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225화 (225/272)

제225화. 드러나는 진실 (1)

“뭐라고? 레아님이 성녀가 되셨어?”

“심지어 0계위가 6계위라고??”

“무능력자도 각성이 가능하단 말야?”

“그래, 에슈아는 그게 가능하대!”

“뭐야, 이쯤 되면 금이 아니라 청이 신께 선택받은 가문인 거 아니야?”

“역시 아이작 님이 다음 대 교황인가?”

성직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작은 청의 가주의 호출을 받았다.

“부르셨습니까, 가주님.”

가주의 방에 들어간 아이작은 내심 쫄렸다. 뭐, 이제 와서 새삼 청의 가주가 무섭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신경쓰이는 건…….

[시바 놈.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주인님만 불렀대여? 쟤 지금 한창 바쁠 때 아닙니까?]

그렇다. 지금쯤 금가를 침입한 건과, 성녀 각성 건으로 한참 불려 다니고 있어야 할 놈이 왜 자신을 불러?

‘문제가 생겼나?’

아니, 그건 아니다.

오히려 0계위였던 벤야민과 조셉이 상급 성직자가 되면서, 에슈아는 물론 모든 이들이 놀라는 중이었다.

-청으로 받아주십시오!

-아이작 도련님이 특별한 각성 방법을 발견하셨다면서요?

-그럼 우리 아이작 도련님, 키나 베리트처럼 바로 추기경의 자격을 딸 수 있는 거야?

꼰대… 아니, 1품 사제들이 소집되고, 모두가 아이작에게 주목했다. 아이작의 기사들은 쌍수 들고 신입을 환영했다.

그리고 교황가를 습격한 건에 대해서는 일라이가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베리트에 왜 쳐들어갔냐고? 금가가 마를 섬긴다는 증거를 잡아서 들어간 것뿐이다만?

금의 사제들은 저런 뻔뻔한 놈들을 봤냐는듯, 혈압이 올라 미치려고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신이 항마성법에 당한 건 사실인데.

그뿐이 아니었다.

-현 교황이 본인 것이 아닌, 선조의 스티그마를 쓰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 교황이 가짜라는 명백한 증거다.

-…뭣이?!

-즉시 성자 후보들을 모아, 새로운 신의 대리인, 즉 교황 선발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만.

-……!!

1품 사제들은 크게 놀랐다. 대륙이 뒤집힐 일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쪽은 금에게 불똥이 떨어지면 떨어졌지, 에슈아에게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에슈아는 레아 일가의 건으로 아주 축제 분위기였다.

이번 일로 여론이 완전히 뒤흔들린 금가는 최초로 교황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빠졌다. 차기 교황은 당연히 금가가 될 거라 여겨졌던 난공불락의 좌가 무너지고 있었다.

모든 게 착착, 교황이 되기 위한 아이작의 계획대로였다.

그래, 그런 상황인데.

왜 니놈이 그런 심각한 얼굴로 자길 부르냐고.

“아이작.”

“예. 가주님.”

“…….”

아이작의 답에, 일라이는 어째서인지 굉장히 못마땅해했다. 아이작이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 가주님께서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그러나 일라이는 여전히 뭔가가 영 못마땅한 눈빛이다. 결국 눈치를 보던 아이작이 이건가 싶어 말했다.

“…가주… 아니, 할아버지.”

“그래. 이 할아비가 네게 할 말이 있어 불렀다.”

…이 새퀴가. 진짜.

할부지 호칭이 그렇게 좋냐, 어?

“그래서 하실 말씀이란 건?”

“각성의 신이 항마성법에 의해 죽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이작은 움찔했다.

‘드디어 왔구나.’

왜 자신을 불렀나 했더니.

‘추기경은 바보가 아니다.’

멀리 있던 금의 추기경은 둘째 치고, 일라이는 각성의 신을 직접 쓰러트리기까지 했다. 철저하게 숨기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일라이만큼은 눈치를 챈 것이다.

누군가가 신을 언데드 속성으로 바꾼 것을.

하지만 알아도 상관없다.

‘후계자 박탈을 하려고 해도, 어차피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

여차하면 진마나 드래곤 짓이라고 하지, 뭐.

그렇기에 아이작은 자신 있게 웃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셔도, 금가가 타락해서 타락신을 섬겼을 린 없고. 우연히 모시던 신이 타락한 것이 아닐까요.”

“정녕 그리 생각하느냐.”

“예. 애초에 성녀 각성에 산 제물로 혈육을 요구하는 것부터 제대로 된 신은 아니죠. 그 부분에 있어서는 금가도 한패일 겁니다.”

성녀 각성에 산 제물을 요구한 이유는 아마도 금의 신이 제 배를 불리고, 교황이 성녀들을 가스라이팅 하기 쉽게 만들기 위한 도구였겠지.

무엇보다 금가에게는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에슈아의 직계들을 죽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머리를 쓴 거라면, 정말 잘 썼다.

아이작은 자신을 의심해서 불렀을 일라이를 조금 차갑게 보았다.

뭐, 정 자신을 의심해서 내치겠다면 이쪽도 어쩔 수 없지. 철저하게 패로 이용해주는 수밖에.

그랬기에 그는 할아버지가 아닌, 청의 가주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 중요한 건 신이 왜 항마성법에 당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피해를 입었느냐가 아닙니까?”

“그래, 네 말이 맞다.”

곧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일라이는 자신을 경계하는 듯한 아이작을 빤히 보았다.

“아이작.”

“예, 가주님.”

“네가 어떤 힘을 쓰든, 나와 청은 널 끝까지 보호하고 아껴줄 것이다.”

“!”

아이작은 놀란 듯 일라이를 보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청의 일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티는 안 내지만, 모두가 널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

아이작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노엘이랑 고엘도요?”

일라이는 이마를 짚었다.

“…그놈들은 빼자꾸나.”

역시 그렇지?

“그러니 하나만 묻자.”

“예.”

일라이는 진지하게 아이작을 보았다.

“너는 에슈아를 없앨 생각이냐.”

“…….”

아이작은 데굴 눈알을 굴렸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성녀 가문은 복수의 대상은 아니었지. 진짜 복수 상대는, 나한테 그딴 계약서를 들이민 금의 신들과 다른 신들이니까.

아이작은 개소리 말란 듯 한숨을 쉬었다.

“할부지, 저는 인계 최고의 부자 백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그런데 에슈아의 멸문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오히려 에슈아를 키워 모든 성직자들을 청의 노예로 굴려도 모자랄 판에요?”

“…….”

일라이는 그 엄청난 포부에 기가 찬 듯, 입을 벌렸다.

“이제 속내를 숨길 생각도 없구나……”

“안 됩니까?”

일라이는 끙 앓는 소리를 냈다. 뭔가 심각하게 생각한 자신이 바보가 된 느낌이다.

“그래, 그거면 충분하다.”

“!”

“아이작.”

“옙.”

“이 할비는 네가 어떤 녀석이든, 끝까지 네 편임을 기억해라.”

“!”

“너는 이미 내 작은 손가락이다.”

아이작은 잠시 침묵하다가, 웃었다.

“예.”

“그리고.”

“옙.”

“다신 이 할아버지 머리, 밟지 마라.”

…이 새퀴, 아직도 그걸 마음에 담고 있었냐?

“옙.”

머리는 안 밟으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옙.”

“신성드래곤이 시할아버지한테 인사를 오겠다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

젠장…….

* * *

“그러니까, 누구 돈을 가져가겠다고?”

노엘은 벤야민을 보며 이를 갈았다.

벤야민은 뭔 개소리를 하냐는 듯, 안경을 치켜올렸다.

“노엘 개 뭐시기. 넌 이미 에슈아의 성을 박탈당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뭔 돈?”

형의 무시에 노엘은 이를 갈았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아직 저택에서 쫓겨난 건 아닙니다. 제 몫의 재산은 여전히 유효…….”

콰르릉!!!

떨어지는 낙뢰에 노엘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다.

“허, 뻔뻔한 것도 유분수지. 기생충 놈이.”

원래도 깐깐한 재무 담당이라 하나하나 따지는 게 많았지만, 성법을 쓸 수 있게 된 이후로는 따지는 것 대신 그냥 성법 한 방으로 위협했다.

교황가로서는 이가 갈릴 수밖에 없다.

‘누가 머리보다 주먹부터 나가는 성녀 핏줄 아니랄까 봐……!’

노엘은 코웃음을 쳤다.

“형님. 제게 이러시는 거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아이작이 언제까지 소가주로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이작만 믿고 있다간 정말 다치세요, 형님.”

“뭐?”

“비록 성을 박탈시켜 제 손발을 완전히 묶긴 했지만, 숨쉬는 것까진 막을 순 없죠! 에슈아에서 성녀를 낳은 자의 권력이 그 정도라는 걸, 모르지도 않으시잖습니까?”

“할 말은 그게 다냐?”

“아뇨? 제가 성녀의 아버지인 이상, 에슈아는 절 내쫓을 수 없다는 걸 똑똑히 아시라는 겁니다.”

“그래, 확실히 말로는 못 쫓겠구나.”

“그러면 순순히 돈을…….”

“그럼 힘으로 쫓아야지.”

뭐가 어째?

“어디 이것도 막아봐라!”

그 순간, 노엘의 머리 위로 엄청난 위력의 번개가 쏟아졌다.

콰르릉!

“으악!”

노엘은 쫓겨나듯 물러났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천벌 공격에 노엘은 이를 갈았다.

뭔데! 그렇게 얌전하던 샌님이, 뭔데! 뭔데 눈깔이 아이작 눈깔인 건데?

막강한 재력과 힘까지 손에 얹은 벤야민이 눈을 번득였다.

“네놈을 지져서 신장이라도 내다 팔아버려야겠다!”

이런 미친! 아이작화가 다 됐잖아!

결국 이복동생을 쫓아내는 데 성공한 벤야민은 한숨을 쉬었다. 저 얄미운 놈을 완전히 추방할 방법은 없는 건가.

* * *

그 무렵이었다.

“쩌기요. 전하, 사피엔하고 여전히 싸우십니까?”

“…아?”

황태자는 기가 차다는 듯 아이작을 보았다.

그들은 황실서고에 있었다. 벤야민을 노린 이유가 서고라면, 분명 여기에 교황가의 약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뭐? 누구?

황태자의 표정에, 아이작은 필사적으로 황태자를 붙잡았다.

“그러니까 멱살 잡고 싸우면서 막 서로가 예뻐보인다든가, 싸우다가 정들어서 연애가 하고 싶어져서 미치겠다든가, 막 그러지 않으시냐고요!”

“…….”

황태자는 진심으로 혐오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남매에게 연인이냐는 말이라도 들은 얼굴이다.

그 표정에 아이작은 절망했다.

‘젠장, 가망이 없나!’

둘 다 해골왕 빠돌이, 빠순이면서 왜 이리 사이가 안 좋은 거여!!! 시벌!

“뭐, 샤를로트가 공자를 몹시 보고 싶어하긴 하더군.”

“황녀님이여…? 왜여?”

“글쎄. 공자가 좋아하는 걸 묻기도 하고, 나만 보면 유독 공자에 대한 질문만 하던데.”

“????”

아이작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때 서고의 책을 훑는 황태자가 말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이상하군.”

“뭐가 말입니까? 혹시 왜 드래곤이 해골왕을 좋아하는지요……?”

“성녀 각성에 필요한 게 혈육이라니.”

“!”

성녀 각성에 대해 아이작에게 들은 황태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는 듯했다.

“벤야민 사제는 레아 경을 위해 제물이 될 수 있다 쳐도, 노엘 사제는 딸을 각성시키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될 타입은 아니라고 봐서.”

그때, 아이작을 도울 겸 책을 우르르 들고 오던 레아가 말했다.

“사실 저도 늘 그게 궁금했습니다. 노엘 숙부님은 가주 욕심이 많은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본인이 아니라, 자기 아들을 제물로 삼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아들?”

“아, 네. 사마엘 에슈아라고 있습니다. 황실 근위대에서도 몇 번인가 임시로 근무했을 텐데요. 왜, 2기사단 대장으로 근무하던 적갈색 머리의…….”

황태자는 바로 누군지 알아차린 듯했다.

“아, 그자인가.”

그러나 황태자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었다.

“이상하군. 그자한테는 에슈아의 피가 안 흘렀던 거 같은데.”

“…예?!”

이번엔 레아뿐 아니라, 아이작도 뭔 개소리냐는 듯 보았다.

“나는 5대 가문 사람들은 눈으로 분간할 수 있다.”

‘뭐, 그렇겠지. 황태자의 눈은 특별하니까.’

“에슈아 핏줄들은 모두 그 특유의 기운을 풍기지. 하지만 그자는 금가의 피만 흘러서, 직계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뭐? 노엘의 아들한테서 에슈아 피가 안 흐른다고?

아이작은 기가 찼다.

뭐야, 그러면 아들은 산 제물로 바칠 수 없었잖아.

조건이 안 되니까.

‘그럼 카야의 유일한 혈육인 자신이 스스로 제물이 되려 한 거야?’

그 자식이? 벤야민처럼 스스로를 희생하려 했었다고? 그 이기적인 새끼가??

그런데 그때였다.

황태자의 말에 기이함을 느낀 레아가 에슈아쪽의 가계도를 뒤졌다.

그리고 뭘 본 건지, 그녀가 아이작을 불렀다.

“아이작! 이것 봐봐!”

“?”

아이작은 급히 레아가 내민 책 페이지를 보았다. 거기서 본 문구에, 아이작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노엘 에슈아>

-선천적 불임 판정.

-에슈아 특유의 저주로 판단.

“……??”

아이작은 못 볼 것을 본 듯, 제 눈을 비볐다.

시바, 뭐?

누가 뭐라고?

불임?

설마 릴라이처럼 고ㅈ… 아니, 아이를 못 가진다는 의미냐??

동시에 아이작은 몹시 중요한 사실을 찾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바.

그럼 또 다른 성녀인 카야 에슈아.

걔는 누구 자식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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