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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201화 (201/272)

제201화. 해골왕 어딨어! (1)

위스퍼는 캬아악, 비명을 질렀다.

[주인님! 어쩌실 겁니까! 이거 수습 안 하셨잖아요!]

‘몰라, 새끼야! 나도 깜빡했어얽!’

아이작은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방에는 사람이 다 빠져나간 상태였다. 아이작은 잘됐다고 생각하면서 사피엔에게 다가갔다.

‘그래, 설명해준다 하고 시간을 끌자. 어떻게든 이 순간만 모면하면… 헉?!’

아이작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시간을 끌기는 개뿔! 지금까지 참은 것도 오래 참은 것이라는 듯, 사피엔은 살의를 참으며 읊조렸다.

“말해라! 네가 해골왕을 숨겨놓고 있다는 건 다 알고 있다!”

“……?”

황태자는 물음표를 백만 개 띄운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갑자기 멱살 잡힌 것도 당황스러운데, 하필 찾는 게 해골왕?

“해골왕 내놔!”

뭐지? 해골왕을 왜 나한테 찾는 거지?

“해골왕은 어딨냐고!”

어딨기는……?

샤블리스가 대답 대신 아이작을 슬쩍 보았다. 해명 좀 해 보란 얼굴이다.

결국 이마를 짚은 아이작은 샤블리스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그게, 사정이 좀 있었습니다.”

…사정? 또 뭔 사기를 쳤는데?

그러자 아이작이 심각하게 속삭였다.

“실은 저거, 해골왕을 팔아서 임시로 데려온 겁니다.”

…엉?

“그러니까 해골왕을 쫓아왔다고요!”

어엉??

“그러니 전하가 지금 가지신 그 물건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엉? 그거?

“예! 하얀 그거요!”

“…정말 그걸 마족도 아니고 신성드래곤에게 보여줘도 되는 건가?”

“괜찮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자신이 해골왕이라고 밝히는 건 좀 위험 부담이 있었다. 애초에 믿을지도 모르겠고!

결국 샤블리스는 한숨을 쉬며 품을 뒤졌다.

뭐… 아끼는 것이지만, 할 수 없지.

“알았다, 보여주마.”

샤블리스의 말에 사피엔의 얼굴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정말인가?”

“그래. 여깄다.”

곧 샤블리스가 아이작에게 물건을 건넸다.

물건을 받은 아이작이 받으라는 듯 손을 내밀자, 두 손을 공손히 내민 사피엔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물건을 받은 사피엔은 기대에 찬 듯, 손을 펼쳤다.

그래,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해골왕을……!

“…….”

해골왕을…….

[우왕, 쭈인님이다. 누나는 누구세요?]

까꿍, 하고 튀어나온 미니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모습에, 사피엔의 얼굴에 핏대가 섰다.

그리고.

“가짜 말고 진짜를 내놔!”

쉬이익! 쾅!

“!!!”

괜히 드래곤이 아닌 듯, 대포처럼 날아간 미니 스켈레톤이 벽을 뚫었다.

아이작은 오히려 본인이 더 놀란 듯했다.

아니, 저리 단번에 알아차릴 줄은 몰랐는데?!

[방금 주인님이 저기에 힘을 담으셨죠?!]

그래! 어지간하면 속아 넘어갈 텐데!

아이작은 이마를 짚었다.

해골왕이 성자로 환생했다는 것보단 이쪽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서 시도했지만, 실패.

‘일단 해골왕이 봉인되었다는 건 씨알도 안 먹히겠군.’

뭐, 그래도 방법은 있었다.

그래, 그러니 괜찮…….

“…저게 내 드래곤이라고?”

엥?

비틀거리며 물건을 찾으러 간 샤블리스가 몸을 떨고 있었다.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 물건을 집어 든 샤블리스의 등에서 오라가 나오고 있다.

이에 뭔가 눈치챈 아이작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맞다! 쟤 해골왕 빠돌이였지!

그때, 내던져진 자이언트 스켈레톤이 해맑게 외쳤다.

[에헤헤, 주인님. 또 팔이 부러졌어요!]

심지어 팔이 부러졌냐!

뭐, 스켈레톤들에겐 일상이라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데다가, 오히려 부러진게 좋…….

“팔이 부러져?”

“전하? 스켈레톤들은 뼈가 부러질 때마다 강도를 올릴 수 있으니, 오히려 이게 더 좋습니다! 금방 붙여드릴게요!”

그러나 안 들리는 건지, 샤블리스가 고요히 분노하며 검을… 뭐? 검?!

“똑같은 부위를 박살 내주지.”

곧 샤블리스가 검을 스릉 뽑자, 아이작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전하! 그거 아닙니다! 일단! 폐하를 먼저 치료하게 하세요!”

* * *

결국 그들은 황제를 치료하기 위해 황궁에 도착했다. 물론 드래곤을 쉽게 데려갈 수 있던 건 아니었다.

아이작이 황제를 치료해달라고 말했더니…….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모자라 이젠 황제까지 치료하라고??

그래서 아이작이 속삭였지.

-이번엔 진짜 해골왕 데려올게! 해골왕이랑 혼약해야지!

-…큭!

사피엔은 결국 재료를 구해오라고 명단을 써 주고 대기를 하는 중이었다.

물론 미니 스켈레톤을 보고 순간 울컥했던 그녀였다. 가짜로 자신을 우롱하며 이용하는 건가 싶어 자신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물건을 던지긴 했지만, 글쎄.

‘뭐지? 그건 진짜 해골왕의 기운이었는데?’

아까워서 큰 실수를 했다고 느끼면서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해골왕이 이곳에 있는 건가?’

뭐,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그녀는 해골왕 외에도 황실에 볼일이 있어 헬라에 온 것이었다. 황실이 가진 삼촌의 물건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이작은 큭큭 웃었다.

‘황제의 치료 방법도 알아냈다.’

사피엔도 황제를 치료해줄 마음이 있는 듯했다. 뭐, 그녀가 돌아가더라도 치료 약재가 뭔지 알아낸 이상, 자신이 해결할 수 있지만.

‘드래곤이 있으니 귀족들의 반응이 완전히 다르군.’

귀족들이 황실의 눈치를 무지하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귀족들뿐인가?

신성드래곤이 있으면 국력이 올라간다.

황제와 드래곤, 둘 다 필요한 아이작에게는 이 상황이 누구보다 기쁠 수밖에 없었다.

‘황태자의 눈과 신성드래곤의 힘, 둘 다 내걸로 삼는다.’

그래, 덕분에 이걸로 교황가를 확실하게 누를 수 있게 된 건 좋은데…….

부글부글부글.

“…….”

두 계약자가 당장이라도 서로의 멱살을 잡을 듯 노려보고 있다.

아이작은 천장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에휴. 내가 해골왕이란 걸 말해야 하나?’

아니, 애초에 말한다고 믿긴 할까?

[하긴, 주인님이 해골왕이란 걸 증명할 방법이 없긴 하죠.]

힘을 드러내는 건 이르다.

그렇다고 그냥 말하자니 미니 스켈레톤을 보지 않았는가. 오히려 해골왕이라고 말했다가, 사기 치지 말라면서 자신도 똑같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드래곤의 존재는 필요하지만, 솔직히 저 정도로 집착할 줄은 몰랐는데.

[뭐, 들키면 바로 결혼 도장이죠.]

아이작은 고개를 저었다.

으…. 안 돼. 날 팔 순 없지.

‘나 대신 둘이 친해지게 해서 제국에 잡아둔다!’

[가능할까요? 애초에 20년간 겪은 게 있어서, 오히려 증오하면 증오했지, 친해질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어! 둘은 공통의 관심사가 있거든!

아니나 다를까, 아이작이 샤블리스에게 속삭였다.

“전하. 오해 마십쇼. 쟤, 저래보여도 해골왕 팬입니다!”

“패엔?”

“네, 전하랑 똑같은 팬이요!”

그러자 샤블리스가 아이작을 보았다. 마치 나를 저딴 거랑 비교하지 말란 억울한 눈빛.

그러자 아이작이 눈을 반짝였다.

“신성드래곤과 황실 간에 오해가 있었던 겁니다. 장본인이 왔으니 직접 확인해보시죠.”

오해?

황태자가 사피엔을 보았다.

“그래, 황실에 편지를 보내왔다고?”

“그렇다.”

“부황께 전해들은 바로는 편지는 한 통만 왔었다고 한다. 그마저도 원망과 저주의 편지라 들었지.”

“원망? 저주?”

“네 삼촌의 편지로, ‘너와 계약한 걸 후회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뭐가 어째?”

“만약 계약자 드래곤이 찾았다면 어떤 상황이라도 당연히 가셨을 분이다. 그 정도로 네 삼촌을 아끼셨다. 치료라면 더더욱 가셨겠지.”

“…그걸 믿을 것 같냐?”

“믿고 말고는 자유고.”

사피엔은 고운 미간을 좁혔다.

“그럼 삼촌이 죽은 후, 삼촌의 물건 반환은 왜 거절했지?”

“전대 드래곤이 아무에게도 주지 말라고 했기에, 그 약속을 지켰다는군.”

“…역시 교황 놈, 전달을 안 했던 건가.”

“지금이라도 그 물건을 네게 돌려주고, 전대의 무덤을 찾아가 인사를 하겠다. 황실도 책임지고 예우를 갖추지.”

“!”

“그러니 전대의 일은 알아서 해라. 내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샤블리스의 분노에 아이작은 끙, 미간을 짚었다.

그래. 사실 전대의 일은 샤블리스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황태자는 순수한 피해자였다. 계약자인 사피엔에게 따지고 싶을게 많을…….

“해골왕은 왜 찾는데?”

…궁금한 게 그거냐?

황태자의 질문에, 사피엔은 코웃음을 쳤다.

“대답할 의무는 없다.”

“나한테 가져와야 했을 해골왕의 육신을 훔치러 교황청에 침입시킨 것도 너냐?”

“그래. 왜?”

샤블리스는 빠직 핏대를 세웠다.

“율리우스의 공주에게 육신을 박아넣은 건 에슈아 공자를 유인하기 위해서였고?”

“뭐, 내가 넣은 건 아니지만.”

샤블리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마지막으로 묻지. 해골왕을 찾으면 뭘 할 거지?”

“혼약.”

빠직.

결국 샤블리스가 한마디 했다.

“신성드래곤은 제국에서 추방이다.”

“자, 잠깐. 뭐가 어째에에??”

뜻밖의 말에 당황한 사피엔이 샤블리스의 멱살을 잡았다.

“왜! 갑자기 왜 추방이야!”

그러자 샤블리스도 사피엔의 멱살을 잡았다.

“왜긴! 해골왕을 독차지하려고 해?”

“?!”

사피엔은 기가 찬 듯 계약자를 보았다.

뭐야, 설마 이 자식도 해골왕 추종자였어?

“허, 이거 웃긴 놈이네. 지금 신성제국 황태자 주제에 해골왕을 탐내?!”

“그러는 너는 신성드래곤 아니냐?!”

“이…! 해골왕을 본 적도 없는 애송이 놈이!”

본 적 있거든!

샤블리스는 그 말을 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아무튼 안 돼! 아이작은 교황이 돼야 한다!”

“어엉? 교황?”

샤피엔은 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해골왕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왜 여기서 저 녀석 이름이 나오…….”

그 말을 하던 사피엔의 눈이 헉, 하고 커졌다. 그리고 뭔가 깨달은 그녀의 시선이, 놀란 듯 아이작을 향했다.

“설마 너냐?”

네?

“네가 해골왕이냐?”

아, 아니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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