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186화 (186/272)

제186화. 잠깐, 뭘 하려고? (3)

아이작은 급하게 상부층 탑으로 올라갔다.

해골왕의 육신이 보관된 층은 최상층. 거기까지 올라가자 사제들이 모여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엄청난 마기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크윽!”

“해골왕의 마력이 너무 강해!”

“도대체 저걸 어떻게 회수해온 거야……?”

동시에 아이작 일행이 그들의 앞에 도착했다.

“무슨 일이야!”

“헉, 아이작 사제님!”

그들은 아이작을 몹시 반겼다.

“침입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기가 너무 강해서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작은 또 순진하게 놀라는 척 입을 크게 벌렸다.

“허억! 그거 큰일이네에! 우리한테 맡겨! 너희는 너무 위험해에!”

슈리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놈아…! 너무 연기하는 티가 나잖아!

하지만 정작 교황청 사제들은 감탄하며 아이작을 보았다.

해골왕의 마기는 단순한 마기가 아니었다. 이미 건물 안쪽은 거친 화마에 삼켜진 것처럼 건물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사람이 들어가면 녹아내릴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지옥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작은 망설임도 없었다.

“혹시라도 휘말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우리 청은 그 어떤 작은 것이라도 놓칠 수 없어!”

“!”

교황청 사제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적어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베리트는 어떻게 나올까 생각하게 되는 그들이었다.

배척의 신앙인 만큼 결계 성법으로 위험 요소를 완전 배척하여, 인간들을 지켜냈겠지.

설령 안에 사람이 갇혀 있더라도, 위험반원에 들어가 있는 이상, 그들은 이미 구조가 아니라 배척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청을 봐라.

“저 마기 안에 뛰어들 생각을 하다니……!”

“역시 성녀 가문은 성녀 가문인가!”

“애초에 해골왕의 육신을 먹은 것도 성녀 가문의 사명 때문이었던 건가!”

…아니. 적어도 마지막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슈리의 눈썹이 경련을 일으켰다.

마침내 그들이 마기로 자욱한 곳으로 뛰어들어갔다. 안은 숨도 쉬기 힘든 해골왕의 마력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젠장! 큭! 이거 뭐야! 놔! 놔라, 이놈아!”

백금발의 사람이 뭔가에 꽁꽁 묶여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바로 위스퍼에게 붙잡혀 있는 신성드래곤이었다.

“놔라, 이놈!”

고치마냥 똘똘 감겨 있는 사람의 모습에, 아이작은 씨익 웃었다.

걸렸구나아아아!

눈이 초승달이 된 아이작은 대어가 낚인 어부처럼 팔짝팔짝 뛰어갔다.

“요노옴! 감히 해골왕의 육신을 노려? 청으로서 용서할 수 없다!”

슈리는 그 말을 하며 달려가는 아이작을 기가 찬 듯 보았다.

“…제발 표정 관리 좀 해라.”

누가 저걸 대의를 위해 뛰어드는 놈으로 보겠나.

미친 속도로 달려간 아이작은 냅다 상대에게 니킥을 날렸다.

빠각!

“커헉!”

그러고는 허리춤에서 황금 딸랑이를 스윽 꺼냈다.

물론 딸랑이라기엔 이젠 생긴 게 멀쩡했다.

손잡이가 화려하긴 하지만, 지금은 진압봉 형태… 아니, 사실 용도만 보면 고문용 순금덩어리 둔기로 완전히 진화했다.

아이작은 그걸로 상대를 두들겨 팼다.

파각! 파각!

“커흑! 아악! 컥! 그만!”

피마저 튀기는 듯한 그 광경에, 슈리는 먼산을 보았다.

저게 도대체 성직자인지, 고문기술자인지.

‘저놈은 청이 아니라 적가에 가야 했어.’

적의 추기경이 보면 소질이 보인다고 더럽게 좋아하겠네.

하지만 그러면서도 슈리는 또 사슬 성법으로 상대를 잘 묶어주었다.

성법에 묶이자, 신성드래곤은 이를 갈았다.

남자를 짓밟은 아이작은 딱 걸렸다는 듯이 웃었다.

“너냐? 내… 아니 해골왕 스토커가!”

“놔라, 이 무례한 놈들! 어디서 감히!”

“네놈이 신성드래곤 수장이야?”

“아니다앍!”

“너희지? 해골왕의 육신을 가지고 있단 놈이!”

“크윽!”

아이작의 말에 젊은 남자는 이를 갈았다.

‘수장님께서 시키긴 하셨는데.’

신성제국에 뭐 이런 깡패 놈이 다 있어?

‘젠장, 그분은 왜 굳이 여기까지 들어와서 확인해보라고 하신 건지.’

-해골왕의 기운이 느껴졌다. 네가 가서 확인해봐라.

-예? 신성제국 안인데요? 그래도 됩니까? 모든 신성드래곤은 헬라에 얼씬도 말라 하셨잖습니까.

-해골왕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아니, 뭔데?

본인의 철칙을 깨면서까지 왜 해골왕한테 집착하시는 건데?!

-제국 안에 들어가셔도 됩니까? 이번 대의 계약자와 마주치게 되면, 어쨌든 계약을 이행해야 하셔야 할 텐데요…….

-안 붙잡히면 그만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장께서는 해골왕에 이어 에슈아의 소가주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해골왕의 육신을 먹었기 때문이겠지만.’

동시에 남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아이작의 머리에 향했다.

‘백금발.’

분명 인간 중에 유일하게 그 색을 가진 아이가 있다곤 들었다.

그럼 저게 그 ‘아이작 에슈아’라는 건가?

신성드래곤도 신성함의 상징인 백금발을 가지긴 했지만, 저 정도로 깨끗한 색은 굉장히 귀한데.

‘저 정도로 깨끗하다는 건, 그 자체로 타락하지 않았다는 증거…….’

“흐흐흐흐흐흐흐, 이 새끼, 해체해서 장기를 팔면 금 몇 개랑 바꿀 수 있으려나.”

시발! 이게 타락하지 않았다고?!

심지어 사제가 사람을 해체할 생각을 해?!

결국 아이작에게 두들겨 맞던 신성드래곤은 눈을 부릅떴다.

헬라 황실에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힘을 죽여 인간으로 변신해 들어온 그였다. 덕분에 힘에 제약은 있지만, 이까짓 구속쯤이야……!

번쩍!

“아이작!”

눈이 번쩍이는 드래곤이 목소리에 마력을 담아 읊조렸다.

[천한 인간들은 꺼져라.]

그 외침에 함께, 강한 파동이 주변의 사람을 튕겨냈다.

쾅!!

“큭!”

도저히 버티고 있을 수 있는 마력이 아니었다. 슈리가 멀리 날아갔다. 동시에 포박 성법을 박살 낸 신성드래곤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인간치고는 제법 수준들이 높구나. 후, 그래. 5대 가문쯤 되면 쓸 만하지만, 이 정도로는…….”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촤악!

“커헉?!”

레아가 단숨에 신성드래곤의 몸에 검을 박아 넣었다. 등에 꼽힌 검에, 신성드래곤은 피를 울컥 토했다.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인간으로 변했어도 드래곤은 드래곤. 인간의 기술로는 그 몸에 둘러진 드래곤의 기를 뚫을 수 없다.

그런데 그게 뚫렸다!

‘이 인간…! 극상극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죽일 수 있는 사냥꾼! 단순한 공격조차도 상대에겐 치명상으로 발동하는 기원을 가졌다!

잘못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

‘젠장, 이 모습으로는 안 돼……!’

기척을 숨기기 위해 인간 중에서도 가장 평범한 인간으로 능력치를 낮춰놨건만.

하지만 힘을 풀자니, 헬라 황실이 눈치를 챌 것이고.

하필 이런 녀석이 아이작 에슈아한테 붙어 있다고?

‘수장님이 위험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이 인간 여자가 아니었다.

“뭐, 좋아.”

“?!”

자신의 품으로 파고 든 아이작이 문제였다.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건지, 그의 웃음이 심상치가 않다.

“사실 네 목적이 뭐든, 신성드래곤 수장이든 아니든 상관 없어.”

“!”

“중요한 건 네놈이 나타난 게, 내겐 좋은 일이란 거다.”

…뭐?

“너, 수장 놈이 보내서 왔지?”

“!”

“널 인질로 삼으면 수장 놈이 나타나겠지.”

신성드래곤은 기가 찬 듯했다.

“허, 인간 놈이 날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그러나 그 순간, 아이작이 히죽 웃었다. 동시에 아이작은 재빨리 신성드래곤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콰직!

아이작과 몸이 맞닿은 신성드래곤은 기절할 뻔했다. 처음엔 아이작이 포박 성법이라도 쓰려는 줄 알았건만, 이게 웬걸.

‘잠깐, 이 자식!’

성법이 아니었다.

아니, 차라리 그런 공격이면 차라리 낫지!

‘…이 미친놈! 다짜고짜 마력핵을 노린다고?!’

아이작은 바로 드래곤의 마력핵을 빼앗으려고 한 것이다. 마법사들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부위를 말이다.

물론 정확히는 마력핵을 이용하려는 것이지만, 어쨌거나 그건 ‘침입’을 의미했다.

“커헉!!”

추기경급 사제나, 검성급 소드마스터, 대마도사급이 되면, 상대의 의식세계에 강제로 침입해 마력핵을 박살 낼 수 있다. 마법사를 불구로 만들거나, 죽이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래, 분명히 있는 방법이다.

특히 사제들은 마법사들과 원수 관계이니, 마법사를 상대하는 방법도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꼬마가 벌써 추기경급의 기술을 쓴다고?’

아니, 단순히 마력핵을 박살 내려고 하면 귀엽기라도 하지.

‘이 자식, 설마!’

아이작은 푸헤헤헤 웃으면서 드래곤의 마력핵에서 마력을 뽑아왔다.

그는 자신의 마력이 아니라, 드래곤의 마력을 이용해서 ‘해골왕 육신의 분신체’를 만들어내려고 한 것이다.

<이미테이션(imitation)(9계위)>.

상대의 마력핵을 이용하면, 자신의 마력을 쓰지 않고도 마법을 쓸 수 있다. 드래곤의 마력핵 정도면 9계위 마법도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상대의 힘을 이용한 것이니, 이놈이 한 짓처럼 꾸밀 수 있다.

물론 자신이니까 이런 것도 가능한 거지만.

콰직!

“크악! 이 건방진 놈이… 크악!”

신성드래곤은 바로 아이작을 의식세계에서 쫓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정신력의 싸움에서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뭔데, 쫓아낼 수가!’

그 의문이 가득한 얼굴에 아이작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마왕을 우습게 보는 거냐?’

아무리 신성드래곤이라고 해도, 인간 모습에 고작해야 이제 갓 성룡이 된 한 마리일 뿐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드래곤들에게 사기를 치고 다녔다고 생각하는 거야?

안 그래도 정면으로 덤벼와도 해골왕은 버거운 대상이었다.

그런데 인간의 모스읍?

‘푸헤헿, 장난하냐?!’

사실 아이작은 신성드래곤이 헬라 황실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샤블리스가 신성드래곤들을 안 찾아다녔을리도 없고. 인간 모습으로 다니니까, 더 찾을 수 없는 거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헬라를 피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이 유인 계획을 세웠다.

설령 신성드래곤이 신성제국에 나타나더라도 제힘을 다 쓸 짓은 안 하겠지.

그리고 공격 못 하는 9계위 드래곤?

아이고오, 봉이네, 봉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