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녀메이커-84화 (84/131)

# 84

악녀 메이커 84화

킬리안에 의해서 저 멀리 밀려났던 카젠 기사단원들이 샬럿의 울음소리에 놀라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 영애, 괜찮으십니까?”

“흑, 괜찮아요.”

무릎에 얼굴에 파묻은 채 어깨를 떨고 있던 샬럿은 이내 고개를 들고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훔쳐냈다. 그럼에도 커다란 눈망울에는 하늘빛을 가득 담은 물기가 일렁였다.

“별것 아니니 저 때문에 신경 쓰실 것 없어요. 조금 놀라서…….”

샬럿이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서럽게 울면서 그렇게 말하는데 신경 쓰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카젠 기사단은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지, 서로를 팔꿈치로 쿡쿡 쳐 대며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가 결국 그중에서 가장 어린 브라움이 걸린 모양이었다. 그는 쩔쩔매며 샬럿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맞추고는 물었다.

“혹시 어디가 불편하신 겁니까?”

“……다리의 상처가 아픈 건가?”

그때, 동굴 벽 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던 레녹스가 눈꺼풀을 살며시 들어 올리며 대뜸 입을 열었다.

나는 레녹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잠시 잠든 사이에 어딜 갔나 했더니, 벽에 서서 자고 있었나 보네.’

나는 나무의 환생인 그를 다시금 측은하게 응시했다. 황태자를 호위할 때는 서서 자는 게 불가피하다고 해도, 동굴에서까지 저러고 잠드는 이유는 대체 뭘까.

‘역시 저것도 내 탓이냐?’

내가 누워서 자라고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치료 받은 뒤에도 계속 저러고 잤으려나. 기절도 서서 기절하지 아닌 게 다행일 지경이었다.

레녹스는 잠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샬럿의 앞으로 다가갔다.

“나 때문에 치료를 뒤로 미루게 돼서 미안하군.”

그리고 호구가 호구, 하고 말했다.

“영지로 돌아가면 바로 그대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때까지 안전하게 에스코트해 주지.”

내가 둘리 되지 말라고 말했냐, 안 했냐. 적어도 감사 인사는 좀 받지.

하지만 이게 레녹스의 선택이라면 내가 딱히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기는 했다. 굳이 나서서 샬럿과의 사이를 갈라놓을 필요는 없지.

황태자의 최측근인 그에게는 어느 정도의 호감만 사도 충분했다. 훗날 베르너가 악녀인 날 죽이고 내 가문을 멸문시키려고 한다면,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아무래도 전하께서 이성을 상실하신 듯;;’ 하는 정도의 옹호만 해 주면 된다. 설마, 생명의 은인에게 그 정도는 해 주겠지.

그러니까 내가 더는 그쪽에 상관할 필요는 없었다. 레녹스에게 샬럿의 상처에 대해 따로 간섭하고 조언해 준 것도, 전부 쓸데없는 오지랖이었을 뿐이었으니까.

선택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다.

아무리 이쪽에서 옳은 말을 하며 말려 봤자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감은 채 본인이 듣고 싶은 대로 보고, 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샬럿이 대답했다.

“아니요, 다리는 상관없어요. 저는 그저 레녹스 경이 저를 지키다가 큰 위험에 빠졌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게 너무 분해서……. 그래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나 봐요.”

그녀는 애써 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파르르 떨면서 끌어 올렸다.

나는 샬럿의 말에 조금 놀랐다.

당연히 내 탓을 하기 위해 자신을 치료해 주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그녀는 상처 얘기는 일절 하지 않고 도리어 천사의 재림이라도 되는 것처럼 레녹스를 걱정하는 발언을 했다.

하긴, 본래 내가 아는 샬럿의 캐릭터라면 저렇게 말하는 게 맞았다. 독에 중독되었던 샬럿의 모습이 위화감이 들 정도로 이상한 거였지.

하지만 림비 토드스툴의 독에 사람의 성격을 180도 바꿔 버리는 기능 같은 게 있다고 들은 적은 없으니, 그쪽도 샬럿의 진심일 것이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카젠 기사들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는 듯 눈을 부릅떴다.

“연약한 레이디를 몸 바쳐 지키는 것이 우리 기사들의 본분 아닙니까. 최고의 기사라고 불리는 레녹스 경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신 것이지요.”

“하지만, 메르텐시아 영애는 정말 대단하셨어요. 엄청난 전력이 되어 주셨죠. 영애가 없었더라면 저희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샬럿은 자신도 검을 배웠지만, 마물 앞에서는 꼼짝도 할 수 없었더라고 자책했다.

그러자 레녹스의 표정이 일순 변했다. 죄책감도, 슬픈 것도, 화가 난 것도 아닌 그야말로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아뇨, 메르텐시아 영애는……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니까요.”

카젠 기사들은 어디 괴물과 인간을 비교하느냐는 듯 말했다. 이 자식들이?

“그러고 보니, 영애.”

그 말에 나와 샬럿이 동시에 그 말을 꺼낸 기사를 돌아보았다. 일단 둘 다 영애였으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런데 그 기사는 나를 부른 모양인지, 정확히 나를 응시하면서 울분을 터트렸다.

“집사님께 전해 들었습니다. 아티펙트에 플라이 마법을 담아 오셨으면 미리 말씀해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어쩐지 다들 내가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기에 의아했는데 그런 핑계를 댄 모양이었다. 역시 킬리안답게 성의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핑계였다.

“그 에메랄드 반지가 아티펙트였던 겁니까? 항상 끼고 다니셔서 웬 반지인가 했더니…….”

“절벽에서 떨어진 두 분이 멀쩡한 걸 보니 치유 마법도 들어 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왜 저희가 다쳤을 땐 외면하신 겁니까?”

그 말을 꺼낸 기사가 잠시 내 인성을 의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티펙트에 담을 수 있는 마법에 한계가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저렇게 묻다니. 당연히 치명상이 아니었으니까 다치든 말든 무시했지.

나는 킬리안의 품 안에서 억지로 벗어난 뒤에 기사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경도 생사를 넘나들 정도로 다친다면 고려해 볼게.”

“……아뇨, 괜찮습니다.”

그러자 기사는 내 시선을 슬쩍 피하며 슬슬 뒷걸음질을 쳤다.

“그런 게 있었는데 왜 저희랑 같이 가지 않으셨어요? 위험하잖아요!”

“영애 말고 우리가 말입니다.”

마지막 너, 이번에는 얼굴 똑똑히 봤다.

내가 말없이 검지와 중지로 내 눈과 그놈의 눈을 번갈아 가리키자, 그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렇게 평소처럼 카젠 기사단원들과 한참을 티격태격하며 싸울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피식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레녹스였다.

“영애는 꽤 신뢰를 받고 있는 모양이군.”

그러자 레녹스를 흘끔거리며 틈틈이 기회만 엿보던 기사들이 끼어들었다.

“당연하죠. 메르텐시아 영애께서 이 산맥의 마물을 대부분 토벌해 주셨으니까요.”

기사의 상기된 볼과 잔뜩 들뜬 목소리로 봤을 때, 어떻게든 존경하는 레녹스와 말을 섞기 위한 발악처럼 보였다.

하지만 레녹스는 그들이 자신을 보는 눈빛을 익숙하게 받아넘긴 뒤 말 내용에 더 집중했다.

“대부분…… 말인가?”

“뭐, 마물은 계속 끝도 없이 생겨나니까 사실 의미가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영애께서 가장 큰 공을 세우신 건 사실이죠. 오죽하면 마물 연쇄 학살범이라고 하겠습니까.”

“……마물 연쇄 학살범?”

레녹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뭐, 왜, 뭐. 그렇게 봐도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러자 구석에서 시무룩하게 있던 브라움이 신이 나서 날 찬양하기 위해 입을 벌렸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라도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

“영애께서는 말이죠, 혼자 마물 수십을 상대할 수 있는 분이시라고요. 그 악명 높은 마물들조차 영애가 두려워서 피한다니까요?”

다행히 술에 취해 이성을 상실했을 때보다는 그나마 정상적인 말을 하는구나. 나는 브라움을 막기 위해 살짝 들어 올렸던 손을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잔상이 어쩌고 하면 진심으로 주먹을 날릴 셈이었는데.

그러자 그들의 우상인 레녹스만을 애타게 바라보던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끼어들었다.

“곧 떠나실 분이지만, 제발 영지에 오래 머물러 주시길 바라는 마음뿐이죠. 영애가 계속 이곳에 남아 주셔서 저희가 희망을 보고 있으니까요.”

“물론, 저희보다 실력은 미숙하시지만 이상하게 곁에 있으면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떤 위기가 닥쳐도 의연하신 태도를 보면 영애께서 언젠가 저희 영지를 구원해 주실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고는 하죠.”

원래 이 말은 전부 레녹스가 들어야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카젠 기사단들은 레녹스에게는 그동안 존경했던 우상을 만난 팬처럼 기뻐할 뿐, 그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보다 실력이 월등하게 떨어지는 나를 기대를 한껏 담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쌓아 왔던 신뢰가 빛을 발한 모양이었다.

‘짜식들…….’

나는 코 밑을 쓱 훔치고 싶은 충동을 꾹 누르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래서 영애, 저흴 봐서라도 계속 이곳에서 지내 주시면 안 될까요?”

하지만 나는 차가운 도시의 악녀. 가끔 한 번씩 도도하게 튕겨 줄 필요가 있다. 너무 오냐오냐하면 샬럿처럼 또 날 둘리 취급할지도 모르지.

나는 언제 내심 뿌듯하게 웃었느냐는 듯 정색하며 턱을 치켜들었다.

“글쎄, 그렇게 말하니까 너희를 봐서라도 하루빨리 떠나고 싶어졌어.”

“너무하네!”

“그러니까 잘들 좀 하지?”

그리고 그런 우리를 바라보던 레녹스는 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쟤는 아까부터 허파에 바람이라도 들었나, 왜 자꾸 피식거려.

그렇게 의도치 않게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의 관심이 내게 쏠리던 때였다. 갑자기 샬럿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다가 휘청하더니 쓰러지려고 했다. 그러자 곁에 서 있던 레녹스가 얼떨결에 그녀를 붙잡았다.

“읏……!”

동시에 샬럿이 눈가를 일그러트리며 신음을 흘렸다. 어떻게든 날 카젠 영지에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기사들도 놀라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헉, 영애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아무래도 많이 다치신 듯한데 괜찮겠습니까? 여기서 꼬박 하루는 더 이동해야 할 텐데…….”

너도나도 샬럿을 걱정하기 시작하자, 그녀는 고통을 참는 것처럼 입술을 꾹 깨물다가 침통하게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여러분께 짐만 되는 것 같아서 어떻게든 힘을 내 보려고 했는데…….”

샬럿이 눈물을 글썽이자 기사들은 또 쩔쩔매며 서로를 쿡쿡 쳐 대기 시작했다. 카젠 영지 내에는 사내들만 가득해서 그런지, 기사들은 여자의 눈물에 면역이 없어 보였다.

다시 기사들에게서 떠밀린 브라움이 곤란함을 가득 담고 말했다.

“확실히 지금 바로 출발해야 내일쯤 도착할 겁니다. 영애께서 거동이 불편하실 정도라면 곤란하군요.”

“그런 건 신경 쓰지 마. 내가 안고 가면 되니까.”

그러자 레녹스가 샬럿을 다시 바닥에 앉히며 그녀를 위로했다. 그런데 어쩐지 그 말이 전보다 지친 듯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것처럼 들렸다.

“그런 폐까지 끼칠 수는 없어요.”

“폐가 아니야. 그대가 치료받아야 할 몫을 내가 받았으니…….”

미안할 따름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아마 그런 말을 할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레녹스는 내가 한 말을 떠올렸는지 중간에 말을 뚝 끊고서 잠시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머뭇거림을 읽어 낸 것인지 샬럿의 시선 또한 동시에 나를 향했다. 그녀의 하늘색 눈동자에 잠시 불똥이 튀는 것도 같았다.

그때, 기사 한 명이 물었다.

“그런데 영애께서는 왜 치료를 받지 않으신 겁니까?”

그러자 샬럿이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살짝 시선을 내리깔았다.

“당연히 레녹스 경의 치료가 먼저였으니까요. 메르텐시아 영애께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셨을 거예요.”

“아무래 그래도 가벼운 상처라면 먼저 치료할 수도 있을 텐데. 흉이 남으면 어쩌려고…….”

기사들은 잠시 너무하다는 듯 나를 돌아보았다.

그놈의 흉, 흉. 다시 화살이 내게로 돌아오려고 하자, 고개를 숙인 샬럿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만.”

내가 한 소리 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였을 때였다. 내가 그의 품에 빠져나간 뒤로 내내 싱글벙글 웃고 있던 킬리안이 끼어들었다.

그의 낮고 나른한 말 한마디에 좌중이 침묵했다. 아니, 분위기에 짓눌려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저희 아가씨께서 피곤해 하시는데 하나같이 정신이 사납게 구시는군요. 상처가 문제라면 지금 당장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네? 지금요?”

샬럿이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지만 킬리안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녀의 앞으로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다가간 그는, 레녹스가 막기도 전에 샬럿의 앞에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상처.”

“아, 네……?”

“상처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신다면 치료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킬리안을 제지하기 위해 그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던 레녹스가 손을 거두며 놀란 얼굴을 했다.

“설마 영지로 돌아가면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이자였나…….”

나는 신성력이 있어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해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으니, 남은 건 지금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킬리안뿐이었다. 레녹스는 메르텐시아 가문의 집사로 일하는 사람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눈치였다.

물론, 샬럿 또한 굉장히 놀란 눈치였다.

“치료…… 해 주실 수 있나요?”

똑같은 말을 세 번 반복하게 하자,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해 보이던 킬리안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제게 상처를 보여 주십시오. 그래야 치료를 할 것 아닙니까, 영애.”

조곤조곤 속삭이는 목소리는 협박하는 양 어째 살벌하게까지 들리는데, 그런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샬럿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창백했던 볼에 장밋빛 생기가 감돌자 그녀의 얼굴이 한층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때, 샬럿이 몸을 살짝 움츠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지금 절 치료해 주실 분이 집사님밖에 없으시군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 앞에서 제 상처를 보이는 건 너무 부끄러워서…….”

“그래서요?”

“그래서…… 집사님밖에 제 상처를 치료해 주실 수 없으시다면, 어쩔 수 없이 집사님에게만 제 상처를 보여 드리고 싶어요.”

한마디로 단둘이 치료를 받고 싶으니, 다 나가 달라는 뜻이었다.

그녀가 몸가짐을 강요받는 귀족 영애이고 상처 위치가 종아리 안쪽이라는 걸 떠올리면 특별히 이상할 것 없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원래 소설에서는 종아리 정도는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타입 아니었나? 왜 갑자기 부끄럼을 타?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지 레녹스의 표정 또한 동시에 묘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샬럿을 킬리안이 짙어진 눈빛으로 내려다보고는, 알 만하다는 듯 입매를 비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