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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187화 (187/272)

제187화. 잠깐, 뭘 하려고? (4)

‘드래곤의 마력핵이라니.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이작은 사악하게 웃었다.

드래곤의 마력핵?

그게 어떤 물건인가!

모든 생물에겐 선천적인 마력통의 크기라는 게 존재하는데, 스켈레톤은 파이어볼 한 방이면 골골거릴 마력통을 가졌다.

비유하자면 작은 컵 하나 크기인 것이다.

반면, 드래곤들은 객체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호수에서 대양급 바다까지. 마력통만 놓고 보면 최고 금수저들이었다.

물론 이제는 이 몸이 최고지.

자꾸 압축해대는 몸뚱이라 마력을 담는 게 어려울 뿐이지, 이 몸은 마력통을 무한으로 확장할 수 있는 몸이니까.

아무튼, 드래곤 정도의 마력통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신의 마력통을 채워준다든가, 마력을 채워준다든가, 또 마력을 채워준다든가…….

물론 이걸 다 채우게 했다간 애가 뒤질 테니, 자제해야지.

‘이놈들은 황실에 떡값으로 보내야 한다고.’

그때, 아이작의 손안에서 뭔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빛 때문에 형태를 확실할 수 없었지만, 확실하다.

‘내 몸!’

드래곤의 마력으로 율리우스에서 가져온 뼈의 ‘복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참다 못한 신성드래곤이 마력으로 아이작을 날려버렸다.

쾅!!

아이작이 튕겨져 나갔다.

그 모습에 눈이 뒤집힌 레아가 바로 검을 더욱 깊숙히 박았다.

“커헉!”

심지어 상대를 갈기갈기 찢고는, 급히 아이작에게 달려갔다.

“아이작, 괜찮니?!”

일부러 튕겨나가 준 것이지만, 레아에게 안긴 아이작은 시름시름 앓는 척을 했다.

“아… 책에서 마법사를 상대하는 법을 봐서… 마력핵을 파괴하는 걸 시도해봤는데… 역시 생각처럼 잘은 안 되네…….”

물론 거짓말이다.

레아는 기겁했다.

“너, 그게 얼마나 위험한 기술인데 그걸 해! 너 죽을 수도 있었어!”

“다신 안 할게…….”

낑낑 앓는 척하는 아이작은 속으로 크흐흐흐 웃고 있었다.

양손에서 확실하게 느껴진다. 왼손에 해골왕의 진짜 육신이, 오른손에는 저놈 마력으로 만들어낸 복제품이.

‘좋아, 드래곤급의 마력핵이면 똑같이 만들어낼 줄 알았지.’

이곳을 찾아온 게 드래곤이 아니었어도 상관없었지만 말이다.

그 경우엔 도둑을 막았다며 공을 쌓는 걸로만 만족하게 되었겠지만, 다행히 최상의 시나리오가 되었다.

물론 졸지에 급소를 공격당한 상대가 가만히 있을 리는 없었지만.

‘저놈, 내 마력을 건드렸어!’

마력핵을 파괴하려는 줄 알았는데, 마력을 빼 가?

‘설마 저 꼬맹이, 마법사인가?’

아니, 마력을 빨아들이는 마도구가 있으면 가능한 일이지만, 확인해볼 필요는 있다.

‘오히려 마법사였다면, 자충수를 둔 거다!’

감히 드래곤에게 마법으로 승부를 걸어오다니!

똑같이 마력을 뽑아먹고, 파괴해주지!

드래곤은 바로 눈을 번득이며 아이작을 노려보았다.

쩌엉!

아이작이 했듯, 드래곤 역시 아이작의 내면세계에 들어가 마력핵을 탐지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파괴하는 건, 드래곤에겐 일도 아니다.

동시에 드래곤의 마력이 아이작이 몸에 닿는 순간, 마력인 위스퍼가 경기를 일으켰다.

[저놈이 감히! 어느 분의 몸에 침입해!]

‘냅둬라. 어차피 못 찾아.’

[예?]

아이작은 큭 웃었다.

그의 예상처럼 아이작의 정신세계에 침입한 드래곤은 동공 지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없어!’

그는 이건 말도 안 된다는 듯 큰 충격을 받았다.

‘육신, 의식세계… 어디에서도 마력핵이 느껴지지 않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법사라면 분명 두 곳 중 하나에 반드시 있을 텐데.

도대체 마력핵을 어디에 숨긴 거지?

아이작은 큭 웃었다.

저 같은 놈이 감히 누구의 마력을 노려?

순간 아이작의 눈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작은 침입해온 드래곤의 마력을 쫓아냈다.

정신을 집중해 기합으로 내쫓았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쩌엉!

“커헉!!”

신성드래곤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아이작이 침입자의 마력을 역으로 되돌려 대미지를 입힌 것이다.

쓰러진 신성드래곤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젠장! 뭐 이런!’

레아에게 썰린 것으로도 모자라, 정신적 대미지까지 입은 그였다. 그는 할 수 없다는 듯 은밀하게 수장에게 연락을 했다.

“죄송합니다. 수장님. 아무래도 직접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서…….”

“올 때 나머지 해골왕 육신도 들고 오고.”

“?!”

아이작은 언제 온 건지, 드래곤의 옆에서 연락에 끼어들고 있었다. 그러곤 드래곤이 목에 건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이걸로 연락 중인 거지? 수장이랑?”

신성드래곤은 당황해서 자리를 뜨려 했지만, 레아가 바로 신성드래곤을 쓰러트렸다.

쾅!!

레아가 그의 팔을 꺾어 포박하고, 아이작은 옆에서 낮게 웃었다.

“허튼 수 쓰지 마. 너, 굳이 따지면 반룡이지? 뭐, 그런 것치곤 마력핵은 굉장히 쓸 만했다만.”

“……!!”

이놈이 그걸 어떻게?

“흐음, 그래서. 신성드래곤들은 왜 헬라 황실을 씹는 거야?”

알려줄 것 같냐?

“니들은 내 노후를 위해서라도 황실의 기를 살려줘야 하는데, 입을 처닫고 있으면 내가 곤란하거든?”

노, 노후??

“니들이 그러고 있음 내가 성자랑 교황이 못 된다고, 이것들아. 우리 황태자가 니들 때매 얼마나 멸시받고 있는 줄 알아?”

그러자 드래곤이 헛웃음을 흘렸다.

“뭐, 해골왕이 있었으면 이런 일은 안 생겼을 수도 있지.”

“아앙??”

거기서 해골왕이 왜 나오는데?

그보다 내가 해골왕인데. 뭐, 어쩌라고?

“보아하니 친황제파인가? 어떤 회유를 해도 황실과 다시 계약할 일은 결코 없으니… 허으어억!!”

아이작은 드래곤의 등에 꼽혀 있는 레아의 검을 꾸욱 눌러 돌렸다.

“아아악! 그마아안!”

“뭔가 착각하나 본데. 난 회유가 아니라 강제로 계약시킬 예정이거든? 니들한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을 하지 마.”

이 자식, 청이 아니라 적가였나?!

드래곤은 아이작을 공격하려고 손을 뻗었지만, 미처 아이작에게 가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멈추었다.

그 모습에 아이작은 푸흡 웃었다.

“역시 니들, 날 공격 못 하는구나?”

“!”

“아, 정확히는 ‘멜리사의 핏줄’을 말이지.”

“……!”

사실 아이작은 멜리사에게 들은 말이 있었다.

-아이작. 만약 신성드래곤을 만나게 되거든, 두들겨 패서라도 황실에게 붙여주거라.

-…드래곤을 두들겨 패라구요? 저더러 죽으라는 거죠?

-괜찮다. 신성드래곤들은 나와 내 핏줄들은 공격할 수 없어. 그러니 그냥 패. 못 건드린다.

아마 반룡으로 드래곤 무리에 있던 멜리사가 에슈아로 입양되었을 때와 연관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이게 ‘화친’을 맺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지.

어디 그뿐인가?

멜리사는 이렇게 말했다.

-추후 가주가 되어서 네가 가문을 어떻게 이끌지는 자유지만, 개인적 바람으로는 샤블리스와 샤를로트… 그러니까 황태자와 황녀를 도와줬음 하는구나. 교황 때문에 너무 가엽고 불쌍한 아이들이야.

뭐, 멜리사 따위의 부탁을 들어줄 이유는 없지만, 안 들어줄 이유도 없으니까?

오히려 조모님이 시켰으니까 폭력도 합법이지?

아니나 다를까, 아이작이 신성드래곤을 향해 엄하게 말했다.

“네 죄는 네가 알겠지?”

“뭐?”

“해골왕의 육신을 훔치려다가 이곳을 파괴한 죄.”

“아니, 잠깐. 이곳을 파괴한 건 내가 아닌데. 내가 오니까 저절로 폭발…….”

“해골왕의 마력을 깨워내 신성제국을 혼란에 빠트리려 한 죄.”

“아니, 지가 멋대로 깨어났다니까?”

“내 옷에 피를 묻혀 더럽힌 죄.”

“아니, 네놈들이 날 공격했잖아! 그래서 내 피가 튄……!”

“이 모든 죄는 가히 무겁다.”

“이 새끼가 듣지도 않네??”

“이 모든 피해에 대해 가해자는 배상할 의무가 있고.”

“인간의 돈 따위, 없어!”

“신장이 왜 두 개인 줄 알아? 급할 때 바꿔 오라고 있는 거다.”

아이작이 스윽 검을 들자, 신성드래곤은 동공을 떨었다. 어찌 이런 독한 아이가 청에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수장도 데리고 오면 목숨은 살려줄… 음? 아, 굳이 협박할 것도 없겠구만?”

아이작은 드래곤이 연락용으로 쓰던 목걸이를 매만지며 흡족하게 웃었다.

[이건 소환석 아닙니까?]

‘맞다.’

어째 이놈도 드래곤 수장이 직접 보낸 직속 수하 같더니만.

‘지들의 수장을 소환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었구만?’

원래는 이놈을 이용해 신성드래곤 수장을 역소환시키려고 했다. 모든 드래곤들은 수장과 형제의 계약을 맺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걸 이용하면 끌어내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거면 굳이 마법을 쓰거나 협박할 것도 없이, 드래곤 수장을 직접 소환할 수도 있겠다.

‘흐흐흐. 황태자야. 기다려라. 이 형님이 선물을 들고 찾아가마.’

그때였다.

“아이작! 괜찮으냐!”

“아이작!”

“!”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려온 건 다름 아닌 멜리사와 릴라이였다.

해골왕의 육신이 습격을 받았다는 말에 바로 저택에서 날아온 듯했다.

“걱정했다!”

“우리 아이작!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구나! 그래, 많이 컸어!”

그래, 니 새끼들은 왜 하나도 안 늙는지 모르겠다만.

어째 이놈들은 16년이 지나도 20대 얼굴이다.

릴라이는 몇 년 만에 보는 조카를 끌어 안아주었다. 멜리사도 기대하듯 팔을 펼치며 아이작을 보았지만, 아이작이 스윽 피하자, 비 맞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해졌다.

레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이작이 해골왕의 육신을 지켜냈어요.”

“오오, 그러냐!”

멜리사와 릴라이는 몹시 기쁜 듯이 아이작을 칭찬했다.

아이작은 푸흐흐 웃으면서 묶여 있는 드래곤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몸에서 막 발견한 척을 했다.

“여기 찾았… 헉! 숙부님! 가모님! 두 개가 있네요오?”

놀란 척하는 아이작은, 두 개의 육신을 내밀었다. 그걸 본 릴라이는 크게 분노했다.

“이 도둑놈이 이걸 훔쳐가려고, 간교하게 가짜를 만들어냈나 보구나!”

“아니, 난 그런 적 없… 컥!”

아이작은 닥치고 있으란 듯, 신성드래곤을 퍼억 걷어차며 낮게 읊조렸다.

“헛소리하면 황실로 끌고 갈 거야.”

“……!”

‘뭐, 헛소리 안 해도 끌고 갈 예정이지만.’

그러나 신성드래곤은 흠칫 놀랐다. 황실과 얽히는 것 만큼은 안 된다!

곧 아이작은 착한 아이인 척 방긋 웃으며 가짜 쪽을 릴라이와 멜리사에게 내밀었다.

“걱정 마세요! 저는 진짜가 뭔지 알 것 같아요! 여기서 해골왕의 기운이 강하게 나요!”

“오! 그렇구나!”

릴라이의 반응에 아이작은 흐흐 웃었다.

‘푸흐흐. 그래. 치밀하게 만들어냈으니 니들이 분간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진짜 쪽은 기운을 숨겨놓고, 가짜 쪽은 마력을 엄청 풍기고 있으니까.

‘당연히 속아 넘어갈…….’

“아니. 이게 가짜구나.”

움찔.

아이작이 얼굴이 살짝 굳었다.

멜리사는 쓰러진 신성드래곤을 보며 괘씸하다는 듯 혀를 차다가, 진짜 쪽을 가리켰다.

“이쪽이 진짜란다.”

멜리사가 정답을 맞히자, 아이작은 주룩 땀 한 방울을 흘렸다.

어……?

어떻게 알았지?

릴라이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진짜라고요? 마력의 기운이 전혀 안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이사악의 냄새는 이쪽인걸.”

이 변태야!!!!

왜 내 냄새를 아는 건데!!

멜리사의 확신에, 아이작은 드물게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하지만 더 땀을 흘리게 하는 일은 이 다음이었다. 진짜를 알게 된 릴라이는 아이작이 해냈다며, 몹시 기뻐하며 들떠있었다.

“어머니! 기뻐하십시오! 해골왕의 육신만 있으면!”

“그래, 이거면 이사악을 추적할 수 있다!”

…뭐?

“맞습니다! 탐지 성법을 걸어 해골왕의 영혼 위치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예? 응? 뭐? 눼?

아이작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시발, 뭐지? 이거 왜 데자뷔가?

릴라이는 하하하 웃었다.

“젖먹이 땐 잘 몰라서 먹어버렸지만, 아이작도 16년 전과는 다르니까요.”

“그래 이걸로…….”

꿀꺽.

“어?”

아이작은 진짜 육신을 삼켰다.

잠깐의 침묵과 함께, 에슈아 일가가 비명을 내질렀다.

“아이자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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