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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 (159/417)

159화

신을 모시는 자들 중 선택받은 소수만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자들을 기본적으로 사제라고 칭하며(신성력이 없는 사제도 존재한다) 개중에도 신성력의 수치에 따라 하급 사제. 중급 사제. 고급 사제. 그리고 주교와 대주교 정도로 계급을 나눈다.

그리고 그들이 모시는 전지전능한 신들은 대부분 특색이 있다.

녹음의 신. 건축의 신. 태양의 신 등. 각각 그들의 존재 의의 그 자체를 가리키는 단어가 앞에 붙어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사제들은 오로지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모시는 신의 특별한 힘을 빌릴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모든 교단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태양신교는 신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곳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그들의 신성력엔 태양신의 힘이 깃들어있어서 겨울에도 잘 꺼지지 않는 신성한 불꽃을 만들어낼 수 있다거나 뜨거운 뙤약볕에 노출된 작물을 지켜내는 등. 상당히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엘레인이 그들과 계약한 건 고작 그런 힘을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다.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뒤 엘레인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온 태양신교 사제들은 앞으로의 할 일을 듣고 벙찌고 말았다.

“작물을 말리라고요?”

“네. 태양신의 힘을 빌려서 듬뿍.”

엘레인은 딸기가 가득한 세상에서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을 향해 방긋 웃어주었다.

그래. 지금부터 그들이 할 일은 바로 작물 말리기.

일명 채소 빨래라는 것이다!

* * *

엘녹은 햇볕이 쨍하니 들어오는 창고 안. 바닥을 대거 점거하고 있는 딸기들을 보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작물 말리기… 라고요?”

엘녹뿐만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할 줄 알았던 태양신교 사제들은 허망한 얼굴이 되었다.

겨울날 땔감이 없어서 불 좀 피워 달라고 했던 누군가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아니, 그보다 더욱 황당한 의뢰에 머리가 띵해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사제가 되어서 고작 작물을 말리는 데에 신성력을 낭비하다니!

세상에 이보다 심한 낭비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저… 이런 하찮은 일이 영지민들을 돕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하찮다니요? 무슨 농담도.”

산뜻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엘녹은 따라서 실없이 웃었다.

아,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농담이 아니라는 뜻이구나.

현실 부정을 포기하고 결국 체념한 엘녹은 세상에서 가장 일하기 싫은 얼굴로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계약서에 쓰여 있던 ‘고용주가 원할 때 노동력 제공’이라는 항목의 노동이 이런 걸 뜻할 줄이야….

허허.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딸기 천지를 바라보고 있던 그는 눈앞의 탱글탱글 잘도 익은 딸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근데 이 딸기는 왜 말리려는 겁니까?”

이왕 일할 거. 그 이유나 좀 알고 하자.

그런 의미로 묻자 엘레인은 뭘 당연한 걸 다 묻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당연히 겨울에도 딸기를 먹으려고 그러는 거죠.”

“네? 하지만 딸기는 대부분이 수분이라서 말리면 맛이 없을 텐데요.”

“그래서 당신들에게 이 일을 맡기는 거예요.”

엘레인의 말에 엘녹은 더욱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왜인지 점점 더 미궁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엘레인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신성력으로 작물 말리는 건 처음 해보죠?”

“그야 당연하죠. 뜨거운 태양열을 막은 적은 있어도 이런 일은… 끄응.”

“그럼 일단 해 봐요. 설명은 그다음에 할게요.”

어차피 계약서에 사인한 이상 그들은 철저한 을이었다.

돗자리 위로 겹치지 않게 딸기들을 쭉 깔아놓은 그들은 돗자리 주변을 빙 둘러쌌다.

“우선 30도부터 시작할게요.”

“네? 온도도 정하나요?”

“건조하는 데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온도에 따라 딸기 맛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니까 일정한 온도의 열기를 내보내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야 해요.”

실제로 그렇게 해서 대히트를 친 고구마말랭이가 있다.

물론 회귀 전의 일이지만, 쫀쫀함과 촉촉함이 동시에 공존하던 그 맛은 용병 엘레인에게 최고의 감동을 선사해주었다지.

당연하지만 당시 그 고구마말랭이를 만든 사람도 태양신교의 사제들이었다.

누가 처음 그 시작을 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긴….”

엘녹은 그럴듯한 엘레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온도 조절을 할 줄 모르는 사제들에게 그 방법과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그럼 시작합니다.”

이윽고 모든 사제들의 양손에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목표물이 딸기여서 그런지 특이하게도 시전자와 주변 인간에게는 그 열기가 닿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을까.

체감상 5분 정도가 지났다고 생각했을 때 엘녹이 스톱을 외쳤다.

“이대로 두면 대략 24시간 정도 계속 열기가 돌 거예요.”

“딱 좋아요. 5도씩 올려 볼까요?”

“바로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엘녹은 상당히 유능한 리더였다.

뛰어난 통솔력은 물론이고 궁금한 것은 바로바로 물어보아 부하들이 지금 하는 일에 의구심을 갖지 않게 만드는 등. 처음 이상한 논리로 성물을 빼앗으려던 모습과 달리 이성적인 면모를 꽤 여럿 보여준 것이다.

‘정상적인 논리로 성물을 가져올 수 없으니 아예 억지를 부려서 빼앗으려 했던 건가.’

말도 안 통하고 억지만 부리는 상대는 피곤하기 짝이 없다.

만약 그것을 노린 거라면 엘녹은 머리도 꽤 좋은 편이다.

분위기 파악을 잘하던 것도 그렇고.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서 쟁취한 것도 그렇고….

‘이거 어쩌면 상당히 괜찮은 인력이 제 발로 굴러들어온 걸지도…?’

“에, 엣취!”

“주교님. 감기 걸리셨습니까?”

“뭐? 설마.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가까이 다가오지 마세요. 혹시나 옮을라.”

“야, 이… 그냥 재채기한 거거든!”

음. 통솔력이 좋은 것과 별개로 리더로서의 위엄은 없는 건가.

엘레인은 상사가 길길이 날뜀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끝인 사제들의 모습에, 엘녹의 평가를 재조정했다.

리더십이 있고 일은 잘하지만 약간의 어수룩함이 엿보임. 땅땅!

* * *

다음날.

30도에서 5도씩 올려 총 60도까지 분류하여 나눈 엘레인은 딸기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라데이션을 한 것처럼 빨간색에서 시커멓게 죽은 색깔로 쭉 이어지는 돗자리.

하나하나 확인하고 맛을 본 엘레인은 얼마 안 가 최적의 온도를 찾아냈다.

“이거네. 45도.”

과연 태양신의 힘이 깃든 신성력을 듬뿍 쏘아내어서 그런지 딸기의 맛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흡족한 얼굴로 자리를 털고 일어선 엘레인은 아까부터 시끌벅적한 바깥을 내다보았다.

쟤넨 또 왜 저러고 있냐.

창고 밖에는 무얼 하나 기웃거리고 있던 아르헤와 그런 그녀의 진입을 막아선 엘녹과의 말싸움이 한창이었다.

“바, 방금 뭐라고 했소?”

“어후. 밤새 딸기밭에서 구르기라도 했나. 향수 취향 참 독특하네. 라고 했는데요?”

“이익! 딸기밭에서 굴렀다는 말엔 동의하나 그건 엄연히 내 취향이 아니오!”

“소리 좀 지르지 마세요. 그 어울리지 않는 말투도 좀 집어치우시고.”

“뭐, 뭐요? 이 말투가 뭐 어때서?”

“설마… 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니죠? 진짜 이상한 사람일세.”

“흥. 이상한 건 당신이오. 위엄도 있고 멋지기만 하구만, 이상한 쪽에 자꾸 태클 걸지 마시오.”

아르헤는 세상 진지한 얼굴로 그리 말하는 엘녹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 이 인간. 진심이구나.

새삼 깨달은 그녀가 덜떨어진 무언가를 바라보듯 혀를 쯧쯧 차자, 창고 안에서 엘레인의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설마 두 분. 오늘도 싸우시는 건 아니죠?”

“아, 아닙니다. 저흰 그냥 평범한 대화를 나누었을 뿐입니다. 정말이요!”

“으엑. 이중인격자.”

옆에서 아르헤가 토하는 시늉을 하자 엘녹의 눈이 쭉 째졌다.

아르헤는 따가운 그의 시선을 가뿐히 무시하며 햇살과도 같은 미소를 잔뜩 머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사랑스런 영주님? 어제는 잘 들어가셨나요?”

“물… 론이죠. 제가 가고 나서 다른 문제는 없었죠?”

“영주님께서 일을 잘 해결해주신 덕분에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답니다. 그것보다는 어제 점심 식사를 대접하지 못해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

흑흑. 아르헤가 울상을 지으며 아양을 떨자 이번에는 엘녹이 토할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망할 여자가 대체 누구보고 이중인격자라는 거야. 진짜 어이가 없네.”

“…지금 뭐라고 하셨죠?”

“아무 말도 안 했소만?”

아르헤와 엘녹의 시선이 맞부딪치며 엄청난 스파크가 튀었다.

엘레인은 오늘도 활기찬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거기 그만 싸우시고. 엘녹은 저 따라와요.”

“넵, 영주님!”

엘레인의 부름에 엘녹은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해맑게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던 아르헤는….

“자, 잠깐만요. 혹시 두 사람. 벌써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해진 건가요?”

“그렇다기보다는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에서 계속 주교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해서요. …왜 그러세요?”

엘레인은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아르헤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외치는 그녀.

“제 이름도 편하게 부르셔도 되는데!”

“하지만 주교님은….”

“엄밀하게 따지면 저도 고용인이랍니다? 성물 지키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그렇죠?”

정확히는 공생관계지만, 엘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까지 이름을 불리고 싶어 하는데 거절하기도 뭐했다.

“알겠어요, 아르헤. 그럼 전 이만 일 하러 가볼게요.”

“꺄아~! 영주님이 내 이름을 불러주셨엉~!”

음. 뭔가 집사를 뛰어넘는 주접킹을 만들어낸 것 같은데.

엘레인은 뒤쪽에서 들려오는 몰라몰랑 소리를 애써 한쪽 귀로 흘려보내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이 아니야….”

옆에서 공감 가는 말을 하는 엘녹을 데리고 창고 안으로 들어오자,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멍을 때리고 있던 사제들이 벌떡 일어났다.

“오셨어요, 주교님?”

“이번에는 이기셨어요?”

“말도 마. 저 여자는 강적이야.”

엘녹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정말이지 주교님답군요.

옆에서 사제들이 속닥거렸지만, 엘녹은 모르는 척을 시전했다.

“다들 거기 모여 있지 말고 이것 좀 먹어 봐요.”

“어제 저희가 말렸던 딸기인가요?”

“네. 하나씩 먹어보고 뭐가 제일 맛있는지 평가 좀 해주세요.”

엘레인의 말에 사제들은 30도부터 시작하여 까맣게 변색되어 먹기 싫게 생긴 60도 딸기까지 하나씩 맛보았다.

그리고 만장일치로 그들이 선택한 것은 바로 45도의 열기로 말린 딸기였다.

그들은 ‘어떻게 이렇게나 완벽하게 맛이 보존될 수 있지?’ 따위의 의문 어린 시선을 보내면서도 착실하게 맛에 대한 평가를 했다.

“이게 가장 맛있어요!”

“맞아. 수분은 없어져서 식감은 달라졌지만, 색깔도 거의 그대로고 맛도 원래 딸기랑 가장 비슷해요!”

“저는 원래 딸기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새콤달콤하고 쫄깃한 것이 그냥 딸기랑은 또 다른 맛이에요!”

엘레인은 사제들의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린 딸기 하나를 집어 들며 말하기를.

“과일을 잘 말리기만 하면 이처럼 특유의 단맛과 상큼한 향이 더 응축되죠. 제빵 재료로 사용하거나 차를 만드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이 정도면 굳이 딸기를 말려서 보관하는 이유에 대한 답이 되었을까요?”

“네. 충분히요. 하지만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죠?”

엘녹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게 고작 하루만 말렸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잘 마른 것도 이상하고 맛도 결코 평범하지가 않다.

하루 종일 간식으로 집어 먹고 싶을 정도이니 말 다 한 셈 아닌가?

“단순히 햇볕에 말려선 이렇게 안 될 거예요. 태양신의 힘이 담긴 신성력을 쏟아부어서 가능한 결과죠.”

방긋 웃으며 하는 말에 엘녹을 포함한 사제들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우리들의 신성력에 이러한 능력이 있었다니….

놀라워하는 그들의 모습에, 엘레인은 더 자랑스러워해도 된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애초에 그냥 햇볕에 말리면 곰팡이가 피지 않게 깨끗이 말리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나 딸기처럼 수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작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렇다고 작열하는 태양 빛에 말리면 검게 타기도 하니, 정말이지 다루기 어려운 식재료다.

‘하지만 태양신교 사제들의 신성력이면 만사 오케이!’

그들의 능력만 있으면 굳이 바람 좋고 햇볕이 쨍쨍한 날을 고를 필요가 없다.

심지어 회귀 전 먹었던 고구마말랭이가 그랬듯이 서늘한 곳에 잘만 보관한다면, 리안이 말하는 올해 겨울까지의 보존이 충분하다.

태양신의 능력이 담긴 신성력이 작물 주변에 잔존하여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우리도 모르는 힘의 사용법을 정확히 꿰뚫고 있죠?”

“그, 그야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는 일이니까요.”

“과연… 소문대로 영주님은 정말 천재셨군요!”

사제들의 칭찬에 엘레인은 멋쩍게 웃었다.

아부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어서 더 계면쩍어졌다.

“어쨌든 최적의 온도를 찾아냈으니 여기에 있는 딸기들은 모두 45도에 맞춰서 작업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직접 맛을 보여줬기 때문일까?

처음에 억지로 일을 했던 것과 달리 채소 말리기에 재미를 느낀 그들은 구슬땀을 흘려가면서까지 열심히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곧 시간 단축으로 직결.

고작 다섯 시간 만에 창고 안에 있는 모든 딸기에 신성력을 퍼부은 그들은 보람찬 얼굴로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휴. 다 끝났다.”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그래서 그런지 약간 아쉬울 지경인걸.”

“그러게 말이야. 왠지 오늘 일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사제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느낀 점을 말했다.

아쉽지만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야겠지.

그렇게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창고 문이 활짝 열리며 영지민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것도 각각 커다란 포대 자루를 하나씩 들고.

“뭐, 뭐야.”

“저거 설마…?”

“오! 벌써 다 끝났어요?”

영지민들을 뒤따라 들어온 엘레인은 동공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사제들과 그 뒤의 결과물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제가 딱 맞춰서 가져왔나 보네요. 그럼 다음 것들도 부탁해요.”

호박. 고추. 가지 등. 각종 채소가 한가득 담긴 포댓자루들이 점점 쌓이는 것을 보며 사제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깨달았다.

우리들의 노동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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