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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없앨 예정인데요-255화 (255/272)

제255화. 진짜 불멸왕의 힘 (3)

“캬, 시원했다.”

아이작은 슥슥, 성물을 다시 착용하기 시작했다. 마력을 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성직자 로브며, 장신구들 일체였다.

그럼 짝퉁 놈은 어쨌냐고?

그놈은 일단 지옥불에 쳐넣었다.

“명색이 내 몸으로 만들어진 놈이니까. 녹는 데 오래 걸리겠지.”

어떤 영혼이 그 몸에 들어가 있었던 건지는 모르지만, 짐작이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마법 구사력을 보면, 일단 마족이긴 했다.’

마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10계위 마법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그래봐야 레벨 10짜리 마법사를 레벨 99짜리 고인물 몸에 처넣은 꼴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랬기에 똑같은 마력과 마법을 구사하더라도 자신한테 발릴 수밖에 없었던 거다.

‘레벨 1부터 키워온 본주인이랑, 갑자기 만렙 캐릭터를 얻은 놈하고 똑같겠냐.’

영혼의 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짐작컨대, 대충 청에 원한이 있던 마족이 아닐까? 이를테면 옛날에 청에게 퇴마당했던 마족이라든가.

‘실베스테르, 그놈이 할 만한 짓이긴 하지.’

치졸한 새끼.

그때, 위스퍼가 괜찮냐는 듯 물었다.

[교황 선출…. 콘클라베 과제를 위해선 전리품이 필요할 텐데, 통째로 지옥에 보내버리셔도 괜찮나요? 인간들은 거기 못 들어갈 텐데요.]

“전혀 문제없음. 이것만 있으면 되거든.”

[!]

아이작은 푸흐흐 웃으면서 손을 펼쳤다. 그러자 아이작의 손 위에서 정육면체의 빛이 나타났다.

성스러운 빛 안에는 낯익은 물체가 들어가 있었다.

[이건!]

바로 두개골, 해골왕의 머리였다.

아이작은 바로 이거라는 듯 초승달 눈으로 웃어댔다.

“그래! 대가리! 이것만 있으면 해골왕 잡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지!”

[오오!]

그는 개꿀이라는 듯 악랄하게 웃었다.

“캬아, 실베 놈. 이렇게까지 날 구현해놓다니! 뭐, 나보다 좀 못생겼지만, 뭐 어때? 이건 내가 교황 되는 데 잘 쓰겠다.”

아이작은 큭큭 웃으며, 멜리사에게 받았던 로자리오를 해골왕의 머리에 둘둘 감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훔쳐 가려 할 수 있으니, 그럴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멜리사 정도의 힘이면, 실베 놈도 수작을 못 부리지.”

교황들이 두려워하던 건 성녀였으니까.

왜 베리트가의 꼬마 행세를 하며 음흉하게 숨어 있는지는 안 봐도 훤하다.

두개골을 봉인한 아이작은 마치 담배 냄새를 없애듯, 몸에 남은 마력을 재빨리 소멸시켰다.

“빨리 흔적부터 없애야지. 애새끼들이 몰려 오기 전에 처리 안 하면 큰일난다.”

이만한 사건이었다. 아마 지금쯤 냄새를 맡은 추기경들과 드래곤들이 에슈아 저택으로 몰려오고 있겠지.

아니, 어쩌면 제국 밖에서 움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짝퉁이어도 역시 주인님의 몸은 주인님의 몸이네요. 마력 방어하시느라 고생했습니다.]

몸에서 삐죽 나와 있는 위스퍼는 원래의 모습보다 굉장히 쪼그라져 있었다. 그 콩알만 한 모습을 보니, 얼마나 마력이 소비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혹시나 싶어서 놈의 마력까지 먹어 치워가며 모았는데.’

그걸 다 쓰다니.

“역시 위력은 센데 아직 키우려면 멀었구만, 이 몸뚱이.”

[자연적으로 회복하려면 몇 년은 걸리지 않나요? 당장 마족 사냥이라도 갈까요? 주인님을 미끼로 끌어모아서 죄다 산 채로 죽이죠!]

하 잔인한 새끼.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이젠 동족상잔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구나.

“아니. 더 좋은 방법이 있어.”

[뭡니까?]

“어둠 각성신 덕분에 마력을 성력으로 바꿀 수 있잖아? 그럼 성력을 마력으로 바꿀 수 있지 않겠어?”

[오!]

“성력은 에슈아 놈들한테 뜯어내면 되겠지.”

아이작은 잠들어있는 에슈아 사람들을 보며 크흐흐 웃었다.

성녀 핏줄들이 얼마나 성력이 넘치는지, 다른 놈들은 꿈에도 모를 거다. 제 힘을 다 못 쓰는 놈들이라, 아는 건 자신뿐이니.

“뭐, 저놈들로 모자라면, 형법이도 있고.”

[그 꼰대 신이 줄까요?]

“그놈은 줄 수밖에 없어.”

[예?]

아이작은 대답 대신 어딘가를 보았다.

거기엔 건물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기사 둘이 있었다. 짝퉁 놈이 소환했던 적가의 상급 기사들이었다.

“적을, 처리.”

“적을, 처리한다.”

세뇌에 걸려 있는 그들은 소환자가 사라지자, 건물을 적으로 간주하여 머리를 쾅쾅 박는 듯했다.

아이작은 그들에게 다가가 양손으로 머리통 두 개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모든 상태이상 해제>.

팟!

거칠게 잡은 머리통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강력한 마법으로 강한 세뇌를 풀어낸 것이다.

동시에 눈이 풀려 있던 기사들의 눈빛이 돌아왔다.

“어, 어어?”

쓰러진 그들은 주변을 살폈다. 그러곤 마주한 아이작에게서 청색을 본 순간-

“청의 사제!”

그들은 바로 경계하듯 검을 뽑으려고 했다. 아무래도 청과 사이가 안 좋은 시절, 그러니까 신앙 전쟁 시절의 기사들인 듯했다.

아이작은 가증스럽게도 선량한 성자처럼 웃어 보였다.

“경계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들의 아군입니다.”

“뭐?”

“이 붉은 신앙의 성물이 그 증표입니다.”

그는 팔에 두른 형법의 신의 붉은 성물을 내밀었다.

아무리 사이가 나쁜 놈들이라도, 자신들 신앙의 주신을 보면 아군으로 여길 수밖에 없지. 아이작은 형법의 신을 소환했다.

“자, 보십시오. 제가 형법의 신을 부를 수 있는 게 그 증거…….”

그러나 미동도 없다.

형법의 신이 나오지 않는다.

[이 새끼, 나올 생각이 전혀 없나 본데요?]

빠직.

이 시바 놈이.

곧 적의 기사들이 사기꾼 보듯 아이작을 보자, 아이작은 뒷목을 잡았다. 그러더니 쓰러져 있는 릴라이의 허리에서 검을 뽑았다.

스릉.

“역시 적가의 대를 영원히 끊어주지.”

“?!”

그 검이 위험천만한 곳을 향하려고 하자, 붉은 성물이 다급하게 빛을 내더니 곧 형법의 신이 뾰롱,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작의 등 뒤로 신이 나타나자, 적가의 기사들은 뒤로 넘어졌다. 그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저 문양은 혀, 형법의 신?!”

“어떻게 우리의 주신께서!”

“네놈은 청가 사람이 아니었던가?”

아이작은 마치 도를 전달하는 사람마냥 양손을 펼치며 웃었다.

“저는 두 분을 해골왕으로부터 구해낸 것입니다. 후후후.”

적가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시에 그들은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흐린 의식 속에서… 누군가가 해골왕을 잡는 듯한 어마어마한 신성력을 보긴 했는데.”

“설마, 그게 그대였던 것인가?”

아이작은 입꼬리를 히죽 올렸다.

그래, 이거다!

“해골왕을 잡다니! 청이 해냈단 말인가!”

“노노노, 정확히는 제가. 이 아이작 에슈아가.”

“아이작 님이 해골왕을 잡았군요!”

기사들의 환호에 아이작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으히히히 귀에 걸렸다.

후후후후, 이걸로 증언자도 만들었다.

‘애들을 다 재워가지고 어찌하나 싶었는데. 후후후후후.’

[주인님, 표정! 표정!]

아이작은 얼른 다시 성자 미소로 돌아왔다.

“실례지만, 그래서 어쩌다가 해골왕에게 잡혀 계셨던……?”

“아, 실은 해골왕 토벌전에 참가했다가, 해골왕에게 납치를 당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그럼 대충 80년 전에 납치를 당하신… 이라고 해도 모르시겠구나.”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살던 시기의 황제가 누구였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80년 전이면… 대충 베리우스 황제시겠네요?”

“응? 베리우스…? 그게 누구시지?”

“누구긴요. 우리 신성제국, 헬라의 위대한 황제시죠.”

“엥? 황제 폐하는 세베루스 폐하가 아니신가?”

아이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신성제국의 역대 황제들을 머리에 그리던 아이작은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갔다.

자신이 알기로 그 이름을 가진 황제는 역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세베루스라면… 걔는 160년 전… 황제…….’

[160년 전이면 짝퉁이 있기 전 아닙니까?]

‘그래…. 그때면 짝퉁이 아니라 내 시대…는, 시바!!!’

기사들을 보던 아이작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잊고 있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으아아악! 그러고 보니 이 새끼들! 내가 해골왕 때 납치한 애들이잖아아!!!’

[아. 그러고 보니…….]

생각해보니 자신이 신계에 있을 때였나. 그때 성직자들을 이용하려 몇 마리를 납치했던 거 같다. 옷 무늬가 특이하다며 대충 골라잡았었지.

그런데 하필 그 직후에 벌레 안에 빙의되는 바람에 꺼내주지를 못했구나!

[오. 그게 그대로 아공간에 있었던 거군요? 짝퉁 놈이 그걸 빼서 쓴 거고요.]

그래!

사실을 깨달은 아이작은 뒷목을 잡았다.

하지만 그 진실을 알 리 없는 적가의 기사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아이작을 보았다.

“감사합니다!”

“저희를 납치해간 더러운 해골왕을 처리해주셔서!”

아이작은 땀을 삐질 흘렸다.

어… 음. 사실 니들을 납치한 건 나지만, 뭐…크흠. 모르는 게 약이지.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래서 실례지만… 적가 소속으로 보이시는데.”

구해낸 놈이 별 볼 일 없는 신분이면, 사실 도움은 크게 안 된다.

물론 구해준 것만으로도 자신의 이름은 올라가고 적가에게 빚을 지게 할 수 있지만, 천하의 공작가가 아닌가. 어지간한 사람으로는 소용없었다.

‘상급 기사로 보이니, 방계 정도… 아니,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 공작에게 직접 작위를 받은 놈만 되어도…….’

“저는 카루스 세페트. 공작의 차남입니다. 이쪽은 제 고모시고요.”

[차남? 직계 놈 아닙니까??]

뒷짐을 진 아이작은 보이지 않게 불끈 주먹을 쥐었다.

‘굿! 160년 전의 직계!’

역시 내 눈!

납치를 해도 월척 놈을 납치했구나!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선, 무려 아이작이 적가의 선조님을 구해준 셈이다.

그런 만큼 아이작은 큭큭 웃을 수밖에 없다.

‘짝퉁 놈, 이런 좋은 걸 주고 가다니!’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적가의 선조들은 아이작을 찬양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작 님!”

그 광경에 형법의 신은 좌절했다.

‘종자들아…. 아니다. 그놈이 바로 니들을 납치했던 해골왕이다…….’

하지만 차마 말은 못 하는 형법의 신이 아이작을 우려하듯 보았다.

[해골왕 너. 이러고도 벌을 안 받을 것 같냐.]

아이작에게만 들리는 목소리였다.

[신들의 힘을 잘 알지 않느냐. 정예군이 쳐들어와서 널 잡으려고 하면…….]

그러자 아이작은 같잖다는 듯 형법의 신을 보았다.

허어, 군대?

‘왜이래. 그 정예군이란 걸 끌고 와서 항복한 게 바로 너잖아. 당시 전대 마왕을 잡고 신계에서 가장 촉망받던 젊은 신 놈아.’

[윽.]

‘내 힘은 네놈이 제일 잘 아는 거 아니었나?’

형법의 신은 눈을 질끈 감았다.

뭐, 그건 맞다.

쉽게 당할 놈이 아니지.

하물며 그때와 다르게 성자의 몸을 가진 아이작은 더 강해지지 않았는가.

하지만 소름 돋는 건, 아직 이게 백프로의 힘이 아니란 것이다.

그리고 더 소름 돋는 건…….

“이제 이걸로 내가 최고 점수야! 다른 놈들이 진마를 잡아봤자 해골왕은 못 이긴다고! 캬캬캬컄! 이제 내가 교황이다!”

…그래. 저딴 게 교황 후보란 거지.

하지만 아이작은 그뿐이 아니라는 듯 웃었다.

“이것 봐라.”

아이작이 내민 푸른 결정에 적가의 기사들은 깜짝 놀랐다.

“오 그건!”

“청의 여신의 힘이 아닙니까!”

아이작은 성자처럼 웃었다.

“짜… 아니, 해골왕 놈이 청의 여신의 힘을 뽑아놓고 있더라고요.”

아마 그걸로 에슈아를 멸망시킬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이거면 청도 모든 힘을 쓸 수 있지. 게다가 짝퉁 놈을 지옥불에 처넣었으니, 놈의 마력핵도 곧 녹을 거다.’

그거면 이제 청 애들의 저주도 풀어줄 수 있다.

‘청의 여신도 이제 잔소리 못 하겠…….’

[그래서? 그 청의 여신은?]

“뭐?”

형법의 신이 아이작을 힐끗 보았다.

[청의 여신. 그 마력핵에 갇혀 있다지 않았냐?]

“……”

[……]

“……….”

아이작은 비명을 질렀다.

시바!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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