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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184화 (184/272)

제184화. 잠깐, 뭘 하려고? (1)

해골왕의 육신은 무사히 회수했다.

[그 이후로 드래곤도 공격을 안 해오는군요?]

위스퍼는 그 부분을 신기해했지만, 정작 아이작은 제 육신을 보며 웃었다.

‘뭐, 그럴 수밖에 없지.’

아마 상대도 아차 했을걸?

‘설마 본인들을 죽일 수도 있는 용살자가 붙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거야.’

[용살자요?]

‘레아 말이야. 크큭.’

물론 해골왕의 다리도 찢어놓는 멜리사도 드래곤을 때려잡을 수 있겠지만, 레아는 아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마 기원 특성이겠지.’

<신들의 학살자(God’s slayer)>.

레아에겐 사냥과 도살의 속성이 있었다.

쉽게 말하면 ‘치명타’. 대상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띄우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지, 반드시 급소를 찢어놓는다는 의미였다.

[와… 그럼 주인님도 찢겠네요. 툭, 하면 뽀각, 부러지는 해골이시니.]

그러자 아이작은 가증스럽단 듯 큭큭 웃었다.

‘나한테는 안 통해.’

[예?]

‘내 생존 기원이 훨씬 더 상위 기원이거든.’

[!]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이 생존 기원이라는 게 굉장히 사기적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살아남는다는 뜻이니까.’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마법도 개방할 수 있다.

아마 다른 기원들 중에서도 최고일걸?

[우와…. 바퀴벌레급 생존력이네요. 하긴, 그러니 마왕이 성자의 몸에서 부활하셨지…….]

뒤질래?

그리고, 레아?

‘키우기에 따라선 신도 죽일 수 있지. 크크큭.’

아무튼 상대 입장에서는 건들기 싫었을 것이었다.

‘그 마법진에서 나왔던 신성드래곤도 아마 수장 놈이 보낸 걸 거야. 피해가 커질 걸 바로 계산하고 불러들인 거지.’

[신성드래곤 수장은 겁이 많군요?]

‘아니. 오히려 반대다.’

[예?]

‘굉장히 이성적이고 똑똑한 놈이야. 그거 하나로 상대의 여력을 파악하고 유불리를 따져서 바로 수를 바꾼 거니까.’

위스퍼는 수긍하면서도 신기해했다.

[주인님, 왜 그리 기분이 좋으신 겁니까? 성녀의 특성이 그리 좋은 겁니까?]

당연하지, 새끼야!

그도 그럴 게, 아이작은 힘을 키워서 교황과 신을 때려잡으려고 했지만, 손이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물론 인계 최강자인 멜리사가 있긴 하지만, 그 녀석은 원수기도 하고… 무엇보다 멜리사는 힘도 체력도 무지막지한 괴물이지만, 글쎄.

‘그 녀석은 그냥 무식하게, 순수하게 상대가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패는 타입이야.’

[…이미 그것 자체로도 이미 훌륭한 치명타 공격 같은데요?!]

그러나 아이작은 옛날 일이 떠오른 듯, 살짝 몸을 후덜덜 떨었다.

‘시발…. 지능이 없어, 지능이! 지가 무슨 오우거나 골렘이야? 아니, 애초에 사람이 아니구나.’

[저기요? 패륜 아닙니까? 조모님 아니세요?]

멜리사에게 사정없이 맞아 부러졌던 해골왕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뭐, 위스퍼의 말대로 사실 그래서 더 무서운 존재지만.

[그래도 멜리사 성녀가 두 번이나 주인님을 죽이지 못한 걸 보면, 의외로 해골왕을 좋아했던 게 아닐까요?]

…무서운 소리 마라. 나도 인간으로서는 존중하지만, 네가 그 주먹에 맞아봐야 해.

아무튼-

레아의 속성이 중요했다. 그녀는 멜리사만 한 짐승 몸뚱이는 아니지만, 치명타가 강했다.

‘그 능력이면 교황과 신들을 찢어발길 강력한 한 방이 된다.’

사실 신들을 상대할 수 있는 건 드래곤, 성녀, 정령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중 드래곤과 정령은 해골왕과 철천지원수고.

신을 공격하는 데 도움이 될 사람을 발견했는데, 기분이 안 좋겠냐?

‘힘은 왜 숨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골왕을 잡기 싫은가 보죠, 뭐어. 저라도 구닥다리 뼈다귀하고 놀 바에야 자유의 몸이 되고 싶겠… 커헉!]

‘흠, 아닌데. 뭔가 다른 심오한 이유가 있는거 같은데.’

무엇보다 레아의 기원 특성은 신들의 학살자.

신이 보낸 ‘성스러운 사냥꾼’이란 의미겠지만, 사실 ‘신을 학살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었다.

‘레아가 신을 미워할 이유라도 있나?’

[현실부정 마시고… 컥!]

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긴 했다.

“에슈아의 소가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율리우스의 공주가 몹시 고마워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이작 님 덕분에 이 나라도, 제 주변 사람들도 안전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본인이 더 무서웠을 텐데, 나라와 주변인들을 먼저 생각하다니. 심성이 착하다면 정말 착하다.

파리스 왕자도 계속해서 고맙다고 했다.

“아이작 님 덕분에 동생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왕실 사람들도 몹시 죄송스러워하며 아이작에게 사과를 했다.

“저희들의 무지를 용서해 주십시오.”

“공포에 눈이 멀어 에슈아를 폄하하고, 이곳까지 달려와주신 은인도 알아보지 못하는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그러자 슈리는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왕실의 잘못이 아닙니다. 흉악한 마법사의 능력을 눈으로 봤으면, 누구라도 무서워할 만도 합니…….”

“미안한 걸 알면 물질로 표현을 하든가?”

“……?!”

“말로만 미안하면 다야?”

아이자아악!

슈리는 기겁을 했지만, 아이작은 손을 내밀었다.

“표현을 해. 표현을! 표현을 안 하면 모른다고!”

삥을 뜯는 양아치의 눈빛에, 왕실 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정녕 이게 청인가?

“…알겠습니다. 자찬은 아니지만, 율리우스에는 대륙 최고라고 자부하는 신수들과 먹이들이 있습니다. 에슈아에는 뭐든 드리겠습니다. 에슈아에게는 항상 개방을 할 테니 언제든지 오시죠.”

슈리와 레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오! 교황가도 탐내는 곳을!”

신수를 키워내는 것에 있어서는 백의 신앙을 따라올 자가 없지만, 그들조차도 신수를 데려오려면 외부에 나가야 했다.

인간은 번식시키는 게 불가능했고, 교감이 중요해서 직접 산지에 나가 계약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수를 데려올 수 있는 산지는 여러 곳이 있지만, 율리우스를 따라올 수 있는 곳이 없다.

“최고 등급의 신수들이 있다는 곳……!”

신수는 중요한 병력이었다. 그만큼 다른 나라에서도 탐을 내지만, 율리우스 산지는 왕국의 허락 없이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 그리고 최근 10년간은 그 누구에게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에슈아라면 청의 모든 사람들에게 전부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허억! 그렇게까지?

“청이라면 나쁜 곳에 쓸 리가 없을 테니까요.”

슈리는 잘됐다 싶은 모양이었다.

“아이작, 너 상급 사제면 계약 신수는 있어야 해.”

1품 사제는 신수 계약이 필수 조건이다. 좋은 신수를 데리고 있을수록 당연히 가문의 위상은 올라간다.

안 그래도 최고라는 율리우스 산지는 출입이 금지되어서 들어갈 방법이 없었는데.

‘곧 신수를 데리러 이곳에 오게 되겠군.’

그런데 파리스가 아룡을 타고 돌아가려는 아이작에게 뜻밖의 말을 했다.

“실은 북동부 쪽이 심상치 않습니다.”

“북동부?”

“예. 북동부에서 급성장 중인 흉포한 제국이 있습니다. 놈들의 전진 방향으로 볼 때, 이쪽까지 쳐들어올 거 같습니다. 다른 제국인 브리타니아는 섬 대륙이라 큰 영향이 없겠지만, 신성제국 헬라는 위치와 토지가 너무 좋아서 놈들도 탐낼 테죠.”

그러나 본론은 그게 아니라는 듯, 파리스 왕자의 눈빛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그놈들이 ‘해골왕 육신’에 대한 소문을 들었나 봅니다.”

“!”

“그런 만큼 아이작님께 영향이 갈 수도 있겠죠. 근처에 철혈의 강대국이 있지만, 워낙 쇄국 중인 국가라 나설 것 같진 않고…….”

“뭐, 그래. 기억해 둘게. 동쪽이면 에슈아의 땅이기도 하니, 방비를 단단히 해야겠네. 참, 깜빡했는데.”

“아, 예!”

“그런 의미로 돈 좀 주라. 보답금.”

슈리는 이마를 짚었다.

“…아이작! 적당히 해라! 청은 원래 답례로 물질을 받는 법 없…….”

“당연히 드려야죠! 이거면 될까요?!”

파리스가 기다렸다는 듯 내미는 보석 상자에, 아이작의 입꼬리가 참지 못하고 씰룩거렸다.

슈리는 겨우 참듯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래, 그거 받았으니 이제 됐…….”

“따햐핳. 이걸론 안 돼. 더!”

“아이작! 자꾸 그러면 할아버지한테 전부 알릴…….”

“아, 가는 길에 낌슈리가 갖고 싶다던 아티펙트를 한번 보고 갈까 했는데. 싫음 말고.”

…제, 젠장! 그럼 조금만 더!

기어이 아이작은 돈까지 왕창 뜯어서 율리우스를 떠났다.

그리고 한나절 만에 헬라에 도착했을 때, 아이작은 돌아가려는 아룡에게 물었다.

“너, 실버드래곤족의 아룡이지?”

[그렇다만?]

질문을 하는 아이작의 눈빛이 바뀌었다.

“혹시 신성드래곤 수장에 대해 좀 아냐?”

[뭐, 그쪽은 수장이 굉장히 젊다는 것만 안다. 일족의 유례없는 천재여서, 나이로는 아직 성룡이지만 능력으로는 로드급이라고.]

“호오.”

한마디로 졸라 세다는 거네?

아이작의 웃음에 아룡은 땀을 삐질 흘렸다.

[설마 신성드래곤 수장을 찾고 있는 거냐?]

“뭐, 그런 거지.”

[에휴. 설마 해서 미리 말하는데, 황태자께는 부탁하지 마라.]

“앙? 왜?”

[그거, 황실 발작 버튼이다…….]

아.

아이작은 미간을 좁혔다.

‘그러고 보니 교황이 그걸로 황실을 짓누르고 있지.’

교황은 신성제국 황실이 신성드래곤을 불러내지 못하는 걸로 황제의 약점을 잡고, 본인이 우위에 서려고 했다.

아이작은 아무튼 알았다며 아룡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슈리와 레아에게 말했다.

“자, 그럼 일도 무사히 끝났으니 집으로 가자.”

그런데 뜻밖에도 슈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집?”

“왜?”

“너, 이대로 집에 가도 괜찮은 거냐? 뼈는?”

“왜? 해골왕의 육신도 교황청에 제출해서 승급 확정이고. 노비들이 교황청 사신들도 탈탈 털어왔고. 교황청 애들, 육신 보자마자 기절한거 봤냐?”

아이작은 큭큭큭 웃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육신을 제출해도 마력 쪽은 쪽쪽 빼올 수 있게 해놨지. 바보 교황청 놈들.’

자신이 왜 그걸 교황청한테 맡겼다고 보는가.

그 육신은 신성드래곤이 부하까지 보내서 도로 가져가려고 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게 교황청에 있으면?

‘그걸로 신성드래곤을 유인하고, 교황청을 쑥대밭으로 만들면? 더욱 최고지.’

그럼 교황청에 있는 온갖 보물들이 굴러들어온다!

그러나 슈리는 표정은 더더욱 이상해지는 것이었다. 이 자식이, 왜 그리 의기양양하게 교황청에서 나오나 했더니.

“…제출이라니, 너 그 전에 황실에 가야 했던 거 아냐?”

“엉?”

“황태자 전하께서 해골왕 육신을 구하면, 보여달라 하셨다고 하지 않았어?”

아이작은 얼음이 되었다.

“…으아악!!!”

비명을 지른 아이작의 얼굴이 드물게 새하얗게 변했다.

“완전 깜빡했다!”

레아는 귀엽다는 듯 꺄르르 웃었고, 슈리는 이마를 짚었다.

“이 멍청이…! 황실 특사를 그걸로 얻어냈으면서! 황태자 전하, 이번엔 진짜 삐치신다.”

허리에 손을 올린 아이작은 한숨을 푹 쉬었다.

“하…. 할 수 없지.”

“그래, 잘못한 걸 알았으면 사과 선물이라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엉?

응? 뭐? 응?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러나 슈리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아이작은 결심한 듯 어디론가 향했다.

“하하. 난 너무 착해서 문제야.”

뭐야, 미친. 저거, 어디 가는 거야?

슈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잠깐! 기다려!

뭘 하려기에 그딴 말이 나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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