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혼 전 무한 캐시백 당첨-12화 (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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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몸매 1등

[언급하셨던 그 변호사요. 동탄이라고 하셔서 경기지방변호사회 소속 중에서도 동탄 근처에서 개업했을 법한 젊은 남자 변호사를 모두 살펴봤습니다. 이름과 사진을 함께 이메일로 첨부해서 보내드렸으니 한번 검토해주십시오.]

김지영 변호사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메일함을 열어봤다. 예상보다 후보자가 많이 없네. 한명 한명 차례대로 얼굴을 훑어봤다.

너 여기 있었구나.

수건으로 아랫도리만 가리고 날 맞이했던 변호사는 의외로 쉽게 찾았다.

가르마가 아주 특이한 녀석이었다. 오대오 중간 가르마였다. 첫눈에도 보면서 좀 웃긴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건 빠를수록 좋지. 김지영 변호사에게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이름 김정민입니다. 사진 보니까 바로 알겠네요.]

30분쯤 후에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접니다. 이렇게 빨리 답장을 주실지 몰랐습니다.]

[제 일인데 최대한 서둘러야죠.]

[저도 그래서 좀 서둘러봤습니다. 내일 토요일 시간 나시죠?]

[전 괜찮습니다.]

[김정민 변호사 사무실에 고객으로 가장해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장사가 영 신통치 않나 보더군요. 토요일도 상관없으니 언제든지 상담 환영이라면서요. 동탄 경찰서 조사도 내일로 정했습니다. 내일 한꺼번에 해결하도록 하시죠.]

그래 이거지.

시원시원하네.

그 화려한 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남자스러움이 마음에 들었다.

안 그래도 장모 사건도 있고 해서 월차를 쓰면 눈치가 보인다. 이기수 부장이 얼마나 쪼아댔을지.

따로 월차를 쓰지 않고 토요일을 이용해서 한큐에 정리하면 나한테는 정말 고마운 일이다.

역시 참 일을 잘해.

[정말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 평일에 월차를 쓸까 어쩔까 고민 중이었습니다.]

[담당 형사가 굉장히 귀찮아하는 말투였습니다만 제가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수완이 아주 좋으시네요.]

이럴 때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제가 변호사를 많이 만나본 건 아니지만 주변에 누가 일이 터지면 무조건 김 변호사님을 찾아가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겠습니다.]

[하하하. 감사하네요.]

그러고 보니 웃음소리는 처음 듣네.

엄청난 미인인데 이 정도로 자기 외모를 활용 안 하는 사람도 드물 듯싶다.

그 점이 또 장점이기도 하고.

[그럼 내일 김정민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뵙겠습니다.]

[네. 내일 뵙죠.]

**

동탄은 좁아터진 곳이다.

별다른 특징 없는 경기도의 전형적인 신도시.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엉뚱하게 동탄으로 연관 검색하면 동탄 ‘미시’가 뜬다.

왜 그런가 했더니 동탄 젊은 주부들의 복장 때문이었다.

하긴 나도 마트 같은 데 가면 몇 번씩 놀라긴 했지.

뭐랄까.

노출이 심한 것도 아닌데 묘하게 색기가 넘치는 삘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돌이켜보니 이지영이 그 선두 주자였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산다고 광고라도 하는듯한 편안함, 결정적으로 남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세한 허술함이 첨가되어 있었지.

물론 몸매가 뛰어난 여자가 입어야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바로 이지영이었다.

늘씬함과 볼륨감이라는 공존하기 힘든 모순점을 완벽하게 극복한 케이스.

얼굴도 얼굴이지만 몸매 하나만큼은 진심으로 동탄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자였다.

맨날 싸우던 기억이 난다.

‘너 그렇게 입고 나갈 거야?’

‘왜? 이게 어때서? 날씬해 보이잖아.’

‘너무 몸에 딱 붙는데.’

‘그래서? 지금 누가 볼까 질투하는 거야? 왜 사람 옷 입는 것까지 간섭하고 그래? 남자가 쪼잔하게.’

안 그래도 눈에 확 띄는 외모에다 그렇게까지 입고 동탄을 누비고 다녔으니 내가 함께 있음에도 남자들이 대놓고 훑는 건 예사였다.

그런 남자를 옆에 둔 여자는 당연히 자기 남자를 혼냈고.

이지영은 그 장면을 보면서 웃으며 지나갔다.

내 가정뿐만 아니라 남의 가정도 여럿 들쑤신 셈이구나.

참 여러모로 피곤한 여자였다.

김정민이라는 변호사도 어떻게 꼬셨을지는 안 봐도 훤하다.

동탄 하면 사람들은 아파트밖에 없을 거라고 착각하지만 그래도 나름 있을 건 다 갖추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도 물론 있다. 5층 상가 건물 2층에 변호사 김정민이라고 떡하니 써 붙여 있었다.

우우웅. 우우웅.

[네. 저는 도착했습니다.]

[오른쪽 흰색 차예요.]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이미 차를 길가에 대놓고 있었다.

김지영 변호사가 차에서 내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아니면 동탄 땅 아래로 무슨 수맥이 흐르는 건지.

여자가 동탄권에 오면 더 섹시해지는 마법진이라도 어디 그려져 있을지도 모르겠네.

복장이 굉장히 낯설었다.

결혼식에 다녀온 건 아니고. 그렇다고 클럽에 갈 것도 아닌데.

뭔가 좀 애매하면서도 처음 만났을 때 보다는 확실히 달라졌다.

대담해졌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자유분방해졌다고 해야 할까. 그때는 사무실이었고 지금은 밖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칭찬이라도 굳이 외모나 패션에 대해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생님은 요즘 어디서 지내시나요? 아파트가 이지영의 명의로 바뀌고 나서 지낼 곳은 구하셨습니까?”

“서울에 고시원을 구했습니다. 저도 서울에서 오는 길입니다.”

“그러셨군요.”

“그럼 들어가실까요?”

“잠시만요. 제가 오면서 생각해봤는데요. 아무래도 저 먼저 혼자 들어간 후에 선생님은 나중에 들어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왜요?”

“별건 아니지만, 처음에는 방심하게 만들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들이닥치는 거죠.”

그것도 괜찮네. 변호사 말대로 하는 게 좋겠어.

“그렇게 하시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근처에서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도록 전화기를 쥐고 대기했다.

띠링. 20분도 안 돼서 문자가 도착했다.

[들어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어떻게 오셨어요?”

“김정민 변호사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네? 오늘 추가로 오신다는 분은 없었는데요. 변호사님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직원이 한 명뿐인 작은 사무실이었다.

원래 오늘 출근하는 날도 아닌데 우리가 온다고 해서 별도로 나온 듯싶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누군가와 걸어 나온다.

“어서 오십시오. 오신다고 말씀 들었습니다. 김정민입니다.”

사람 많이 상대하는 변호사면서 그렇게 눈썰미가 없어서야. 얼굴을 잘 기억해야지.

김정민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권한다.

굳이 악수까지 나누고 싶은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서지오입니다.”

내 이름도 모르려나?

녀석이 뻘쭘하게 손을 다시 가져가더니 어색한지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들어가시죠. 사모님이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모님? 무슨 스토리를 꾸며서 김정민을 만나나 했더니 부부였나?

“앉으시죠.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두 분과 함께 상담을 나눠보도록 할까요.”

내가 누군지 전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오늘은 바지를 입고 계시네요.”

“네?”

놀람과 당황이 뒤섞인 표정으로 몇 초쯤 멍하니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댁은 그. ···. 이지영.”

“네. 맞습니다. 오랜만입니다. 내 아파트에서 보고 이게 얼마 만이죠. 동탄 바닥이 좁긴 좁군요. 이렇게 또 마주칠 줄이야.”

“그럼 이 여자분은?”

“저도 지영입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김지영 변호사입니다. 경기지방변호사회 소속이시더군요.”

김지영의 입에서 ‘경기지방변호사회’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적잖이 당황한다.

“경기지방변호사회는 회장님이 아주 깐깐하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요.”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김정민이 문을 열고 최대한 침착하게 직원을 부른다.

“저기. 오늘 중요한 손님이 오셔서 그만 퇴근하세요.”

“정말이요?”

“네. 월요일 날 뵙죠. 안녕히 가십시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직원까지 조기 퇴근시켰다.

“휴우우우.”

굉장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담배 한 대 피워도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저는 담배 연기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나중에 따로 피워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지영 변호사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전처분. 아니지. 이혼 아직 안 하셨죠?”

“예.”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전 이제 그 이지영이라는 여자와 저어언혀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 후로도 만난 적도 없고요. 단 한 번도요.”

상관없음을 굉장히 강조한다.

“그래도 이미 만났던 건 사실 아닙니까.”

“변호사 앞에서 이런 말씀 드리기는 그렇지만. 선생님. 우리나라 간통죄는 이미 없어졌어요. 물론 뭐 제가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늘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저한테 도대체 뭘 원하시는 겁니까?”

김지영 변호사는 말없이 가만 듣고만 있었다.

일부러 나서지 않는 것 같았다.

현명한 판단이다.

김정민은 김지영이 아닌 나에게 찔리는 구석이 있는 놈이다.

“여기 김 변호사님과 저번에 상담하면서 댁에 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저를요?”

“변호사가 자기 의뢰인과 불륜을 맺으면 어떻게 되는 가에 관해서요. 최소 과태료 몇백만 원에 잘하면 정직까지도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하아아아. 씨발. 아 죄송합니다. 선생님께 욕한 게 절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당장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지 않으면 돌아버릴 표정으로 변한다.

동영상을 현재도 지우지 않고 핸드폰에 보관하고 있는지 확인부터 할까?

아니다.

당연히 없다고 하겠지. 이 녀석은 최대한 나와 이지영 간의 이혼에서 멀찍이 벗어나고 싶어한다.

“저희는 경기지방변호사회에 신고하지 않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선생님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설마 돈이라도 요구하시려는 건 아니죠? 보시다시피 제 사무실이 이렇습니다. 형편도 안 좋고 워낙 불경기인 데다가.”

처음 여기 들어오면서부터 계속 김정민의 핸드폰을 눈으로 찾았다.

녀석은 자기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내가 쇼파에서 일어서자 녀석이 움찔하고 놀란다.

책상으로 다가가 김정민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제 핸드폰은 왜요? 어딘가로 전화라도 걸란 말씀이세요?”

“동영상을 찍었었죠? 복사해서 주십시오.”

솔직히 지웠을지 안 지웠을지 확률은 반반이었다.

만약 내가 김정민 변호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변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런 영상은 만약을 대비해서 보관하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싶었다.

김정민이 한참 고민을 시작한다.

이것만 봐도 확실해졌다.

동영상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아아. 씨발 내 인생. 기껏 로스쿨 힘들게 마치고 변호사 시험도 간신히 붙었는데. 그깟 여자 하나 때문에.”

김정민이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김지영 변호사가 날 바라보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지영과 불륜 사실은 어차피 들통납니다. 저희가 지금 경기지방변호사회에 알리지 않더라도요. 이지영 측이 김 변호사님께 앙심을 품고 고발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때는 저희가 탄원서를 보내겠습니다. 변호사님을 선처해달라고 말이죠.”

김정민이 고개를 쳐든다.

“제발 그렇게 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정직만큼은 꼭 피하고 싶습니다. 과태료라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제 의뢰인을 도와주시겠습니까?”

김정민 변호사의 약점은 분명했다.

어떻게든 불륜 사실을 숨기고 싶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내가 입을 다문다고 하더라도 이혼 과정에서 이지영이 불리해지면 그 여자는 분명 김정민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좋습니다. 드리겠습니다. 대신 절대로 제 잘못을 경기지방변호사회에 먼저 알리지 말아주십시오. 만약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선생님 편을 들겠습니다.”

“제 편이라고요? 힘내라는 응원까지는 굳이 필요 없는데요.”

김정민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제가 왜 이지영의 변호사를 관뒀는지 아십니까? 그거 완전히 미친 여자입니다. 어차피 이혼하실 사이니까 사모님이니 뭐니 그딴 소리는 집어치우겠습니다.”

이 녀석도 배신당했나?

강남역 한복판에서 서로 자기 딸이라고 치고받았던 고준호와 조아람처럼?

“아니 세상에. 미치지 않고서야. 와아아.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네. 글쎄 저한테 무슨 짓을 꾸미자고 했는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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