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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248화 (248/272)

제248화. 들켰어? (1)

해골왕.

멜리사가 처음 그를 만난 건, 인간의 나이로 14살 때쯤이었을 것이다.

고작 인간 나이 8살에 에슈아에 입양되어, 해골왕이 얼마나 악당인지, 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인지 매일 같이 들으며 자랐다.

-해골왕은 인간을 해하는 마왕이다. 질병을 뿌리고, 인간의 고통을 즐기지.

-몇 년 사이에 그 손에 죽은 인간의 수만 수 만이란다.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해골왕의 존재를 없애야 한다고. 그 존재만 없어지면 세상엔 평화와 질서가 찾아올 것이라고. 성녀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전대 성녀와 에슈아의 가주는 그리 말했다.

그래서 오로지 해골왕을 죽이는 방법만 배웠고, 그를 증오하는 법만 익혔다.

그렇게 세상을 파괴하려는 해골왕을 죽이러 갔는데.

-허어, 내가 먹으려고 양식하던 물고기들을 잡아먹어?

뭐랄까…….

쪼잔한……?

-하, 간만에 봉… 아니, 됐고. 한 마리당 말 열 마리로 배상해. 참고로 니들이 마신 물도 내가 직접 기도해서 깨끗하게 만든 물이거든? 음이온도 넣은 거라 귀한 거야. 그것도 전부 배상하고.

마왕이 누구한테 기도했단 거야?

이거 순 사기꾼 아닌가……?

심지어 나눔한다는 표식까지 있었는데?

-알았으면 부모님한테 가서 돈 받아오렴, 꼬맹아. 싫으면 니들 노동력도 괜찮고.

-착각하지 마라! 나는 네 목을 가지러 온 자다!

-…아? 목?

-그렇다, 해골왕! 인류를 위협하는 사악한 네놈을 처단하러…….

-하, 이 새끼들이 또 핏덩이를 보냈네. 애새끼들한테 관심 없다니까. 꼬맹이들은 노예시장에 팔아먹지도 못하잖아요.

-…나는!

-응, 집에 가서 초코파이나 뜯어 먹어라. 꼬맹아.

…초코 파이가 뭔데?

아무튼 인간들의 숙적이라는 놈이라는 것치곤 이상한 놈이었다.

쪼잔하고, 경박하고…….

-내가 그랬지? 집에나 가라고. 아, 옷만 버렸네.

위험할 때 목숨을 구해주고-

-아오! 제발 꺼지라고! 그냥 그 미로에서 평생 나오지 마라.

자신하고는 절대로 싸워주지도 않으면서-

-이것도 전부 해골왕의 짓이 틀림없어요! 그 쓰레기 같은 놈!

-이런 짓을 할 건 그 새끼밖에 없다고요!

가끔 해골왕에게 걸린 누명을 벗겨주려고 마을 사람들의 오해라도 좀 풀어주려고 하면-

-야, 허튼짓할 거면 그냥 나한테 죽어. 괜히 이상한 데서 목 잘려 죽지 말고.

선대 가주의 말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당황스러웠던…….

이사악.

-네 숙명은 끝났어. 이제 더 이상 나 안 쫓아와도 돼. 자유롭게 살아.

그래서 그 말만 남기고 돌연 인계에서 사라졌을 땐, 이해가 가지 않았지.

아니, 솔직한 마음으로는 당황스러웠다.

마치 죽으러 가는 사람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랬던 녀석이 갑자기 에슈아 가문에 나타나 사악한 저주를 걸고, 인간들을 죽이고, 자신의 자손들에게 지독한 짓을 한다.

그게 믿기지 않아서 겨우 찾아낸 녀석인데, 너무나 변해 있어서…….

-네놈도 저주를 받고 싶어서 꾸역꾸역 기어 왔나?

자신이 알던 그 녀석은 이제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나 싶었는데-

-실은 아이작 놈이 이네스라는 분을 찾으라고 해서요.

그게 아니었던 건가.

사실, 진짜 해골왕은 이미 자신들의 곁에 있었던 건가.

아니나 다를까, 아이작의 볼을 붙잡고 있는 멜리사의 눈이 심각해졌다.

떨리면서도, 동시에 확신하는 눈빛.

“너, 이사악이냐?”

그 확신에 찬 말에, 아이작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시벌, 뭐라고????!!!

뜬금없이 갑자기?

아이작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장난으로 하는 말 같지만, 멜리사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뭐지? 해골왕 잡는 데 미쳐서 이젠 헛것이 보이나? 노망이라도 났어?’

그래서 뭔 개소리냐고 하려 했지만…….

“네가 이사악이었느냐? 그래, 그래서 그 뼈를 먹고도 무사했던 거구나.”

아아아악!!!

시벌, 이 자식, 눈치챘어!! 눈치챘다고!!

[으아아악! 퇴마당합니다! 퇴마! 이제 끝이라고요!]

멜리사의 힘을 아는 위스퍼는 공포에 질렸다. 성녀들 중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리는 그녀의 성력이라면, 위스퍼도 한 방에 사라질 수 있었다.

하물며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강해지지 않았는가!

잘못하면 구마성법으로 소멸…….

소멸……!

아이작의 동공이 드물게 흔들리다 못해, 대륙판 이동이 일어날 정도의 격렬한 지진을 일으켰다.

일라이도 불시에 공격을 당한 느낌인지, 어안이 벙벙해져 멜리사를 보았다.

“이사악이라니? 해골왕??”

아아아악!!!

할부지, 그거 아냐! 아니라고!

그러나 멜리사에게 잡혀 있는 아이작은 차마 비명은 못 지르고 머리만 굴렸다.

데구루루 굴러가는 눈동자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파리처럼 왔다 갔다 했지만,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팽팽 굴러가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이 정도 집중력으로 마법을 썼다면, 평소 실패했던 대마법이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문제는 지금 농담할 상황이 아니란 거지.

‘왜지? 도대체 어떻게 눈치챘지?’

“슈리가 그러던데. 네가 어떤 성녀를 찾고 있다고.”

찌발!!! 낌슈리!!!

그놈 새끼가 원인이었냐!!!!

‘그렇게 다른 사람들한텐 말하지 말고, 혼자 찾으라고 했거늘!’

아이작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이네스 존재 때문에 멜리사가 이러는 거구나?’

동시에 아이작은 상황이 난처해진 듯, 멜리사를 힐끗 보았다.

안 그래도 해골왕한테만 발휘하는 기상천외한 레이더 때문에 자신을 의심하던 녀석이었건만…….

“이사악이지? 그래서 냄새가 나는 거였어?”

찌발 확신하고 있어!!!!

아이작은 멜리사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바닥만 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점점 핏기가 사라진다.

‘어쩌지. 이 녀석한테 들키면……!’

우득.

아이작은 멜리사의 괴력에 의해 몸이 두 동강이 나는 상상을 했다.

아마 척추뼈가 갈대 마냥 부러져서 죽겠… 아냐, 아냐아냐! 지금 멜리사가 문제가 아냐!!

‘청 애들이 얼마나 해골왕에 미친 놈들인데!!!’

이 이야기가 청 전원의 귀에 들어가봐라!

-해골왕? 아이작이 해골왕이었다고?

-해골왕이 우리 집에 있었어?

-지금까지 우릴 속인 거냐?

-도련님이… 뭐라고요?

-가증스럽게… 해골 놈이 우릴 기만해?

릴라이부터 슈리, 벤야민, 해골왕에 미친 셋째와 청의 기사들, 아실리. 그리고 레아…….

-아이작은 내 손으로 죽일 거야.

으아악!!

드래곤도 때려잡는 그 무시무시한 검이 자신에게 날아오겠지!

틀림없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괘씸죄까지 추가되어서 공개 처형! 수백 개의 칼날이 날아와 몸통을 뚫고, 목은 댕강 잘려서 물고기 밥으로…….

“무슨 소리야. 해골왕이라니.”

아아아악!

그렇지! 생각해보니까 가주 놈도 있었구나!

가주 놈은 특히 후계자 놈이 자신을 기만한 것이니까 더 가만둘 리 없구나!

죽으면 부활시켜서 죽이고 또 죽이겠구나!!

[…저기 주인님? 그건 이미 흑마법입니다만.]

하지만 전혀 안 들리는 건지, 아이작은 헉, 숨을 삼켰다.

‘안 된다. 절대 안 돼!’

가주를 본 아이작은 굳은 결심을 했다.

멜리사는 떨리는 눈으로 아이작을 붙잡았다.

“이사악!”

“예, 예! 가모님! 저 이사악이죠!”

“!!”

아이작의 말에, 멜리사와 일라이는 둘 다 놀랐다.

뭐? 이사악이라고?

“근데 이사악이 아니라, 아이작인데요! 철자가 같아도 읽는 법이 다른데!”

“!”

“와, 가모님, 이젠 글자 읽는 법도 잊으셨나 봐요! 빨리 요양원에 가봐야겠는데요!”

[…와, 패륜 보소. 한순간에 조모를 노망 환자로 만드네…….]

그러나 아이작은 미소를 지으며 멜리사를 보았다.

‘자, 어떠냐!!! 이러면 의심 못 하겠…….’

“이름이 같아서, 이 몸에 태어난 거였구나?”

“???!!”

멜리사는 오히려 완전히 납득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모든 의문이 해결되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어서, 마음 한구석으로 부정하고 있었는데. 그런 거였어.”

아아아악! 아니라고!

오히려 더 확신을 줘버리고 만 아이작은, 미치고 환장하겠다는 듯 데굴데굴 구를 기세였다.

하지만 멜리사는 그런 아이작을 보며 아차, 뭔가 떠올린 듯했다.

“그럼 가문에 저주를 건 녀석은 누구지?”

누구긴! 가짜 새끼지!

“가문에 저주를 걸고, 이 몸으로 도망친 건가?”

아니라고!

그놈이랑 연관 없다고!

하지만 그걸 말하자니, 정체를 밝혀야 하고!

아니, 애초에 그걸 떠나서 해골왕이 성녀 가문에 태어난 것 자체가 문제다.

제 목이 댕강댕강 잘려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아이작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미치겠네.’

그리고 그럴 때였다.

“…멜리사?”

철렁.

가주의 목소리에, 아이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일라이는 이건 도대체 뭔 소리냐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설명 좀 해보라는 얼굴이다.

“갑자기 뭔 소리야?”

아이작은 초조한 듯 보았다

막아야 해……!!!

* * *

베리트 가문이 소란스러웠다.

“뭐? 아이작 에슈아를 교황 후보로 공식 인정한다고 했다고요?”

베리트 가문의 혈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그들은 이번 일에 바짝 집중하며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에 교황의 자리까지 놓치면 어쩌겠단 말이오!”

“심지어 키나는 아이작을 교황으로 추천하려 한다는 말도 있던데!”

“히레이는 이 중요한 상황에 어딜 갔고!”

베리트 일족은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금의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관여를 해야, 아이작이 사라지고 키나가 안정적으로 자리에 오를 텐데.

갑자기 뭐가 더 중요한 건지, 콘클라베에 나타나지도 않고 사라지고!

“청에 교황의 자리를 빼앗기면, 두 번 다시 못 돌아올 수도 있어!”

“교황을 배출하지 못하면, 우리 가문이 어찌 되겠나.”

“아이작 에슈아에게 독이라도 먹입시다.”

그 난리들에 아버지 대신 가주 자리에 앉아있는 키나의 동생, 카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흑을 이용하죠.”

“흑을? 그래, 흑을 이용하면 되겠구나!”

그 반응에 카인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설마, 어둠 각성신을 흡수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평소 사근사근하게 웃는 카인은, 오늘만큼은 몹시 차가운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마치, 아이작처럼 수없이 긴 시간을 살아온 자의 것과 같았다.

‘아이작,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지?’

능력은 확실한 녀석이라 눈여겨보는 놈이었다. 하물며 하필 해골왕의 뼈도 먹고 무사했던 놈이라,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신이 정성 들여 빚은 놈이란 것 외엔 보이는 게 없었다.

더 가까이 가면 이쪽도 좋은 건 없어서, 저택에서 은거를 하며 거리를 두는 상황이었고 말이다.

오히려 키나 못지않은 인재라, 자신에게 도움이 될 녀석이라 생각해 아끼고 있던 참이었건만.

심지어 키나도 키나다.

‘아이작을 찍어누르고 교황 자리를 차지해도 모자란 판에.’

상황이 그쯤 되자, 카인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뭐, 제아무리 후보들이 대단해도 이것 앞에서는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겠지.

“할 수 없지. 네가 나서는 수밖에.”

카인은 어둠 속에서 형태를 드러내는 해골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그건 다름 아닌, 해골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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