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라네즈에게 질질 끌려가면서도 엘레인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 나이에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갇힐 수는 없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정령석을 훔친 전적이 있는 라네즈가 또다시 무언가를 훔치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 오빠가 도벽증에 걸렸다니.
미래의 최연소 소드 마스터가 사실은 도벽증 환자였다니이!
이건 재능을 내려준 하늘이 울고 갈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재능이 있는 사람이 무언갈 가지길 진심으로 염원한다면 못 가질 것도 없다.
불가능한 일도 가능케 하는 게 바로 재력과 무력이니까 말이다.
‘설마 라네즈 이 사람. 회귀 전에는 사람을 복날 개 패듯이 패놓고 가지고 있는 걸 탈탈 털어먹는다든가 뭐 그랬던 건 아니겠지?’
엘레인의 망상은 점점 끝을 모를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 목적지에 도착한 라네즈는 방긋 웃는 낯으로 엘레인의 등을 살포시 밀어주었다.
“도착했어!”
“어? 요기는….”
“황실 주방이야. 맛있는 걸 털려면 식자재 창고보다 여기서 터는 게 더 낫거든.”
난 또. 뭘 털러 간다더니 그게 먹을 거였나?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엘레인은 익숙하게 주방을 활보하는 라네즈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빠. 요기 자주 와 봐써?”
“늦게까지 훈련하다 보면 배가 고프잖아. 너도 야식 땡겨서 온 거 아니었어?”
“나, 난 처음이야.”
“나도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야.”
“그롬 언제부터?”
엘레인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라네즈가 갑자기 인상을 썼다.
“아니, 며칠 전부터 스승님이 과식하는 건 안 좋다고 밥을 많이 못 먹게 하잖아. 쑥쑥 커야 할 땐데 진짜 너무하지 않냐?”
응. 그건 좀 너무하네. 애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엘레인이 속으로 동조하며 측은한 눈빛을 보내자 라네즈는 울상을 지으며 바구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꺼냈을 때 그의 손엔 부드러운 빵 하나가 잡혀 있었다.
“오오. 오늘은 빵이 남았네? 그럼 그걸 해 먹으면 되겠다.”
언제 울상을 지었냐는 듯 확 밝아진 라네즈.
엘레인은 나이프로 간단하게 반을 가른 뒤, 양쪽 면에 딸기잼을 듬뿍 바르는 그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남은 채소와 훈연 햄을 대충 썰어 넣으니 완벽한 샌드위치가 완성됐다.
고작 3분 만에 일어난 마법 같은 일이었다.
혹시 칼을 사용하는 거라면 뭐든지 잘하는 걸까?
우리 오빠가 도벽남이 아니라 요섹남이었다니.
묘하게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자, 라네즈가 방금 만든 샌드위치를 머뭇거리며 내밀었다.
“먹을래…?”
“아냐. 그건 오빠 먹어.”
그렇게 손을 부들부들 떨어대면서 두 눈을 글썽이면 어느 누가 넙죽 받아먹겠나?
엘레인의 거절에 웃음을 숨기지 못한 라네즈가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말했다.
“그러면 넌 뭘 먹으려고?”
“난 저거 먹을래.”
엘레인은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 또 다른 바구니를 가리키며 군침을 삼켰다.
‘내 촉이 말하기를 저건 100퍼센트 간식류다. 그것도 엄청 달달한!’
어쩌면 저 바구니 안에 마카롱이 있을지도 모른다.
음.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군.
곧바로 오도돗 달려간 엘레인은 낑낑대며 테이블 위에 있는 바구니 쪽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빌어먹게도 짧은 팔은 여기서도 말썽이다.
결국 우걱우걱. 복스럽게 샌드위치를 씹어 먹고 있던 라네즈가 가볍게 발끝을 드는 것으로 바구니를 내려다 주었다.
“으엑. 이거 마카롱이잖아?”
“우와! 마까룽이다! 오빠 고마워!”
극과 극의 반응이 양쪽에서 튀어나왔다.
라네즈는 극혐하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엘레인은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바구니 안을 탐색했다.
라네즈는 희희낙락하며 마카롱 하나를 집어 드는 여동생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짜 이해할 수 없다니까. 설탕 덩어리보다 이게 훨씬 더 맛있는데.”
“취향임다. 존중해주세엽.”
필링이 가득 들어 뚱뚱한 마카롱을 양손 가득 쥐고 본격적으로 탐닉하기 시작했다.
엘레인의 취향을 이해할 수 없는 라네즈는 더 먹을 게 없나 주방을 둘러보았고 그 와중에 뚱카롱 하나를 해치운 엘레인은 보라색 마카롱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음~ 이 향기. 블루베리 마카롱인가 본데?’
블루베리 특유의 상큼하면서도 달달한 향기가 코끝을 맴돌았다.
베리류라면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엘레인은 크게 입을 벌려 와앙! 보라색 마카롱을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이 맛은…!?’
엘레인은 난생처음 맛보는 강렬한 맛에 넋을 놓았다.
입 안 가득 터지는 상큼한 과즙.
팔랑팔랑 날갯짓하는 나비처럼 은근하게 내려앉는 감칠맛.
먹는 내내 계속해서 침샘을 자극하는 새콤한 신맛까지!
마카롱과 블루베리의 그 운명적인 만남에 엘레인은 말 그대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머릿속으로는 쿵쿵! 거대한 몸을 튕기며 다가오는 거대한 블루베리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하는 중!
“헉! 기사 떴다!”
엘레인이 넋을 잃고 있을 때, 저 멀리 기사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주방을 털던 그들은 꼼짝없이 연행되고 말 터!
당황한 라네즈는 마카롱을 쥔 채 헤픈 웃음을 짓고 있는 엘레인을 둘러업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뒤.
“흐아아. 하마터면 들킬 뻔했네. 먹은 거 다 소화되어 버렸잖아.”
아닌 밤중에 첩보물을 찍은 라네즈는 이마에 흐르는 구슬땀을 닦아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혼자였다면 그리 힘들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홀몸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멍 때리고 있는 엘레인의 앞에다 손을 흔들었다.
“꼬맹이. 너 괜찮아?”
“…어? 언제 내 방으로 와써?”
“방금. 근데 너 아까부터 넋을 놓고 있던데 이제야 정신 차린 거야?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아냐. 나 멀쩡해.”
열심히 손을 파닥거리며 괜찮은 정신을 피력하자 게슴츠레하게 뜨였던 라네즈의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래? 어쨌든 오늘은 늦었으니까 이쯤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보자!”
“응. 오빠 잘 가.”
고마움의 표시로 손을 흔들어주자, 발코니로 몸을 돌린 라네즈가 피식 웃으며 멋들어지게 나무를 타고 내려갔다.
그래도 저번에 황제에게 혼 좀 났다고 들어올 때는 안전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던 라네즈였다.
“아까 그 마까룽. 다 먹어버렸나.”
시선을 돌려 바구니 안을 보니 아까와 달리 아주 휑했다.
넋을 놓고 있는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 손과 입을 움직이고 있었는지 열 개 남짓하던 블루베리 마카롱이 싹 다 사라져 있었다.
다른 베리류의 마카롱도 눈에 보였지만, 블루베리 마카롱만 한 맛은 나지 않았다.
“나중에 또 먹을 수 있게찌?”
아쉽지만 이미 다 먹어버렸으니 다음을 기약하는 게 맞다.
실망한 마음을 뒤로한 엘레인은 다음에 또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갔다.
***
다음 날.
엘레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전날의 블루베리 마카롱이 지배하고 있었다.
어제 그거참 맛있었는데. 오늘 간식에 안 나오려나?
탱글탱글한 식감과 혀를 춤추게 하는 달콤함. 그리고 신맛 한 스푼을 담고 있는 과육을 떠올리니 도저히 일에 손이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그 마카롱은 무엇일까? 누가 어떻게 만들었기에 그렇게 빈틈이 없는 맛을 가진 마카롱을 만들어 낼 수가 있는 거지?
블루베리의 단맛과 신맛. 그리고 약간의 짠맛의(아마도 소금) 삼중주가 혀끝에 울려 퍼지는 그 순간을 도무지 잊을 수가 없다.
생과일을 넣어 신선함을 더하고 중간에 깜짝 등장하는 블루베리 잼의 고급스러운 단맛까지 추가되니, 아아! 이것이 바로 궁극의 마카롱이니라!
이걸 만든 사람은 절대적으로 천재임이 틀림없어!
“…마까룽.”
상사병에 걸린다면 이러할까.
머릿속에 가득 찬 마구니 때문에 오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빨리 새로운 훈련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근데 블루베리 마카롱 하나만 먹으면 금방 떠오를 것 같기도 하고.
“하아.”
온종일 멍한 상태로 한숨을 푹푹 내쉬니 앨리스와 베일리의 얼굴에 걱정이 떠올랐다.
“어제는 네가 그러더니 오늘은 황녀님이 저러시네.”
“황녀님도 소중한 컬렉션이 박살 난 걸까?”
“…황녀님이 너 같은 줄 아니?”
앨리스와 베일리가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둘 사이를 중재하는 것도 못할 만큼 엘레인의 기운은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오로지 간식 시간. 그 시간만을 기다리는 엘레인은 흡사 전날의 베일리처럼 의욕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엘레인을 하늘이 가엾게 여겨준 것일까?
평소보다 10분 일찍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식!?”
“어머나.”
언제 흐느적거렸냐는 듯 번쩍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모습이 귀여운 미어캣을 떠올리게 했다.
그 모습에 푸훗 웃은 앨리스가 문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캐시가 이동식 트레이를 끌고 왔다.
‘근데 오늘은 마커가 아니네. 이 안에 새로 개발한 디저트는 없는 건가?’
엘레인은 조금 실망할 뻔했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따지고 보면 블루베리를 첨가한 마카롱이니 새로 개발했다고 볼 수가 없다.
‘그러니 저 안에 분명 어제의 그 마카롱이 있을 거야! 아니, 꼭 있어야만 해!’
전날 만들어 놨다는 건 연습용으로 만들어봤다는 뜻.
엘레인은 평소 마커의 연습 습관을 떠올리며 두 눈을 반짝 빛냈다.
하지만 은색 돔을 여는 순간 엘레인은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어머나. 오늘은 맛있는 에그 타르트네요. 그럼 따뜻한 홍차를 타드릴… 황녀님?”
“으응?”
“괜찮으세요? 방금 표정이 안 좋으셨는데.”
“아니. 암것도 아냐.”
엘레인은 최대한 시무룩해진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에그 타르트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원하는 디저트가 없다는 사실에 크나큰 상실감을 느껴서일까?
엘레인은 난생처음으로 음식을 남기고 말았다.
그것도 무려 ‘디저트’를!
“헉. 황녀님께서 디저트를 남기셨어?”
“우, 우째 이런 일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앨리스와 베일리는 경악했다. 캐시 또한 놀랐는지 커다란 눈이 정처 없이 흔들렸다.
“혹시 어디 아프신 건가요?”
“아닌데. 열은 없는데….”
“온니들 나 지짜 괜차나. 그리고 미안하지만 혼자 있구 싶어.”
이마의 열을 재보며 호들갑을 떠는 두 여인의 모습에, 엘레인은 한숨을 내쉬며 그들을 방 밖으로 밀어냈다.
당연하지만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일들의 연속에 베일리와 앨리스는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황녀님께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 걸까?”
“글쎄. 내가 보기엔 한동안 쓴 약을 먹어서 입맛이 떨어진 것 같은데.”
“그것도 일리 있긴 한데… 혼자 있고 싶다는 걸 보면 다른 중요한 고민이 있는 게 아닐까?”
“어떡하지. 우리 황녀님 걱정돼서 우째….”
세 여인이 심각한 낯으로 꽉 닫힌 방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세 사용인이 황녀의 방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은 꽤나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고로 황녀가 간식을 남겼다는 소문이 황제의 귀에 들어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직접 찾아가 봐야겠군.”
걱정이 된 황제는 곧바로 초상집 분위기의 복도를 가로질러 딸아이의 방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엘레인은 황제의 방문을 거절하지 않고 직접 문을 열어주기까지 했다.
“아빠? 요긴 웬일이야?”
“일이 좀 빨리 끝나서 말이다. 이건 선물이다.”
“이건… 마까룽!?”
당혹감으로 물들어 있던 얼굴이 단번에 밝아졌다.
그 모습에 황제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피식 웃으며 얼른 풀어보라는 듯 턱끝을 까딱였다.
하지만 상자를 열자마자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던 엘레인의 얼굴은 급속도로 뚱해졌다.
“그 마까룽 아니네….”
“왜 그러지? 네가 곧잘 먹곤 하던 레인보우 마카롱이다. 그리고 그 옆엔 오색 보석 에디션도 있지.”
“으응. 지짜 이뿌다.”
“…….”
앵두같이 귀여운 입술에선 맛있겠다는 말이 아닌 예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긍정적인 표현과는 달리 표정은 그리 기뻐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패잔병이 되어 돌아온 황제는 울적한 얼굴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갑자기 이게 웬 날벼락이래. 자네는 왜 갑자기 소집됐는지 아나?”
“나도 몰라. 혹시 그쪽이 뭐 잘못한 건 아니지?”
“그럴 리가! …근데 오늘따라 회의실 불이 왜 이렇게 약하지?”
“불이 나간 것 같은데. 응? 잠깐만. 어떤 미친놈이 상석에 앉아 있는 거야!?”
평소보다 훨씬 어두운 회의실에 줄줄이 들어서던 신료들은 감히 상석에 앉아 있는 인영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황제 폐하께선 늘 회의 시간이 다 되어서 오시기 때문에, 그분이 오기 전까지 상석은 비어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떤 간 큰 놈이 폐하께서 없는 틈을 타 저런 천인공노할 짓을?
“큭. 술도 마신 것 같은데?”
“감히 회의실에서 주사를 부리다니. 대체 얼마나 간땡이가 부은…. 헉! 폐, 폐하?”
“뭣? 폐하라고?”
인기척에 스르륵 고개를 든 황제가 여상스럽게 와인을 따랐다.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관료들에게 얼른 앉으라 턱짓을 하고는 우아하게 레드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다 온 건가?”
“예? 아, 예. 그런 것 같습니다만….”
“지금부터 긴급회의를 시작하지. 모두 자리에 앉아라.”
황제의 명령에 주춤거리던 신료들이 우르르 착석했다.
다행히 그들의 무례를 벌할 생각은 없으신 것 같으나, 한 신료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발언했다.
“저… 외람되지만 폐하.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대낮에 술을 마시는 것도 모자라 심각한 얼굴로 긴급회의를 소집하다니. 도대체 어떤 중대한 사항이 벌어졌기에?
한 관료의 긴장감이 가득 섞인 말에 황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주 심각한 얼굴로 말하기를.
“아무래도 우리 딸이 사춘기인 것 같다.”
무겁게 울려 퍼지는 황제의 초 진지한 목소리에 관료들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차마 황제에게 되물을 수 없었던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딸이 사춘기가 온 것 같아서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아니, 근데 고작 네 살배기가 무슨 사춘기???’
‘그렇게 어린 나이에 사춘기가 올 수도 있나?’
서로의 눈을 보며 의사를 전달하던 관료들.
그러나 그들과 생각이 다른 이들이 있었으니….
“아니, 뭐라구요!? 황녀님께서 벌써 질풍노도의 시기가?”
“이럴 수가. 그거 완전 큰일이잖습니까!”
황제의 말에 정보대신과 외무대신이 테이블을 쾅 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뭐야. 쟤들은 또 왜 저래?’라고 말하는 듯한 관료들의 시선은 보이지 않는지 참으로 원통하고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다.
“보아하니 그대들도 비슷한 일을 겪은 모양인데.”
“아무렴요. 제 딸내미에게 사춘기가 찾아왔을 때는 마을이 다 뒤집혔습니다. 자기와 드레스 취향이 맞는 사람을 찾겠다며 가출을 했었거든요.”
“그거참 큰일이었군. 역시 듣던 대로 사춘기라는 것은 아주 무서운 것이었어.”
“그런 의미로 사춘기가 온 아이를 대하는 꿀팁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경청하지.”
그렇게 정보대신의 꿀팁 대방출이 시작됐다.
반면, 그들 간의 대화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진지하게 정보대신의 말을 받아 적는 황제를 보다 말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관료들 눈앞에, 급하게 오느라 처리하지 못한 서류들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오늘 안에 다 처리해야 하는데…. 망했다.’
‘누가 우리 팔불출 폐하 좀 말려줬으면….’
‘흠. 나도 자식들 사춘기 때 신경 좀 쓸 걸 그랬나?’
그들의 동상이몽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