에 조질 수 있어!”

“그래! 언데드들은 그 성법 한 방이면 개껌이다!”

턴… 뭐?!

이 개때끼들이 지금 턴, 턴, 턴, 뭐?!!!

아이작은 거품을 물며 뒷목을 잡았다.

이 더러운 성직자 때끼들이 지금 나한테!

<턴 언데드>를!

쓰라고!

한 거냐?!

어?!

이름만 들어도 밀려오는 트라우마에 아이작은 쓰러질 것 같았다.

[히야, 그래도 <턴 언데드>면 개초보 성법 아닙니까? 쓰시면 되잖아요?]

너 이 새끼, 넌 안 닥쳐?!

“아이작! 이 정도면 아카데미 수준이다! 스켈레톤이 제일 잡기 쉬운 거 알지?”

“맞아! 개 쉽다!”

니 새끼들 모가지 따는 게 더 쉬울 것 같은데?!

곧 아이작의 눈에 불똥이 튀겼다.

“릴라이 이 때끼… 푸학!”

해골들이 아이작에게 쪼르르 달려들었다. 아니, 거짓말 안 하고 소환된 수십 마리의 스켈레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달각달달가각.(와아, 왕이시다!)”

“딸각달각.(우릴 보러 와주셨어! 와주셨어!)”

“달달달각.(와아, 기뻐! 기뻐!)”

“풉…! 푸합!!!”

“아이작!!”

“막내 도련님!!”

쿵!

해골에게 깔린 아이작은 죽으려고 했다.

아무리 최하급 마족이라고 해도 일단은 동족이었다. 오랫동안 함께한 녀석들인 만큼 영혼의 기운을 알아보는 것이리라.

“달각달각.(그동안 왜 안 보이셨지, 안 보이셨지?)”

“달그닥달그닥.(이제야 우리를 불러주셨어)”

이놈들아, 반가운 건 알겠는데, 무겁다고!

그 광경에 <턴 언데드>를 준비하던 견습들과 청의 기사들은 굉장히 당황한 눈치였다.

“어떻게 된 거야! 스켈레톤이 한 사람만 노리다니?”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그보다 노리는 거 맞아? 좋아서 달려드는 거 같은데……?”

“뭐? 스켈레톤이?!”

“…아무리 봐도 안기는 것 같지 않아?”

“아니…. 압사당하는 것 같은데.”

점점 이상하게 여기는 시선에 아이작은 위험을 느꼈다. 아무리 성직자들이 멍청이들이라도 이건 확실히 괴현상이었다.

행동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의심을 사고, 의심이 길어지면 이단심문관들이 움직이겠지.

‘잘못하다간 내 정체를 들킨다!’

정신이 퍼뜩 든 아이작은 우선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로 했다.

물론 <턴 언데드>는 안 쓴다.

쓰는 방법은 알지만, 그 언데드 멸살법은 절대 안 쓴다!

‘적당히 마력핵만 뽑아내자. 그거면 전투 불능으로만 만들 수 있어.’

하급 마족일수록 마력핵이 외부에 노출이 되어있다. 그리고 스켈레톤? 갈비뼈 안에서 반짝이는 게 바로 마력핵이었다.

‘마력핵을 뽑아서 나중에 넣어주면 다시 움직…….’

“말해두지만 마력핵을 뽑는 건 안 됩니다! 반드시 <턴 언데드>를 써서 가루로 만드세요!”

“?!”

이 찌발, 망할 성직자 새끼들아!!!

아이작은 욕을 날렸지만, 슈리와 청의 팀은 오히려 납득하는 기색이었다.

“역시 릴라이 님…. 고작 <턴 언데드>로 통과라니, 역대급 쉬운 난이도다.”

“맞아. 보통은 언데드에게 <턴 언데드>는 너무 사기니까, 마력핵을 뽑아오라 하는데……”

“갓난아이도 통과하겠어……!”

“역시 청…! 끔찍하게 조카들을 생각해주시는 분……!”

시벌놈아아앍!! 생각해주는 게 아니라고옭!

제일 쉽게 내달라고 했던 아이작은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신앙 팀들은 도리어 화를 냈다.

“야, 이거 너무하지 않냐! 항마(抗魔) 성법인 <턴 언데드>는 항마 신앙인 청이 제일 잘하는 거잖아!”

“청한테 너무 대놓고 몰아주는 거 아니냐!”

“듣자 하니 조카가 쉽게 해달라고 한 거 같던데!”

으아앍! 아냐! 이런 걸 바란 게 아니라고!

릴라이, 이 미친놈!

아이작이 청의 기사들을 노려보았지만, 정작 시선을 받은 릴라이의 부하들은 뭔가 눈치챈 듯 크게 외쳤다.

“<턴 언데드>로 가장 많이 잡은 사람에게 킹을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저희 잘했냐는 듯 해맑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원하시던 게 이거 맞으시죠?’

‘자! 어서 청의 펜타곤을 만점으로 통과하세요!’

‘막내 도련님이라면 이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시죠?’

그 칭찬해달라는 웃음에 아이작은 기절할 것 같았다.

…내가 진짜 성기사들만큼은 고기 방패로 써먹는다!

[무덤을 파셨네요.]

닥쳐!

결국 아이작이 성법을 사용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오! 결국 동족상잔이십니까!]

안 닥쳐?!

<턴 언데드>. 언데드를 성불시키는 성법.

다른 신앙은 꽤 어려워하는 성법이지만, 마를 없애는 청의 성법서에는 제일 첫 장에 나올 정도로 쉬운 퇴마(항마) 성법이다.

즉, 릴라이가 아이작을 위해 난이도를 대폭 낮춘 거지만, <턴 언데드> 따위! 쓸 것 같냐!

이건 자존심 문제였다!

그냥 못 쓴다고 하고 공격 성법으로 조져!

‘미안하다, 얘들아. 언데드라 일반 신성력조차 치명타겠지만, 지옥행보단 낫겠지.’

그렇게 아이작이 스켈레톤들을 공격하려는 그 순간-

“달각달각달각.(와아, 왕께서 우리를 봐주셨어! 봐주셨어!)”

“달그닥달각들각.(주인님! 저희 이제 뭐 하면 될까요? 말씀만 해주세요!)”

“달각딸가가달각.(와아, 주인님을 다시 본 것만으로 좋아! 좋아!)”

닥치고 신성력을 갈기려던 아이작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린 해골들이 어쩐지 기대하듯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것 같다.

물론 눈은 없는데… 없는데!!

찌발!!!!!!!!

내가, 내가 더러운 성직자들의 기술로 동족을… 동족을……!

결국 아이작은 털썩 힘없이 주저앉았다.

슈리와 청의 팀은 바닥에 웅크리며 엎드린 아이작을 보며 화들짝 놀랐다.

“아이작?!”

“…나 못 해. 못 하게쎠.”

“뭐?!!”

아니, 고작 스켈레톤을 두고 못 한다니?

이젠 청의 기사들도 새하얗게 질렸다. 아이작이 청의 펜타곤을 통과하지 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그들이었다.

“아니, 도련님…! 청이면 갓난아기도 잡는 스켈레톤을 왜요!”

“…싫어. 나 모태.”

고개도 들지 않는 모습에 청의 기사들은 아차 싶었다.

“서…설마. 무서워하시는 건가?!”

그러고 보니 아이작은 아직 태어나서 한 번도 언데드를 마주한 적이 없지 않나?

그 말에 청의 팀은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설마 진짜? 무서운 거야?’

‘사람은 그렇게 잘 패면서?!’

‘아니… 뭐, 움직이는 해골이니 애들한텐 무섭긴 무서울 텐데.’

모두의 눈이 흔들렸다.

설마하니 아이작한테 저런 어린아이다운 면모가 있었다니.

아이작이 미동도 없자, 스켈레톤들은 걱정하듯 주변에서 낑낑거렸다.

“달각달각각.(주인님, 왜 안 움직여?)”

“달각달각.(주인님, 마력 없어? 없어? 드래곤 불에 넣어드릴까?)”

아이작은 흠칫 놀랐다.

야, 이놈들아! 안 돼엙! 이제 그런 거 하면 뒤져!

“해골이 아니라 사람이라 아프다고!”

그 말에 청의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사람이라 아프다고?

특히 그 말에서 뭔가를 눈치챈 기사들은 당혹스러운 듯 아이작을 보았다.

‘설마 언데드들을 사람으로 보시는 거란 말인가!’

‘하긴, 이미 마물화가 되었지만 스켈레톤도 한때 인간이었을지도 모르는 자들.’

‘같은 인간을 공격하기 싫으신 건가……!’

그리고 청의 신앙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마(魔)로부터 지켜내는 신앙.

“마물화가 된 인간을 구원하고 싶으신 것인가……!”

과연. 성자다운 면모가 아닌가.

명으로 불려온 것뿐이었던 청의 기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솔직히 막내 도련님이라고 해도, 단순히 머리 색만으로 총애를 받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알려야 한다. 이건 가주와 다른 기사들에게도 말해줘야 한다.

‘우리의 생각이 짧았다.’

‘역시 성녀님의 아드님. 심성이 거기까지 닿으시다니……’

평소 마족들을 보기만 하면 때려눕힐 생각만 하던 자신들을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다. 진정으로 청의 교리를 생각하시는 분이 아닌가.

그러나 청의 팀이 떨리는 눈으로 아이작을 볼 때, 슈리만큼은 부정적이었다.

‘…이놈이 그렇게 예쁜 생각을 할 리 없잖아.’

곧 슈리가 한숨을 쉬며 손가락을 들었다.

“비켜. 네가 못 하겠으면 내가 해주마. <턴…….>”

“아아아앍!!”

엎드려 있던 아이작은 기겁을 해서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안 돼! 다른 놈들이 <턴 언데드>를 쓰면 소멸 확정이야!

물론 견습들이 쓰는 <턴 언데드>였다. 상위 언데드인 리치조차도 그냥 그 자리에서 존재 자체를 멸살시키는 교황이나 추기경의 <턴 언데드>와는 급이 달랐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 녀석들은 최하급 스켈레톤들이었다. 약한 놈들은 지옥 구경은 개뿔, 신성력에 못 이기고 진짜 그 자리에서 소멸할 수도 있어!

“…내가! 내가 하께!”

아이작이 훌쩍거리자 청의 팀이 토닥였다.

“아냐, 아이작. 힘들면 무리하지 마.”

“맞아. 지금껏 도움을 받았으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턴…….>”

“아아아아앍!!!”

이 개 같은 놈들아아! 그게 아니라고!

결국 아이작은 벌떡 일어나 먼저 손을 움켜쥐었다.

“<턴 언데드>.”

아이작의 성력과 함께 눈 부신 빛이 바닥에서부터 치솟아 올랐다. 찬란한 빛기둥에 모두가 감탄했다.

“오…! 뭐야, 저 빛! 눈 뜨기도 힘들다!”

“저만한 크기는 처음 봐!”

“역시 아이작!”

“달각달각달각.(저 반짝이는 거 뭐야?)”

“달다그닥달갈각.(몰라, 몰라, 근데 예뻐! 예뻐!)”

아이작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제일 쓰기 싫은 성법을 사용했다. 출력도 일부러 엉덩이 힘까지 끌어다 강하게 냈다.

물론 스켈레톤들을 맞히려고 쓴 성법은 아니었다.

‘<턴 언데드>를 쓰는 척하고 섀도우 리치를 보낸다!’

빗맞힌 <턴 언데드>의 섬광에 모두가 감탄하고 있을 동안, 섀도우 리치가 아이작의 그림자에서 나왔다. 그리고 빠르게 이동해 스켈레톤들의 그림자에 숨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섀도우 리치는 그림자 속으로 스켈레톤들을 흡수했다.

슈육!

일종의 아공간에 가둔 것이었다.

하지만 얼핏 보기엔 성법의 빛과 맞물려 퇴마당한 것처럼 보였다.

빛이 사라지고, 기사들도 견습들도 모두 입을 떡 벌렸다.

“뭐야, 전부 사라졌잖아!”

“설마 한 방에 그 많은 걸 전부 없앤 거야?!”

“대단해…! 이 정도면 견습이 아니라 주교급 이상이야!”

“저 자식…! 역시 성자의 재목이다!”

아이작은 보이지 않는 눈물을 머금었다.

이 찌발놈의 성직자 놈들.

진짜 전부 없애버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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