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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아나가 동부의 반란군 세력을 대부분 진압하고 오딜 후작을 압박해 들어왔다.
그러자 오딜 후작은 루이먼드의 처소부터 옮겼다. 성 안쪽, 창이 아주 작아 밖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곳으로.
그전까지의 처소는 성에서 가장 좋은 방을 가장 화려하게 꾸민 방이었다. 그런 곳에서 옮겨왔으니, 옮긴 방을 아무리 화려하게 꾸민들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루이먼드는 드디어 오딜 후작이 자신을 제대로 대우한다고 생각하고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오딜 후작이 루이먼드의 생각을 알았다면, 꽤 억울해했을 것이다. 오딜 후작은 정말로 루이먼드를 아덴 왕국의 새 왕으로 생각하고, 또 나름의 충성을 바치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오딜 후작은 루이먼드가 아덴 왕국의 새 출발을 신께 알리고, 축복을 받기 위해 백일 기도에 들어갔다고 공표했다.
그렇게 자신과 소수의 사람들 외에 다른 사람들이 루이먼드와 접촉하는 것을 차단했다. 또한 수하들에게 철저히 입단속을 시켰다.
그렇게 루이먼드를 외부로부터 철저히 격리했다.
그 전부터도 루이먼드를 제 손안에 넣고 마음대로 주무르며 만나는 사람마저 단속해오긴 했지만. 그 정도가 심해진 것이었다.
때문에 루이먼드는 루비아나가 동부의 반란군 진압 사령관으로 내려왔으며,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오딜 후작은 리사나에게 어서 왕비의 의무를 다하라고 ‘조언’했다.
아덴 왕국의 새 왕 루이먼드. 그의 아내, 정숙하고 현명한 왕비 리사나는 ‘왕의 조언자’의 조언을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루이먼드의 처소를 누구의 방해 없이, 루이먼드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마음껏 드나들었다.
루이먼드의 입덧, 아니, 헛구역질이 다시 심해진 게 딱 그즈음부터였다.
루이먼드의 몸은 기어이, 유모가 끓은 수프에서도 역한 냄새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문밖, 복도 저 너머에서 리사나의 발소리가 들릴 때부터 헛구역질했다.
동부에 온 이래, 리사나가 본 루이먼드의 모습은 늘 헛구역질하는 모습뿐이었다.
“전하, 리사나가 인사 드립-”
“우웩.”
“…….”
“그, 게, 아니- 웁. 우욱.”
간단한 인사 한마디 나눌 수 없었다.
“여기다 토하시면 됩니다. 아이고, 뭐 드신 것도 없으면서 자꾸 이렇게 토하시면 어떡하십니까요. 이러다 정말 큰일 나십니다.”
유모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커다란 통을 루이먼드의 얼굴에 대주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리사나는 한 시간 넘게 제 앞에서 우웩거리는 루이먼드를 보다 못해 돌아서곤 했다.
아무리 대단한 미남이라 한들, 그런 모습까지 아름다워 보일 순 없었다.
제정신이 아닐 때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약이 뭔데, 왕자님, 아니, 전하의 음식에 넣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요즘 수프 한 숟갈도 제대로 못 드시는데…….”
“난 그분의 적법한 아내야. 그런 내가, 그분의 몸에 위험한 독약을 먹일 거 같아? 요즘 들어 잠을 푹 못 주무시는 것 같아서, 몸에 해롭지 않은 수면제를 넣은 것뿐이니까. 잔말 말고 반드시, 드시게 해. 들키지 말고.”
리사나는 눈 뜬 루이먼드와 동침하길 포기하고, 유모를 협박해 루이먼드가 먹는 스프나 물에 수면제를 탔다.
미약을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현재 루이먼드의 몸이 그처럼 강한 약을 버티지 못한다는 의사의 만류 때문에 참았다.
루이먼드의 몸은 귀신같이, 무색무취한 약을 알아채고, 한두 입 삼킨 수프마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하도 토해 지치다 못해 기절하듯 잠들 때가 있었다.
리사나는 그때를 노려, 루이먼드의 침실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우웩.”
루이먼드는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헛구역질을 하며 리사나를 밀쳐냈다.
그녀의 몸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수의 냄새를 몸이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성 깊은 곳에서, 루이먼드의 헛구역질이 끝없이 울려 퍼질 때.
드디어 제국군이, 아쉴레앙 공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