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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 무한 캐시백 당첨-55화 (55/65)

< 한 놈 더 추가 (2연참 2/2) >

김정민과 시선이 마주쳤다.

김정민이 먼저 눈을 피한다.

그래. 나한테 떳떳할 수가 없지.

분명 저번에 약속했다.

의뢰인과 불륜을 저지른 너를 경기지방변호사회에 먼저 신고도 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선처해달라면서 탄원서까지 써주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지영과 미리 통화까지 해서 입을 맞추고 참고인으로 출석해?

무슨 얘기를 늘어놓을지는 뻔하다.

이지영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져라.

먼저 약속을 깬 널 봐줄 이유는 전혀 없다.

“김정민 씨 맞으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오늘 참고인으로 모신 건 다름이 아니라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입니다. 변호사시라고 하셨죠?”

“맞습니다.”

“이지영 씨와 서지오 씨에게는 저번 대질신문 때 필요한 조사를 했으니 오늘은 김정민 씨에게 상세히 질문드리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서지오 씨와 김지영 변호사를 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까?”

“네. 제 사무실로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부인 척 위장하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기 이지영 씨의 남편과 변호사라면서 저를 몰아세웠습니다. 자기들한테 유리한 정보를 내놓지 않으면 경기지방변호사회에 절 고발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역시 그렇게 나온다 이 말이지?

좋다. 어디 한번 죽어봐라.

“서지오 씨 사실입니까?”

“찾아간 건 맞습니다만 김정민 변호사는 제가 아파트에 간 날 집에 있었던 남자였습니다. 수건으로 아랫도리만 가리고요. 누가 봐도 이지영과 불륜관계였죠.”

“그땐 그저 땀이 나서 샤워를 한 것뿐입니다.”

“김정민 씨. 제가 질문드리면 그때 답해주세요. 서지오 씨 그래서요?”

“그 당시 저는 이지영과 함께 있을 때는 만약을 대비해서 모든 상황을 녹음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파트에 도착한 후 당황한 김정민 변호사는 자기 핸드폰을 꺼내서 녹화를 시작하더군요. 저는 그 녹화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그날 제가 이지영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니까요.”

“김정민 씨. 녹화된 파일을 서지오 씨에게 주셨나요?”

“그럼요. 안 주면 당장이라도 경기지방변호사회에 찾아갈 기세였습니다. 이건 명백한 협박입니다. 검사님. 서지오 씨 쪽은 제 핸드폰 녹화 영상 말고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를 내놓으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러면 봐준다면서요.”

“그래서 위치추적 어플로 알아낸 역삼역 호텔 위치와 시간을 서지오 씨에게 알려드린 겁니까?”

“맞습니다. 협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협박이라니. 무슨 소리냐.

위치추적 어플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니가 술술 먼저 털어놨잖아.

“위치추적 어플은 어떤 식으로 이지영 씨 몰래 설치하신 겁니까?”

“몰래 한 게 아닙니다. 당당히 이지영 씨의 동의를 얻고 설치한 겁니다. 이지영 씨는 당시 쫓아다니는 스토커 남자들이 많았습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이지영 씨가 변호사인 저한테 부탁한 겁니다. 자기가 혹시라도 납치당하면 찾을 수 있게요. 몰래 설치한 게 아닙니다.”

“몰래 설치한 게 아니라고요?”

“네. 물론입니다.”

김지영 변호사가 손을 들었다.

“검사님. 참고인 김정민 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전혀 없습니다. 추가 증거를 제출하겠습니다.”

“추가 증거요?”

“저희가 김정민 씨의 사무실에 찾아갔을 때 전 과정을 녹음한 음성 파일입니다.”

김정민의 표정이 확 굳는다.

하지만 동요하지는 않았다.

녀석도 아마 내가 녹음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했을 거야. 변호사인데 그 정도는 미리 예상을 했겠지.

하지만 인간이 어디 그리 완벽한 존재인가.

누구나 빈틈은 있다.

김정민은 나와 김지영 변호사가 찾아갔을 때 패닉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자기가 무슨 얘기를 지껄였는지 모두 정확히 기억해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 지금 이 자리에서 같이 들어보는 데 동의하십니까?”

“네.”

“네. 동의합니다.”

음성 파일을 재생했다.

‘실은 이지영 몰래 그 여자 핸드폰에 고성능 위치추적 어플을 심어놨었습니다. 다른 남자 만날까 봐 너무 불안해서요.’

‘네. 불법이죠. 하지만 다른 놈을 만나고 돌아다닐까 봐 불안해서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라도 감시하고 싶었어요. 오래는 못가더군요. 알아차렸는지 얼마 못 가서 작동이 안 됐습니다.’

‘자기한테 생각이 있다더군요. 남편이 한 짓으로 꾸미면 어떻겠냐면서.’

김정민 변호사의 안색이 하얗게 돌변한다.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말했을 줄은 자신도 생각을 못 했었구나. 그러게 입조심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이지영을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지.

“김정민 씨. 하실 말씀이 더 있습니까? 녹음 사실로 봐서 김정민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만.”

“검. 검사님. 잠. 잠시만요. ···. 일단 이 녹음이 조작이 아니라고 가정하고 말씀드릴게요. 저는 그 당시 협박으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변호사회에 고발당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뿐입니다.”

“녹음된 당시 상황을 들어보니 그 정도 협박은 없는데요. 오히려 서지오 씨 측은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까지 써주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녹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당시 분위기는 험악했습니다. 명백히 협박하는 강압적인 분위기였다고요.”

“그래요? 그건 나중에 판사가 판단하겠지요. 더 하실 말씀은 없나요?”

검사가 너무 단호하게 김정민의 주장을 부정해버렸다.

이지영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검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뭡니까? 이지영 씨.”

“검사님께서는 남자분이라 잘 모르시겠지만, 여자는 화장이란 게 있습니다.”

“화장이요?”

“저 인간이 그날 밤 갑자기 아파트로 쳐들어와 절 때리고 나서 저는 맞았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했습니다. 외출은 해야 하는데 그럼 어떻게 할까요? 화장을 아주 진하게 해서 눈 주위가 퍼렇게 변한 걸 감췄습니다.”

어이가 없네.

그게 화장으로 가려진다고?

“그럼 역삼역 엘리베이터 영상은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역삼역 엘리베이터 첫 번째 영상은 화장이 지워지기 전이라 멀쩡해 보이죠.”

“그럼 두 번째 영상은요? 거기서는 상처가 분명히 보이지 않습니까?”

“바로 그거에요. 호텔에서 씻고 나오면서 화장이 모두 지워진 겁니다. 화장이 지워지니 안 보이던 상처가 그제야 드러난 거죠. 그게 두 번째 영상입니다.”

지긋지긋한 거짓말.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

이우철 검사도 이지영의 억지를 믿는 눈치는 전혀 아니었다. 어이없다는 듯 인상이 한껏 찌푸려져 있었다.

김지영 변호사가 다시 손을 든다.

“또 뭡니까? 제출할 증거가 아직도 남았나요?”

“네. 이게 저희가 제출할 마지막 증거가 될 겁니다.”

“뭔가요?”

김지영 변호사가 USB 메모리를 이우철 검사에게 건넨다.

“직접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떤 인터뷰 영상입니다.”

“이것과 피의자 이지영 씨의 사건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죠?”

“이지영 측이 사건 발생시각이라고 주장하는 시각은 21일 0시입니다. 그 인터뷰 영상은 21시 오후 1시의 화면입니다. 이지영 씨의 얼굴이 아주 또렷하게 잡혀있습니다.”

이지영 측 김승재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그게 조작이 아니라는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게다가 서지오 씨 측은 항상 증거를 뒤늦게 제출합니다. 검사님. 이런 식으로 수사를 방해하는 걸 계속 방관하실 겁니까? 너무 편파적이십니다. 선입견 없이 저희 의뢰인을 수사해주십시오.”

이우철이 김승재 변호사를 노려본다.

“선입견이라고요? 저는 최대한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지금까지 이지영 씨의 편의를 봐 드렸습니다. 미리 경고해드리죠. 만약 이 영상을 보고 나서 피의자 이지영 씨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지럽다면서 조사를 방해하면 향후 모든 재판 과정에서 이지영 씨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면.”

“영상을 보는 데 양쪽 다 동의하십니까?”

“네.”

“어떻게 해요?”

이지영이 김승재 변호사의 의견을 구한다.

“일단 보는 게 좋겠습니다. 어차피 지금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봐야 합니다.”

“네. 보겠어요.”

이우철 검사가 노트북에 USB 메모리를 꼽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상은 한눈에 봐도 방송국 카메라로 찍은 게 분명했다.

화면 가장자리에 촬영한 날짜가 또렷하게 기록되어 있다.

21일 13:02.

오후 1시를 막 지난 시각이었다.

방송에 나간 영상이 아니라 편집 전 화면이었다.

주변은 백화점 개장 행사로 시끄러웠다.

[저 여자 어때?]

[예쁜데요.]

리포터가 뒤돌아선 누군가에게 다가간다.

몇 년을 같이 산 나는 누군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저기요. 잠시 인터뷰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요?]

[네. 오늘 백화점 행사 때문에 오셨죠? 동탄에 새 백화점에 생겨서 기쁘다 이 정도 멘트만 해주시면 됩니다.]

[아이. 어떡하지. 오늘 화장도 안 한 쌩얼에 모자만 쓰고 나왔는데.]

카메라가 이지영의 얼굴을 자세히 클로즈업한다.

[괜찮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예쁘신 데요.]

[잠시만요. 화장 좀 하고요. 1분만 기다려 주세요. 거울 대신에 그 카메라 좀 쓸게요. 반사돼서 잘 보이네요.]

이지영이 카메라에 바짝 다가와서 화장을 시작한다.

화장을 안 한 민낯이 분명했다.

상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하얗게 변해간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카메라에 얼굴 전체가 또렷이 잡혔다.

[다 됐어요.]

[네. 그럼 저희 리포터가 물을 겁니다. 여기 백화점이 생겨서 기분이 어떠시냐고요. 그럼 가까운 곳에 백화점이 생겨서 아주 편리하겠다. 자주 방문해야겠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자 그럼 준비됐지? 카메라 고.]

이우철 검사를 흘깃 쳐다봤다.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이지영 씨.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저건···.”

“검사님. 저희 의뢰인과 잠시 얘기 나눌 시간을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변호사님. 저 어지러워요.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토할 것 같아요. 우우욱.”

헛구역질은 하지만 내용물은 안 나온다.

저런 걸 봤으니 어지러울 만도 하지.

이우철 검사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이지영을 쳐다봤다.

“이지영 씨. 많이 힘드시죠?”

“검사님. 정말. 우우욱.”

“이지영 씨 연기 그만 하셔도 됩니다. 집에 가서 푹 쉬세요.”

“네?”

“아니. 검사님. 그게 말씀이세요? 저희 의뢰인과 얘기 나눌 시간을 주십시오. 제가 설득해보겠습니다.”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기소에 필요한 모든 증거는 다 갖췄습니다. 어차피 제가 물어봤자 진술거부권만 행사하실 거 아닙니까?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죠. 다음에는 법정에서 뵙죠. 그만 댁에 가서 쉬십시오.”

“잠시만요. 검사님. 제가 의뢰인과.”

“아니요. 됐습니다.”

갑자기 상황이 역전됐다.

늘 이지영 측이 건강을 핑계 삼아 조사를 중단하자고 했는데 지금은 이지영 측은 어떻게든 더 조사를 받겠다는데 이우철 검사가 외면한다.

한 마디로 볼 장 다 봤다는 뜻이었다.

이지영이 무슨 수로 꼬셨을지 대강 짐작이 가는 김정민 변호사는 괜히 덩달아 나락으로 떨어지게 생겼다.

“계장님. 여기 피의자분들과 참고인분들 모두 내보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다들 이쪽으로 오시죠.”

“검사님. 잠깐만요. 제 말씀 좀 들어주십시오.”

“필요 없다니깐요. 그동안 기회 드렸을 때는 계속 진술을 거부하다가 갑자기 이제 와서 서로 할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제 의뢰인을 모시고 나가서 10분만 얘기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계장님. 이분들 모두 내보내 주세요. 다른 사건 기록 검토해야 합니다. 서지오 씨. 오늘 번거롭게 오시라고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잘 들어가십시오. 또 뵐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시고요.”

“네. 검사님 안녕히 계세요.”

조사 끝났으니 그만 나가라, 아니다 할 얘기가 더 남았다. 이지영의 변호사와 검사가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김지영 변호사와 이우철 검사실을 나왔다.

김정민이 쏜살처럼 따라온다.

“서지오 씨. 아깐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가서 그만.”

김지영 변호사가 김정민을 막아선다.

“위치추적 어플 설치하신 건 제가 나가면서 고발장 접수하겠습니다. 경기지방변호사회에도 알리고요. 제 의뢰인을 귀찮게 하지 마시고 그만 가주세요.”

“선생님 만약 저 정직이라도 당하면 먹고 살길이 막막해집니다. 대출도 갚아야 하고요.”

그건 니 사정이지.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는 이지영 씨에게 부탁하시죠. 선생님 그만 가시죠.”

“네. 변호사님.”

이지영의 변호사 김승재가 김정민을 옆으로 밀치고 날 따라온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합의 조건을 조금만 더 낮춰주십시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이지영 씨도 생각을 바꾸시겠답니다.”

네고는 사절한다.

“저는 김지영 변호사님께 전부 맡겼습니다.”

“그때 제가 말씀드렸죠? 거기에서 10원도 못 깎아 드린다고요.”

“하지만.”

“검사님 표정을 보니까 아주 단단히 작정하신 것 같던데요. 구형을 얼마나 세게 하실지 기대되네요. 합의 없이 집행유예라. 이번에는 쉽지 않으시겠습니다. 선생님 저희는 그만 가시죠.”

“변호사님. 가는 길에 제가 순대국밥을 대접해도 될까요. 근처에 아주 잘 하는 집을 알아뒀습니다. 저번 시장순대와 한번 비교해보시죠.”

“그럴까요. 좋습니다.”

< 한 놈 더 추가 (2연참 2/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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