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사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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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사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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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사소한 이유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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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쩐지 좀 아프긴 했다. 맞지 않는 신발을 신었더니 발이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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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줄 몰랐어요. 그리고 사실 별거 아니고. 다들 칼에 다쳤는데 나는 고작 발꿈치가 까졌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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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처라고 익숙해지지 말아요. 안 어울립니다.”
블랙은 반대쪽 신발도 마저 벗겨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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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어울리는 건 또 뭐예요. 그리고 당신도 다쳤잖아요. 여기.”
리에네는 피가 살짝 내비치는 블랙의 다리를 짚었다.
짙은 색 바지 위에 핏물이 묻어 있었다. 무릎 위쪽, 약간 다리 안쪽으로 들어가는 부위라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거나 위치가 달랐으면 큰 부상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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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만이 아닐 거면서.”
팔뚝과 어깨에도 군데군데 자상과 타박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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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건드리면 안 됩니다.”
블랙이 리에네의 손을 붙잡아 상처에서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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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해요. 많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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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아파서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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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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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공주님을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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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에 젖은 머리칼을, 그가 이마에서 쓸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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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하고 싶어집니다. 여기가 어디라는 것도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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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의미인지 물을 필요는 없었다.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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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닿으면 아플지도 몰라요. 아프면 말을 해요.”
말을 돌린 블랙이 리에네의 발에 조심스럽게 물을 끼얹었다.
물은 차갑고, 발을 쥔 손은 뜨거웠다.
갑자기 그 모순된 감각에 몸이 긴장했다.
부부가 됐고, 계속 한 침대를 써 왔어도 그는 늘 불시에 자신을 긴장하게 했다.
혀가 아릿한 이 긴장감은 그가 이토록 매혹적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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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됐습니다.”
수건이 없는 관계로 블랙은 제 옷으로 리에네의 발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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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 건 말리고 싶은데……. 좀 더 참을 수 있겠습니까?”
리에네가 블랙의 어깨 너머로 주위를 한 번 돌아보았다.
다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다들 익숙한 상처를 돌보고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자신만 빼고 다들 금방이라도 이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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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을 수 있는데, 당신은요?”
리에네가 일부러 장난을 치듯 땀에 젖은 머리칼을 블랙의 어깨에 비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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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래도 참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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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아요. 너무 귀여우니까. 수하들이 보는 앞에서 난처한 꼴을 보이고 싶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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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당신이야말로 그런 말을 아무 때나 하고 그러지 말아요. 그러면 나도 못 참는다니까요.”
그 말에 블랙이 얼굴을 바싹 들이대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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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못 참는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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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 뭘 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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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는데.”
블랙이 코를 마주대고 코끝을 비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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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니까 알려 줘요.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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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지금 좀 얄미웠어.”
리에네가 웃는 얼굴로 블랙의 어깨를 떠밀었다.
손에 두툼하게 옷가지를 만 랜달이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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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저희는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조금 있으면 해가 뜰 테니 지금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남쪽 국경으로 가려면 저 산을 넘어야 하는데, 능선을 넘기 전에 해가 뜨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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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 공주님, 신발을 신을 수 있겠습니까?”
신발은 얼마든지 신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국경으로 가는 것은 생각을 해 봤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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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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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있습니까?”
블랙이 랜달에게 뒤로 물러서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러나 리에네가 그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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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랜달 경도 같이 얘기했으면 해요. 딜레라스 왕비가 한 말을 경도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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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말입니까? 네. 그 자리에 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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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라스 왕비가 그랬어요. 블리니 왕자비가 본궁에 없다면 게름 협곡 근처의 성에 있을 거라고. 왕이 그쪽으로 보낸 것 같다고 했어요. 우리에게 근위대를 보내기 전에 실패할 것을 대비해서 미리 몸을 피하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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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짐작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본궁 어딘가에 숨어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 한들……. 음…….”
뭔가 말을 하려던 랜달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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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께서는 아무래도 지금 게름 협곡으로 가자는 말씀을 하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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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블랙의 미간이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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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라스 왕비가 맨입으로 그런 말을 해 줬을 리는 없을 텐데……. 아무리 왕과 사이가 좋지 않다 해도 적국과 손을 잡을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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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럴 이유가 있었어요. 내가 나우크가 원하는 건 블리니 왕자비 하나라고 말을 했거든요. 블리니 왕자비를 나우크에서 처벌할 수 있으면 더는 바라지 않겠다고요. 전쟁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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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리에네를 부르는 목소리가 한층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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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능했던 시간은 지났습니다. 왕이 대공녀를 넘기는 걸 거부했던 순간부터 전쟁은 시작된 겁니다.”
블랙의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었다.
샤르카의 왕은 약속을 지키는 대신 근위대를 보냈다. 그것은 양국 간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의미했다.
그렇기에 리에네는 딜레라스 왕비를 만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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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을지도 몰라요. 딜레라스 왕비가 약속했어요. 왕이 군대를 모으는 일을 말려 보겠다고요.”
거기까지 얘기가 나오자 블랙은 리에네가 하려던 일을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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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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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랬잖아요. 왕비의 가문만 징집에 반대해도 왕이 군대를 모으는 일이 어려워질 거라고요. 딜레라스 왕비는 블리니 왕자비가 죗값을 치르길 바라고 있어요. 왕비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문마다 왕이 전쟁을 하려는 이유를 알리겠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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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모으기까지 시간이 늦춰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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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당신이 말한 대로요.”
랜달이 턱을 문지르던 손으로 뺨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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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럼 우리가 더 유리하지 않습니까? 군대도 제대로 모이지 않는다면 상대하기 훨씬 쉬워지겠는데요. 두 달 안에 항복을 받아 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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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두 달 동안 많은 사람이 죽겠죠.”
리에네가 차분히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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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조건 전쟁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에요. 설령 우리가 반지를 돌려받고 그것으로 끝내자고 해도 샤르카는 아닐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때는 필연적으로 전쟁이 이어지겠죠. 하지만 피하려는 시도는 해 볼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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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카의 왕이 공주님처럼 생각하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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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어요. 하지만 왕은 왕자비를 나우크에 넘겨주지 않으려고 전쟁을 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왕자비가 아니라 정확히 반지를 돌려받길 원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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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녀를 이대로 포기하자는 말입니까? 공주님께 암살자를 보냈습니다. 살아 있는 한 얼마든지 똑같은 짓을 할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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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블리니 왕자비도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겠죠. 그건 꼭 나우크에서 하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내 생각에는, 블리니 왕자비가 샤르카 왕국에서 앞으로도 무사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딜레라스 왕비는 여전히 클라인펠터라는 증인을 가지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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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블랙이 짧은 숨을 내뱉었다.
그리 달가워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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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딜레라스 왕비에게 블리니 왕자비의 처분을 나우크에 맡긴다는 서약서를 받기로 했어요. 왕이 아니라 왕비가 서명한 것이라도 효력은 있어요. 엄연히 왕자비보다 왕실 서열이 위예요.”
랜달이 계속 턱을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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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암살자를 보내는 판국에 서약서 한 장에 큰 의미를 둘 것 같진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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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달라요. 샤르카의 귀족들에게도 전쟁에 반대할 명분이 되고요.”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블랙이 불쑥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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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샤르카의 왕이라면 지금쯤 무얼 할 것 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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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게 물으신 겁니까?”
보통은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은 페르모스였다. 랜달이 조금 당황하다가 아는 한에서 답을 했다. 어차피 블랙은 자신이 페르모스의 역할을 대신하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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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일단 우리를 잡으려고 할 겁니다. 약이 오를 대로 올랐을 테니. 근위대를 닦달하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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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근위대는. 우리를 잡으려면 뭘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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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머저리들이 아닌 이상 동선을 예측해야지요. 우리가 앞으로 어디로 갈지 생각해 볼 겁니다. 우리는 수적으로 불리하니 일단 국경으로 가서 일행과 합류해야 하고……. 음, 남쪽 국경으로 가는 길을 막겠군요. 물론 우리는 길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산을 타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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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근위대는 남쪽에 집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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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
리에네가 반색을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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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게름 협곡으로 가는 길은 방해가 없겠군요. 우리가 그쪽으로 가는 줄은 모를 테니까요. 딜레라스 왕비가 게름 협곡에 대해 말해 준 건 아무도 모르잖아요.”
블랙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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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높이면 정오가 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반지를 얻어내고 대공녀를 인질로 잡아 북쪽 국경을 넘으면 블루와렌 시를 통해 나우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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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샤르카의 군대와 마주칠 일도 없겠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랜달이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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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 그렇게 되면 음, 놀면서 뒤통수를 치는 기분이겠는데요. 생각보다 심심해지는 것 같지만. 음……? 또 썩 나쁘지는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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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빨라야 해. 북쪽 국경을 해가 지기 전에 넘어야 해. 블루와렌은 밤에 국경을 열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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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일이 없는 대신 그만큼 숨이 차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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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준비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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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주군.”
랜달이 훌쩍 몸을 돌려 일행을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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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렇게 결정이 된 거예요? 게름으로 가는 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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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짧고 간결한 답에 오히려 리에네가 어리둥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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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더…… 음, 그러니까 당신이 좀 더 고민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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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공주님이 원하는 걸 내가 들어주지 않은 적은 없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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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사소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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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이든 아니든 내게는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주님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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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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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블랙은 잠깐 고개를 숙여 리에네와 이마를 마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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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제껏 전쟁은 개인적인 이유에서 벌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랬습니다. 나는 대공녀가 공주님에게 손을 쓰려 드는 게 몹시 화가 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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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화가 나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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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이 전쟁을 하려는 이유는 나와는 다를 겁니다. 그러니 전쟁을 피하고자 하는 이유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공주님은 어떤 게 나우크를 위해서 더 나은지 생각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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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런데……. 개인적인 이유도 있어요. 두 달이나 전쟁을 하게 되면 나는 두 달 동안 당신과 떨어져 있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매일 마음을 졸일 테고.”
이마에 닿은 이마가 훌쩍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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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라면 진작 말을 하지 그랬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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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너무 사소하고 개인적인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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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듭니다.”
블랙이 입술을 삼켰다.
손에 꼽을 정도로 유난히 짧은 키스는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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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블루와렌에서.”
블랙이 입술을 놓아주었다.
그렇게 수 없는 키스를 했어도 지금은 어쩐지 그의 시선을 마주하는 게 부끄러웠다.
아마도 장소와 걸맞지 않게 너무 뜨거워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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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블루와렌에서.”
리에네가 괜히 손부채질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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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어요. 신발을 가져올 테니.”
블랙이 신발을 가져와 신겨 주었다.
빨갛게 까진 발을 조심스레 다루는 그를 볼 때마다 계속 심장이 두근거렸다.
산을 벗어난 일행은 인근에서 말을 구했다.
인근에는 순례자의 마을이 있었는데, 북부에서 내려오는 순례자들 때문에 새벽에도 늘 장이 서는 곳이었다.
순례자들이 입는 두꺼운 로브를 구해 몸 위에 걸치자 일행은 그대로 순례자 행렬이 되었다.
게름 협곡까지 가는 길은 생각 이상으로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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