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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135화 (135/272)

제135화. 해골왕의 추종자 (6)

이번 해골왕 소환을 맡은 칼스, 그는 똑똑히 기억했다.

-이 소환진을 빌려주마. 운이 좋으면 해골왕을 소환할 수 있겠지만, 못해도 상급 해골이 나온다. 이거면 헬라 황실을 충분히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을 테지.

그래, 분명 그렇게 들었다. 추기경급을 상대할 수 있는 마법사가 아니면 절대 파훼할 수 없다고.

하지만 신성제국에 그런 마법사가 있을 리 없잖아.

그런데 소환한 자이언트 스켈레톤은 말을 안 듣고. 하물며 상위 마법사가 걸어준 보호 마법은 종이짝처럼 찢겨 나갔다.

심지어 무기도 아닌 고작 딸랑이에, 거기에 불타오르는 불길까지!

“아아악!”

칼스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불이!’

하지만 그보다 더 소름 끼치는 건, 불에 휩싸인 사람을 보고도 차분한 이 꼬맹이다.

보통 이 나이대의 꼬마라면 불타는 사람을 보고 멀쩡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뭐 하는 놈인가 싶었지만, 꼬마는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해골왕의 추종자라고 하니 특별히 3초를 주지.”

“……!”

여유롭게 손가락까지 드는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지만, 저건 시건방이 아니었다. 마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아량을 베풀듯이,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뭔지.

그리고 보통의 애새끼라면 아무리 어른인 척을 해도 목소리에서 특유의 얄팍함과 순진함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일말의 흔들림도 없다.

그리고 그 단호한 목소리에서 똑똑히 느껴졌다. 입을 열지 않으면 정말 가차 없이 처리될 것임이.

소년의 목소리에서 묘한 공포와 위압감을 느낀 사내는 이를 악물었다.

“배후는 모른다! 아으악!”

그러자 아이작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동시에 자백 마법이 사내의 머리에 내리꽂혔다.

“흐억, 화, 황태자에게 반역죄를 씌우려고 한 거야! 아으악!”

아이작은 칼스의 정강이를 짓밟았다.

뭐, 거기까지는 말 안 해도 알고. 새끼야. 그러니까 굳이 황태자 궁에서 남의 귀한 자식을 소환한 거겠지.

“에슈아도 나락으로 보낼 수 있다고 한 건 뭐고?”

“그, 그건 아이작 에슈아가 펜타곤을 다 휩쓴 만큼 에슈아의 위상이 달라져서…! 아이작 에슈아가 성자가 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스켈레톤으로 황제를 죽이면, 해골왕을 처리 못 한 에슈아에 책임이 갈 거라고… ‘란쉬’란 놈이!”

‘란쉬?’

그 이름에 아이작이 흥미로운 듯 웃었다.

“란쉬라니, 설마 마족을 말하는 거냐? 그게 남의 집 귀한 해골을 조종했어? 어?”

젠장, 도대체 남의 집 귀한 해골은 뭔데!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자세히는 몰라! <흑천사>랑 같이 있던 놈인데. 아무튼 스켈레톤을 조종할 때 쓰라고 마도구를 빌려줬어!”

[진마군요.]

하, 이놈의 새끼들이.

“그럼, 그 란쉬란 놈이 이번 일을 시킨 거냐?”

“아니! 시킨 건 흑천사란 놈인데… 란쉬는 그놈의 부하고!”

그 말에 아이작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 대충은 알겠다.

‘흑천사란 놈 옆에 진마 중 하나가 있는 모양이군.’

그리고 그 흑천사란 놈이 아마 황실의 누군가와 손을 잡은 모양이었다. 황제를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뭐, 높은 확률로 황후겠지만.’

…그런데 왜 ‘흑천사’란 이름이 낯익지?

어디서 들었더라?

인간이 되었더니 기억력이 좀 나빠진 거 같아 문제야.

[…아니, 원래도 기억력은 썩… 컥!]

뭐, 잘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별로 안 중요한 거겠지.

“대충 뭐, 알았어.”

아이작의 말에 사내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그러면 빨리 이것 좀 꺼줘…! 진짜 죽겠어!”

그러나 아이작은 뭔 개소리를 하냐는 듯 피식 웃었다.

“말했잖아? 나 강도라고.”

“뭐?”

“네 목숨은 잘 가져가겠다.”

뭐… 뭐라고?!

“그러게 누가 남의 집 스켈레톤을 납치하래?”

번득이는 딸랑이에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교황청의 사제가 사람을 죽이면 어찌 되는지 몰라서 그래?! 기록을 남기겠다! 그게 퍼지는 순간 넌 즉시 파문…….”

하지만 뜻밖에도 아이작은 코웃음을 쳤다.

“응, 내 손으로 처리하는 거 아니라 상관없음.”

뭐? 그게 무슨…….

[주인니임!]

콰직!

고개를 든 사내의 시야에 하얗고 거대한 뼈다귀가 보였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자이언트 해골에게 사정없이 밟힌 사내는, 의식을 잃었다. 동시에 아이작은 자신에게 쿵쿵 달려온 자이언트 스켈레톤을 올려다보았다.

[주인님! 여기에 계셨습니까!]

“넌 낌슈리랑 있으라니까, 왜 여기까지 왔냐.”

[주인님이 다치실까 봐… 왔습니다!]

자이언트 스켈레톤은 소년이 된 아이작을 보며 오열하듯 엎드렸다.

[이럴 수가…! 하늘 같은 주인님이 이런 털복숭이가 되시다니…! 기다리십시오! 제가 금방 가죽을 벗겨드리겠습니다!]

이 새끼, 그냥 ‘턴 언데드’로 보내버릴까?

뭐, 추종자를 직접 처리하려다가 이놈이 보이길래 아이작은 손을 멈춘 것이었다. 그리고 눈앞으로 이동하라고 명령했더니 역시 알아서 잘 처리해서 좋긴 한데.

“이 근방이다! 이 근방에서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

사제들이 몰려오는 소리에 아이작은 아차 싶었다. 동시에 그는 형법의 신과 계약한 오른손에 성력을 담아 자이언트 스켈레톤을 짚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번쩍!

거대했던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형체가 변화했다. 샤브나크 때처럼 인간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 크기가 점점 줄고 줄어…….

[엄지인형이 되었군요.]

형법의 신의 힘으로 속성을 바꿔둔 것이다. 뭐, 움직이지도 못 하는 돌인형이지만, 지금은 그걸로도 충분했다.

[오, 숨기기 좋게 만드신 거군요! 하긴, 상급 마족이라 섀도우 리치로 되돌려 보내기도 어려우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작은 서둘러 그걸 주워서 주머니에… 넣지 않고, 깊은 연못에 돌수제비를 하듯 사정없이 던져버렸다.

풍덩!

그 가차 없는 손놀림에 돌인형은 순식간에 연못으로 빠지고-

[주인니임! 기껏 만났는데… 이렇게 금방 헤어지…….]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애절한 목소리가 깊은 연못 밑으로 멀어졌다.

위스퍼는 그걸 보고 침묵했다.

[보관하시려는 거 아니었습니까?]

‘저만한 걸 들고 있음 들킨다. 큰일 나.’

…부하를 신성 연못에 쳐넣는 건 괜찮고?

‘속성 변환해서 괜찮아.’

[…여기 황실 연못이잖아요. 언제 찾아오시게요?]

‘니가 찾아와.’

[…….]

이 미친 주인놈이?

그와 거의 동시에 다른 사제들이 몰려왔다.

“아이작! 무사하냐!”

선배 사제들과 슈리, 황태자가 나타났다. 사제들은 쓰러져 있는 해골왕의 첩자를 보면서 미소를 띄었다.

“오오! 잘했다! 첩자를 네가 잡았구나!”

“큰 공을 세웠다!”

“다른 둘도 아이작, 네 기사가 이미 처리해서 들고 오던데, 역시 에슈아!”

아무래도 샤브나크가 순식간에 첩자 둘을 잡은 모양이었다.

“상급 스켈레톤을 소환할 정도면 보통 마법사가 아닐 텐데, 어떻게 잡았느냐!”

“그래, 견습이 무슨 수로…….”

그 말에 아이작이 뭘 묻냐는 듯 피묻은 딸랑이를 들었다.

“마법사는 머리를 깨는 게 정석이라, 당연히 이걸ㄹ…….”

“아악!!”

흉악한 딸랑이가 머리를 드러내자마자, 슈리가 비명을 지르며 아이작을 끌고 갔다. 그리고 제발 에슈아의 체면 좀 생각해달라는 듯 말했다.

“너 제발! 견습이 이걸로 사람 팬 거 들키면, 견습 졸업하기도 전에 파문이야!”

적의 펜타곤에서도 아슬아슬 했던 걸 기억 못하는 건가?

하지만 아이작은 태연하게 눈을 꿈뻑거렸다.

“그럼 견습 졸업하면 써도 된다는 거지?”

이 미친 놈이 진짜!

“왜 자꾸 딸랑이에 집착해!”

왜긴? 무려 해골왕이 10년 동안 차곡차곡 마력을 쌓아놓은 도구였다. 그런데 그게 일반적인 물건일 것 같은가?

이걸 쓰면 마력 없이도 마법을 쓸 수 있는 데다가, 성직자들의 피를 머금었던 이후 그들을 보호하려는 신들의 성력까지 깃들어서 내구도도 좋아졌다.

하지만 그렇게 사실대로 말한 순 없으니…….

“때리는 맛이 좋아.”

“…….”

슈리는 더욱 아득한 얼굴로 아이작을 보았다.

…이 자식, 진짜 괜찮은 거냐?!

아니, 이제 와서 새삼 이녀석에게 사제니 성자니, 말하는 건 의미도 없었다.

하지만.

이 새끼…. 정말 신년에 에슈아 직계가 모이는 곳에 데려가도 되는 걸까? 직계들 몇은 파묻어버리는 거 아냐?

그럴 때 아이작이 말했다.

“범인은 <흑천사>라고 하네요. 아시는 분 있으세요?”

그 말에 기절한 추종자를 조사하던 사제들이 기겁을 하며 놀랐다.

“흑천사라면 그 흉악범이 아닌가!”

“그놈이 기어이 신성제국을 노리고……?”

“위험한 놈이에요?”

그러자 슈리가 뭔 소리냐는 듯 아이작을 보았다.

“너 몰라? <흑천사>는 해골왕의 계약자잖아! 마왕의 계약자!”

그 말에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이작의 얼굴이 볼만했다.

…뭔데. 그거. 몰라.

그딴 놈이랑 계약한 적 없어.

아이작의 얼굴이 썩어갔지만, 사제들은 몹시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분명 10년 전에, 성자를 노리러 신성제국에 들어왔다고 했는데.”

“그래, 10년 전에 아이작, 너도 노렸다고도 들었다.”

아이작은 아차 싶었다.

‘아, 그놈인가.’

-이상하다 싶었는데요. 실은 공자님을 찾았던 곳에서 7계위 <흡혈> 마법이 사용된 흔적이 있었습니다.

-<흡혈> 마법이라면 역시 <흑천사>일까요? 마도제국의 7계위 마법사요.

-안 그래도 성자 탄생 예언은 다른 나라에도 알음알음 퍼져 있습니다. 분명 마도제국은 신성제국의 숙적이니, 공자님을 노린 거겠죠. 더러운 놈들.

-그럼 공자님은 유괴범들에 이어 마도제국의 마법사까지 쫓아내신 거군요?

-세상에, 신성제국의 숙적까지 쫓아내셨다니. 나라의 큰 보배가 되실 분이십니다!

그래…. 내가 쓴 마력 흡수에 대신 죄를 뒤집어쓴 놈.

‘나 때문에 신성제국에서 현상금을 걸었다곤 들었는데.’

[그럼 주인님을 노릴 수도 있단 말이네요?]

‘에이, 설마. 그렇게 쪼잔하겠어.’

그때였다.

아이작이 잡은 추종자를 들쳐매던 사제들이 의아해했다.

“자세히 조사는 해봐야겠지만 의외로 상처가 없네? 분명 비명 소리를 듣고 왔는데.”

아이작은 큭 웃었다.

사실 마도구를 폭주시켜 불길을 일으킨 건 맞지만, 사내의 몸을 뒤덮은 건 환각 마법이었다. 거기에 통각 마법을 덧댔을 뿐.

“마도구가 폭주하더니, 갑자기 자기 혼자 쓰러졌어요. 그리고 이상한 말을 중얼거려서요. 정신이 좀 아파 보였어요.”

“아아…. 해골왕의 추종자들이라면 그럴 만하지.”

그 반응에 아이작은 더욱 잘 됐다는 듯 사제들의 사기를 높였다.

이렇게 해야 자신이 의심도 안 받고, 공적을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된다.

“맞아요. 원래 해골왕을 좋아하는 놈들은 머리가 좀 어떻게 된 미친놈들이잖아요.”

그러자 옆에 있던 황태자가 굉장히 서운하다는 듯이 보았다.

“(나) 안 미쳤는데.”

…아니. 너 말고, 새끼야.

“아무튼 해골왕 추종자들은 약을 하는 사람들처럼 환각이랑 환청에 찌든 정신병자들이에요. 몸도 망가져서 후손도 못 보는 놈들이요.”

그러자 황태자는 더더욱 서운한 눈빛을 보냈다.

“…사지 멀쩡한데.”

아니, 너 말고.

“…해골왕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였나.”

…말을 말자,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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