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2화 (92/131)

***

디토 남작 영애의 결혼식은 성황리에 끝났다.

요즘 유행대로 오색 돌을 나눠 주지 않겠다고 해서 하객들이 서운해했지만, 그래도 요즈음 열린 결혼식 중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사람들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손녀를 보고 펑펑 운 디토 남작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아름다운 결혼식을 누구의 도움으로 준비했는지 궁금해했다.

디토 남작 영애가 요즘 유행하는 예비부부 결혼 준비 모임의 회원이었기에, 답은 그 모임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이야기가 퍼져 나갔다.

“아쉴레앙 공작 부군께서?”

“쉿! 쉿!”

“그, 그러고 보니 아쉴레앙 공작님의 결혼식도 정말 멋있긴 했어. 중간에 괴한들이 난입해서 엉망이 된 거지, 결혼식장 자체는 정말, 정말 대단했는데.”

“하지만 아쉴레앙 공작님 결혼식 때랑 디토 남작 영애의 결혼식은 분위기나 치장이 전혀 달랐는데?”

“그게 바로, 공작 부군의 천재적인 면모 아니겠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 거지!”

“당장 부모님께 가서 여쭤봐야겠어, 혹시 아쉴레앙 공작님이나 공작 부군하고 친분이 없으시냐고 말이야.”

“난 시모어 가문을 노려 봐야지!”

결혼을 앞둔 영애, 영식들은 아름다운 결혼식을 꿈꾸며, 부모님을 닦달했다.

그 결과.

디토 남작 영애의 결혼식을 기점으로, 아쉴레앙 공작가에는 초대장과 안부 인사를 묻는 편지, 선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편지 봉투에 콕 집어 ‘아쉴레앙 공작님’이 적혀 있었다면, 이제는 ‘아쉴레앙 공작 부군’을 찾는 편지가 훨씬 많아졌다.

원래 소문은 당사자에게 가장 늦게 도착하는 법.

루이먼드는 왜 갑자기 자신을 티타임, 살롱, 독서 모임 등에 초대하고 싶다는 초대장이 쏟아지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비아를 공략하기 힘드니까, 좀 더 만만해 보이는 날 노리는 건가? 아쉴레앙 공작가와 친분을 쌓고 싶어서?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난리인 거지?’

가볍게 생각하며, 낯선 초대들을 대부분 거절했다.

모두 거절하진 않았다. 에릭과 아이샤를 통해 들어오는 부탁은 받아들였다.

다른 이들의 결혼식 준비를 도우면서도 딱히, 자신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쉴레앙 공작저를 돌보는 중 짬 날 때마다 소일거리를 한다 생각할 따름이었다.

루이먼드는 저택 밖에서 결혼을 앞둔 귀족들이 자신을 붙잡기 위해 어떤 로비를 벌이고, 얼마나 에릭과 아이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루이먼드는 다만, 남의 결혼식 돕는 걸 에릭을 갈구는 데 이용할 따름이었다.

“도대체 언제 프러포즈하고 결혼식 일정을 잡을 생각이야?”

“겨, 결혼이라니! 물론 나는 이사와, 겨, 결혼하고 싶지만, 그, 그건 전적으로 이샤가 좋다고 해야……”

“그러니까 그 좋다는 말을 언제쯤 들을 생각인 건데?”

“하, 하, 하지만 아직 프로포즈 링이……”

“저번에 나랑 같이 가서 골랐잖아! 내가 기억하고 있는 최고의 장식과 디자인을 네 결혼식 때 쓰려고 아끼고 있는데. 도대체 언제쯤 결혼할 예정이야? 내가 남들 결혼식 돕는 거, 결국엔 자네 때문이야. 감을 잃지 않으려고 돕는 거라고.”

“…….”

그러면 에릭은 아이샤에게 청혼하고 결혼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꼬르륵, 기절하고 말았다.

어휴. 한숨을 내쉬며 그런 에릭을 소파에 눕히고, 아이샤에게 연락하는 건 언제나 루이먼드의 몫이었다.

***

루이먼드가 저도 모르게 귀족들 사이에서 최고의 웨딩 플래너로 손꼽히며 자리를 잡아 가던 어느 날의 아침.

루비아나가 빵에 잼을 바르며 말했다.

“오늘 펠트하르그 공작가에 다녀올 건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루비아나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 담담히 말했으나 듣는 루이먼드에겐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단둘이서 말입니까?”

챙그랑. 루이먼드가 포크를 놓쳤다.

“아, 루단테도 같이 만나기로 했습니다. 도미넨트 공작 말입니다.”

“……!”

루이먼드는 가지 말라고 말하려다 움찔했다.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동쪽 서재의 <그 영애는 오늘도 도망칩니다>에 끼워 놓은 황제의 초대장이.

에릭의 살롱에서 루단테를 만나 그 초대장을 받은 건 꽤 오래전 일이었다. 루이먼드는 그 뒤로 한동안 속으로만 떨며 황제의 부름을 기다렸다.

‘왜 날 부르는 거지? 비아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하고? 날 끌고 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하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황제는, 도미넨트 공작은 그를 찾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새 그 초대장의 존재마저 깜빡 잊고 있었건만, 루비아나의 입에서 루단테의 이름이 나왔다. 루이먼드는 그 이름이 어떤 신호처럼 들렸다.

‘날 부르려는 거구나.’

이유는 자신도 알 수 없었으나, 그냥 그렇게 들렸다.

“세 공작이 황궁 밖에서 만나는 건 드문 일이긴 합니다만, 별일은 아닐 겁니다.”

루비아나가 부드럽게 말하며, 잼 바른 빵을 루이먼드의 입에 물려 주었다.

“…….”

루이먼드는 오물오물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