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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249화 (249/272)

제249화. 들켰어? (2)

가주의 시선에 아이작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러니까 들켜? 가주한테?

해골왕이라는 사실을?

만약 그리되면… 추기경의 성법에 소멸…….

‘소멸!’

순간 아이작의 눈이 번쩍 뜨였다.

멜리사한테는 뼈가 부러져서 죽을 것이고, 추기경들한테는 다른 의미로 죽을 것이다.

그래, 적의 추기경은 혀부터 뽑아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고문을 할 것이고, 흑의 추기경은 산 채로 술법 재료로 만들 것이며, 백의 추기경은 사람 뼈를 쏘옥 뽑아서 신수들한테 핥아먹으라고 던져주겠지!

[…저기, 그건 이미 흑마법이지 않나요?]

하지만 아이작은 듣지도 않았다.

‘시바, 이게 몇 개나 되는 광역 어그로야.’

하다못해 추기경들뿐만이 아니었다.

에슈아는 물론, 성기사들에 다른 이들까지.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드래곤들은 물론, 마도제국 놈들은 다른 의미로 눈깔이 돌아서 달려올 것이다.

제발 자기네 수호신이 되어달라며 납치해 가겠네.

심지어 일라이 에슈아? 어디 저놈이 그냥 추기경인가? 저놈은 무려 마족 퇴마의 끝판왕 신앙의 우두머리였다.

‘죽으면 살리고, 죽으면 또 살려서 무한 퇴마를…….’

[아니, 그러니까 그거 흑마법이라니까요?]

어쨌거나 죽는다고!

저 인간 성미로는 사지 찢겨 죽어!

솔직히 내가 마왕이라 어지간한 놈들은 꿀벌 마냥 귀엽긴 한데, 추기경 놈들은 말벌 정도는 돼! 노예로 써먹기도 힘들다고!

그러나 정작 일라이는 한숨을 쉬었다.

“멜리사…. 아무리 해골왕에 대한 미련이 남았어도, 아이작한테 해골왕이라니. 마음은 알겠지만,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 말에 아이작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치?! 네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지?!

“마왕이 저리 돈에 미친 경박한 놈일 리 없잖아.”

“…….”

“저딴 놈이었으면 마족은 진작 망했어.”

“?!”

…뭔가 굉장히 잘못된 것 같지만, 다행이다!

아이작이 안도의 한숨을 쉬려 하자, 멜리사가 그런 심한 말이 어딨냐는 듯, 뭐라 하려 했다.

“일라이, 너는 직접 안 봐서 모르겠지만, 이사악과 똑 닮았…….”

“으아악!!”

손을 뻗으며 비명을 지른 아이작이 급히 멜리사를 붙잡았다.

“교황!!! 가짜 교황이었던 브루티오는 지금 감옥에 있는 거죠? 그쵸, 가모님?”

“응? …그래, 헛짓거리 못 하게 내가 가두긴 했다만…….”

그럴 때였다.

벌컥.

“아, 두 분 다 여기 계셨군요.”

“!”

교황청 빈 서재로 릴라이가 들어왔다. 예복을 입고 있는 걸 봐선 황궁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교황 선출 과제 건으로 어머니께 요청이…….”

멜리사는 잘됐다는 듯 릴라이를 반겼다. 아무래도 냉소적인 일라이보단 릴라이가 훨씬 믿어줄 것 같다는 것일까.

“릴라이. 들어봐라, 중요한 이야기다. 아이작이…….”

“으아와아악!!!”

아이작은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며 릴라이에게 달려갔다.

“그러고 보니, 숙부님!!!”

“응??”

그는 멜리사가 헛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화제를 돌려버렸다.

“교황 선출 과제가 해골왕을 잡는 거였죠?!”

“어, 어어 그래…. 안 그래도 그 건으로…….”

“와!! 해골왕 잡아야죠! 그래야 교황이 될 수 있죠!”

“어? 하지만 해골왕은…….”

“가모님은 못 보셨겠지만 분명 서품식 때 나타나서, ‘절 납치’했던 녀석이죠? 분명 ‘그놈’이 절 데리고 갔고, 할아버지가 ‘둘 다’ 처리하려고 했죠?”

아이작은 일부러 강조해서 또박또박 말했다.

해골왕과 자신이 함께 있었다는 걸 상기시키려고, 그래서 해골왕과 자신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지시키려고.

그리고 뭐, 솔직히 다른 놈인 건 맞지. 성녀 레이더를 가진 멜리사는 자신이 해골왕이라 확신하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러길 바라는 건가?

아이작의 말을 어찌 알아들은 건지, 곧 멜리사가 싸늘하게 일라이를 보았다.

“아이작도 처리하려고 했다고……?”

“아니. 그때는…….”

일라이가 내심 땀을 삐질 흘렸다.

그때, 릴라이가 몹시 곤란해하며 답했다.

“아이작, 아무리 교황 선출 과제라지만, 다들 해골왕을 잡는 것까진 기대도 안 할 거다.”

“!”

물론 아이작이 교황이 된다면야, 청과 에슈아의 유례없는 부흥기가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해골왕은 너무 강력했다.

괜히 인간 진영 전체가 놈과 싸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것이 아니다.

“물론 놈이 모습만 드러낸다면, 청은 언제든지놈의 사지를 찢을 준비가 되어 있다만.”

“……!”

해골왕의 이름 하나에 릴라이의 눈빛이 바뀌었다. 흡사 지킬과 하이드 박사처럼 광폭해진 눈빛에, 아이작은 땀을 삐질 흘렸다.

‘시바…. 걸리면 진심 죽겠네.’

“아무튼. 교황 후보들은 해골왕 말고, 다들 진마를 노리는 듯하더구나.”

진마라고?

그 말에 위스퍼는 몹시 좋아했다.

[와, 그거라면 이쪽은 샤브나크를 바치면 끝나는 거 아닌가요? 캬, 그러죠! 샤브나크 하나 팔아치우는 걸로, 저도 이제 탱자탱자 놀고 먹…….]

‘니 새끼를 바치는 게 빠르겠구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곧 아이작이 릴라이에게 말했다.

“교황이라면 진마 따위가 아니라 해골왕을 잡아야죠. 하물며 청이라면 더더욱.”

그러자 릴라이가 곤란한 듯 말렸다.

“위치를 모르지 않느냐.”

그는 아이작이 괜히 위험해지지 않길 바라는 기색이었지만, 아이작은 픽 웃었다.

“아뇨? 위치 아는데요?”

“?!”

그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심지어 멜리사도 놀란 듯했다.

“해골왕의 위치를 안다고?”

괜히 해골왕에 미친 가문이 아닌 걸까. 그 이름이 나오자마자 모두의 눈빛이 바뀌었다.

“해골왕의 위치를 어떻게!”

“어떻게긴요. 사피엔에게 해골왕의 추적을 맡겼거든요.”

“…하지만, 그건 해골왕의 육신이 있어야 가능할 텐데!”

릴라이의 말에 멜리사는 뭔가 깨달은 듯, 새하얗게 질렸다.

“설마 네 뼈를 뽑아준 거냐!”

경악하는 어머니의 말에 릴라이는 어리둥절해졌다.

“…응? 예? 응? 아이작의 뼈를 왜 뽑아줍니까?”

“아, 그건…….”

아니, 시바. 아니라고!!!! 멜리사아- 조옴!

아이작은 필사적으로 말을 돌렸다.

“시, 실은 수련 여행 중에 우연히 해골왕을 만나서요. 숙부님들의 저주를 풀어드리고 싶어서 찾아나섰거든요.”

“뭐라고?!”

더욱 놀란 듯, 그들이 아이작을 보았다.

세상에, 평생을 해골왕을 찾아 헤맨 자신들도 못 봤는데?

그보다, 해골왕을 만나고도 살아남았다고?

다들 대단하다는 눈빛이었지만, 릴라이는 불같이 화를 냈다.

“어찌 그런 위험한 짓을!”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다.

‘내가 만났으면 벌써 조졌지. 시바.’

그걸 가져온 건 샤브나크였다. 가짜 해골왕을 추적하다가, 신성제국 인근에서 가짜 해골왕을 가까스로 만났다는 샤브나크는 이렇게 말했지.

-그게, 조금 기묘합니다. 마치 누군가가 소환시키는 것 같은 모습이더군요.

소환이라고?

누가 그 새끼를 소환하는데?

-일단, 추적 마법을 걸 수 있을 만한 걸 습득했습니다.

자신의 충실한 부하는 그 와중에 용하게도 놈의 일부를 가져왔다. 바로 가짜 해골왕의 옷자락과 잔해 일부였다.

그리고 그거면 충분했다.

“사피엔한테 추적을 맡겼고, 오늘 결과가 왔거든요.”

뭐, 실은 자신이 직접 추적 마법을 걸었지만. 자신이 마법을 쓴단 말은 할 순 없으니까.

[왜 드래곤을 안 시키셨습니까? 결혼당할까 봐요?]

‘…아니. 다른 이유다.’

[예?]

‘그 가짜 해골왕의 잔해라는 게, 내 거거든.’

[예?!]

그게 뭔 말이냐는 듯 위스퍼가 당혹스러워했지만, 아이작은 가증스럽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샤브나크가 가져온 건, 해골왕의 망토 자락이었다. 그리고 아이작 정도면 그것만으로도 여러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이 옷의 성분.

그리고 이 옷에 닿아있던 것의 성분.

그래, 예를 들면 가짜 해골왕에 대해서라든가.

‘그 자식, 내 힘을 가지고 있어.’

[예? 그러면……!]

‘직접 봐야 알겠지만, 분명 누군가가 내 육신을 이용해 해골왕을 만들어냈든가, 기존의 스켈레톤한테 내 힘을 심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

하지만 더 의아한 건 다른 것이었다.

‘왜 이 망토 자락에서 청의 여신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뭔가 연관이 있나?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 망토 자락도 사실 내가 쓰던 물건이거든? 사피엔이라면 절대 안 돌려줄 것 같았어.’

실제로 에슈아에 보관되어 있던 해골왕의 물품을 줬더니 무지 좋아했다.

아니, 그게 무지 좋아하는 수준이면 귀엽기라도 하지.

‘그 하악거리는 꼴을 또 어찌 보냐…….’

“아무튼, 대충 예상 가는 지점은 있어요. 멀어서 문제지만요.”

릴라이는 바로 말했다.

“그럼 함께 가주마.”

아이작은 화들짝 놀랐다.

“아뇨! 저 혼자 갑니다.”

“가뜩이나 위험한 존재인데, 혼자 간다니? 더 위험하다!”

“괜찮아요, 이미 준비는 시켜놨거든요.”

그때, 타란블룸이 아이작 앞에 나타났다.

일라이는 저 녀석은 왜 또 저기에 있냐는 얼굴로 보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타란블룸은 아이작을 누군가와 연결해주었다.

[야! 어디야! 해골왕 잡으러 간다고 출정 준비해 놓으라며!]

연결된 상대는 바로 슈리였다.

심지어 가주의 신수를 당당히 본인 통신구로 쓰는 광경에 일라이는 몹시 기가 찬 듯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해골왕을 잡으러 간다니.’

이건 말려야 한다. 진마와는 상황이 달랐다.

그런데 뜻밖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너, 진짜 해골왕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목적지를 말해줘야 네가 말한 신수들을 구해올 수 있어.]

“어. 결과가 오늘 나왔거든.”

아이작은 자신만만하게 품속에 있던 가짜 놈의 잔해를 만졌다.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추적 마법도 몇 주일은 걸렸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그 해독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그래? 어딘데?]

마법의 결과를 해독하는 아이작은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어…. 거기.”

[뭐?]

“거기. 에슈아 저택이라고.”

[…뭐?]

그 순간, 신수 너머로 슈리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슈리뿐이 아니었다. 굉음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도 터져 나왔다. 멜리사도, 릴라이도, 가주도 크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해, 해골왕이! 에슈아 저택에!]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해골왕이 에슈아 저택 안에 나타났다고? 이건 약 80년 전, 에슈아 저택에 들어왔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 아닌가.

그래! 에슈아 일족에게 저주를 걸기 위해 쳐들어왔던 그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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