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태양신교의 주교가 벌인 악행들이 일파만파 퍼졌다.
태양신교 사제들을 그리 고운 눈으로 보고 있지 않은 영지민들조차 주교가 그런 일들을 벌였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지 충격의 여파가 상당히 오래갔다.
“벌을 받은 거야.”
“그런데 누가 그 녀석을 잡은 거지?”
“듣기로는 이번에 새로 오신 영주님께서 잡으셨다던데.”
“새로 오신 영주님이라면 황녀님? 아직 네 살이라고 하지 않으셨어?”
“그러니까 더 놀랍다는 거지.”
소문이 퍼지면서 새로 온 영주님에 대한 영지민들의 환상이 날이 가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고작 네 살배기 어린 영주님이 3년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진상을 파헤치셨다니….
혹시 어린 영주님은 엄청난 천재라도 되는 게 아닐까?
부풀릴 것도 없는 소문들이 영지 안을 휩쓸었다.
한동안 영주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문 앞을 서성거리는 사람까지 대거 등장할 정도로 새로 오신 작은 영주님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정점을 뚫고 마침표를 찍어버린 사건이 일어났으니.
“그거 들었어? 태양신전을 부수고 새로운 교단의 신전이 들어온다는 소식 말이야.”
“예끼 이 사람아. 이렇게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신전이 들어선다는 게 말이 돼? 괜찮은 의원님을 계속 수소문하고 있다니까 정신 좀 똑바로 차려 봐.”
“어허. 이 인간이 나를 병자 취급하고 있네. 그게 아니라 황실에서 직접 공표가 내려왔다니까?”
“엥? 그게 참말이야?”
남자의 말이 사실인지 파리만 날리던 게시판 앞에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내용은 황실에서 믿을 만한 사제들을 플로스 영지에 파견 및 신전을 건설해주겠다는 것.
심지어 그 믿을 만한 사제들이라는 게 풍요의 여신 프레야를 모시는 교단의 사제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영지민들은 크게 환호했다.
“우리 영지에 딱 맞는 사제님들이구먼!”
“올해는 열매가 더 열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이게 다 새로 부임하신 영주님 덕분이야!”
풍요의 여신을 모시는 사제들이 농작물에 힘이 되는 축복을 부여할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때문에 부르는 사람은 많고 사제들은 언제나 모자라서 데려오기조차 쉽지가 않은데 영주님의 파워로 이를 손쉽게 해결한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환호하고 있던 와중 누군가가 문득 목소리를 내었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 어린 영주님이 그렇게 예쁘게 생기셨다던데?”
“누가 그러디?”
“영주성에서 일하는 친구가 그렇게 말했어. 듣기로는 정령 여왕님의 환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후광이 비친다고 하더라고?”
그의 말에 영지민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정령 여왕님의 환생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비교할 것이 따로 있지 어린 영주님을 이 땅의 존재 의의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 정령 여왕님에게 빗댄다고?
“이야. 생각해 보니 진짜 그런 걸 수도 있겠네?”
“그래 맞아. 영주님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태양놈들 때문에 가난에 찌들어 죽었을 거야.”
“과거 정령 여왕님께서 선조님들을 구휼해주신 것처럼 영주님께서 우리를 구해주신 거라 이거지?”
“듣고 보니 일리 있는데.”
엘레인이 들었다면 손발이 오그라든다며 경악할 만한 대화.
누군가 장난식으로 전달한 정보가 어느새 영지민들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진짜 정령 여왕님의 환생이라 믿는 사람은 몇 없어도 비슷한 선상에 두고 바라보는 사람은 상당히 많았다.
즉, 엘레인을 바라보는 영지민들의 시야가 다른 쪽으로 확 트여버렸다는 뜻!
그렇게 영지민들의 마음속에 기이한 씨앗을 틔우고 있는 와중. 작금의 상황을 모르는 엘레인은 저택에서 보고를 듣느라 아주 바빴다.
“오늘 황실 측에서 주교를 인수해갔습니다. 이어서 징수관 밑에서 일했던 사병들의 신분은 노예로 강등시켰고 영지민들은 10년 동안 비료를 푸고 뿌리는 노예를 얻게 되었다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응. 아주 잘해써.”
일을 아주 잘하는구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일 처리에 엘레인의 입에서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집사 또한 엘레인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메마른 입술을 위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황궁에서 공표가 내려왔습니다. 내용은 풍요의 여신 프레야를 모시는 사제들을 십여 명 보낸다는 것. 태양신전을 허물은 뒤 그 위에 풍요신전을 새로 짓는다고 합니다.”
흠칫.
쿠키를 먹으며 집사의 보고를 듣고 있던 엘레인이 몸을 굳혔다.
그리고 떨리는 눈으로 그를 보며 말하기를.
“근데 신전은 사설 아냐? 근데 아빠가 지어준다고 하며는….”
황제가 지은 거니까 그 건물은 황제 거 아니냐!?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엘레인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을 ‘아버지의 사비로 건물을 짓는다는 말에 미안해하시는 거로구나!’라고 해석한 집사는 감동 받은 얼굴로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직접 사제들을 고르긴 했으나, 이곳으로 오겠다고 정한 것은 그들이니까요.”
“응? 지짜?”
“예. 정령 신화에 대한 플로스 영지민들의 믿음을 알려주니 흥미를 갖고 이곳으로 이전하는 데 적극 찬성했다고 합니다. 기존 태양신전을 허물고 그 자리에 풍요신전을 다시 세우겠다고 한 것 또한 그들의 의지입니다.”
집사의 말을 듣는 순간 엘레인이 떠오른 말은 ‘아니, 왜 굳이?’였다.
정령 신화에 흥미를 가지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굳이 태양신전이 있었던 자리를 허물고 자기네 신전을 세우겠다니.
철거 비용이 저렴한 것도 아닐 텐데 굳이 돈이 더 드는 쪽을 선택하는 사제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엘레인의 의문을 풀어주듯 집사가 설명을 덧붙였다.
“최근 베네딕트 제국 내에 태양신교가 우세를 점하면서 다른 신을 모시는 교단을 업신여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답니다. 아마 그 일에 대한 설움을 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아. 그러니까 결론은 최근 못되게 구는 태양신교의 신전을 깨부수면서 스트레스를 풀겠다?
“선물로 망치를 주면 될까?”
“하하핫! 영주님께선 유머 실력도 출중하시군요!”
아, 아니. 이런 것까지 띄워주면 내가 뭐가 됩니까.
엘레인은 왠지 직장 내에 하나씩 존재하는, 쓸데없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망치는 눈치 없는 상사가 된 기분을 느꼈다.
참고로 여기서 집사의 역할은 옆에서 분위기를 띄워주는 딸랑이 1이다.
“그, 그러고 보니 밖에서 계속 나 찾는다는 사람들 있다던데 어떻게 돼써?”
“그들은 3황자님께서 말씀하신 ‘쓸데없는 일로 영주님의 신경을 쓰이게 하면 안 된다’는 조언을 적극 수렴하여 모두 돌려보냈습니다.”
“중요한 일 아니지?”
“예. 모두 영주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함이랍니다.”
집사의 말에 엘레인은 괜히 머쓱해졌다.
원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고마워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용병 엘레인 때는 느껴보지 못한 그런 생소한 감정이었다.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좀 걸어 보까?”
환해진 영지민들의 얼굴도 보고 싶었지만, 무엇보다도 지난번에 크게 즐기지 못했던 디저트들을 제대로 먹어보고 싶었다.
엘레인의 뜻을 곧바로 알아챈 집사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집사 란테는 노쇠한 몸과 달리 정신은 아주 건강했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났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서류를 휙휙 옮기기도 했고 영주를 보필하는 실력 또한 지금껏 쌓인 노하우가 만만치 않은지 빈틈이 없었다.
정중한 자세로 엘레인에게 모자를 챙겨준 란테가 뒤쪽에 섰다.
엘레인은 뒤를 지키는 기사처럼 든든한 란테의 존재감을 오롯이 느끼며 영주성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짜 기사들은 범죄자들을 심판하느라 자리를 비웠기에 엘레인의 주변은 한산했다.
“어? 엘레인 어디로 가는 거야?”
“잠깐 밖에 구경 점.”
“그럼 이 몸을 빼먹으면 안 되지!”
아르닐에 이어 라네즈가 툭 튀어나오더니 엘레인의 양옆에 자리를 잡았다.
노쇠한 기사와 꼬마 기사 둘을 얻은 엘레인은 처음 왔을 때보다 활기차 보이는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영지민들 얼굴 위로 떠오른 행복을 보고 있자 하니 엘레인의 기분도 그들을 따라 산뜻해졌다.
“앗. 정령 여왕님이시다.”
“응?”
그때 엘레인의 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뜬금없이 정령 여왕님이라니.
정말 이 세상에 정령 여왕이 현현하기라도 한 건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자, 이번엔 다른 쪽에서도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이네? 소문대로 엄청나게 아름다우시구나…!”
“???”
엘레인은 잔뜩 감동한 주제에 감히 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영지민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저 사람 지금 나보고 말한 거야?
엘레인이 황당함을 금치 못하며 그를 바라보고 있자, 자신감을 얻은 영지민들이 속속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령 여왕님! 여기 제가 직접 재배한 블루베리에요!”
“아아! 이건 저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농법으로 재배한 복숭아랍니다. 아주 달고 맛있어요!”
“꺄악! 정령 여왕님께서 나를 봐주셨어! 나 이제 죽어도 좋아!”
이게 대체 뭔…?
사람들이 엘레인을 보며 열광하고 있다.
이 상황이 놀라운 건 비단 엘레인뿐만은 아닌지 사람들의 접근을 쳐내며 으르렁거리고 있던 쌍둥이 황자들 또한 얼빠진 얼굴이다.
“뭐야. 우리 꼬맹이 언제 이렇게 유명해진 거야?”
“묘하네. 마치 지난날 시녀들과 하녀들이 우릴 보던 그 눈빛 같아.”
라네즈가 신이 나서 어깨를 으쓱였고 왠지 얼굴이 창백해진 아르닐이 어깨를 떨었다.
그 와중에도 집사 란테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지민들의 선물 공세를 차곡차곡 받아들며 엘레인이 다치지 않도록 일정 선 이상 들어오는 이들을 적당히 밀어내었다.
“영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누군가가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질렀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니, 지난번 맛있는 디저트를 팔았던 사장이 깊이 감복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떼거리로 몰려들었던 영지민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그들의 모습에 엘레인은 왠지 모를 전율을 느꼈다.
“모두들 영주님께 깊이 감사하고 있군요.”
“으응.”
이러한 감사 인사는 용병 엘레인일 때도 수없이 받아봤다.
하지만 그때는 돈을 받고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표현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마음에 여유가 없고 악질적인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해 선을 긋고 살아왔던 상황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엘레인은 마음의 여유도 많았고 마음씨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았다.
바로 주변만 보아도 듬직한 오빠들이 제 옆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이전과 달라진 상황에 영지민들의 순수한 선의가 올곧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것은 곧 엘레인의 몸을 전율케 한다.
낯설지만 가슴 따뜻한 기분.
그에 엘레인은 괜히 우물쭈물거리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라네즈가 윽박지르면서 영지민들을 쫓아낼 때까지 계속.
“돌아갈까?”
“응.”
디저트 가게 사장이 달콤한 과자들이 가득 담긴 상자를 건네는 것을 마지막으로 엘레인은 영주성으로 복귀했다.
가슴 따뜻한 이 행복을 깊이 간직하며.
이제는 나의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
“왔느냐.”
다시 돌아온 황궁에는 황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떨어져 있었다고 황제의 얼굴을 보자마자 기쁨이 가득 차오른 엘레인은 지체 없이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다녀왔어여!”
활기찬 인사에 황제의 입가에 그린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해맑게 웃고 있는 엘레인을 말없이 바라보더니 동그란 머리통을 슥슥 쓰다듬었다.
“큰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아빠 덕분에 잘 해결됐어여.”
“내가 한 건 뒤처리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자마자 일을 해결한 네 공이 더 크다.”
황제의 날 것 그대로의 칭찬에 손가락이 곱아들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게 된 엘레인은 빨갛게 물든 얼굴을 푹 숙였다.
훈훈한 분위기에 황태후와 쌍둥이 형제들은 물론이고 가신들의 얼굴에도 봄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저것들은 뭐지?”
황제가 한 곳을 가리켰다.
그의 손을 따라 바라본 곳에는 영지민들이 준 선물들을 가득 들고 있는 기사들이 있었다.
“저거 영지민들이 꼬맹이한테 고맙다고 준 선물인데.”
“맞아요. 다들 엘레인을 얼마나 좋아하던지 상등품의 과일을 무더기로 안겨주더라고요.”
쌍둥이 형제의 말에 황제의 두 눈이 조금 커졌다.
“호오. 역시 우리 딸이로군. 벌써부터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인가.”
대견하다는 그의 눈빛에, 이번엔 손가락은 물론이고 발가락까지 곱아들었다.
엘레인이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감각에 몸서리치고 있는 한편, 황태후가 우아하게 웃으며 과일 더미를 가리켰다.
“이왕 받은 것. 지금 이 자리에서 한번 맛보자꾸나.”
“오. 안 그래도 복숭아 먹고 싶었는데!”
“형 복숭아 싫어하지 않았어?”
“그땐 물렁한 거라서 싫어한 거지. 근데 저건 딱복이잖아.”
라네즈는 그렇게 말하면서 실없이 웃었다.
이후 엘레인은 순식간에 나타난 원형 테이블과 의자를 바라보며 황제의 무릎 위에 앉혀졌다.
“그래.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내가 설명할게요!”
황제가 따뜻한 차를 음미하며 그리 묻자 라네즈가 딱복을 씹다 말고 외쳤다.
그 덕에 입에서 복숭아 잔해가 튀어나왔고 아르닐이 혐오하는 얼굴로 그를 째려봤다.
황태후는 그런 쌍둥이 형제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입가를 가리며 기품 있게 미소 지었다.
두런두런거리는 소리와 뺨을 간질이는 바람. 거기에 실려 오는 향긋한 꽃내음까지.
황제의 품에 안겨 짧은 다리를 흔들거리던 엘레인은 문득 지금의 상황이 꿈에도 그리던 평화로운 삶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회귀 전의 나였다면 절대 경험하지 못할 따뜻한 하루.
언제부터인지 내가 그은 선 안에 들어온 수많은 사람들.
나의 가족들….
엘레인은 이제 내 삶의 일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키고 싶다.’
지금의 이 행복을 지키고 싶다.
그들의 미소를 지키고 싶다.
나의 가족들을 지키고 싶다….
처음 ‘황제의 손에서 살아남자’라고 끊임없이 되뇌던 목표는 지금에 와서 ‘나의 가족들을 지키고 싶다’로 바뀌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엘레인의 내면에도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소중한 가족이 생겼고, 가족들이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으며, 나를 좋게 봐주는 영지민들도 생겼다.
용병 엘레인일 때와 달리 황녀 엘레인은 지키고 싶은 것이 많이 생겼다.
그러므로 황녀 엘레인은 결정했다.
‘내 손으로 지킬 거야.’
이 행복을 누군가 앗아가게 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혼자가 되지 않을 것이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 또한 내가 지켜줄 것이다.
그러면 황녀 엘레인이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나의 집. 베네딕트 제국을 지켜야 해.’
회귀 전 베네딕트 제국은 크고 작은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중에는 제국의 근간을 뒤흔들 만큼 굵직한 사건도 존재했다.
‘제국 수도에서 벌어지는 집단 테러와 기계 도시 대폭발. …지금 기억나는 건 대충 이 정도인가.’
하나같이 쉽게 넘길 수 없는 위협적인 일들이다.
그리고 가장 커다란 문제이자 커다란 난관인 세 개의 재앙도 남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
이로써 엘레인이 해야 할 일은 정해졌다.
그중 하나는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고 남은 하나는 어떠한 일에도 대항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운디네. 도와줄 거지?’
-무웃!
운디네가 나만 믿으라는 듯 공중제비를 돌았다.
엘레인이 그것을 보며 웃음을 참고 있자, 황제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왜 그러지?”
“아무것도. 것보다 이 차 되게 맛있다!”
엘레인이 꽃차를 들이켜며 말하자 황제가 피식 웃었다.
머리를 쓰다듬는 황제의 따스한 손길을 받으며, 엘레인은 다시 다짐했다.
이 행복을 반드시 지키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