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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 무한 캐시백 당첨-58화 (58/65)

< 40년 경력의 충고 >

이지영은 서둘러 핸드폰을 숨겼다.

하지만 나민수는 이지영의 표정을 보고 뭔가 수상함을 눈치챈다.

“내 핸드폰 뒤졌지?”

“···.”

이지영은 뭐라고 잡아뗄지 고민했다.

“방금 뭐했어?”

“나민수 씨.”

“왜?”

“어린 딸 둘을 계속 이렇게 나 몰라라 할 거야? 당신 핏줄이잖아.”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꺼내.”

“다른 여자 만나고 다니는 건 알고 있어.”

“그래서 지금 내 핸드폰 뒤졌다는 거야?”

일단 잠금을 어떻게 풀었느냐부터 해명해야 한다.

“핸드폰이 켜져 있길래 봤을 뿐이야.”

나민수가 이지영에게서 핸드폰을 뺏는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들어오면서 본 기억이 없는데. 계속 잠금화면이었을 텐데 켜져 있었다고?”

“자기도 모르게 봤겠지.”

“그랬나?”

“하여튼 켜져 있길래 호기심에 봤어. 왜 보면 안 되는 거라도 숨어 있어? 여자들이랑 주고받은 톡 같은 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남의 핸드폰을 몰래 훔쳐보면 안 되지. 우리가 무슨 부부 사이도 아니잖아.”

“말 난 김에 혼인신고는 언제 할 거야?”

“하~ 참. 이혼부터 해야지. 순서란 게 있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이혼은 곧 끝나.”

“곧 끝나기는 무슨. 남들은 이혼 보통 1년 걸린다던데. 길어지면 몇 년도 질질 끌고.”

“서지오만 오케이 하면 이혼은 다음 달에도 이혼조정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서지오가 너랑 합의해준대?”

“그건 아직 모르지.”

“거봐.”

나민수 이 개자식은 절대 호락호락하게 혼인신고를 해 줄 인간이 아니다.

몇 년 겪어보면서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변호사한테는 이미 물어봤다.

혼인신고를 안 하더라도 사실혼 관계라면 얼마든지 재산분할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

더구나 이지영 자신에게는 두 딸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이지영이야 나민수랑 또 갈라서면 남이지만 어린 두 딸은 도저히 어찌할 수 없지. 최소한 두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는 받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육비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 이상을 뜯어내야 한다.

저 핸드폰 안에 그 단서가 분명히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렇게 소중한 비밀이 숨어 있으면 화장실에 가지고 들어가. 거기서 여자들이랑 문자 주고받으면 되겠네. 설마 뻔뻔하게 나 들으라고 통화까지 하지는 않겠지?”

“여자 없어.”

“없기는 개뿔.”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없다면서 눈은 정면을 바라보질 못한다.

“떳떳하면 잠금 풀어놔. 집에 있으면서 왜 항상 화면 잠금을 하는 건데. 그게 더 수상하지 않아?”

“그거야. ···. 버릇이 돼서 그래. 이해해줘.”

“혼인신고 곧바로 할 수 있게 서류 준비할 테니 사인해. 그럼 이해할게.”

“이혼만 하면 곧바로 해줄게. 됐지?”

여기서 너무 몰아세우면 남자는 삐진다.

적당히 달래기로 했다.

“씻고 와. 저녁 차려줄게.”

키스를 하려고 나민수가 다가오자 이지영은 밀친다.

“씻고 오라니까.”

“알았어.”

일단 위기는 잘 넘겼다.

아까 화면 잠금을 잠깐 풀었을 때 언뜻 핸드폰 바탕화면이 보였다.

다른 건 거의 알만한 앱이었는데 몇 가지는 전혀 모르겠다. 코인 관련된 것 같기도 한데.

이지영은 코인이라는 것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비트코인으로 돈 번 사람이 많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비트코인이 정확히 뭔지도 몰랐다.

이지영 자신은 코인에 대해서 무지하고, 나민수의 핸드폰을 들여다봐도 뭐가 뭔지 알 길이 없다.

이래서야 찾는다고 해도 서지오 쪽에서 요구하는 증거인지조차 구별 불가능하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지영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쪽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지도 한참이 지났다.

멀고 먼 지구 반대편 이야기인 줄로만 생각했는데 엉뚱하게 나한테도 영향을 미치게 생겼다.

몇 달 전부터 금값이 미친 듯이 폭등하더니 마침내 역사상 금값 최고점을 찍어버린 것이다.

12억이나 주고 산 내 골드바는 여전히 은행 대여금고 속에 잠들어 있다.

겨우 한 달 전이지만 그사이에 금값이 거의 15퍼센트나 올랐다.

나한테 골드바 거래를 소개해준 우동집 사장님은 말씀하신 대로 종로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새롭게 오픈하셨다.

축하 화환은 저번 주에 이미 보냈고, 오늘은 주말을 맞이해서 직접 한번 찾아뵙기로 했다.

똑같은 가게가 맞나?

저번에 갔을 때는 종로 어느 뒷골목 아무도 찾지 않을 법한 구석진 곳에서 파리만 날리던 그곳이.

갑자기 힙한 최신 핫플레이스로 변신해 있었다.

무려 가게 앞에 줄이 서 있다.

‘이수홍 우동 종로 1호점’이라는 간판 아래에서는 일본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아줌마들이 양산을 쓰고 수다를 떨고 있다.

그 주변으로는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커플부터 나이 지긋하신 장년층까지.

이게 무슨 천지개벽인가.

얼떨결에 나도 웨이팅 맨 뒤에 줄을 섰다.

사장님이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신다.

“혼자 오신 분 계세요? 한 자리 났는데.”

다들 커플 아니면 단체 손님이었다.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인 듯하네. 손을 들었다.

“저 혼자 왔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주문부터. 어? 핫하하하. 이게 누구신가. 잘 왔어요.”

“장사 잘 되시네요. 축하드립니다. 이수홍 우동 종로 1호점 사장님.”

“보내주신 화환은 잘 받았습니다. 뭘 그런 걸 보내시고 그래.”

“당연히 보내드려야죠. 사업이 아주 번창하시네요.”

“진작 프랜차이즈 계약을 할 걸 그랬어요. 갑자기 맛있다고 소문이 나더니. 저저번 주였나. 방송에 한 번 나간 후로는 손님이 쉴 틈 없이 밀려들지 뭡니까. 핫하하하. 일본에서도 어떻게 알고 관광 가이드북 보고 온다니까.”

“정말 잘 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어서 와요. 손님은 내가 특별히 대접해야지. 어디 보통 손님인가.”

배달 라이더들이 쉴새 없이 들락거린다.

진짜 맛집이 다 됐네.

사장님 혼자 하시던 쓸쓸한 가게가 지금은 종업원만 3명이다. 가게도 더 넓어진 듯하고.

사장님께서 직접 쟁반을 들고 오신다.

“뭘 직접 들고 오세요.”

“먹어봐요. 우동에는 역시 유부초밥이지.”

어디 그럼.

음 음 음. 크으흐.

이래서 여기가 맛있다고 소문이 났구나.

유부초밥이 기가 막히네.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갓 뽑은 우동 면발과 어우러져서 입안 가득 황홀하다. 국물도 싸구려 우동 국물 맛이 아니었다. 깊고 진한 바다의 향기마저 느껴질 정도. 사장님 대체 가쓰오부시를 얼마나 때려 넣으신 겁니까.

“어때요?”

“정말 맛있네요. 놀랍습니다. 우동이 사실 거기서 거기인데 어떻게 이런 맛이.”

“흐흐흐흐.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구만.”

사장님이 자부심을 가질만하시네.

“그나저나. 골드바는 잘 간직하고 계십니까?”

“네. 대여금고에 여전히 있습니다. 덕분에 대여금고 사용료는 계속 나가고 있긴 하지만요.”

“원래 계획대로 이번 달에 골드바를 다시 파실 생각이세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제법 여유가 생겨서요.”

“안 그래도 골드바 다시 매입하기로 했던 사장님께서 얼마 전에 연락이 왔어요. 전에 그분 왜 안 파시는지 궁금하다고.”

“금 가격이 엄청 올랐더라고요. 계속 이대로 보유하는 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그렇군요. 제가 조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뭐든지 편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이건 나한테 뭐가 떨어져서 말씀드리는 조언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이미 저번 달에 소개비 명목으로 금은방 쪽으로부터 좀 받긴 했지만 저는 그게 답니다. 더 받을 수 있는 건 없어요.”

“네.”

“금 가격이 당분간 지금보다 크게 더 오르지는 않을 겁니다.”

이수홍 우동 사장님은 무슨 남모르는 정보라도 알고 계신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금이라는 건 전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자산이다. 백악관도 아니고 한두 명만이 특급 정보를 미리 아는 건 불가능하지.

“종로 바닥에서 40년간 장사해보니 알겠더라고요. 특히 전쟁이 터졌을 때는 더욱 그렇죠. 전쟁 초기에는 당장이라도 몇십 퍼센트 오를 것 같지만 아니에요. 아예 자식들한테 물려줄 게 아니라면 지금 가격에서는 파는 게 손님한테 더 이득입니다.”

“그렇군요.”

지금 당장 팔아도 나한테는 나쁘지 않다.

물론 산 가격만큼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손해는 최소한으로 커버할 수 있다. 그게 이득이지.

경험은 무시 못 한다. 더구나 이쪽 계통에서만 수십 년 동안 몸으로 체득하신 경험이다.

금값이 많이 오르긴 했다.

저번 달에 내가 샀을 때도 오른 상태였긴 하지만 최근 한 달 동안 특히 더 많이 올랐다.

나는 220퍼센트 캐시백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쯤에서 골드바는 정리하고 그 돈은 한국카드 예치금으로 써서 220퍼센트 불리는 쪽을 노리는 게 낫지.

이진수 화가의 그림이 경매에서 얼마나 가격이 치솟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돈이 부족하면 김주령 회장이 빌려준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총알은 많이 마련해두는 게 안전하지. 항상 변수를 대비해야 한다.

그래. 원래 계획대로 이번 달에 골드바는 처분하자.

금 가격이 더 오르더라도 캐시백으로 들어오는 220퍼센트 만큼 오를 수는 없다.

지금은 돈을 더 크게 불리는 쪽으로 운용해야지.

“저번 달에 저한테 다시 사기로 했던 그 금은방에 연락해봐야겠네요.”

“가격은 흥정을 한 번 해보십시오. 지난달에도 다음 달에 거래한다고만 했지 가격까지 정해둔 건 아니었으니까요.”

“맞습니다. 그 금은방 사장님께서도 다음 달 가격은 그때 가서 보고 결정하자고만 하셨어요.”

“고작 한 달 동안이지만 금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어요. 손님이 원하시는 가격보다 더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가격이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사줄 겁니다. 한 달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지요.”

아하. 내가 을에서 갑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로구나.

“더구나 손님은 일개인이 12억 원어치나 되는 골드바를 가지고 계시니 금은방이랑 충분히 흥정할 만하지요. 그 정도 물량이면 지금 종로 어지간한 금은방들은 모두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우동은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아이고. 계산은 됐습니다.”

“그래도 받으세요.”

“젊은 양반 덕분에 소개비까지 두둑하게 받았는데 그럴 순 없죠. 화환까지 보내줘서 정말 고마워요. 종로 오신 김에 금은방이나 들러 보세요.”

사장님께서 한사코 거절하며 가게 밖까지 배웅해주신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얻어먹고 갑니다.”

“다음에 또 들러요.”

근처 금은방 몇 곳에 들어가 봤다.

확실히 금값이 엄청 올랐다.

원래 이번 달 내 골드바를 팔기로 했던 금은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나 많이요?”

“말도 마세요. 금값이 올라서 지금 난리입니다. 꼭 저한테 파실 거죠? 가격은 섭섭지 않게 계산해드리겠습니다.”

고민되네.

여기서 좀 더 묵혀볼까.

아니다. 미련을 두지 말자.

금이든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다 똑같다.

오를 때는 한도 끝도 없이 천장을 뚫을 것 같지만 영원한 건 없다.

언젠가는 분명히 다시 내려간다.

우동집 사장님 조언을 깊이 새겨야지.

다만 조금 응용을 하는 건 어떨까.

“제가 여기 오면서 몇 군데 들러서 물어봤습니다.”

금은방 사장님이 깜짝 놀라시네.

“설마. 저 말고 다른 집에 파실 생각이세요?”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서요. 사장님. 솔직히 이것보다는 더 주셔야겠습니다. 제 골드바는 더구나 한국조폐공사 인증 골드바 아닙니까. 사제 골드바랑 같이 취급하시면 곤란하죠.”

이럴 때를 대비해서 조폐공사가 제조하고 인증한 골드바로만 특별히 사뒀다.

“좋습니다. 그럼 한 돈에 1만 원씩 더 계산해서 매입해드리죠. 어떻습니까?”

내가 가진 골드바는 10kg이 넘는다.

1돈이 3.75g이니까 거의 3천 돈에 육박한다.

1만 원씩만 더 받아도 3천만 원.

괜찮긴 한데 조금 아쉽네.

“글쎄요. 다른 금은방에서는 더 좋은 제안도 하시던데요.”

“아니 선생님. 저희한테 파시기로 하셨잖습니까.”

“그랬죠. 그래서 다른 곳에 안 팔고 여기 왔습니다. 가격은 이번 달에 정하기로 했으니 저도 제안 드리는 겁니다.”

“솔직하게 말씀해보세요. 얼마를 받고 싶으신 겁니까?”

“거기에 1만 원만 더 얹어 주십시오.”

다른 금은방에서도 이 가격까지는 무리라고 다들 손사래를 쳤다.

“하~ 세상에.”

드디어 나왔네.

나도 종합 상사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협상을 해봤다.

저런 감탄사가 나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어쩌겠나. 아쉬운 건 내가 아닌데.

난 정 안 되면 그냥 계속 보관해도 된다.

나중에 자식한테 물려주지 뭐.

금은 40년 세월 동안 가격이 6배나 뛰었다.

911 테러 때 최저점을 찍었다가 최근에는 전고점을 기록 중이다.

단순 계산하면 내 아들딸이 곧 태어나서 마흔이 되면 내가 산 가격보다 6배 비싸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사장님 어쩌시겠어요?

저는 금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도 아니고 한 달마다 220퍼센트 캐시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금 거래로 먹고사셔야 하잖아요.

지금 10킬로가 넘는 골드바를 한꺼번에 어떻게 구하시겠어요?

결정하십시오.

금은방 사장님의 감탄사에도 나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기만 했다.

“좋습니다. 말씀하신 가격에 매입하죠. 대신 골드바 전부 저한테 파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참 신기하다.

내가 요즘 운이 정말 좋기는 좋은 건가.

마포대교에서 물에 빠진 이후로는 모든 일이 잘 풀린다.

금을 모두 팔고 나니까 갑자기 금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작 1주일 만에 5퍼센트나 빠졌다.

저번 비트코인도 그렇고 이번 금도 결과적으로 최고점에서 팔아치운 셈이 되어 버렸다.

< 40년 경력의 충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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