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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아나가 떠난 뒤, 북부에서 연락이 끊겼다. 시녀장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애써 루이먼드를 위로해 주었다.
신년제 준비를 시작했다. 칼레나에게 본인이 말했던 것처럼, 아직 신년제를 준비하기에는 일렀다. 하지만 신년제 준비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하루치의 시간을 감당할 수 없었다.
어서 신년제 준비를 끝내면 신년제가 빨리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루비아나도 돌아오겠지.
루이먼드는 루비아나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신년제 준비에 몰두했다.
그리고 신년제가 한 달 남았을 때였다.
북부에서 사람이 왔다. 그는 황궁으로 달려갔고, 아쉴레앙 공작저는 소식을 듣고는 문을 활짝 열고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쉴레앙 공작저에 당도한 사람은 북부에서 온 사람이 아니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주제에 안색이 거무죽죽한 루단테였다.
“이런 말을 전하게 된 걸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럼 말하지 마십시오.”
“아쉴레앙 공작 부군.”
“돌아가십시오. 방문하시지 않은 걸로 치겠습니다.”
대문을 활짝 열고 마중 나왔던 루이먼드는 원치 않은 손님을 매정하게 내쳤다.
“이런 소식을 전하게 돼서 미안한데. 아쉴레앙 공작, 루비 누나가…….”
루단테가 루이먼드의 등에 대고 북부에서 전해 온 비보를 알렸다.
아쉴레앙 공작 부군이 도미넨트 공작의 검을 뽑아 들어 제 목을 그으려다 제압당했다는 소식이 황제에게 전달됐다.
아쉴레앙 공작가의 모든 문이 굳게 닫혔다. 식료품을 들여오는 뒷문만 잠깐씩 열렸다 닫힐 뿐이었다.
새로 바뀐 상인은 꼼꼼한 안주인이 보이지 않아도 흠집 난 채소를 가져오지 않았다.
대신, 물건을 가지러 나온 하인들을 보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가슴 위에 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주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었다.
하인들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
저택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감정들만 흘러들어 고인 웅덩이였다. 하인, 하녀들은 무거운 공기에 짓눌려 고개를 숙이고 느리게 걸어 다녔다.
때로 누군가가 계단을 닦다 말고, 냉육을 저미다 말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면 흐느낌은 금세 주변으로 전파되었다.
슬픔은 누구에게나 있었고, 어디에나 있었다.
그들을 달래고 다독여야 하는 건 안주인의 몫이었다. 하지만 안주인은 며칠째 그들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게 고용인들을 더 슬프게 만들었다.
중앙 계단을 올라가야 나오는 침실. 그 침실의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문 앞에는 항상 넓은 은쟁반, 혹은 트레이가 놓여 있었다. 식사 때마다 가져다 둔 음식은 차게 식다 못해 굳어져 있었다.
시녀장은 손수 음식을 챙겨 가져다 두고 또 손도 안 댄 음식을 치우면서도, 감히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진 못했다. 그저 한숨만 깊어질 따름이었다.
***
침실 안, 늘 두 사람이 서로를 꼭 껴안고 이리저리 뒹굴었던 침대에는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초는 다 타 버렸고, 보송하던 베개와 시트는 눈물에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해 우글거렸다.
반쯤 걷은 커튼에선 밝은 햇살, 혹은 은은한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침대 위에 널브러진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손만 뻗으면 커튼을 젖힐 수도 닫을 수도 있을 텐데,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햇빛이 따갑든 말든, 달빛이 슬프든 말든, 그는 망가진 인형처럼 누워만 있었다.
아름다운 은발은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검은 눈동자는 빛을 잃고 허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도미넨트 공작이 다녀간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루이먼드는 알지 못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가끔 문밖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시녀장의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뭐, 다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날 좀 내버려 두라는 말 한마디 할 의욕조차 없어, 팔로 눈을 가리고 그저 눈물만 흘렸다.
이렇게, 이런 식으로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움직일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이렇게 죽으면 안 되는데.’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일단 일어나야 해. 그래야만 해.’
왜?
‘……그러게, 왜 그래야 하지?’
도무지 의욕이란 게 생기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루비아나의 부고를 들고 온 루단테가, 그의 검을 뽑아 들어 제 목을 겨누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루이먼드는 자신이 저지른 최악의 실수를 수천 번 수만 번 곱씹고 곱씹었다.
그때 그렇게 허술하게 도미넨트 공작의 허리에서 검을 뽑아 들어서는 안 됐다.
좀 더 힘을 주었어야 했다. 검을 뺏으려는 도미넨트 공작의 손을 좀 더 꽉 움켜잡고 끌어당겼어야 했는데.
그러면, 그랬으면. 그랬어야.
‘지금쯤 비아를 다시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루이먼드는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다시 후회했다.
사실, 제국 최고의 기사에게서 검을 빼앗아 든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루단테는 한발 늦게, 다행히도 아주 늦지는 않게 검을 뺏어 들었고, 제 검에 묻은 피를 보고 어이없어했다.
“감히 나한테서 내 검을 뽑아 들어? 내 허리춤에서?”
“루이먼드 님!”
루단테의 중얼거림을 묻은 건 시녀장의 비명 같은 고함이었다.
시녀장은 멍하니 서 있는 루이먼드를 대신해, 두 손을 높이 들어 그의 목을 꾹 눌렀다. 콸콸 흐르는 핏물이 두 손을 타고 흘러내려 그녀의 옷소매를 함빡 적셨다.
하얀 소매가 붉게 번질수록, 시녀장의 얼굴은 희게 질렸다.
“의사, 의사! 어서 의사 선생님을!”
“네, 네!”
“어서 의사 양반을 불러와!”
“의사 양반! 의사 선생!”
얼어붙어 있던 고용인들이 뒤늦게 깨어났다. 꺅! 으악! 더러는 비명. 더러는 뜀박질.
난장판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건 루단테와 루이먼드뿐이었다.
루단테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투덜거렸고, 루이먼드는 목에서 피가 흐르든 말든 상관 않고 멍하니 서 있었다. 두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본인이 우는 줄도 모르고 우는 건가?”
루단테는 쯧, 혀를 차고는 돌아섰다.
루이먼드는 알지 못했지만, 루단테는 대단한 자비를 베푼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검을 쓸데없이 더럽힌 자를, 누구든 용서하지 않았다.
지금도 루이먼드의 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붕대는 낡고 해어져 있었다.
상처에서 자꾸 피가 나 붕대를 적시고, 침대 시트까지 물들였다. 침을 삼키기도 버거웠으나, 루이먼드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침실에서 슬픔과 절망에 익사해 가던 루이먼드를 일으킨 건, 펠트하르그 공작저에서 온 손님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펠트하르그 공작가 소속 펠틴 상단의 상단주와 변호사가 들고 온 아쉴레앙 공작의 유언장 때문이었다.
아쉴레앙 공작의 유언장.
‘그런 게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지?’
지난 일곱 번의 삶에선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인데.
“공작님께서 본인의 부고가 수도에 전해졌을 경우 유언장을 유언 집행인에게 전달하라고 하셨고, 유언 집행인으로 당신의 부군인 루이먼드 님을 지명하셨다고 합니다.”
문밖에서 시녀장이 말했다.
어쩌면 저 말은, 자신을 침실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미끼일지도 모른다. 사실 루비아나의 유언장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고, 있다 해도 펠트하르그 공작가에 맡겨 두었을 리도 없다.
“펠틴 상단주와 변호사가 사흘째 매일 찾아와 루이먼드 님을 뵙길 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 말은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게 의심하면서도, 침실 밖으로 걸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루이먼드는 사람들이 제 몸을 씻기고 새 옷을 입히고, 입안에 수프를 흘려 넣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아, 마지막은 좀 거슬렸다.
음식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았다. 기어이 한 술 입에 물었을 땐 역함을 참지 못하고 토해 버렸다.
빈속을 긁어 봤자 나오는 건 노란 위액뿐이었다.
목이 타는 듯 아팠다. 루이먼드는 구토기를 참으며 겨우겨우 입안을 헹구고, 응접실로 갔다.
응접실에는 아침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펠틴 상단주와 변호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은 루이먼드의 다 죽어 가는 얼굴을 보고 놀라고, 그 파리한 미모에 넋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사이 루이먼드는 천천히 걸어 그들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런 일로 뵙게 되어 유감입니다.”
“…….”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감히 전합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십니까?”
“…….”
펠틴 상단주가 대화를 이어 가려 애썼으나, 루이먼드는 도자기 인형처럼 앉아 있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흠흠, 다름이 아니라…….”
펠틴 상단주는 노련한 상인이었다. 상대가 호응하지 않아도 유려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루비아나가 일찍이 황제의 명을 받고 북부로 떠나기 전, 카드릭에게서 옆의 변호사를 소개받았다는 것. 그때 첫 유언장을 작성했고, 이후 수도로 돌아왔을 때 유언장을 한 번 고쳤다는 것.
그리고 얼마 전 카드릭을 찾아와 새로운 유언장을 맡겼고, 또한 상당한 금액을 펠틴 상단에 예금했다는 것.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루비아나는 루이먼드에게 그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다.
배신감보다는 섬뜩한 불안감이 심장을 스쳤다. 언제, 언제부터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 두고 있었던 걸까?
“저희는 펠트하르그 공작님의 명을 받아 아쉴레앙 공작 부군께 유언장을 전달해 드리고자 찾아온 것입니다. 마지막 유언장을 작성하시며, 자신의 유언장 집행인으로 공작 부군을 지정하셨기 때문입니다.”
“…….”
“참고로, 이전까지 유언의 집행인은 펠트하르그 공작님이셨습니다.”
“…….”
“우리 공작님께선 저희에게 부군께서 유언장을 개봉하신 후의 일을 도와드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펠틴 상단주가 고개를 조아리며 공손히 말했다.
그래도 루이먼드의 마른 입술이 달싹이는 일은 없었다.
루이먼드는 펠틴 상단주에게 고개를 들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테이블 위에 올린 두툼한 편지 봉투, 봉인된 유언장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자 루이먼드를 대신해 시녀장이 나섰다.
“부군께서 마음을 추스르실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따로 기별하겠습니다.”
“하, 하지만 우리 공작님께선 이곳에 머무르며 아쉴레앙 공작 부군을 도우라고……”
“이곳은 아쉴레앙 공작저입니다.”
펠틴 상단주가 허둥지둥 고개를 쳐들고 말하자, 시녀장이 단호하게 끊어 냈다. 펠틴 상단주와 변호사가 움찔했다.
“펠트하르그 공작님이 명하신 ‘도움’은 일단 배려해 주신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오늘은 우선 가 주시지요.”
시녀장이 빙긋 웃으며 문을 가리켰다. 하인들이 이때다 싶어 얼른 문을 활짝 열었다.
“적어도 유언장 개봉만이라도 보고 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변호사의 입회하에……”
“이쪽에도 변호사는 있습니다. 차고 넘칠 정도로 있지요.”
“하지만 유언장을 공증한 건 이쪽에 있는 이분이십니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하면 따로 청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설마 우릴 의심하는 거냐, 펠틴 상단주가 목소리를 높이자 시녀장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공작님께서 펠트하르그 공작님께 유언장을 맡기신 건, 어디까지나 펠트하르그 공작가를 친구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금처럼 이렇게, 아쉴레앙 공작가의 일에 함부로 간섭하지는 않을 거라 믿으셨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만.”
펠틴 상단주가 입을 꾹 다물었다. 변호사는 커다란 가죽 가방만 껴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쉴레앙 공작님께서 안 계시다고, 펠트하르그 공작가 사람들이 감히 아쉴레앙 공작가 내부의 일에 끼어들려는 건 아니시겠지요?”
‘감히’라는 두 글자에 악센트가 강하게 들어갔다. 착각이 아니었다.
“그, 그건!”
“당연히 그런 건 아닙니다.”
펠틴 상단주와 변호사는 한목소리로 합창하듯 소리쳤다.
아쉴레앙 공작저의 시녀장은 ‘황제가 직접 아쉴레앙 공작에게 하사한’ 사람이었다. 펠틴 상단주도 변호사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황제와 직접 소통하는 통로가 있을지도 모를, 황제의 사람.
평민에 불과한 그들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니 켕기는 게 있는 두 사람은 우물쭈물하며 어쩔 줄 몰랐다.
사실 두 사람의 임무는 시녀장의 말마따나 루이먼드에게 유언장을 전달해 주는 것까지였다.
“절차는 무시하고, 유언장만 주고 오게.”
카드릭의 명령은 딱 이것뿐이었다.
굳이 펠틴 상단주를 딸려 보낸 건, 어디까지나 루이먼드와 마주쳐 얼굴을 익히라는 뜻에서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카드릭을 향한 과잉 충성심 때문에 시키지도 않은 짓을 벌인 것이었다.
시녀장은 두 사람의 속내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아내를 잃고 정신없을 루이먼드를 구워삶아 펠트하르그 공작가에 이로운 쪽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두 사람은, 지레 찔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것이 펠트하르그 공작님의 뜻이라면……”
“아니, 아닙니다.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도 마시오! 우리 공작님께서는 절대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펠틴 상단주가 발끈해 벌떡 일어섰다.
충성심이 큰 것도 죄라면 죄였다. 약삭빠르지 못하면 우직하기라도 할 것이지.
“그렇군요. 그럼, 이제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정말 아무 사심도 없다면 말입니다.”
시녀장은 일어선 김에 냉큼 나가라면서 두 사람을 문밖으로 내몰았다. 그다음은 밖에 서 있는 건장한 하인들의 몫이었다.
“고오맙습니다. 가시지요.”
“저희가 직접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요.”
문틈 사이로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엿들은 하인들의 얼굴이 흉흉했다.
시녀장은 그들에게 잘해 보라고 눈짓을 보낸 뒤 쾅, 소리 나게 문을 닫았다. 시녀장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비아가 발로 문을 차 열 때마다 눈과 입이 동그랗게 되어서 달려오곤 했는데.’
루이먼드는 그 소리를 들으며 얼마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야, 문이야, 나야? 뭐가 더 중요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요!”
“역시 내가……”
“이 문이 얼마짜린데!”
“뭐?”
그 문짝이 두 사람이 쫓겨난 저 문이었다.
그날이 바로 어제같이 생생한데, 지금 그의 앞에는 루비아나가 남겼다는 유언장이 놓여 있다.
‘말도 안 돼. 그렇지 않나요, 비아?’
루이먼드는 이렇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소리 내 물을 수 없었다.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걸, 실감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루이먼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악다문 잇새에서 흐느낌을 닮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시녀장은 루이먼드를 말없이 지켜보다가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을 때조차 소리가 날까 조심했다. 나가서는 밖에 서 있는 하인들을 물리고, 자신도 그 자리를 떠났다.
발소리가 날까 조심조심 걸으면서도, 시녀장은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두 눈이 루이먼드와 비슷한 울림으로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