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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109화 (109/272)

제109화. 답도 없이 새까맣네 (5)

슈웅.

아이작이 쏜 성력탄이 날아갔다.

그래, 마치 폭죽과 같았다.

하늘에 아름답게 수놓는 빛에, 슈리는 동공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하하, 보고 또 봐도 헛것이 아니네.

진짜로 날아갔네.

시발, 이 새끼가 미쳤네?!

심지어 눈이 틀리지 않는다면, 날아가는 방향은 분명 사자의 얼굴……?!

그리고 마침내 처형장에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처형장이 크게 뒤흔들렸다.

흩날리는 먼지와 충격에 사제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처형장을 지키던 성기사들은 급히 검을 뽑아 들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습격인가?”

술렁거리는 목소리에 슈리는 얼굴을 움켜쥐었다.

아아, 눈앞이 까맣다.

답도 없이 새까매!

‘아이자아악!’

아니, 이 새끼는 전생에 얼굴에 한 맺혀 죽기라도 했나! 왜 자꾸 남의 얼굴을 맞히는데 환장하는 건데?!

아이작을 잘 감시하라는 할아버지의 명령이 와르르 무너진 슈리는, 거의 울 듯이 아이작에게 다가갔다. 독기가 어렸지만 거의 해탈한 얼굴이다.

“그래, 새끼야. 좋냐. 대가리 날리니까 좋냐, 어?!”

그러나 정작 아이작은 전혀 상쾌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법이구나. 숨어든 마족을 눈치채다니.

빗나갔다.

빗나간 성력탄이 기둥에 맞아 연기를 뿜는 중이었다. 그리고 기둥엔 성력탄에 맞아 거품을 물고 쓰러진 마물이 있었다.

왜 마물이 있냐고?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지.

-소문을 퍼트려라. 지금이라면 어린 성자와 십사육마를 먹어 치울 수 있다고.

아이작이 애쉬를 시켜서 소문을 퍼트렸으니까.

[하긴. 십사육마의 육신 정도면 마족이 꼬이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죠.]

마족들은 본인의 힘을 키우기 위해 마력핵을 노린다.

그리고 상급 마족이면 마력핵뿐 아니라, 그 육신에도 마력이 있기 때문에 온갖 잡것들이 꼬여든다.

6계위 마족만 되어도 미친 듯이 달려드는데, 9계위 마족의 육신 정도면 잡것이 아니라, 아예 작정을 하고 세력이 움직일 만했다.

타국인의 출입이 많아지는 건국제와 공양제라면, 더욱 숨어들기 쉬웠고 말이다.

뭐, 원래도 노리는 애들이 있겠지만 자신이 소문을 퍼트리면 더욱 몰려오겠지? 그러면 부하를 빼돌릴 때, 놈들의 짓이라고 돌리기도 쉽겠지?

그리고 그딴 소문에 침을 흘리고 몰려오는 놈들? 애초에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해골왕의 명령이 아직 깨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딴 말을 듣고 몰려올 놈들이라면, 이미 내 부하라고 할 수도 없지.’

하물며 인간의 피 냄새까지 풍기고 있는 놈들이라면 더더욱.

그러니 처형장에 마족이 꼬여 있는 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었다.

문제는 저 천사 놈이 자신의 공격을 피했다는 거지.

‘피해?’

피해에에?

누가 같잖은 신놈들의 종자가 아니랄까 봐 구질구질하게 피해?

아이작의 손에 성력탄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그 모습에 흠칫 놀란 슈리가 급히 동생을 말리려고 했지만-

슈웅!

말리기가 무색하게 다시 날아갔다.

“아이작!”

아까보다 더 과감하게 날아간 성력탄은 그대로 천사의 얼굴에…….

쉬익.

아, 또 피했다.

그리고 얼굴이 괴물이 된 아이작이 또 던지고, 피하고, 던지고 피하고…….

“띠발! 저 때끼 저거, 왜 피하는데?!”

…저 새끼가 정녕 미친 건가.

슈리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니, 그래도 석상 때는 한 방 날린 직후 고개를 숙이는 척이라고 했지. 지금은 실수는커녕 고의성이 다분했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던지고, 또 던지고 있다.

물론 상대는 신의 사자.

아이작의 공격을 하나도 맞지 않고 전부 피해버렸지만…….

그 공격은 전부 마족을 향했다.

-아직 견습이라 조준은 잘 못 하는구나. 아니면 날 이용해 마족을 노린 건가?

아니, 마족이 아니라 댁의 얼굴 노린 걸걸요?

-다시 던져봐라, 궤도를 수정해주마.

그 궤도가 댁의 얼굴이란 건 상상도 안 하지?

그러나 슈리는 땀을 삐질 흘렸다. 아니, 저쪽이 그렇게 생각해주니 차라리 다행인가?

‘…정작 장본인은 안 다행인 모양이지만.’

공격을 모조리 실패한 아이작의 얼굴은 증오로 불타올랐다.

[성력탄이라서 천사가 궤도를 수정해버리는 거군요.]

그래, 같은 속성인 만큼 개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성력탄이라고 해봐야 아직 4, 5계위 수준이니까. 아마 위력을 증폭시키지 않으면 계속 이 모양일 것이었다.

[천사보다 상급신의 힘을 빌려오면 또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요.]

뭐, 그게 가능하려면 신과 계약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신은 하급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급신이면 계급이 높은 천사하고 힘이 거의 비등비등할 텐데.’

도움이 안 되진 않겠지만, 최소 중급신 이상이 아니면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멜리사의 성물을 쓰는 수밖에.’

성녀가 괜히 성녀인가?

9계위 성직자의 성물이면 성력탄의 위력도 일시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었다. 성녀면 온갖 신들의 가호를 받는 만큼 보통의 천사보다 훨씬 강하지.

뭐, <형벌의 신>의 사자라면 주신의 사자니 센 놈이긴 하겠지만, 지가 뭐 어쩔 거야?

해골왕의 다리까지 뽑아대는 무식한 성녀의 힘으로 대가리를 박살 내면, 제아무리 천사라도 멀쩡할 것 같아?

어쨌든 피만 흘리게 하면 되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그만. 원래 이런 건 끈질긴 놈이 이기는 거다.

곧 아이작이 성녀의 상징패인 멜리사의 ‘로자리오’를 쥐어들 때였다.

컹!

“!”

숨어 있던 마족들이 일제히 아이작에게 달려들었다. 아이작이 십사육마를 붙들고 있는 장본인이기 때문이었다.

“아이작!”

스물 정도 되는 마족이 동시에 공격을 해왔다.

십사육마를 지키고 있는 게 고작 견습이니, 얼마나 만만해 보일까. 베리트 추기경이 의도한 것이라면 완벽했다.

마족들의 등장에 처형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전원 발검!”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처형장 안으로 뛰쳐나왔다.

“마족들이 처형을 방해하려고 왔다!”

“귀빈들을 보호하라!”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아이작과 십사육마였다.

십사육마를 먹어치우면, 아니 살점 하나만 베어 먹을 수 있으면 상상도 못 할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하물며 성자를 죽이면 상상을 초월하는 공과 명예까지 얻게 된다.

“컹!”

근처에 있던 슈리와 키나가 성법을 발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숨어든 마족들은 보통 경지가 아니라는 듯, 아이작의 그림자를 통해 저들의 손을 뻗어나오게 했다.

‘젠장, 거리가!’

마족들의 손이 아이작의 다리를 붙잡으려는 순간, 아이작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

사라졌던 아이작은 홀연 처형대 옆에서 나타났다. 천사가 아이작을 들고 피한 것이다.

-위험했구나, 아직 어린 신의 종이여.

위험에 처한 아이작을 구해준 것이다. 천사는 안고 있는 아이작의 상태를 확인하듯 이곳저곳을 살폈다.

-다친 곳은 없느냐? 재능이 넘치는 용감한 신의 종이ㅇ…….

그러나 그 순간, 천사는 오싹함을 느꼈다.

왜지? 왜 품에서 살기가……?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폭발이 일어났다.

쾅!!!

거대한 폭발과 함께 공격당한 천사가 휘청거렸다. 이로 인해 아이작은 저 멀리 튕겨졌다.

“아이작!”

슈리가 바닥으로 떨어진 아이작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슈리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자식, 그걸 못 참고 또 성력탄을!’

이때, 졸지에 공격을 당한 천사는 얼굴을 슥 닦아 내렸다.

가까스로 피하긴 했지만, 설마 품속에서 성력탄이 터질 줄은 몰랐는데?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는 듯, 천사는 아이작을 보았다.

-아해야. 아직 조준 실력이 미숙한 건 알겠으나, 마족은 이쪽이 아니라 저쪽…….

그러나 천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슈웅! 슈웅! 슈웅!

-……?!

지면에서 성력탄 무더기가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아까보다 위력이 더 강해져 있다! 평범한 조작으로는 궤도를 수정할 수 없는 위력, 맞으면 꽤 아플 수준이다.

천사는 급히 피했다.

-아해야, 이쪽이 아니…….

슝! 슝!

-아해야! 이쪽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슝! 슝! 슝! 슝!

-아해…….

“띠발! 맞으라고!”

-……??

…저거, 마족이 아니라 날 공격하는 거 맞지?

그렇지?!

그제야 천사는 아이작의 일격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 만큼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뭐지? 왜 신의 종이 나를?’

이런 일은 처음 겪는 천사는 혼란스러운 듯 눈이 흔들렸다.

왜지?

느껴지는 축복의 기운이며, 생김새며, 성력하며. 어딜 봐도 신실한 신의 종자인데?

“시벌놈이, 날개부터 뽑아야 하나.”

…주둥이는 아니구나.

하지만 천사는 후,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래. 뭐, 그럴 수 있었다.

평소에 인계에 내려오는 건 천사들보다 더 아래 계급의 신수들이었다.

위대한 천사들이 직접 오는 경우는 도통 없으니, 어린 인간 아이에게는 웬 괴물이 나타났다 싶을 수도 있지.

원래 인간들은 지나치게 경이로운 광경을 보면 이성을 잃는 법이 아닌가.

날개가 여러 장 달리고, 인외적인 모습을 한 사람이라니, 무서울 수도 있다.

그래, 이해할 수 있…….

“저 새끼 마족이 둔갑한 거야!”

…이해할 수 있…….

“내가 봤어! 마족이 저 때끼만 공격을 안 했어! 더러운 해골왕의 앞잡이다! 십사육마를 빼돌리러 온거야!”

…이해할 수 없겠는데?!

졸지에 마의 앞잡이가 된 천사는 아이작을 쏘아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 해골왕의 앞잡이라고 하는 건 선을 넘었는데?

-아무래도 요즘 아해들은 신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 듯하구나.

해골왕이라면 누구보다 치를 떠는 신계였다.

원래도 해골왕을 싫어했지만 150년 전, 놈의 자폭으로 얼마나 피해를 큰 입었던가.

존재만으로 끔찍한 마족이건만.

‘신들께서는 성자 후보들을 아끼며 지켜보라고 하셨지만.’

소중히 보살피며 각성을 시키라고 하셨지만, 해골왕의 입을 담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다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교육을.’

신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 역시 신의 사자인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다.

마침내 천사가 양손을 벌리자, 아이작이 기다렸다는 듯이 푸헿 웃었다.

“봐! 역시 저거 마족의 앞잡이야! 마족들이 쳐들어왔는데 마족들은 본 척도 안 하잖아! 처리해야 한다니까?”

천사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마족들을 본 척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신계는 인계에 직접 손을 댈 수가 없으니까.

자신들도 신의 허락이 떨어져야 마족들의 토벌이 가능했다. 그리고 마족들의 청소는 사제들이 도맡아 처리해야 신의 힘이 된다.

하지만 그걸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없고.

‘…보통은 5대 가문에서 다 가르칠 텐데?’

저건 그런 기본 교육도 안 받은 건가?

아니나 다를까, 새하얗게 질린 슈리가 아이작에게 뭐라고 하려는 그때.

쾅!!!

성력탄이 천사의 얼굴을 강타했다.

“아이자악!”

마침내 천사의 얼굴에서 피가 툭 떨어졌다.

슈리는 망했다는 듯 얼굴을 짚었다. 이쯤 되면 상처를 입은 천사가 아이작을 없애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러나 아이작은 히죽 웃었다.

천사의 움직임에서 뭔가를 깨달은 것이다.

‘저거 이유는 모르겠지만, 성자 후보들에겐 손을 못 대는 게 틀림없다.’

뭐, 대충 이유는 짐작이 가능하다. 신들이 어떻게 만들어낸 성자인데 그걸 함부로 손댈 수 있겠어?

빤하지. 뭐.

그랬기에 아이작은 천사를 도발했다.

“네가 마족의 앞잡이가 아니라면 그 증거를 보여봐!”

그쯤 되자, 천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니, 증거라니?

신의 사자가 증거를 대야 하나?

“증거 없지? 없으면 맞아, 때끼야!”

아이작의 손에서 증폭된 거대한 성력탄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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