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211화 (211/272)

제211화. 번쩍 번쩍 번쩍 (2)

위스퍼는 계속해서 일기장을 읽었다.

[흐흐흐흐, ‘이사악. 어디에 있는 거냐, 이사악!’]

그 변태 같은 낭독 소리에 아이작의 얼굴에 핏대를 세웠다.

‘새끼야, 그만 안 읽어?’

하지만 위스퍼는 일기장을 읽는 걸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멜리사의 목소리까지 흉내냈다.

[‘아아. 한 번이라도 좋으니, 다시 얼굴을 보게 해 다오!’]

‘하아. 이 새끼, 진짜 소멸시켜버린…….’

[‘인계에서 사라진 이사악과 드디어 만났다.’]

엉? 누굴 만나?

아이작은 뜻밖의 구절에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멜리사가 해골왕을 만났다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계에 간 이후로는 인간을 만난 적이 없는데, 걘 누굴 본거여.

[‘날 알아보지 못했다. 마치 다른 이 같았다. 너는 누구지?’]

아하, 가짜 해골왕 새끼를 만난 거구만?

동시에 아이작은 푸흡 비웃었다. 뭐, 그 가짜가 수상하다는 걸 눈치챈 건 칭찬해줄 만하다만, 아무도 모르겠지. 진짜 해골왕은 여기에 있다는 걸…….

[‘막내 손주를 만났다. 아이작이라고 했다.’]

으엉?

[‘수정구 너머로 봤을 뿐이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다.’]

…잠깐, 이거 내 이야기지? 그렇지?

자신의 이름이 나와서 움찔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래봐야 멜리사는 자신처럼 인텔리한 마법사들과 달리, 뇌까지 근육인 바보 성기사들.

‘어차피 내 정체를 알 리가 없으니…….’

[‘아이작에게서 그리운 느낌이 난다. 마치 이사악을 보는 듯한.’]

“으아아아아악!”

[‘해골왕의 육신을 먹고 살아남을 수 있다니, 다행이면서도 이상하다. 아니 오히려 건강해진 것 같다. 마치 본인의 힘을 되찾은 것처럼…….’]

“아으크아으아악!!”

[‘혹시 아이작이 이사악인 건 아닐까?’]

그만해에에에!

아이작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데굴데굴 굴렀다.

‘이런 젠장, 역시 의심하고 있었잖아아앍!’

아니, 그전에 의심할 부분이 어디에 있었는데? 내가 귀여운 손자인 척, 얼마나 완벽한 연기를…….

[‘슈리를 대할 때의 말투는 이사악과 굉장히 비슷하고.’]

망할, 김슈리냐? 낌슈리 그놈이 원흉이었어?!

그 새끼만 조쟈버리면 돼?!

[아니, 주인님. 원흉은 주인님…….]

‘아냐. 아직은 괜찮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으니…….’

[‘어쩌면 이사악의 영혼이 막내 손자의 몸에 깃든 것이 아닐까?’]

아이작은 푸컥, 피를 토할 뻔했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아.’

상식적으로 이게 있을 수 있는 일 같아? 애초에 신들도 이렇게는 못 하…….

[‘이사악의 성격이라면 보나마나 신들께 봉인당할 때 깽판을 쳤겠지. 덕분에 봉인이 잘못되어 다른 몸으로 들어갔을 수도.’]

젠자앙! 이 자식, 사실 그 자리에 있던 거 아냐?!

[주인님, 땀을 뻘뻘 흘리고 계신데요?]

아이작은 드물게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뭐지? 만약 멜리사가 정말 눈치를 챈 거라면……?

-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다. 마왕이 성자 몸에 들어가다니, 물리적으로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졌다 해도 몸이 파괴되든가, 영혼이 소멸되든가 했겠지. 절대 공존할 수 없다.

결국 안도한 아이작은 쓰러지듯 엎드렸다. 해골 놀라게 하네, 진짜. 솔직히 이쯤 되면 이 일기장, 진짜 해골왕 퇴마서야.

‘빌어먹을 청가 놈들.’

누가 이 몸에 날 넣었는지는 몰라도, 가만 안 둔다, 진짜.

바로 그때였다.

덜컹.

“아이작, 공부를 하고 있었느냐.”

“!”

도서관 안으로 청의 가주 일라이가 들어왔다. 그는 손자가 기특해 일부러 보러 온 듯했다. 그 증거로 손에 선물을 쥐고 있다.

“옛날 학생 때, 교황과 나눈 서신들이다. 필적 등 여러 가지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그리고 이건 가주의 역사서… 뭐냐? 왜 거북이처럼 그러고 있느냐?”

“할부지.”

“?”

“할부지 미워요.”

“……?”

갑자기 왜?

그러나 아이작은 크윽, 청가를 저주했다.

그래! 따지고 보면 이게 전부 할부지랑 멜리사 때문이야! 이 둘이 결혼하지 않았으면, 이 몸이 태어나는 일도 없었잖아!

그랬으면…! 내가! 내가! 지금쯤 이 몸에 들어와서… 이딴 수모를 겪을 일은……!

그렇기에 결심한 아이작이 말했다.

“아이작, 비뚤어질 거예요.”

“……?”

이미 비뚤어진 거 아니었냐?

“진짜 비뚤어질 거에요!!!!”

“……??”

도대체 왜???

그보다 이미 비뚤어진 상태에서 또 비뚤어지면, 정상이 되는 거 아닌가?

* * *

“그래서 왜 비뚤어진다는 거냐.”

“…….”

왜겠냐, 자식아. 날 이 몸에 넣은 녀석을 찾아내, 한 대 치려고 그러지.

아이작은 비뚤어진 표정으로 일라이를 보았다.

“할부지는 왜 가모님이랑 혼약하셨어요?”

가주는 기가 찬 듯했다. 이놈이 뭘 물어보나 했더니.

“…갑자기 그게 궁금하냐?”

그래! 니들 때문에 내가 이 몸이 태어났으니까! 애초에 이 몸에 <아이작>이라고 이름을 붙인 건 누구여?!

“당시 에슈아엔 성녀가 없었으니까. 가문의 결정이기도 했지만, 내가 쫓아다녔다. 교황은 본인의 혈육과 이어주고 싶어 했지만 거절했지.”

“가모님은…….”

“뭐, 멜리사의 첫사랑은 해골왕이려나.”

아이작은 피를 토할 뻔했다. 그러나 일라이는 별로 대수롭지 않아 했다.

“성녀들 자체가 그렇게 자랐다. 어쩔 수 없어. 태어나서 평생을 해골왕에 대해 배우고, 죽이는 것만을 위해 병기로 길러지다가 죽는 거다.”

그는 오히려 해골왕에 대해 몹시 궁금해했다.

“해골왕은 아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상식인이었겠지.”

“!”

일라이는 해골왕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성녀들의 증언과 에슈아의 기록 속 해골왕을 보면 대충 군주로서의 상이 잡힌다고 했다.

“뛰어난 군주였겠지. 원수만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이미 네 눈앞에 있거든? 자식아?

“물론 어디까지나 150년 전까지의 해골왕이지만. 지금의 해골왕은 정신병자가 됐어.”

시벌! 그거 나 아니라고오오옭!

‘하, 됐다.’

그래도 멜리사의 일기장까지 본 덕분에 초월계위에 도움이 될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성녀의 각성 원리를 이용하면 초월계위에 오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걸 위해선, 이것만큼은 꼭 확인하고 가야지.

“할아버지. 성녀 각성에 ‘아버지’가 필요하단 건 무슨 소리죠?”

그 순간, 공기가 험악해졌다.

“그건 누구한테 들었느냐?”

일라이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손자를 내심 귀여워하는 눈빛이 경계로 바뀌었다. 그도 그럴 게, 그건 극비 정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작은 도리어 눈을 번득였다.

“스스로 조사해서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알려주시죠. 어차피 가주가 되면 알아야 합니다.”

“…….”

무엇보다 일라이의 답에 따라서 아이작의 행보가 바뀌게 된다. 교황과 신을 엿 먹일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도 있었다.

결국 일라이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너는 이미 이 가문을 이끌 사람이다. 알아둬서 나쁠 건 없겠지.”

“!”

“단, 누구에게도 절대 말해선 안 된다. 하다못해 슈리나 네 숙부들에게도.”

아이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작된 일라이의 설명은, 꽤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10계위는 본래 신의 영역이다.”

그래, 잘 알지. 내가 어떻게 10계위를 찍었는데.

사실 9계위도 엄청난 거다. 인간의 한계는 거의 7계위 정도니까. 8계위만 되어도 순수한 인간은 아니라고 봐야지.

5대 가문이야 신의 축복을 타고나는 특수한 혈통이니까 예외.

‘10계위는 마왕, 드래곤 로드쯤은 되야 할걸.’

그리고 그 9계위 영역을 어떻게 초월하게 되느냐.

“예비 성녀들은 최소 자격인 9계위가 되면, 정식 각성 의식을 치르게 된다.”

그래, 그 각성 의식이란 게 궁금했다. 도대체 그게 뭐길래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고, 교황가가 이렇게 나와?

‘뭐, 대충 예상하는 바로는 아버지를 죽여서 자격을 증명하는 것…….’

“예비 성녀의 혈육을 신께 산 제물로 바친다.”

…시발, 뭐?!

아이작은 제 귀를 의심했다.

산 제물?

설마 지금 이놈들이 인신 공양을 말한 거냐??

곧 일라이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답했다.

“신께서 산 제물을 잡아먹으면, 그 힘으로 성녀를 각성시켜준다는 원리다.”

아이작은 어이가 없었다.

흑마법 쓰냐, 이놈들아?!

니놈들이 그러고도 신이야?

나조차도 인간은 제물로 안 쓴다!

아니, 그보다 그런 술법이 있었던가? 아이작은 미간을 짚었다.

“잠시만요. 혈육이라면 누구를…….”

“친부모나 친형제까지다. 부모가 죽어서 형제만 남은 경우가 아니면, 보통은 부모지. 에슈아에서는 여아가 태어나면 그 부모에게 반드시 이 사실을 말해줘야 하거든.”

[캬, 부모가 자식을 제물로 바칠 일은 거의 없다는 거군요?]

“그 부모 중 에슈아 핏줄이 제물이 된다. 만약 나한테 딸이 있었으면, 내가 제물이 됐겠지.”

동시에 아이작은 아차 싶었다. 떠오른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에슈아에 있는 예비 성녀는 레아랑 카야였나? 아무튼 둘뿐.’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는…….

“잠시만요. 그러면 벤야민 숙부님이랑 노엘은 이미 이 룰을 알고 있다는?”

“그래. 둘 다 이미 안다. 딸들이 태어났을 때, 내가 말해줬으니.”

“그러면…!”

“물론 선택을 하게 한다. 그 사실을 듣고도 딸을 성녀로 키울지, 출가를 시킬지는 그들의 선택이야. 뭐, 에슈아 역사상 딸을 성녀로 키우지 않은 사례는 없었다만.”

성녀 집안에서 성녀 교육을 안 시키는 건, 바보짓이라는 것이었다.

즉 벤야민도, 노엘도 스스로 제물이 될 걸 각오하고 있단 의미…라는 건데.

‘노엘이? 그 개새끼가 성녀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산 제물이 되려 한다고?’

장난해? 그렇게 가주 욕심이 드글드글하던 놈이, 인당수(印塘水)에 풍덩 몸을 던진다고?

‘아, 그쪽은 자식이 있으니까 아들을 제물을 바치려는 건가?’

뭐, 그래그래. 확실치는 않아도 그놈은 그쪽이 가능성이 크겠군.

‘벤야민의 경우에도 다른 자식인 조셉이 있지만… 절대 자식을 희생시킬 타입이 아니지.’

벤야민은 에슈아의 재정담당이라 돈 문제에서 깐깐하긴 해도, 청에 몹시 걸맞은 사람이었다. 사명감도 크고.

즉, 벤야민은 레아를 각성시키기 위해 본인이 산 제물이 될 걸 각오하고 있단 것이다. 때가 되는 날까지, 딸을 최선을 다해 키우면서. 자식이 장성하는 날이 곧 본인이 죽는 날임을 알면서도.

동시에 아이작은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레아가 이래서 9계위가 된 걸 그렇게 숨겼구나?’

아버지가 제물이 될 걸 알았으니까?

아이작은 확인차 물었다.

“레아나 카야는 이 사실을 알고요?”

“성녀들은 모른다. 알게 되는 건 정식 성녀가 된 다음이야. 보통 제물이 된 자가 성녀를 향해 마지막 편지를 남기거든.”

하긴, 알았으면 성녀가 안 되겠다고 도망쳤겠지. 아무리 사명감이 대단해도 가족을 제물로 바치는 걸 알면서도 각성을 택하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니까.

‘그럼 레아는 어떤 계기로 인해 미리 알게 된 거군.’

왜 성녀를 없애겠다는 자신의 말에 그리 좋아했는지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물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할아버지. 설마 벤야민 숙부님을 제물로 바칠 생각은 아니죠?”

“…….”

일라이의 침묵에, 아이작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시바! 안 돼, 내 돈줄! 죽으면 안 된다고!!

‘솔직히 이 집안에서 벤야민보다 금전 감각이 뛰어난 놈이 없어!’

릴라이는…! 사리사욕은 없는데, 돈 관리랑 사업을 하면 개망할 타입이고!

나머지도 릴라이랑 별로 다를 거 없는 해골왕 바보들이라 금전 감각이 바닥이야!

그나마 돈 머리가 굴러가는 게 교황가 핏줄들이랑 레아의 쌍둥이 오빠인 조셉인데, 걘 탈세부터 생각하는 놈이야!

벤야민이 죽으면 노엘과 고엘이랑 손잡고 날름 가문의 돈을 빼돌릴걸?! 지 아버지를 죽인 가문에 충성하겠냐!

아니, 그 이전에!

‘사리사욕 안 부리는 돈 머리가 세상에서 얼마나 귀한 줄 알아?!’

벤야민은 머리가 굉장히 좋다. 전에도 이 나라의 재무대신으로 스카웃 제안을 받았으나 본인이 거절했다지.

그만한 인재는 당연히 내 밑에서 죽도록 굴려야 하거늘!

‘재정관리부서가 왜 있는데!’

심지어 교황가만 좋아할 짓을 해 줄 것 같아?!

“할아버지. 다시 생각해주세요. 벤야민 숙부님은 안 돼요!”

어, 진짜 안 돼!

가주가 되어도 거지 가문의 가주는 싫다!

그러자 일라이가 말했다.

“걱정 마라. 레아도, 카야도 아직 8계위다. 시간은 있어.”

“!”

설마 레아가 9계위인 걸 아직 모르는 건가?

“할부지. 레아는……!”

“보면 안다. 본인이 숨기고 있다는 것쯤은.”

“!”

가주는 이번 대에는 성녀가 없기를 바라는 건지도 몰랐다.

아니, 그것도 아니면-

“이 산 제물 형식의 각성 의식도 1대부터 있었던 건 아닌 듯하다. 더 강한 힘을 얻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 변형된 것이겠지. 그러니 그 둘이 9계위가 되기 전에, 각성 의식의 원형을 찾아서…….”

“아뇨! 시간 없어요. 교황이 레아가 9계위라는 걸 알았거든요!”

“…뭐?”

가주의 표정이 굳자, 아이작이 얼른 고자질하듯 말했다.

“아직 레아한테만 서신이 와서 모르실 텐데, 교황청에서는 이미 공식 발표를 한 것 같아요. 교황청에서 즉위식을 할 거라고.”

일라이는 굉장히 빡친 듯했다. 원래 이런 건 가주한테 먼저 알리는 법이거늘.

“이 새끼가 돌았나. 감히 나한테 허락도 안 받고 일을 진행시켜?”

그의 눈이 드물게 살의를 띄고 있었다.

그걸 읽은 아이작이 기름통을 붓듯, 답을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

“교황도 산 제물 의식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아아아아, 하긴. 그쪽도 사람인데. 아무리 벤야민 숙부님한테 최고신으로 엿 먹었다고 한들, 설마 치졸하게 알면서 그러진 않았겠죠. 사람이 도의가 있지.”

그 말에, 일라이는 가증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교황이 각 가문의 의식에 대해 모를 리가.

아니나 다를까. 아이작의 기름 붓기가 통했는지 일라이가 눈을 번득였다. 교황의 의도를 눈치챘기에 더욱 열 받은 것이리라.

“가짜 놈 주제에 발작해서 선을 넘는구나.”

아이작은 히죽 웃었다.

“가뜩이나 가짜라면 동생 놈이라는 건데. 형의 친구한테 이 지랄을 해.”

그래! 그거야! 잘한다, 할부지!

그는 슬쩍 본인이 가져왔던 교황과의 편지를 보았다. 원래는 필적 감정 등 온건하게만 가려고 했건만.

“교황에 대한 수사가 온건할 필요는 없겠지. 직접 맞붙으면 확실해질 일을.”

그래! 박살 내!

곧 가주가 따라오라는 듯 돌아섰다.

“청의 기사들을 전원 호출한다. 전쟁이다.”

그래! 신앙 전쟁이다! 싸워라, 싸워!

그사이 난 멜리사의 일기장에 적힌 대로 알맹이나 뽑아 먹으련다!

마왕이 사악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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