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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245화 (245/272)

제245화. 보여줘? (3)

사실 수도에 오기 전, 어둠의 각성신이 아이작에게 물었다.

[정말 내 힘으로 각성할 것이냐?]

“엉.”

아이작의 즉답에, 어둠의 각성신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 힘은 신들도 감당하지 못한다. 인간인 네놈은 더더욱 감당하지 못하고 죽을 터…….]

“시발 놈아. 입에 발린 소리 말고, 본심을 말해.”

[아니이! 호랑이, 아니 해골왕한테 날개를 달아주면 난 죽는다고옭! 제발 인간이 된 것으로 참아주면 안 될까……?!]

“응, 꺼지시고.”

결국 어둠의 각성신은 엉엉 울면서 살려달라고 했다.

[아니, 솔직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가뜩이나 신들의 적수, 아니 그것도 보통의 적수도 아니지. 최강의 마왕 놈이 하다못해 인간까지 되다니!

성자로 환생하는 바람에 유일하게 먹히던 신성 공격에도 무적 상태가 되었는데, 뭐?

이젠 ‘초월 단계’를 노린다고?

‘적당히 해라, 이놈아아아아.’

5대 가문들은 모두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 추구하는 목표가 달랐다. 그리고 그중에서 에슈아의 비전은 ‘초월 계위’에 닿기 위한 목적의 비전이었다.

왜 하필 초월계위가 목적이냐고?

왜긴! 해골왕을 완전 박멸하려면, 최소한 초월계위는 돼야 가능하니까!

그런데 그걸 장본인이 익히면 어쩌란 거야아아아!

그러니까 해골왕이 꿀떡하게 생겼다고! 해골왕을 죽이기 위해 생겨난 최강의 비전이 저놈의 뱃속에!

“그러니까 널 꿀꺽하면, 신계라는 거대한 나라를 없앨 수 있단 거지?”

심지어 누가 마왕 놈 아니랄까 봐, 세계 멸망을 꿈꾸고 있어!

[이 미친 새끼야, 신이 없으면 인간들은 길을 잃는다!]

“괜찮아, 내가 길잡이가 되면 그만이니까.”

[안 돼! 길잡이는 무슨, 전 인류를 노예로 삼을 놈이… 큽!]

아이작은 어둠의 각성신의 턱주가리를 부여잡았다.

“지금 당장 없애지 않은 걸 감사히 여겨라? 닥치고 각성 효과나 말해.”

[그… 어둠을 삼켜서 어둠을 성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니…….]

“그러니?”

[보통은 심마에 빠져서 빛을 내지도 못하겠지만, 네놈은 이미 심마 그 자체이고… 심마의 힘인 해골왕의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

“있으니?”

[네 마력만큼을 성력으로 바꿀 수 있단 거지.]

“그래에? 내 마력만큼?”

[그, 그래…….]

“그러니까 신들 똥꼬를 빨지 않아도 성력을 올릴 수 있단 거지? 마력이 많을수록 당연히 위력도 올라가는 거고?”

[…그래.]

“거기에 신들이 곱디곱게 빚은 육신이라, 저장량이 뻥튀기되는 건 덤이고?”

[시발, 그래!!!]

비로소 그 원리를 듣고 난 지금, 이 순간.

아이작은 초월 단계의 힘을 발휘했다.

쿠궁!

아이작을 보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

순간 아이작의 흰자위가 검게 물드는가 싶더니, 검은 힘이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모를 리가 없는 교황 후보들이었다.

“저 미친놈!”

“뭔 자신감으로 9계위를 논하나 싶었더니!”

“설마 어둠의 각성신을 삼킨 거냐!”

1품 사제들 정도면, 청의 어둠의 각성신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동시에, 청은 사실상 비전을 반만 쓰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걸로 에슈아를 폄하하거나 하진 않았다.

자신들조차도 나머지 절반은 인간이 견딜 수 없는 힘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그건 인간이 버텨낼 수 없는 힘이다!”

“주변의 어둠과 마족을 끌어들이는 ‘유혹’의 힘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교황청 지하에 보관되어 있던 특별한 물건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마족을 아이템으로 봉인해둔 ‘토템’이었다.

그와 동시에 토템들이 격렬하게 반응하며 창고를 부수고는 지하를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아이작을 향해 날아왔다.

“역시 토템이!”

유혹하듯 내뿜는 그 힘에, 토템들이 사납게 날아들었다.

심지어 교황청에 보관되어 있던 토템인 만큼, 하급 품목도 아니다. 죄다 상등품이었다.

토템에서 반쯤 모습을 드러낸 기체들이, 아이작을 향해 거칠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이작!”

비명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아이작이 기체들에게 집어삼켜졌다.

마치 살점이 뜯어먹히는 듯한 그 끔찍한 광경에, 교황 후보들은 물론 키나도 경악했다.

“아이작!”

“저 미친놈!”

“자살을……!”

새하얗게 질린 키나가 급히 다가가려는 그 순간.

“……?!”

화르륵!

“!!”

우매하게 달려든 마족을 마치 제 연료로 삼듯, 불꽃이 타올랐다. 몹시 강렬한 푸른빛의 불이었다.

콰르르르!

천장까지 치솟은 불은 아이작을 중심으로 주변을 삼켰다.

다가갈 수도 없을 정도로 뜨거운 고열에, 교황 후보들은 흠칫 놀랐다.

“뭐야. 이 힘은!”

단순한 불이 아니었다.

“역시, 뭐 멸망시킬 땐 불이 딱이라니까.”

“!”

그 말과 함께 아이작이 손을 뻗었다. 마치 아이를 달래듯 능숙하게 불을 어뤄만지는 손길이다.

그러자 푸르다 못해 하얗게 보일 정도로 커진 불꽃이 섬광으로 바뀌듯 작렬했다. 마치 화이트아웃을 연상하게 하는 섬광이었다.

“크윽!”

그 소리 없는 빛이 벽과 바닥을 덮쳤다.

고오오오!

강력한 에너지와 맞닿은 벽이 한순간에 재로 변해 날아갔다.

교황 후보들은 마치 새하얀 폭풍에 휘말린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들은 섬광 폭풍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기둥 뒤에 숨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

눈을 뜬 그들은 제 눈을 의심했다.

그들이 있던 방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벽은 모조리 날아가 있었고, 바닥 곳곳은 깊게 파였다.

그래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해골왕의 습격에도 끄떡없던 교황청 건물이……!!’

그때, 피가 섞인 기침 소리가 들렸다.

“커헉, 커헉!”

“사이먼!”

깊게 팬 구덩이에 처박혀 있던 사이먼이 괴로운 듯 피를 토했다. 아무래도 섬광 폭풍에 직격으로 맞은 듯했다.

그는 손을 뻗으며 이를 갈았다.

“너……!”

그 목소리에 아이작은 질린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 새끼. 포기를 모르네.”

아이작은 황금봉을 뿅 들고는 구덩이 안으로 휙 던졌다.

그리고 잠시 후.

황금봉이 수류탄 마냥 폭발했다.

쾅!!!

지뢰가 터진 듯 폭발이 일어나자, 사이먼은 새까맣게 타버렸다.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무사한지조차 의문이다.

하지만 아이작은 속이 시원하다는 듯, 탁탁 손을 털어내며 해맑게 웃었다.

“자, 진마들의 습격도 막아낸다는 교황청을 박살 냈어. 고위 사제도 뻥 터트려 처리했고. 이제 자격에 문제없는 거지?”

그를 보는 교황 후보들은 침묵했다.

시바…. 어디서부터 딴지를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아이작을 붙잡는 손길이 있었다.

“에슈아!”

키나였다.

그는 다급하게 물었다.

“방금 쓴 건 도대체 뭐지?!”

“뭐긴. 에슈아의 비전이지.”

“비, 비전?”

아이작은 대답 대신 귀를 후볐다.

에슈아의 상징은 두 개였다.

‘첫번째로 <물>.’

온갖 유혹에도 수면이 흔들리지 않게끔 정신력을 수련하는 인내의 단계.

그리고 두 번째가 <불>이다.

바로 유혹된 악마 놈들을 연료로 삼아 거칠게 타오르는 불. 즉, 악마가 곁에 있을수록 더욱 강해지는 무적의 불이다.

그래. 이는 초월의 단계였다. 그 불을 피울 수 있어야 에슈아는 비로소 모든 힘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초월 단계에 들어선 아이작이 푸헤헤헿 웃어댔다.

‘캬, 봤냐? 이 몸의 위대한 성법을? 교황이 될 수 있는 건 역시 이 몸밖에 없다니까? 이 새끼 표정 보이냐고.’

[성법은 무슨…. 마지막에 수류탄으로 던진 건 익스플로전(폭발) 마법 아니었습니까……?]

푸흐흐. 여기서 중요한 건 마법을 성법으로 쓸 수 있단 사실이란다!

반면 키나는 당혹스러운 얼굴이었다.

“비전이라니! 이런 비전이 있단 말은 못 들었어!”

아이작은 딱하다는 듯 키나를 보았다.

‘뭐, 그렇겠지. 나 말고 또 쓸 수 있으면, 이 나라가 어찌 되겠니.’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순 없으니까.

“쉽게 말해, 악을 태워 성스러운 불을 만드는 거야.”

“악을… 태운다고?”

키나는 더욱 경악한 얼굴로 아이작을 보았다.

‘배척’을 통해 순수함을 추구하는 베리트 사람으로서는 이해는커녕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얼마나 정신력이 대단하면……!’

높다.

아이작의 벽이 너무 높았다.

‘따라잡았다 생각하면, 또다시 저 위로 올라가있어.’

아니, 솔직히 자신이 먼저 9계위가 되었으니, 당연히 콘클라베도 자신이 우위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때, 아이작이 돌아서며 말했다.

“자, 그럼.”

아이작이 무슨 말을 할지 알겠다는 듯, 다른 교황 후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자격이 있단 건 알겠다.”

“후보가 된 것에는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을 테니…….”

“전리품으로 이 새끼 무기를 뜯어 가볼까.”

“???”

아이작은 새까맣게 탄 사이먼의 몸에서 무기를 뜯어왔다.

“캬, 역시 아까부터 느꼈지만 명검이야. 선물로 가져가야겠다.”

“…….”

교황 후보들은 당당하게 가보를 훔쳐 가는 아이작을 보며 말문을 잃었다.

하지만 아이작은 이제부터가 본론이라는 듯 후보들을 보았다.

“자, 그럼 니들도 나한테 할 말 있겠지.”

교황 후보들은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자격을 갖춘 건 잘 알겠다.”

“그 정도로 강력한 성화를 쓸 수 있는 사제라면, 분명 국민을 생각하는 따스한 마음씨의…….”

“방관죄로 위자료나 내놔. 대충 1,000만 달라크씩이면 됨.”

…역시 얜 안 되겠다.

* * *

“뭐? 사이먼이 교황 후보에서 사퇴를 해?”

흑의 추기경은 뜻밖의 보고에 놀랐다.

“어째서?”

그러자 보고하던 가면 쓴 사제가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게, 아이작 에슈아에게 당하고서 부족함을 느껴 사퇴한다고 전해왔습니다.”

“나름 쓸 만한 놈이었는데.”

그러자 사제는 차라리 이게 맞지 않냐는 듯 쳐다보았다.

“교황 후보는 사실 사이먼이 아니라, 각하이시지 않습니까.”

“…….”

사실 다른 추기경들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교황 후보는 흑의 추기경이었다. 규칙의 신이 먼저 제의를 해왔으니까.

단지 흥미가 없어서, 신장의 이름을 대신 넣어달라 했을 뿐.

“그보다, 정말로 아이작 에슈아가 어둠의 각성신을 흡수했다고?”

“예. 다른 신장들도 관심을 가진 듯합니다. 역시, 과제 전에 처리해둘까요?”

“아니. 나도 관심이 생겨.”

“예??”

흑의 추기경의 태도에 사제는 놀란 듯했다.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유아독존의 그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어디 그뿐인가.

“후보는 사정이 생겨서 사퇴했다 그러고, 대신 내가 간다고 해.”

“각하!”

사실 어둠의 각성신을 봉인한 건 그였기 때문이다.

“정체가 뭔지 직접 확인해봐야겠군.”

흑의 추기경은 몹시 흥미롭다는 얼굴로, 아이작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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