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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101화 (101/272)

제101화. 내 부하를 건드려? (1)

약 50년 전, 대륙이 난리가 났었다.

왜냐고?

신성제국이 무려 9계위의 마족을 잡아왔기 때문이다!

9계위 마족이 어떤 놈들인가. 바로 진마(眞魔)로 유명한 놈들이었다.

진마들은 태초부터 존재했던 순혈들로, 추기경조차도 제대로 붙으면 죽음을 피할 수 없고, 가볍게 스치기만 해도 최소 신체 하나는 잃을 걸 각오해야 하는 놈들이다.

추기경이 그 정도인데, 다른 이들은 어떻겠는가.

일단 진마의 구역을 밟기만 하면, 수십 킬로미터 밖이어도 반드시 죽는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그런 진마들을 찍어누른 해골왕의 힘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 건가 싶지만, 뭐… 말로 표현할 것도 없겠지.

어쨌거나, 그런 압도적인 해골왕의 직속 부하인 14인의 9계위 마족. 무려 십사육마 중 하나를 포획한 것이었다.

신성제국이 획득한 해골왕의 육신을 되찾기 위해 홀로 쳐들어온 악마였다.

무려 9계위 악마의 출현에 신성제국은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추기경 전원이 나서고, 드물게 교황까지 모습을 드러냈다니 말 다한 거지, 뭐.

아무튼 십사육마 중 한 놈의 등장에 전 사제들이 몰살당할 뻔했으나, 결국 악마를 제압한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지?

-멈춰라. 그 이상 움직이면 해골왕의 육신을 파괴하겠다. 하나, 내 말을 따르면 네 주인의 몸뚱이는 지키게 해주마. 대신 그 포박구를 네 손으로 차라.

뭐… 십사육마는 주인의 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성직자들의 개가 된 거지만…. 어쨌거나 무려 9계위 마족의 포획이었다.

인간진영으로서는 기적… 찌발, 뭐 그래. 기적이었겠지.

근데 나는 이놈들 사고방식이 더 기적적이네.

“야! 이 띱때끼들아! 지금 이걸 면회라고 시켜주는 거냐!!”

십사육마와 조우한 아이작은 핏대를 세웠다.

그래, 이 더러운 때끼들이 십사육마를 보여준 건 좋은데, 시발.

“뭐가 이렇게 멀어!!! 콩나물 대가리도 저것보단 크겠다!!!”

아이작은 점 쪼가리로 보이는 탑을 가리켰다.

교황청의 감옥은 요새 감옥과 비슷한 모습이었는데, 블록처럼 솟아오른 탑 중에서도 제일 높은 탑에 있었다.

그리고 탑의 창문으로 뭔가 보이긴 하는데…….

“저게 십사육마냐, 니들 엉덩이에 난 점이냐? 어? 짱난하냐고!”

면회랍시고 데려온 곳 상태에 열 받은 아이작은 입에서 불을 뿜어낼 기세였다.

그러나 정작 적의 사제들은 기가 차다는 얼굴이었다.

“여기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시죠?”

뭐? 감사히? 감사히이이이?

이 새끼들이, 지금 나한테 황송하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라고 했냐? 어??

[그런 말까진 안 했는데요.]

하여간 어린 놈팡이 새끼들이 싸가지가 없어, 싸가지가!

애초에 자신이 왜 이딴 곳에 왔다고 생각하는가! 전부 부하에게 줄 게 있어서였다!

‘뭐,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 하지만.’

하지만 이건 걸리고 자시고의 문제도 아니지. 애초에 줄 수도 없잖아!!!

결국 빡친 아이작이 품속에서 물건을 꺼내 들었다.

하, 때끼들이. 착하게 지내려는데 자꾸 권력의 힘을 쓰게 만드네.

“야. 뉘들 이걸 보고도 그딴 말 찌껄일 거야?”

아이작이 스윽 내민 물건은 다름 아닌 적의 추기경의 붉은 금속패.

적가의 문장 ≪헌트 허트 로즈≫가 붙은 패에, 적의 사제들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아이작이 그 표정을 즐기듯 밉살맞게 이죽거렸다.

“이 패야말로 추기경이 서 있는 거랑 똑같은- 효과라며? 그리고 추기경 놈이 말했거든? 이 패를 가지고 있으면 내 요건은 다 들어줘야 한다고?”

이 꼬맹이가 어디서 감히 각하께 놈이라고……!

“어허, 추기경이 말하는데, 꿇으셔야지!”

우이씨!

결국 적의 사제들은 한발 물러섰다.

“그럼 몸수색 좀 하겠습니다.”

…뭐, 인마?

“십사육마는 최고로 중요한 마족입니다.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습격목적인지, 범죄목적인지, 정밀한 몸수색 후에 모시겠습니다.”

아이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시벌 놈들아, 몸수색은 안 돼!

부하 놈이 차고 있는 수갑을 약하게 할 도구를 들고 왔다고! 전해줄 물건도 그 탈옥 도구란 말야!

뭐, 일단 숨기긴 했지만, 형식적인 설문 검사랑 정밀 검사는 차원이 다르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애기 해골이’, 지금 들키면 소멸이야!!!

아니나 다를까, 아이작의 등에 매달려 있는 어린 스켈레톤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망토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지만, 그 떨림이 피부로 느껴졌다.

아무리 최하급 마물이라도 사제들한테 발각되면 소멸한다는 건 아는 것 같았다.

‘내가 애기 해골이를 소멸시킬 것 같으냐!’

아니나 다를까, 아이작이 코웃음을 쳤다.

“싫다고 한다면?”

적의 사제들은 딱 걸렸다는 듯 입꼬리를 스윽 올렸다.

“응해 주셔야겠는데요. 참고로 거부권은 없으십니다.”

뭐, 새끼들아?

“솔직히 공자를 의심하고 있거든요. ‘왜 하필 십사육마를 만나려 하는가.’하고요.”

“!”

“그리고 증언도 있었죠. 젖먹이 모습으로 아카데미에 오셨을 때, 탈출한 마족이 식당에 나타났다죠? 그것도 공자님 앞에.”

“거기에 이번 청의 펜타곤에선 해골들이 공자한테만 몰려왔다고 하고.”

전원 이단심문관들인 적의 사제들의 눈빛이 핏빛으로 빛났다.

“혹, 마수를 부르시는 거 아닙니까?”

“타락한 건지, 마족이 쓰인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제국의 안보를 위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적의 사제들은 변절자와 해골왕 내통자를 찾아내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위에서 시키지 않았던가.

-아이작 에슈아가 왜 십사육마를 만나려 하는지 알아내라.

-예? 성자 후보를 건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봐야 변변치도 못한 신에게 간택받았다는 아이야.

“아, 참고로 거부하시면 가만 안 둘 겁니다. 이를테면…….”

적의 사제들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아이작은 고막이 나갈 뻔했다.

쾅!!

바로 옆의 감옥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벽이 폭발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안에 있던 마수가 폭발에 휘말려 죽은 것은 당연했다.

“이렇게 될 겁니다.”

아마 동족의 죽음을 스켈레톤은 똑똑히 느꼈을 것이다. 그 증거로 아이작에게 매달려 있는 해골이의 떨림이 더욱 심해졌다. 어쩌면 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작의 눈매가 사나워지는 것도 당연했다.

‘저 썅놈들읽! 뒤지려고 우리 애를 놀래켜??’

지금 애 무서워서 떠는 거 안 보여?!! 어? 안 보이냐고!

이제 보니 적가 이 새끼들, 완전 양아치였잖아? 개놈들아, 나도 옛날에 이렇게까지 협박은 안 했어!!!

[맞습니다. 얼굴이 협박 도구니까요.]

안 닥쳐!?

아이작의 눈이 돌아갔다.

가암히, 성직자 놈들이!

곧 고압적인 적의 사제들이 다가와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

고요하게 번득이는 아이작의 눈빛에, 적의 사제들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야.”

“……!”

적의 사제들은 그 차가운 목소리에 얼어붙었다.

“나한테 손대면 뒤진다.”

“……!”

사제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작의 명령에 따랐다.

그 증거로 본능적으로 손을 치우고 고개를…고개를 숙여?!

적의 사제들은 제 뇌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지금 이놈 눈빛과 기에 눌린 거야? 심문의 달인인 자신들이, 고작 이 꼬마한테?

하지만 순간적으로 보인 그 심연의 눈빛은, 인간이라면 누구든 공포를 느낀다는 심해와도 같았다. 인간으로서는 당연히 무서워할 수밖에 없는 생존본능…….

생존본능?!

‘미친, 이 무슨!’

적의 사제들의 동공이 흔들렸지만, 아이작은 언제 그랬냐는 듯 꼬장을 부렸다.

“알았냐? 내 몸에 손대면 그 즉시 에슈아에 대한 싸움으로 알아먹겠다.”

뭐, 인마??

‘이 꼬맹이가.’

적의 사제들이 울컥해서 다가갔지만,

“어? 어어? 오지 마. 어린애 몸에 뭔 짓을 하려고? 확 여기서 혀 깨물고 죽어버린다?!”

뭐, 뭐가 어째?!

“자, 잠시만요. 공자님. 그렇게 오해를 살 만한 말씀을 하시면…….”

“알았어? 깨문다, 깨문다고! 여기 적의 영역이지? 에슈아의 직계인 내가 여기서 잘못대면 어찌 되는 줄 알아? 니들 다 죽어! 어?! 목잘려 뒤진다고!”

그러자 당황한 적의 사제들이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틀린 말은 아니다. 만약 여기서 아이작이 죽기라도 한다면, 청이 전쟁 신호로 받아들일 … 우이씨?!

“나 건들면 울 할아버지…는 솔직히 안 도와줄 거 같고. 우리 숙부님이 가만히 있을 거 같아?! 걔 내 팔불출이야! 릴라이 에슈아 모르냐!”

“…….”

모르지 않지!

다른 나라가 무서워하는 은빛 범고래. 너무 잘 알아서 문제지, 시발!

무엇보다 만나기만 하면 제 조카 초상화를 들이밀며 몇 시간 동안 조카 자랑질만 하는… 쌍또라이 놈이란 것도 잘 알지!

-그거 알아? 오늘은 우리 아이작이 처음으로 황금 응아를 한 기념일이야!

“…….”

릴라이와 동기인 적의 사제들은 스읍 뒤돌아섰다. 아이작이 만약 여기서 자결 시도라도 했다간, 그 또라이가 지옥까지 쫓아올지 모른다.

결국 두고보자며 이를 갈던 그들은 아이작을 데리고 가장 중심부의 탑 쪽으로 향했다.

살풍경한 광경이 꽤 오래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목적지에는 금방 닿았다.

콩나물 대가리보다 작게 보이는 곳에서도 마력이 느껴질 정도였다. 적의 사제를 따라갈수록, 피부를 지나 혈관까지 묵직하게 누르는 듯한 압력의 마기가 느껴졌다.

“크윽, 벌써부터 장난 아니군.”

다가가는 적의 사제들조차 눈살을 찌푸리며 조금씩 힘들어했다.

온갖 이름난 죄수와 상급 마족을 심문해본 그들이 그럴 정도다. 앞에 있는 마족이 얼마나 대단한지, 대충 감이 왔다.

“…심지어 이게 바닥까지 봉인한 수준이라니.”

“해골왕의 부하 놈이 이 정도면, 해골왕은 어느 수준인 거야……?”

“쉿.”

적의 사제들이 다가가는 것도 괴로워하자, 아이작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그렇게 얼마나 더 걸어갔을까.

“이 문을 열면, 바로 십사육마의 독방입니다.”

“!”

아이작의 앞에 성채만 한 두꺼운 철문이 나타났다. 척 보기에도 온갖 성물들과 고위 성법들이 수십 겹, 수십 중으로 철저하게 새겨져 둘러싸고 있다.

뭐, 아무리 복잡해도 아이작이라면 몇 초 만에 풀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어쨌거나, 얼마나 강한 마족이 갇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증거로 문을 열려는 적의 사제들이 드물게 심호흡을 했다.

“아시겠습니까? 저희는 분명 경고했습니다. 마기에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어요.”

“씨끄럽고, 열기나 해.”

그들은 침을 삼키며 봉인을 풀었다.

덜컥, 덜컥, 덜컥.

수십 개의 봉인이 하나씩 해제되면서 무거운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열린 문틈으로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의 마기가 쏟아지자, 적의 사제들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크윽.’

그런데 문이 열리자마자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터엉!!!

“!!!”

“으악!”

문을 열기 무섭게 거대한 마기가 쏟아져 나왔다.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거친 포효와 함께 미친 살기가 아이작과 사제들을 위협했다.

쿠웅! 쿵!

찍어누르는 압력에 사제들은 숨 한 모금도 쉴 수가 없었다.

짙은 마기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검은 오라 사이로 사람 형태의 마족이 하나 서 있었다.

얼핏 집사복을 입은 사람 같았다. 머리가 있을 부분에는 수백 개의 얼굴이 그림자 환영처럼 스쳐 지나갔고, 몸통은 팔 하나 나오지 못하게 포박되어 거칠게 몸부림을 쳤다.

쇠사슬에 묶인 채 거칠게 포효하며 감옥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쇠창살을 부수고,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사제들을 죽여버리겠다는 반응이다.

사제들로서도 처음 보는 공격적인 반응이었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저놈이 왜 저러지?”

“평소엔 늘 얌전했는데……!!”

굳이 따지자면, 내면은 포악할지 몰라도 굉장히 점잖은 쪽에 속하는 마족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눈깔이 돌아가서는……!”

설마, 아이작 때문인가?

마기에 괴로워하던 그들은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면 아이작은 해골왕이 죽이려고 했던 에슈아의 핏줄. 해골왕의 부하이기에 아이작을 죽이려는 것인가?

하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주인님이 사제들에게 붙잡혀온 거라고 생각하는 거군요.]

그래, 그런 거 같구나.

부하는 자신을 바로 알아봤다. 뭐, 모를 리가 없긴 하지. 분신체긴 하지만, 10년 전에 손수 얼굴을 갈겨줬으니.

그리고 사제 놈들이 감히 왕을 잡아 왔다며, 주인을 잡아 온 놈들을 죽여버리겠다고 흥분한 것이리라.

뭐, 덕분에 죽어나는 건 사제들이지만.

쾅!!!

“크악!”

“…이런 미친! 바닥까지 봉인해놨는데 무슨 힘이!!!”

힘의 압력에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곧 그들이 떨고 있을 아이작을 보았다.

“자!! 직접 보셨으니 이제 주제를 파악하시겠죠? 십사육마를 처형한다는 생각 따위, 못 하실…….”

그러나 그들은 아이작을 보고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웃어?’

‘지금 웃고 있는 거야??’

마기를 무슨 부채 바람 쐬듯 즐기고 있다.

그뿐이 아니었다.

감히 누구 앞에서 마력을 날것으로 뿜느냐는 것일까. 마치 맞불을 놓듯 강력한 성력의 빛이 마기를 쳐냈다.

텅!

아이작은 기분 좋을 때만 나오는 특유의 반달눈으로 푸헿 웃고 있었다.

‘고작 성직자 놈들 따위한테 붙잡혔다길래, 실력이 떨어졌나 싶었는데.’

아직 안 죽었구나, 내 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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